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4화 (144/485)

144화.  < 45화. 불뱀 (3). >

7.

선더볼트.

레전더리 마법 중에서도 데미지 딜링만으로는 최고로 꼽히는 마법.

듣기만 해도 강렬한 수식어에 비해 선더볼트 스킬 자체의 존재감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일단 선더볼트는 뜸을 들이지 않았다.

이렇다 할 화려한 사전 이펙트가 없었다.

“메모라이즈, 선더볼트.”

미다스가 마법을 시전하는 순간, 불뱀의 머리 위로 거대한 벼락 한 자루가 그대로 불뱀의 머리를 뚫고 턱 아래로 지나갈 뿐.

번쩍!

그 모든 건 보는 입장에서는 반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졌다.

꽈릉!

그렇게 섬광이 번쩍이고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야 미로를 요동치게 만드는 거센 천둥소리를 들은 후에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 선더볼트다!

- 맙소사, 선더볼트도 있었어!

선더볼트가 등장했음을.

그러한 선더볼트의 등장과 함께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알림 하나가 들렸다.

[불뱀을 처치했습니다.]

[불뱀 사냥꾼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불뱀을 홀로 잡은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불뱀을 처치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리고 9퍼센트나 남았던 불뱀의 HP를 선더볼트가 단숨에 재로 만들었음을 알리는 알림이기도 했다.

등골이 오싹해질 법한 알림이었다.

그토록 강대한 보스 몬스터인 불뱀의 3페이즈를 단숨에 무의미한 것으로 만든 셈 아닌가?

전율을 느껴야 마땅한 광경.

그러나 그 알림이 미다스에게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다.

'라이브 종료다.’

이제 라이브 방송은 끝났다는 것.

'젠장, 내 수입……'

그럼으로 이제 더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통한 추가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사실 대부분의 라이브 방송은 방송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방송을 오래 해야 한 명이라도 더 오래 보고, 한 명이라도 더 후원을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BJ들은 방송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한 수작을 부리고는 했다.

미다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만약 불뱀 레이드를 처음부터 보여줬다면, 이런 식으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을 테니까.

‘그래도 광고주님은 만족하셨을 테니까.’

더 나아가 라이브 방송이 짧으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오히려 호재였다.

라이브가 1시간이 넘어버리면 솔직히 거기 붙은 광고가 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법.

신경 쓰기는커녕 기억조차 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2분짜리 라이브에 광고가 붙는다면, 그 광고의 이미지는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더 큰 딜을 위한 희생이라고 보자. 이 정도로 광고주 요구를 들어주는 플레이어가 얼마나 되겠어? 아무렴.’

결정적으로 이번 방송에서는 광고주의 요구를 이보다 더 훌륭히 소화하는 건 다른 누구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필시 광고주들 사이에서 BJ대마도사는 뜨거운 칩으로 부상할 터.

물론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미다스가 슬쩍 시청자들을 향해 운을 띄었다.

“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만족하셨습니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의 속내는 뻔했다.

‘만족 못했으니 더 보여 달라고 해!’

시청자들로부터 더 방송을 해달라는 아우성을 얻어내기 위해서.

그러함으로써 방송을 1분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럭키, 골드, 잭팟 돌려가면서 1분씩만 힐링 방송해도 3분이다!’

그러한 미다스의 질문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역시 BJ대마도사다. 라이브 방송이지만 괜히 시간 끌지 않고 보여줄 거만 보여주네! 짧고 굵게!

- 그래, 이게 프로정신이지! 돈 좀 더 벌겠다고 방송 질질 끄는 게 무슨 프로야? 오늘 BJ대마도사가 프로페셔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네. 다른 플레이어들은 보고 반성해라!

- BJ대마도사님, 정말 멋졌습니다! 오늘 방송 점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입니다!

- 오늘은 BJ대마도사님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게 괜히 발목잡지 말자고! 앵콜하지 말자!

- 그래, 오늘 주인공은 BJ대마도사인데, 굳이 골드나 럭키나 잭팟을 볼 필요는 없지.

정말 멋진 방송 봤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고.

그러니 원하던 대로 방송을 종료하라고.

그건 대단한 일이었다.

오랜 시간 방송을 기다린 시청자들을 고작 3분 남짓한 시간 만에 만족시켰다는 것.

콘서트로 따지면 한 곡으로 콘서트를 찾은 모든 관객들을 만족시킨 것과 같았다.

‘어? 이게 아닌데?’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예상외의 사태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다스의 예상대로라면 여기서 BJ대마도사 꺼져라, 럭키를 보여달라! 골드를 보여달라, 잭팟을 보여달라! 그러한 말이 나왔어야 했으니까.

‘하, 한 번 더 찔러볼까?’

그 사실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려고 고민할 무렵, 후원이 들어왔다.

[BJ대마도사최고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멋진방송감사합니다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 호팬 님이 10,000원을 후원했습니다.]

충분히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방송이었다!

우리는 정말 만족했다!

그러한 의지가 물씬 담긴 그 후원금 러시 앞에서 미다스는 감히 좀 더 방송 해볼까요? 라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젠장.’

결국 미다스가 수순을 밟았다.

“예, 알겠습니다. 만족하셨으니, 이제 물러나겠습니다.”

그 순간이었다.

‘이렇게 종료하는구나.’

미다스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방송 종료를 선언하려는 순간, 그의 발목을 잡는 이가 나타났다.

[아즈모 님이 10,013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방송 끝난 거야? 그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아즈모, 그가 등장했다.

8.

라이브 방송이라면 1분이라도 더 하는 게 이익이다!

- 불뱀 레이드가 벌써 끝이라니?

- 와, 진짜 어떻게든 라이브 시간 늘리려고 발악하는 방송은 봤어도 이렇게 그냥 하이라이트만 보여주는 라이브는 처음이네.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그토록 짧다는 사실에 모든 시청자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끝냈다.’

‘맙소사.’

심지어 사전에 이 계획을 통보 받은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조차 바닥에 쓰러진 불뱀을 보며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박영준은 예외였다.

‘BJ대마도사에게 방송 수입 같은 건 의미가 없지.’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에게 라이브 방송을 10분 더 한다고 해서 버는 수입은 의미가 없었다.

거대한 욕조에 물 한 컵 던지는 정도.

달리 말하면 BJ대마도사가 굳이 무리해서 멋진 장면을 억지로 연출할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면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말.

‘그런데도 이런 짓을 한 건 광고주에 대한 어필이겠지.’

그 노림수는 다름 아닌 광고주들!

짧은 방송을 원하는 광고주들 입장에서는 이번 BJ대마도사의 행보는 매우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즉, 이번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당장의 수입은 줄어들지언정 BJ대마도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베팅이 높아질 터.

‘내게 힘을 실어주는 거야.’

그럼 자연스레 광고주와 이야기를 직접 나누게 될 박영준의 파워 역시 커질 터였다.

‘하물며 선더볼트라니.’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더볼트의 등장이었다.

이제까지 선더볼트는 박영준이 BJ대마도사의 몸값을 높이는데 써먹은 소재였다. 그 증거로 이번에 얻은 보상은 단순히 가치로 보면 선더볼트 이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걸림돌이기도 했다. 너무 가격이 높으면 협상 자체도 꺼려지는 법이니까.

여기에 그동안 선더볼트를 요구하다가 태도를 바꾸는 것 역시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런데 BJ대마도사는 선더볼트를 보여줌으로써 이것을 거래 대상에서 자연스럽게 제외했다.

‘새롭게 딜을 할 수 있게 됐다.’

즉, 판을 갈고, 새판을 짤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새로운 호구도 앉힐 수 있고.’

당연히 그런 새판에는 새로운 판돈을 가진 이들이 앉게 될 터.

‘그래도 설마 선더볼트를 구해올 줄이야.’

그렇다고 해도 여기서 선더볼트를 꺼낼 줄은 박영준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사실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진짜 대단해. 대체 정체가 뭘까?’

자신이 손을 잡은 이의 배경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미소를.

그러한 미소 사이로 부하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즈모가 등장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박영준은 미소를 지웠다.

‘진짜 거래 시작이군.’

9.

아즈모가 등장하는 순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시청자들이었다.

- 아즈모다!

- 젠장, 이러면 나갈 수가 없잖아!

어떤 의미에서 이번 방송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즈모 아닌가?

그러한 아즈모의 등장 앞에서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했다.

‘아즈모 님,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아즈모에 대해 감사하는 기도를 한 후에 천천히, 느릿하게 말을 뱉었다.

“아, 방송 끝내려고 했는데, 좀 더 해야겠네요. 어쩔 수 없지만.”

반문은 없었다.

아니, 몇몇은 반문을 하려고 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에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청개구리들이 있는 법.

[아즈모 님이 10,01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그래서 다음 아이템은 뭐가 좋겠어?]

그러나 이어진 아즈모의 말에 그 청개구리들조차 그대로 입을 꾹 다물었다.

아즈모가 다시 한 번 더 BJ대마도사에게 아이템을 준다니?

- 뭐지? 새로운 아이템?

- 또 선물해주는 건가?

- 둘 사이에 또 뭐가 있는 건가?

온갖 의혹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

물론 미다스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제대로 후원해주려는 모양이네. 그래, 아즈모라면 이 정도 배포는 보여줘야지.’

그저 아즈모가 이번에 자신을 상대로 자신의 배포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생각할 뿐.

기쁜 일이었고,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아즈모의 창고에서 무언가를 가져올 수 있다면…… 이거 너무 고민되고 설레네요."

그리고 당장 즉답을 내릴 이유도 없었다.

‘시간 좀 더 끌자.’

미다스는 이 기회를 이용해 조금 더 방송 시간을 늘리고자 했다.

“아, 고민되네요. 시청자분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어진 미다스의 질문에 채팅창은 아수라장이 됐다.

아즈모가 가진 아이템 중에는 희귀한 아이템들, 가치가 넘치는 아이템들이 넘쳤으니까.

그러한 관심 속에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뭘 받아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준다는 걸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비싼 걸 요구하면 오히려 받을 것도 못 받아.’

그렇다고 무작정 가장 비싼 것을 멋대로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

선물을 주려고 뭘 가지고 싶어요? 라고 질문한 사람에게 페라리 같은 슈퍼카를 받고 싶어요! 라고 하면 주고 싶던 마음도 사라지는 법 아닌가?

그런 만큼 주는 입장에서 주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조건이 필요한 셈.

‘일단 내가 착용할 수 있는 것들.’

기본 조건은 미다스가 지금 당장 착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는 것.

‘130레벨 이하.’

당연히 아이템 레벨은 130레벨 이하여야 했다.

‘여기에 무기랑 장갑, 투구, 목걸이, 반지, 상의, 부츠는 제외.’

동시에 지금 착용하고 있는 핵심 아이템 파츠 역시 제외.

‘남은 건 망토나 로브 계열 혹은 바지 정도인가? 그중에 아즈모가 가진 것이 뭐가 있었더라?’

그런 식으로 좁힌 선택지를 놓고 미다스가 고민을 시작했다.

‘아, 그거.’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아이템 하나가 번뜩였다.

'엘프의 로브.’

그 아이템을 떠올리는 순간 미다스가 속으로 쓴웃음을 머금었다.

‘엘프의 로브가 얼마나 귀한 아이템인데, 선물로는 못 주지. 아무렴.’

제아무리 아즈모라고 해도 그 정도 되는 아이템을 그냥 내킨다고 주진 않을 터.

무엇보다 그걸 요구하는 것은 과한 요구였다.

뭔가를 주려고 하던 아즈모의 심기를 오히려 건드릴 만한 요구.

‘괜히 무리하게 베팅해서 못 받는 것보단 확실하게 받는 게 중요하지. 아무렴.’

그렇게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순간 미다스가 제 머리 위에 올라온 잭팟을 향해 말했다.

“잭팟, 네가 한 번 골라볼래? 응?”

그 순간이었다.

꾸-우!

미다스의 머리 위에 있던 잭팟이 천둥소리와 같은 괴성을 토해냈다.

- 지금 BJ잭팟이 BJ대마도사한테 뭐라고 소리친 거임?

ㄴ 내가 새 좀 키워봤는데, 저거 이런 의미임.

ㄴ 무슨 의미?

ㄴ 좆까!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빌어먹을, 설마?’

잭팟, 위협을 탐지하고 경고하는 천둥새.

그러한 잭팟이 지금 경고음을 내뱉었다는 건 아직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퀘스트 완료 알림은 안 떴어!’

그제야 미다스는 무수히 많은 알림 속에 퀘스트가 끝났음을 알리는 알림은 듣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사고 터지면 좆된다.’

그리고 만약 이대로 무언가가 등장할 경우, 만약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게임오버라도 당하는 것이 라이브로 중계된다면 최악의 결말이 되리란 것도 깨달았다.

‘아이템은 버리자. 젠장, 지금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는 게 우선이야.’

그것을 파악하는 순간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네요. 워낙 좋은 아이템이 많아서요. 그래도 뭐 가지고 싶은 걸 말하라면 엘프의 로브이겠죠. 엘프의 부츠랑 한 쌍이잖아요? 뭐, 그게 아니더라도 로브나 망토 계열이 아니면 다른 아이템이랑 겹처서 착용할 수도 없습니다. 받는 순간 그냥 해체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그럴 순 없잖아요?”

‘젠장, 선물 날아갔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자, 그럼 이야기가 끝났으니 이제 라이브를 종료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 외침을 끝으로 미다스가 라이브를 종료했다.

‘아!’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마주하고 있던 불뱀의 사체가 검은 연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림이 들렸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이 엄습합니다.]

그 후에 불뱀의 사체에서 나온 검은 연기가 미다스의 가슴으로 빨려들기 시작했다.

???의 알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흡수하는 순간.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이윽고 뜬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씨발 내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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