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7화 (147/485)
  • 147화.  < 46화. 업그레이드 (3). >

    8.

    게임이란 것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한 번 이상은 그런 생각을 한다.

    “여기에 그런 옵션 좀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에 좀 더 전투에 도움이 될 옵션이 붙기를.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업그레이드, 그 퀘스트를 받았을 때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과연 어떤 옵션이 붙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막연한 생각을 하진 않았다.

    ‘불뱀의 눈 지팡이에 달린 옵션과 비슷한 게 나올 거야.’

    불뱀의 결정을 이용해 만드는 아이템 아닌가?

    그렇다면 필시 불뱀 시리즈 중 마법사 전용 아이템인 불뱀의 눈알 지팡이와 관련된 옵션이 나올 터.

    ‘불뱀의 눈 지팡이 옵션이…… 상태 이상 데미지 증가였지.’

    그러한 베이스가 되는 불뱀의 눈 지팡이 옵션은 상태 이상 데미지 증가였고, 당연히 업그레이된 템에도 상태 이상과 관련된 옵션이 붙으리라 예상을 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툰가의 불타오르는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26레벨 이상

    - 불뱀의 힘이 깃든 툰가의 지팡이다. 불뱀의 힘이 모든 마법의 성질을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 공격력 : 171

    -지력 +155

    - 마력 +109

    - 모든 마법 공격력 19퍼센트 증가

    - 착용 시 캐스팅 마법 개수 1개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30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蛇眼)’ 마법 발동

    -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맙소사.’

    단지 그 정도가 미다스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날 뿐.

    말 그대로였다.

    ‘이거 말도 안 된다.’

    일단 붙은 기본 옵션부터가 남달랐다.

    개중에서도 상태 이상 효과 100퍼센트 증가 옵션이 가지는 메리트는 매우 컸다.

    상태 이상 효과가 늘어난다는 것은 상태 이상 데미지는 물론 지속 시간도 늘어났다.

    그렇기에 이 옵션은 미다스에게는 더더욱 메리트가 높았다.

    ‘이거 내가 쓰면……'

    미다스가 가진 스킬 중 상태 이상을 주는 스킬은 적지 않았으니까.

    라이트닝 실드와 라이트닝 볼트를 시작으로 체인 라이트닝에 쇼크 웨이브에 선더볼트!

    당장 앞서 언급한 뇌전 계열 스킬들은 모두가 감전에 따른 마비라는 상태 이상 효과를 주었다.

    여기에 미다스의 수중에는 빙결 효과도 있는 트라이던트마저 있지 않은가?

    ‘가만, 그럼 인페르노 효과도 2배야?’

    그 중에서도 화룡점정은 인페르노였다 .

    인페르노의 불길에 닿을 경우 걸리는 인페르노의 저주!

    대상의 회복력과 마법 방어력을 깎는 그 효과와 지속시간이 2배가 된다?

    “어우……."

    그 사실을 상상하던 미다스가 그대로 굳었다.

    상상의 범주를 벗어난 탓에 계산이 멈춘 탓이었다.

    꾸우!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머리 위에 앉은 잭팟이 소리를 냈다.

    왕!

    기다렸다는 듯이 럭키 크게 짖으며 주인을 일깨웠다.

    “주인님,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마지막으로 골드의 물음에 미다스가 정신을 차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렇게 정신을 차리는 순간 미다스는 떠올렸다.

    “잠깐만 나갔다 올게.”

    자신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9.

    이메일 송신이 완료되었다는 문구를 확인한 정현우가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손을 치웠다.

    ‘일단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통보했다.’

    그 후에 정현우가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눈앞에 이번에 새로이 업그레이드된 지팡이의 옵션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내 아이템이지만 끔찍한 수준이네.’

    놀랍다는 수준을 넘어 끔찍하단 표현이 나올 정도.

    그게 이유였다.

    정현우가 서둘러서 자신의 스펙업 소식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알린 건.

    ‘어쨌거나 라이징 스타 채널에 스펙업을 했다는 걸 알렸으니, 그에 맞게 일을 처리하겠지.’

    이제 BJ대마도사와 관련된 모든 기획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담당하고 있었다.

    ‘제값은 받아야지.’

    그런데 만약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의 업그레이드를 모르고 일을 진행한다면?

    손해는 아니겠지만, 제 몸값을 받지 못하는 식의 거래가 될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쉽게 말해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스펙업 소식을 보낸 건, 일단 당분간 거래는 하지 말라는 신호였다.

    ‘문제는 얼마를 더 받아내느냐, 그거지만.’

    물론 정현우도 몰랐다.

    자신이 이번 아이템을 통해 어느 정도의 스펙업을 이루게 되었는지.

    ‘그러니까 내가 어느 정도인지 빨리 파악해야 해서 보다 확실한 정보를 라이징 스타 채널에 줘야 해.’

    그렇기에 이제부터 정현우는 BJ대마도사의 전력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이제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몰래.’

    물론 그 사실은 최대한 숨기는 게 유리했다.

    굳이 전력이 어느 정도임을 목격자들 앞에서 보란 듯이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까.

    ‘밤숲이 좋겠어.’

    10.

    BJ대마도사가 만든 열풍이 여전히 남은 가운데, 새로운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 BJ대마도사 소식 들었어?

    ㄴ 무슨 소식?

    ㄴ 요즘 밤숲에서 늑대들을 아주 그냥 도살을 한다던?

    BJ대마도사가 밤숲에서 사냥을 한다!

    사실 보통 플레이어라면 이상할 것 없는 일이었다.

    130레벨 안팎의 플레이어에게 밤숲은 딱 맞는 사냥터였으니까.

    그러나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이룩했던 것은 그러한 사실을 당연치 않게 만들었다.

    - 레벨업을 한다라, 그게 무슨 의미일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럴 리가 없다, 라는 의문은 곧바로 루머라는 동료를 불러왔다.

    - 역시 BJ대마도사도 당장 다음 사냥터로 가는 건 힘들다, 이건가?

    ㄴ 하긴, 다음 사냥터는 레드 고블린 부족이니까.

    ㄴ 최대한 레벨업을 하고 넘어가는 게 낫지.

    ㄴ 어쩌면 BJ대마도사가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몰라.

    그 루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거론하는 건 바로 BJ대마도사의 파티 플레이였다.

    막연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 BJ대마도사가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붉은산에서 독고다이는 힘들지.

    우드 빌리지를 졸업하게 되면 마주하게 되는 다음 사냥터는 붉은산.

    그 붉은산에서 플레이어들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최소 30마리 단위로 무리를 짓고 다니는 고블린 부족이었다.

    - 혹여 BJ대마도사가 그곳에서 솔로 플레이가 가능해도 효율은 떨어질걸?

    여러모로 파티 플레이가 필요한 무대.

    - 실제로 적지 않은 곳에서 오퍼가 갔다던데?

    ㄴ 1티어급 길드 아니면 오퍼도 못 낸다더라!

    ㄴ 나도 몇 곳에서 소문 들어봤는데, BJ대마도사한테 내건 조건들이 엄청나다던데?

    당연히 사람들은 BJ대마도사가 충분히 이름값 있는 길드와 파티 플레이를 하리라 예상했다.

    - 거기서도 오퍼가 왔다던데?

    자연스레 그 이름도 거론되었다.

    - 어비스 길드도 영입 제안도 했데.

    어비스 길드.

    10대 길드 중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그들마저 BJ대마도사에 짙은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돌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러한 소문을 들은 멀린이 실소를 머금었다.

    “잡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사실이니까.”

    그 실소와 함께 멀린이 고개를 들자 엠마가 보였다.

    “다시 한 번 더 그쪽에 딜을 요청했다면서?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딜을 한 거야?”

    그 질문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지수표를 줬어요.”

    “백지 수표?”

    “예, 대신 의뢰도 말하지 않았죠.”

    이어진 설명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단은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정말 손을 잡는 것부터 막는 게 우선이겠지.”

    엠마의 의도를 멀린은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쪽에서 역으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수도 있잖아?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같은 것 말이야.”

    그리고 동시에 엠마의 계획에 있는 문제점도 바로 꼬집었다.

    “그러니 불가능한 미션을 줘야죠.”

    불가능한 미션이란 말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이제부터는 확실히 혼자서 못할 게 많아지긴 하겠지. 당장 레드 고블린 부족장을 혼자 잡으라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아, 그 제안을 하면 되겠군. 레드 고블린 부족장 솔플 레이드를 해라! 그럼 뭐든 주겠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멀린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 비웃음이 말해주었다.

    지금 멀린이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하나도 없음을 알고 있음을.

    그렇기에 엠마는 그 말에 대답 대신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 모습에 멀린이 푸념을 뱉었다.

    “놈이 누구이든 간에 빨리 놈과 이야기가 끝나서 정리됐으면 좋겠군. 언제까지 이런 일에 신경 쓰는 것도 정신 건강에 안 좋으니 말이야. 더군다나 요즘 레이드 난이도가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밸런스가 하늘나라로 가고 있다고.”

    “할 일은 해야죠. 그것만으로도 수익은 대단하잖아요?”

    “그 끝에 걸린 것에 비하면 가당찮은 수준이지.”

    “그래도 제 역할은 해야죠.”

    이어진 말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도 제 일을 하러 가볼게요.”

    멀린은 대답 대신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한 담백한 배웅에 등을 돌린 엠마가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었다.

    우웅!

    그리고 문을 나오는 순간 엠마의 품속에 있는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을 토해냈다.

    그 내용을 확인한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어비스 길드 쪽은 이제 믿을 수 없어. 그러니 일단 어비스 길드에서는 BJ대마도사와 손을 잡을 의지를 가진 척하면서.......'

    결단을 내린 이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

    ‘……BJ대마도사를 제거한다.’

    그 표정을 지은 채 엠마가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BJ대마도사, 네놈과 손을 잡을 일은 없을 거다.’

    받는 이는 벤처였다.

    11.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언제나 들어도 기꺼운 레벨업 알림.

    그러나 밤숲, 그 짙은 어둠 속에서 그 알림을 들은 미다스의 얼굴은 그 알림에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밤숲 어둠에 동화된 듯 굳어 있었다.

    헥헥!

    “주인님! 이번에도 아주 훌륭한 전투였습니다!”

    그러한 주인 곁으로 전투를 마친 럭키와 골드가 먼저 칭찬을 받기 위해 경쟁하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가장 빠른 건 잭팟이었다.

    꾸우!

    단숨에 미다스의 머리를 차지한 잭팟이 승자의 세레머니를 하듯 길게 울음을 뱉었고 그 사실에 럭키와 골드가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으르르!

    “저 못된 새!”

    그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 병신.”

    갑작스러운 욕지거리에 세 동료들이 미다스를 바라보았고, 그 속에서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이 병신!”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제 손으로 제 머리를 가볍게 쳤다.

    “이, 멍청이!”

    미다스가 자책했다.

    그 자책과 함께 미다스가 손에 든 자신의 새로운 지팡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병신 멍청이!”

    그러한 자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나 지을 법한 미소.

    그 미소를 지은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의 전투 광경이 떠올랐다.

    “사안 마법을 까먹다니, 정말 미다스, 넌 바보야!”

    사안 마법을 발동하는 순간 굳어버린 광경을.

    블랙 울프와 웨어 울프, 그들을 럭키와 골드, 잭팟이 단숨에 쓸어버리는 광경을.

    그런 광경 속에서 사안 마법에 걸린 이들이 오랜 시간 반격조차 못한 광경을.

    ‘설마 이 상태 이상 효과가 사안 마법에도 적용될 줄이야!’

    미다스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이거 장난 아니야.’

    그렇기에 미다스는 계산을 달리 할 수밖에 없었다.

    ‘사안 마법까지 지속 시간이 길어지면 내가 쓸 수 있는 전술의 폭은…….'

    사안 마법은 미다스가 준 데미지에 따라 충전이 됐다.

    그런 상황에서 사안 마법을 통한 석화 시간이 길어진다?

    그건 곧 미다스가 데미지 딜링을 할 시간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

    ‘……상상이 안되네.’

    그를 통해 미다스가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미다스조차 쉬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레드 고블린 사냥할 때 괜찮은 탱커만 구해도 충분히 가능하겠어.’

    물론 미다스는 이 정도 전력으로도 다음 사냥터에서 솔로 플레이를 하는 것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못할 건 없지만.......'

    사실 하라면 할 수 있었다.

    ‘리스크가 너무 커.’

    문제는 상황이 꼬였을 경우, 다수의 몬스터를 상대로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는 매우 컸다.

    ‘생존 스킬이 없으니까.’

    그 순간을 모면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생존 기술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없는데 리스크를 굳이 억지로 감수할 필요는 없는 법.

    ‘괜찮은 길드랑 콜라보 해서 고블린 부족장 잡으면 되겠지. 화려한 연출은 얼마든지 가능해.’

    더 나아가 미다스는 이제 나름 각오했다.

    ‘언제까지 솔로 플레이는 못하지. 아무렴. 네크로맨서 같은 직업이 있어서 해골 군단을 소환하고 다닌다면 모를까, 갓워즈는 그런 게임이 아닌데.’

    이제는 슬슬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할 수밖에 없음을.

    그 각오 속에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이제까지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자, 그럼 이제 대충 정리하고 나가서 라이징 스타 채널에 업그레이드 수준을 제대로 알려줄.......'

    "응?"

    그제야 미다스는 발견할 수 있었다.

    럭키와 골드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를.

    업그레이드의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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