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41화 (141/485)
  • 141화.  < 44화. 언박싱 (4). >

    11.

    누군가 말했다.

    루머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가 침묵하는 것이라고.

    BJ대마도사의 현 상황이 그랬다.

    - 정말 레전더리 아이템을 갈아서 스킬이 나왔다는 거야?

    ㄴ 그래!

    갓워즈에 대한 세간의 기준을 바꿀 대사건이 일어난 상황.

    그리고 그에 맞춰 온갖 종류의 루머가 생기는 상황.

    - 스킬 효과가 정확히 뭔데?

    - BJ대마도사가 추가 방송 안 했어? 영상은?

    그러나 막상 그 의문에 답해줄 수 있는 BJ대마도사는 침묵을 고수하는 중이었다.

    그 틈을 루머는 놓치지 않았다.

    - 이거 버그라는 소문이 있던데?

    - 아즈모랑 BJ대마도사랑 지금 소유권 두고 싸우는 중이래!

    - BJ대마도사가 스킬 카드를 아즈모에게 팔려고 1억 달러를 불렀다는 소문이 있어!

    온갖 종류의 루머가 터지기 시작했다.

    그 무렵이었다.

    - 아즈모 방송 켰다!

    - 아즈모 라이브다!

    아즈모, 이 대사건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그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였다.

    2억하고도 3천만 명, 아득하기 그지없는 이들이 모였고, 모두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

    그 질문에 아즈모는 대답했다.

    “솔직히 짜증이 나는 일이지.”

    이번 사건에 대해서 짜증이 나고 있다고.

    “돈이 날아간 게 아쉽냐고? 에이, 딱히 아쉬울 건 없지. 아쉬웠으면 그걸 애초에 주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나름 그거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약속 받은 상태거든.”

    물론 그 짜증은 금전적인 손해에 대한 짜증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방송 제목에 언박싱을 붙였다는 거야. 언박싱이 뭐야? 아이템이나 스킬 선보이면서 그걸로 사냥하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 그럼 당연히 거기서 스킬이 어떤 건지 보여줬어야지. 내가 짜증나는 건 그 부분이야.”

    왜 언박싱이란 제목에 어울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가?

    “그렇잖아? 나도 처음 보는 스킬이라서 궁금해 죽겠는데 들은 이야기가 없어. 지금 내가 지금 라이징 스타 채널 상황을 보면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다니까? 짜증이 안나고 배기겠어?”

    왜 그래서 자신조차도 기다리게 하는가?

    아즈모의 그 말에 세간의 반응이 달라졌다.

    - 아, 그렇지! 언박싱이었지!

    - 언박싱이면 당연히 쓰는 걸 보여줘야지!

    - 그래, 당연히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지!

    대중은 의문을 던지는 대신 요구를 했다.

    - BJ대마도사는 스킬 효과를 선보여라!

    - 언박싱답게 라이브로 보여줘라!

    어느 순간부터 그 요구는 하나의 운동이 되어 있었다.

    물론 그러한 요구를 직접 BJ대마도사에게 할수 있는 이는 없었다.

    결국 그 요구의 화살은 전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향했다.

    “와, 이게 이렇게 돌아가네.”

    “요즘 난 미치겠다. 나 아는 사람은 언제 언박싱하냐고 아주 그냥 보채고 있어.”

    “보채면 다행이지, QA팀은 지금 죽으려고 해.”

    라이징 스타 채널 입장에서는 갑자기 재해에 휘말린 셈.

    문제는 라이징 스타 채널 직원 중에서 전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건 한 명 뿐이라는 것이었다.

    자연스레 좌중의 관심이 그 한 명에 쓸렸다.

    “저기, 사장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박영준, 그 유일한 한 명인 그는 부하 직원의 질문에 대답 대신 침묵을 머금은 채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탓이었다.

    ‘솔직히 이번 상황은 BJ대마도사 입장에서 의도했다고 볼 수는 없어.’

    박영준이 추측컨대 BJ대마도사에게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해체는 쇼였을 것이다.

    ‘애초에 그건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뿐이었을 테니까. 이번 거래는 확실히 하겠다는 메시지.’

    아이템을 해체한다는 건 받은 것을 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의미.

    즉, 거래를 무를 생각이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받은 만큼 무언가를 해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불뱀 레이드가 그 거래의 대상이었겠지.’

    BJ대마도사가 말해준 불뱀 사냥이 바로 그 대가일 가능성이 컸다.

    어쨌거나 그 둘 거래 사이에는 블루불이 있으며, 그 거래의 유무는 광고의 유무로 정해졌으니까.

    박영준이 의도하고, 계획한 바이기도 했다.

    블루불과 손을 잡고, 큰 것을 받았다면 한 번 제대로 블루불에게 서비스를 해야 다른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터.

    장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예상외의 사태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감히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BJ대마도사가 그렇게 당황한 건 처음 봤다.’

    심지어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자기 페이스를 잃기는커녕 도리어 그 돌발 상황을 이용해 더 멋진 쇼를 만들었던 BJ대마도사가 당황한 나머지 방송을 종료하라고 했을 정도.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여론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든 간에 라이브는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마주해야 할 건 마주해야 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해야 할 건 요청이 왔을 때 최고의 방송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에 대해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해야 할 일도 명확했다.

    ‘그리고 난 판을 만들어야지.’

    동시에 박영준이 해야 할 역할도 명확했다.

    ‘블루불에게 불뱀 건을 이야기해야겠어. 그리고 그 대가로…… 선더볼트를 요구해야겠어.’

    자신의 역할 다음으로 박영준은 BJ대마도사의 역할을 떠올렸고, 그것을 떠올리는 순간 그는 옅게 미소를 지었다.

    ‘BJ대마도사가 어떤 언박싱을 준비해올지 기대되는군. 그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천재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박영준이 아는 BJ대마도사였으니까.

    12.

    “아……"

    ‘좆됐다.’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이내 두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보더라도 처참한 실패를 맞이한 이의 모습이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이 들렸다.

    [타락한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기꺼운 알림.

    “아."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도리어 미소나 환호를 짓기보다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 한숨 끝에 다시 눈을 뜬 미다스의 앞에는 여전히 전투가 치러지고 있었다.

    크르르!

    정확히는 버서크 모드가 된 골드가 남은 블랙 울프 네 마리를 일방적으로 학살하고 있었다.

    그게 원인이었다.

    미다스의 한숨을 거듭 뽑아내는 이유.

    ‘이대로라면 제대로 된 언박싱 라이브 방송을 할 수가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지금 세간의 여론, 언박싱 방송에 대한 대중의 요구를 잘 알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캡슐방에 출근할 때마다 이혁주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었으니까.

    마땅한 요구였고, 실제로 미다스는 그에 대한 언박싱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고자 했다.

    ‘골드가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이야.’

    문제는 앞서 말한 골드.

    마스터 스킬북을 통해 A랭크가 된 가디언 스킬, 그를 통해 스펙업을 마친 골드의 전투 능력은 이제 럭키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수준을 넘어 퍼포먼스의 차원이 달랐다.

    물론 기꺼운 일이었다.

    그리고 바라던 일이었다.

    ‘이런 식이면 언박싱 라이브를 해도 내가 묻힌다.’

    문제는 언박싱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줘야 하는 건 골드가 아니라 새로운 마법인 애드원을 얻은 미다스의 능력이란 점이었다.

    물론 이대로 미다스가 그냥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 파이어볼을 한 번에 3개 던지는 걸 보여주는 걸 방송해도 안 될 건 없었다.

    ‘이번 방송은 진짜 제대로 해야 하는데.’

    하지만 과연 지금 들끓는, 요구를 하는 대중이 그 정도 방송에 납득을 할까?

    납득보단 실망을 할 터.

    즉, 미다스는 이 언박싱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렬한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스킬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 스킬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더 강력한 괴물이 되었는지!

    이 스킬이 럭키와 골드 그리고 잭팟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지!

    ‘결국 불뱀이야.’

    그런 것을 보여주기에는 불뱀 레이드가 제격이었다.

    골드의 활약에 새로 합류한 잭팟 그리고 미다스가 가진 모든 화력을 거뜬히 받아줄 몬스터였으니까.

    이보다 더 좋은 샌드백은 없는 셈.

    그러나 당장 미다스가 마음대로 불뱀 레이드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오케이 사인만 나오면 돼.’

    이미 불뱀 사냥 계획에 대해서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모든 것을 위임한 바.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가 갑자기 제멋대로 불뱀을 잡을 순 없었다.

    움직이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모든 합의가 끝나고, 날짜가 정해진 다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그 전까지 최대한 레벨을 올리자.’

    즉, 지금 미다스가 할 수 있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계획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스펙업을 하는 것이었다.

    [타락한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귓속으로 120레벨 달성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왔다.’

    그 심호흡을 마친 후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예."

    그 대답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기도했다.

    ‘갓겜이시여, 제게 기회를 주시옵소서! 황금! 황금빛 하나만 부디 주시옵소서!’

    이윽고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 모습을 드러냈고, 미다스가 두 눈을 떴다.

    ‘황금!’

    미다스의 눈이 빠르게 100장의 카드를 훑기 시작했다.

    ‘황금색!’

    그렇게 100장의 카드를 살핀 미다스가 두 눈을 감았다.

    “맙소사.”

    그 상태에서 탄식을 내뱉은 미다스가 다시 눈을 뜨며 말했다.

    “이거 실화냐?”

    믿을 수 없는 걸 봤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미다스가 말했다.

    “아니, 레전더리는커녕 유니크 등급이 2개 밖에 없다는 게 말이 돼?”

    그 말 그대로였다.

    미다스가 보는 세상 어디에도 황금빛은 없었다.

    그저 붉은빛을 내뿜는 카드 2장만이 있을 뿐.

    그것을 본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리더니, 이내 비웃음을 잔뜩 머금은 채 소리쳤다.

    “여하튼 개쓰레기 게임이라니까. 아주 그냥 돈 있는 새끼들만 다 해먹는 쓰레기 게임!”

    그 외침과 함께 미다스가 붉은빛 카드 중 하나를 손에 댔다.

    ‘젠장, 여기선 이거 밖에 없지.’

    그렇게 카드를 집은 미다스의 눈에 스킬 카드가 정체를 드러냈다.

    [메모라이즈]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마법을 사전에 미리 캐스팅한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비웃음 사이로 혼잣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운빨좆망겜.”

    13.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겠다.’

    세계적인 명작 대부, 그 대부를 대표하는 명대사.

    ‘멋진 말이지.’

    그 명대사는 박영준이 영화 속 명대사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명대사이기도 했다.

    ‘상대방이 거절할 수 없는 카드를 손에 지니고 있다는 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는 거니까.’

    불확실한 것이 가득한 판에서 어떻게든 결과를 남길 수 있는 카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이니까.

    ‘불뱀 레이드 라이브는 블루불 입장에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그리고 지금 불뱀이란 카드는 그 명대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존재였다.

    과연 그 어떤 광고주가 BJ대마도사의 불뱀 레이드 라이브 방송에 대한 광고권을 거절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최대한의 이익을 뽑아내야 해.’

    한편으로 그렇게 확실한 카드를 손에 쥐었을 때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포커가 그러했다.

    손에 포카드를 쥐면,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 포카드를 쥐고도 푼돈을 번다면, 과연 그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최소 선더볼트.’

    박영준이 블루불에게 이번 불뱀 건을 거론하면서 선더볼트라는, 앞서서 그 누구도 지불하지 못했던 대가를 내건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당연하게도 못 구하겠지.’

    하지만 선더볼트 스킬 카드는 현재 존재하지 않았다.

    억만금이 있어도 지불할 수 없는 대가라는 셈.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받는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럼 선더볼트 급에 플러스 알파.’

    즉, 오버 페이를 통해 대가를 맞추고자 할 터.

    그러한 박영준의 예상에 블루불은 대답했다.

    “트라이던트를 주시겠다고요?”

    - 예.

    트라이던트.

    얼음으로 만들어진 삼지창을 던지는 투창 계열 레전더리 등급의 스킬.

    분명 가치 있는 스킬이었다.

    값비싼 스킬, 매물도 극히 드물었다.

    “좋은 스킬이지만 선더볼트하고 급은 안 맞죠.”

    그러나 선더볼트 수준은 아니었다.

    “귀사도 그걸 당연히 알고 있으실 테고. 그럼 플러스 알파는 무엇입니까?”

    그 사실을 블루불 쪽도 모를 리 만무.

    “일단 트라이던트는 선금으로 주시겠다고요?”

    일단 그들은 트라이던트를 계약금으로 잡았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무조건 남는 식.

    “그리고 레이드가 끝나면……"

    물론 그것만으로도 부족했고, 때문에 블루불은 준비한 플러스 알파를 말해주었다.

    “아, 예.”

    그 플러스 알파를 들은 박영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애매모호한 대답, 그 대답 뒤에 박영준이 말을 덧붙였다.

    “일단 BJ대마도사와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것은 확답이었다.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임을 인정한다, 라는 확답.

    그럴 만했다.

    ‘아즈모의 아이템 중 하나를 고르라, 아주 크게 베팅하는군.’

    플러스 알파는 그 무엇도 아닌 아즈모의 창고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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