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2화 (142/485)
  • 142화.  < 45화. 불뱀 (1). >

    1.

    미로.

    듣는 것만으로도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단어.

    그러나 갓워즈에서 미로 던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선호도는 매우 낮았다.

    낮은 정도가 아니었다.

    “미로 던전? 그런 좆같은데 들어갈 바에는 그냥 게임오버 당하는 게 낫겠어.”

    미로 던전을 경험한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미로 던전을 싫어하는 수준을 넘어 증오하고는 했다.

    이유는 당연히 난이도 때문이었다.

    미로 던전은 다른 어떤 타입의 던전보다 어려웠다.

    “차라리 몬스터가 강하거나, 그런 거면 낫지. 미로 던전은 멘탈이 갈린다니까.”

    특히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막다른 길 보면 정신이 날아가, 정신이.”

    열심히 몬스터와의 전투를 치열하게 치르며 길을 가다가 막다른 길을 마주하는 순간 느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정해둔 포인트로 돌아오는 길에 리젠된 몬스터랑 싸우다가 누구 한 명 게임오버라도 당하면……"

    그 후에 길을 되돌아오는 길에 리젠된 몬스터와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전투를 치를 경우 느끼는 피로감은 곱절, 그 이상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계속 흐르면 나중에는 스펙이 짱짱해도, 제 기량을 못 낸다니까. 제 기량을 못 내면 어떻게 되겠어? 뒈지는 거지.”

    하물며 그런 미로 던전에서 4일 내내 전투를 치른다면,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게 당연지사.

    그러나 그러한 마땅한 사실이 미다스에게는 제대로 통하지 않고 있었다.

    “파이어볼!”

    지하 미로 던전 입장 4일차,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절정에 다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퍼엉!

    그가 잽싸게 던진 파이어볼이 럭키와 골드, 둘의 공세를 피해 몸부림을 치던 타락한 트롤의 가슴팍, 황금빛 과녁에 정확히 꽂히는 게 그 증거였다.

    저토록 몸부림치는 몬스터에 원하는 것을 제대로 맞추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으니까.

    미다스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고, 그것이 상상 이상의 명중률이란 결과물로 나오고 있었다.

    미다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컨디션을 최고조까지 끌어 올렸다.’

    아는 정도가 아니라 미다스, 본인이 계획한 바였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타락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에게 소소한 선물이 도착했음을 들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 알림 속에서 미다스가 주변을 살핀 후에 몬스터가 없음을 확인하고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22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622)/체력(5+577)/지력(616+989)/마력(127+841)

    - 잔여 스탯 : 4

    놀라운 숫자의 향연.

    ‘쿨타임 계산은 제대로 된다.’

    여기에 새로 습득한 마법에 적응도 마친 상황.

    ‘난사하기 시작하면 마력이 부족해지지만.’

    물론 갑작스런 화력의 상승으로 인해 마력에 대한 갈증이 생기는 상황이었지만, 나쁠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화력 자체가 압도적으로 강해졌다는 의미 아닌가?

    그 사실에 앞서 말한 절정의 컨디션을 더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는 상황이었다.

    비단 미다스만 그런 건 아니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이제는 공명하듯 비슷한 하울링을 내지르는 럭키와 골드, 두 늑대의 팀워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해진 상황이었다.

    꾸우!

    마지막으로 새로 합류한 잭팟을 이용한 새로운 전술도 충분히 연습을 마친 상황.

    ‘준비는 끝났다.’

    만반의 준비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레이드 날만 잡으면 돼.’

    남은 건 이 상태에서 불뱀 레이드를 나서는 것뿐.

    그게 이유였다.

    지금 미다스의 표정이 좋지 못한 이유.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날만 잡아주면…… 아, 젠장.’

    그동안 미다스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할 때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했다.

    자신이 원하는 때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했고, 라이징 스타 채널에는 그 사실을 통보하면 될 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불뱀 레이드는 달랐다.

    기획을 비롯한 불뱀 레이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라이징 스타 채널에 위임한 상태였다.

    당연히 레이드 날짜 역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정하는 바.

    그러나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는 레이드 일정에 대해서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었다.

    ‘컨디션 유지하는 거 쉽지 않아.’

    베스트 컨디션을 항상 유지한다는 건 적어도 미다스는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의문이었다.

    ‘그걸 라이징 스타 채널이 모를 리 없을 텐데……'

    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제대로 된 일정을 말해주지 않는 걸까?

    2.

    “저기 라이브 방송은 대체 언제 하는 건가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들어 스윽, 사무실 내의 분위기를 살폈다.

    사무실의 분위기는 썩 좋지 못했다.

    최근 워즈튜브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이라고는 믿기 힘든 분위기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야 BJ대마도사가 일정을 말해줘야 하지. 우리가 멋대로 일정을 잡을 순 없잖아?”

    BJ대마도사가 레이드 라이브 일정을 말해주지 않았다는 것.

    ‘라이브 방송을 준비한 채로 대기하는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그리고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언제든 그가 요청할 때 최고의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대기해야만 한다는 것.

    ‘아, 힘들어 죽겠다.’

    ‘일 없이 말라 죽는 경우도 있구나.’

    그렇게 기약 없이 기다리는 것에 직원이 지치기 시작했고, 그것이 지금 분위기의 이유였다.

    그러한 직원들의 모습에 박영준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오늘 중에 연락 올 테니까.”

    담담히 내뱉는 말, 그러나 그 말에는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오늘이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그야 이건 쇼 비즈니스니까.”

    “쇼 비즈니스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애인 있어?”

    “없는데요?”

    그 순간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다른 직원을 보며 말했다.

    “그쪽은?”

    “있죠.”

    “좋아, 그럼 네 애인이 서프라이즈 파티를 원하는데, 그 자리에서 1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준비해서 프로포즈를 하면 어떻게 될까?”

    “그야…… 좋아하겠죠.”

    “그래, 좋아하겠지. 그럼 과연 5백 달러짜리 구두를 선물해주는 거랑 비교해서 얼마나 좋아할까?”

    “예?”

    “액수를 기준으로 한다면 20배 정도 좋아해야 할 거 같은데, 과연 20배나 더 좋아할까?”

    “아니요.”

    부하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 그러니까 1만 달러짜리 다이아몬드 프로포즈가 정말 가치가 있으려면 받는 쪽도 그 정도 선물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풍겨야 해. 지금 상황이 그래. 처음에는 BJ대마도사에게 언박싱 라이브를 기대하던 게, 이제는 시간이 흐르면서 빅 이벤트를 기대하는 게 됐잖아?”

    “아!”

    그제야 부하 직원이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확인한 박영준이 피식 웃었다.

    “와튼 스쿨에서 배우는 쇼 비즈니스 이론 중 가장 기본적인 거지.”

    “그렇다면 BJ대마도사도 그걸 아는 거네요?”

    “그래,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고개를 돌려 벽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후 말했다.

    “내가 봤을 때 1시간 내에 BJ대마도사 쪽에서 연락이 올 거야. 내일 라이브를 하겠다고. 그가 센스가 있다면 이런 말을 덧붙이겠지. 기다리느라 힘드니, 라는 표현 같은 걸. 한 번 메일함 확인해 봐.”

    그 말에 부하 직원 한 명이 이메일을 확인했고, 이내 새로 도착한 이메일 중 하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눈으로 박영준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메일을 보냈습니다.”

    “뭐? 진짜?”

    “와, 나 지금 소름 돋았어.”

    그 사실에 좌중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사이 이메일을 연 직원이 좌중이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메일 내용을 읽었다.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이 힘드니, 내일 불뱀 레이드를 하겠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측에서 시간을 잡아주십시오.”

    그 순간 모두가 놀라는 수준을 넘어 경악한 눈으로 박영준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무엇이든 경지에 이르면 통하는 법이지.”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소리쳤다.

    “자, 그럼 빅 이벤트 준비해야지. BJ대마도사에게 보내, 내일 지금 이 시간에 레이드 라이브를 한다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라이브 하나 하자고.”

    “예!”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들이 이제는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박영준도 제 일을 했다.

    ‘일단 트라이던트를 보내고.’

    G베이를 통해 BJ대마도사의 계정에 블루불로부터 받은 선금을 보내주었다.

    그뿐이었다.

    박영준은 그다음 보상에 대해서는 그 어떤 언질도 해주지 않았다.

    ‘아즈모와의 거래 건은 모든 게 끝나고 알려야지. 받는 입장에서 더 기대를 하는 순간 줘야 선물의 진정한 가치가 살아나는 법이니까.’

    앞서 말한 쇼 비즈니스를 위해서.

    이윽고 10분 후 무대가 열렸다.

    “BJ대마도사가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3.

    -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열렸다!

    -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열었다.

    모두가 기대하던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은 갑작스럽게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방송에서 BJ대마도사는 말했다.

    “이 라이브 방송은 예고 방송입니다. 짧게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내일 정확히 지금 시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를 하겠습니다. 보스 몬스터는 불뱀입니다.”

    그게 전부였다.

    - 어? 꺼졌어?

    - 뭐야? 무슨 말이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라이브 방송은 종료됐다.

    방송 시간 12초, 최고 시청자 역시 기껏해야 11만 명.

    - 뭐야? 라이브 한다며? 방송 사고야?

    - 뭔데? 지금 무슨 일인데?

    어떤 의미에서는 방송 사고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

    그러나 그 사실에 불만을 가지는 시청자는 없었다.

    정확히는 불만을 가질 여유가 없었다.

    - BJ대마도사가 불뱀 레이드를 한다! 불뱀!

    불뱀.

    그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은 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짓누르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 불뱀 시리즈 공개한다는 거야?

    - 골드가 불뱀의 송곳니 가지고 있잖아? 설마 불뱀의 지팡이라도 얻은 건가?

    - 그게 아니라 불뱀 레이드라고!

    당연히 그 방송을 본 이들이 앞다투어가 나팔수를 자청하며 그 소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렸다.

    그 전파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빨랐고, 그 여파는 어느 경우보다 컸다.

    애초에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BJ대마도사의 반응을 속보로 다룰 준비를 한 상태.

    - 맙소사, 불뱀 시리즈만 들고 나와도 놀랄 일인데 불뱀을 사냥하다니!

    - 레전더리 아이템은 일단 기본 깔고 가는 거네.

    - 대체 불뱀은 어떻게 생겼을까?

    - 크으, 갓워즈 최초의 스킬 위력을 갓워즈 최초의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선보이다니! BJ대마도사 스케일 장난 아니네!

    그런 상태에서 다른 것도 아닌 불뱀이 던져졌으니, 그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일.

    심지어 이 모든 것은 30분 전이 아니라, 하루 전에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한 분위기가 정점까지 끓기에 시간은 충분했다.

    “아, 미치겠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사실 지금 상황은 미다스가 바라던 상황이었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레이드 날짜가 잡힌 상황 아닌가?

    이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 역시 미다스가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다.

    즉, 탄식을 내뱉는 건 방송 날짜가 잡히고, 주변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트라이던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얼음으로 삼지창을 만들어 던진다. 찔린 대상에게 잠시 동안 빙결 상태에 빠지게 하며, 치명적인 동상 효과를 남긴다.

    !대형 몬스터 111회 명중 시 ‘창술사’ 타이틀 획득

    지금 미다스가 새로이 얻은 레전더리 마법, 트라이던트.

    그것이 탄식의 이유였다.

    ‘트라이던트라니.’

    이번 레이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이 적지 않으리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

    때문에 나름 기대를 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정말 제대로 화끈한 무언가를 받아오리란 기대를.

    ‘기대 이상이긴 하지만……'

    그렇기에 트라이던트 스킬 카드가 보상이란 말을 들었을 때 미다스는 기뻐했다.

    기대 이상의 소득에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선금이라니.’

    문제는 이 어마어마한 보상이 선금으로 이미 지불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이런 물건을 선금으로 줬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광고주 쪽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투사체 판정을 받는 이 트라이던트를 콕 찝어 줬다는 건.......'

    즉, 이건 광고주 쪽의 디테일한 요구였다.

    ‘애드원 스킬을 이용해 이걸로 제대로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는 거지.’

    꼭 자신들이 준 스킬로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하라는 요구.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이 스킬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했다.

    “애들아, 어떻게 하냐?”

    그게 지금 미다스가 한숨을 내뱉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이 트라이던트 스킬…… 데미지 딜링 계산이 안 돼.”

    너무 강력한 게 손에 들어왔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그냥 쓰는 거면 모를까, 발리스타에 롱토스에 리볼버까지 쓰고, 여기에 애드원까지 쓰면...... 어휴."

    도무지 트라이던트 마법의 화력이 어느 정도일지, 제대로 계산이 안 된다는 것.

    ‘가뜩이나 상대는 불뱀인데.’

    심지어 미다스가 잡아야 하는 몬스터는 이제까지 그 누구도 잡아본 적 없는 불뱀이었다.

    생김새조차 알려진 바가 없는 보스 몬스터!

    물론 사냥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그런 디테일한 연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광고주의 디테일한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 이제는 이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왜 이런 걸 주고 지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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