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 44화. 언박싱 (1). >
1.
새로이 얻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창을 바라보는 미다스.
그러나 그런 미다스의 눈이 꽂힌 건 퀘스트 정보가 아니었다.
'불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히든 퀘스트 정보, 그 속에 있는 불뱀이란 단어에만 시선이 꽂힐 뿐.
그렇게 불뱀을 보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모든 무장을 마친 채 골드, 그러한 골드가 쥐고 있는 단검이 보였다.
‘불뱀의 송곳니.’
자신을 노리고 접근한 사냥뱀 길드원을 잡아 얻은 레전더리 아이템인 불뱀의 송곳니.
놀라운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그러한 아이템을 받는 방법은 하나였다.
‘불뱀을 잡아 얻는 아이템은 아니지.’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 NPC아사라를 통해 특정 퀘스트를 진행하여 보상으로 얻는 것.
즉, 이제까지 불뱀을 잡은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불뱀 사냥, 이거 역대급 레이드다.’
이제까지 자신이 한 그 어떤 보스 몬스터 레이드와 비교할 수 없는 화젯거리가 되리란 것을.
앞서 말했듯이 불뱀 자체는 플레이어들 사이에 이미 유명했다.
불뱀의 송곳니를 비롯해 불뱀의 눈지팡이 등 불뱀이 들어간 레전더리 아이템이 존재했으니까.
이제까지 미다스가 최초로 잡은 보스 몬스터와는 인지도의 차원이 다른 셈.
‘최소 레전더리가 걸린 역대급.’
무엇보다 불뱀의 이름이 붙은 모든 아이템들은 레전더리 등급이었다.
당연히 불뱀을 사냥하면 나올 아이템도 최소한 레전더리 등급이 보장되는 셈.
여러모로 무게감이 달랐다.
“어휴.”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나 혼자 멋대로 답 내리고, 진행할 건수가 아니야.’
독단으로 처리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다는 것.
크기에 당장 처리할 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 됐다.
‘일단 나가서 천천히 정리하자.’
이번 사안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준비할 사안이었다.
그렇게 로그아웃을 준비하던 미다스가 스윽,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선더버드를 보았다.
꾸우?
선더버드가 새로운 주인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하며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시선을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운빨, 돈빨......."
그 중얼거림 속에 이내 무언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다음은 재능빨이지.”
꾸우?
“이제부터 네 이름은 기프트다.”
꾸우!
그러자 선더버드가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야! 야!”
꾸우!
마치 그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그 모습에 미다스가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기프트가 어때서? 잭팟보단 낫잖아?”
꾸우!
그 순간 선더버드가 야단법석을 멈추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더버드의 이름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2.
“으으!"
캡슐에서 나오자마자 길게 기지개를 켜던 정현우는 이혁주가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혁주 녀석 또 떠드는 중이겠지.’
필시 이혁주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로 떠드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을 터.
그 예상대로였다.
“지금 막 BJ대마도사가 우드 빌리지에 등장했대요! 등장하자마자 우드 빌리지 레인저들이 오더니 무수한 악수 요청을 받았데요!”
미다스의 예상대로 이혁주는 아예 휴게실 자리에 눌러앉은 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손님들이 그러한 이혁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에도 또 뭔가 대단한 일을 하려는 모양인가?”
“NPC들이 모시러 온 거면 보통 건은 아니지. 보통 이럴 때마다 최초의 보스 몬스터 사냥이 나왔잖아?”
“그보다 감마 제약에서 왜 블루불로 바뀌었을까? 난 그게 제일 빅이슈 같은데? 라이브 방송 끝나고 블루불 로고 나오는 순간 감마 제약 주가가 빠졌다니까?”
“아즈모 건이 더 빅이슈이지.”
“하긴, 아즈모랑 BJ대마도사가 진짜 손 잡으면 그거만한 대사건도 없을 테니까.”
귀를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의견을 진지하게 토해냈다.
이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저 가십거리 수준을 넘어 갓워즈의 중요한 사건으로 취급된다는 증거였다.
“어?”
그때 휴게실 안에 있던 이혁주가 정현우를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현우 형 나오셨어요?”
“어, 그래.”
그렇게 일어난 이혁주가 휴게실을 나오며, 업소용 냉장고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정현우를 향해 질문했다.
“뭐 찾으세요?”
“블루불 신제품 그거.”
“프로모션으로 온 거 다 먹었어요. 이제 없어요.”
“그래?”
“그거 별로죠? 효과 없죠?”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가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야, 별로긴? 효과 끝내주더라.”
“예?”
“효과 장난 아니야. 감마 제약 건 아주 비교도 안돼. 먹어보니까 수준이 달라, 수준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격한 칭찬에 이혁주는 대답을 잊은 듯 두 눈만 깜빡였고, 그사이 정현우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맛도 괜찮더라. 에너지 음료는 딱 그 정도가 좋아. 블루불에서 아주 끝내주는 제품을 내놓았어. 그거 대박난다. 물량 떨어지기 전에 잽싸게 주문해. 인기 폭발할 테니까.”
“아, 네……"
이혁주가 어색한 웃음을 섞은 채 대답했다.
“하긴, BJ대마도사가 괜히 블루불 광고를 받은 건 아닐 테니까요. 뭔가 있으니 한 거겠죠.”
그 대답에 정현우가 본래 목적을 떠올렸다.
‘아! 그렇지, 그것부터 확인해야지. 아즈모가 한 말이 뭔지.’
지금 당장 자신이 해야 하는 게 블루불 제품 홍보가 아니라 아즈모의 말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
“내 폰 좀.”
“여기요.”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가 이혁주로부터 자신의 스마트폰을 받은 후에 곧바로 자신의 이메일에 접속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에 물어보면 되겠지.’
대체 아즈모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블루불과의 거래 내용이 정확히 어떠한지 묻기 위해서.
‘응?’
그러나 그러한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이미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이메일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
메일 내용은 간략했다.
[이번 보상은 G베이 계정에 넣어드렸습니다.]
보상이란 단어에 정현우가 잽싸게 G베이에 접속했고, 자신의 계정에 도착한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가 이내 두 눈을 감았다.
‘잠깐만.’
질끈, 감은 채 생각했다.
‘지금 여기 현실 맞지? 꿈 아니지?’
그 생각 후에 다시 눈을 뜨고 자신에게 도착한 아이템의 정체를 확인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분명한 현실을 확인한 정현우가 다시 눈을 감았다.
‘아.’
그러자 머릿속으로 퍼즐들이 맞춰지며 그림이 만들어져갔다.
일단 지금 받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블루불이 라이브 방송 광고를 대가로 준 광고비였다.
‘아즈모 거다.’
그리고 정현우의 기억이 맞는다면 이름 모를 대마도사 갑옷은 현재까지 아즈모만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했다.
‘아즈모가 블루불을 통해 나한테 준 거야.’
블루불과 아즈모가 어떤 밀약을 맺었고, 그들이 라이징 스타 채널과 거래를 했다.
‘그래, 그래서 사장님이 직접 나한테 사전에 양해를 구한 거구나. 이 정도 빅딜이면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이번 거래의 보상을 보건데 앞서 정현우가 예상한 것처럼 정말 큰 빅딜이 확실했다.
‘아즈모의 창고에 있는 아이템을 받는 건 갓워즈의 모든 플레이어 중 내가 최초일 테니까.’
아즈모의 창고에서 아이템을 받은 플레이어는 BJ대마도사가 유일했으니까.
더불어 이번에 준 아이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정말 엄청난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으니까.
‘아, 골 때리네.’
문제는 이번에 정현우가 얻은 수호자의 갑옷과 옵션이 중복된다는 점이었다.
당장 쓸모가 없다는 의미.
‘이거 뭐 팔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
팔면 분명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금전적인 의미에서 정현우에게 온 물건이 아니었다.
아즈모가 BJ대마도사에게 아주 우호적인 관계를 소망하며 보낸 매우 중요한 선물, 과거 프랑스가 미국에 보낸 자유의 여신상 같은 것이었다.
이걸 판다는 건 아즈모를 향해 미안, 넌 친구로밖에 안 보여…… 라고 말하는 셈.
‘아즈모 성격에 이거 팔면 BJ대마도사를 예쁘게 볼 리가 없지.’
아즈모가 그걸 가만히 둘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이걸 준 이는 광고주 아닌가?
‘블루불에서 이 정도 빅딜을 했으면 라이징 스타 채널과 여러 건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커.’
여기서 이걸 파는 건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 만든 거래에 재를 뿌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몰래 팔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팔고서 어떻게 속일 수 있는 물건도 아니었다.
현재 확인된 매물은 단 하나뿐인 물건이었으니까
‘아, 이 귀한 게 계륵이 되네.’
쓸 수도 없고, 팔 수도 없고,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물건이 된 셈.
‘아니, 긍정적으로 보자.’
물론 나쁠 건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즈모 쪽에서 엄청난 러브콜과 함께 계약금을 보내준 셈 아닌가?
앞으로도 적지 않은 지원을 해줄 터.
그게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처분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게임 접을 때 팔아치우지 뭐.’
최악의 경우, 게임을 접게 됐을 때 급하게 팔아도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을 터.
‘그래, 이만한 보험이 어디 있어?’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큰 소득, 그렇기에 정현우는 더 이상 표정을 굳히지 않았다.
‘이것보다 중요한 건 다음 방송이야.’
자신이 진짜 봐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해야 할 준비가 무엇인지 직시했다.
그 각오를 마친 정현우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 보스 몬스터는 불뱀이라고 말하면, 알아서 세팅해주겠지. 그 전에 아사라를 만나서 불뱀 사냥 퀘스트를 확실하게 받아둔 다음에 불뱀 사냥을 위한 전력을 갖추자.’
이메일을 보내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혁주를 불렀다.
“혁주야.”
“예, 바로 세팅해드리면 되는 거죠?”
“응. 아,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있어요?”
“블루불 신제품 진짜 끝내주는 거니까 꼭 주문해.”
그 말을 마치고 정현우가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3.
수호자의 연구실.
왕!
꾸우!
"주인님!"
이제는 셋이나 된 동료들 사이에서 미다스가 자신의 인벤토리를 말없이 바라봤다.
‘왔다.’
이윽고 인벤토리에 아이템 하나가 생성되는 순간 미다스가 짧게 숨을 돌렸다.
각오는 마쳤다.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와……'
그러나 막상 인벤토리에 들어온 아즈모의 선물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손에 들어오다니……'
이제까지 적지 않은 가치를 가진 아이템을 보수 대신으로 받긴 했다.
그러나 그것들 대부분은 어떤 의미에서 구하고자 한다면, 돈이 있다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허나, 지금 미다스의 인벤토리에 들어온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은 달랐다.
그 희귀성은 이제까지 미다스가 얻은 그 어떤 아이템보다 높다고 할 수 있는 물건.
‘내 몸값이 이정도라는 거겠지.’
결정적으로 이 물건은 현재 BJ대마도사의 몸값을 알려주는 지표였다.
이제 자신이 무언가를 하면 이 정도 대가는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 왔다.’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일.
물론 미다스는 이 사실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서 불뱀 사냥 라이브로 한 단계 더 높은 곳에 올라야지.’
자신이 이제까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대신 앞으로 자신이 올라야 할 하늘을 바라봤다.
‘그래, 더 오르는 거다. 스타를 넘어 슈퍼 스타가 되는 거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가 여유를 가지며 아이템을 살펴봤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25레벨 이상
- 이름 모를 대마도사가 남긴 갑옷이다. 대마도사의 강력한 권능 중 하나가 담겨 있다.
- 근력 +31
- 체력 +29
- 지력 +254
- 마력 +211
- 모든 마법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 마법 시전 시 투사체 숫자 +1
"크으!”
옵션을 보던 미다스가 짧게 감탄을 토해냈다.
“정말 멋진 옵션이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리고는 옆에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는 세 동료를 향해 말했다.
“옵션 봐. 스탯부터 다르잖아? 그리고 이거 투사체 하나 더 추가해주는 옵션!”
하나하나, 새로 산 자동차의 옵션을 자랑하듯 아이템의 옵션을 자랑했다.
“이거 스킬로도 없는 거거든.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에서 이런 옵션이 없어요. 애들아, 내가 이 정도야. 이 정도 템을 이제는 보수로 받는다니까? 응? 너네들 주인님이 이렇게 대단해요.”
그 때문이었다.
“와우! 역시 레전더리는 다르네. 숨겨진 옵션이 있네? 어?”
제법 시간이 흐른 후에야 미다스의 시선이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그 가장 하단에 있는 숨겨진 옵션에 이르게 된 것을.
“히든 옵션이 있었어?”
그렇게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그곳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표정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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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변을 향해 말했다.
"......애들아 나 잠깐 로그아웃해서 청심환 좀 먹고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