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화. < 43화. 새 파트너 (4). >
10.
라이브에서 위험한 순간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는 순간, 그 자체가 아니었다.
라이브에서 해프닝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중요한 건 해프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BJ의 반응이었다.
아즈모,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그가 남긴 말이 만들어낸 해프닝도 그러했다.
‘아.’
그러한 상황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미다스 입장에서 그 순간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예, 좋은 곳에 잘 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아는 척하자.’
사전에 이미 아즈모와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와 어떠한 합의가 된 것처럼 입을 맞추는 것.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이 그 대화에 놀랐다.
- BJ대마도사랑 아즈모랑 무슨 거래한 모양인데?
- 둘 모두 거물들이니까 엄청난 빅딜을 했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BJ대마도사와 아즈모 아닌가?
- 잘 쓰라고? 그렇다는 건 아이템을 줬다는 건가?
- 아즈모가 다른 누구한테 아이템을 주다니, 이거 최초 아닌가?
더욱이 아즈모는 자기 손에 들어온 아이템을 단 한 번도 자기 손 밖으로 내보낸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아이템을 준다면 최초의 사건인 셈.
- 그 소문이 사실인가?
ㄴ 무슨 소문?
ㄴ 아즈모가 BJ대마도사한테 10억 달러짜리 무언가를 베팅했다는 소문!
ㄴ 미친, 10억 달러라니, 구라도 정도껏 쳐야지!
자연스레 즉석에서 다양한 루머들이 대량으로 생산되었고, 분위기 역시 어수선하게 변했다.
‘선더볼트는 나중이다.’
그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는 선더볼트의 데뷔전은 다음으로 미루었다.
‘지금 써봤자 안 하니만 못해.’
여기서 선더볼트를 보여주는 건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방송 마무리할 때야.’
무엇보다 이제는 라이브 방송의 마무리를 준비할 때였다.
이제 곧 올 테니까.
퀘스트를 마무리해줄 NPC가.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대답하듯 NPC움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다크 울프의 사체가 그림자처럼 너부러진 곳, 그곳에서 밝게 빛나는 만월의 열매 아래에 등장한 NPC움타가 멍한 눈으로 땅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바로 그 NPC움타를 줌인 했다.
그러자 채팅방에 감탄이 쏟아졌다.
- 누구지?
- 다크 엘프 소년 같은데?
- 와, 그림이다, 그림. 화보가 따로 없네.
-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네.
갓워즈에서 다크 엘프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며, 개중에서도 엘프 소년 소녀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
그런 다크 엘프 소년이 밤숲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는 열매 아래에서 슬픔에 젖은 표정을 짓고 있으니, 모두가 주목하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광경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라이브를 종료합니다.”
그 말에 어수선하던 채팅창 분위기가 하나로 뭉쳤다.
- 라이브 계속해줘요!
- 엘프 미소년을 보여달라!
- 럭키랑 엘프 미소년 투샷을 보여달라!
- 골드랑 럭키랑 엘프 미소년 쓰리샷을 보여주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라이브 방송을 계속해달라!
그 외침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퀘스트 과정을 보여주는 건 계약 위반이거든요. 제 얼굴을 봐서라도 봐주십시오.”
이어진 그 말에 시청자들이 다시 한 번 한 마음으로 외쳤다.
- BJ대마도사 얼굴은 딱히 보고 싶지 않은데…….
- BJ대마도사 얼굴 볼 바에는 그냥 방송 끄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 엘프 미소년보고 힐링된 눈에 BJ대마도사를 뿌릴 순 없지.
- 눈 썩기 전에 빨리 방송 종료하시죠!
굳이 얼굴 보여줄 필요 없이 방송을 끝내라고.
그 대답에 미다스가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라이브가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11.
"후우."
라이브 종료를 마친 미다스, 그가 짧게 숨을 돌리며 이내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제 더 이상 몬스터는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 NPC움타 뿐.
그 모습을 본 미다스가 머릿속을 정리했다.
‘아즈모 건은 일단 무시.’
자신이 해야 할 우선순위를 정했다.
‘퀘스트 보상이 먼저야.’
그렇게 순위를 정한 미다스가 NPC움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NPC움타가 그러한 미다스의 접근을 눈치챈 건 미다스가 지척에 온 후였다.
“감사합니다.”
미다스가 다가오자 이내 고개를 돌려 감사함을 표하는 NPC움타의 목소리에는 울먹임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덕분에 아버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그 말과 함께 NPC움타가 자신이 등에 멘 가방에서 작은 책자 하나를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입니다. 부디 은인께 도움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미다스가 그렇게 건네받은 것을 지그시 바라봤다.
[마스터 스킬북(레전더리)]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진짜 이게 손에 들어올 줄이야.’
그러나 막상 물건을 손에 쥐었음에도 미다스는 지금 이 상황을 실감할 수 없었다.
드래곤즈 아이를 시작으로 사역마를 지나, 가디언까지, 자신이 가진 레전더리 등급 스킬 중 어느 스킬에 써야 할까?
실감이 가지 않아 그러한 고민조차 들지 않을 지경.
스으으!
그렇게 멍하니 보상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그 소리와 함께 만월의 열매가 내뿜는 빛 위로 고스트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등장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왔네.’
NPC나타르사가 등장하는 순간이었으니까.
“아버지!”
'응?'
그러나 이어진 NPC움타의 말에 미다스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NPC움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바닥에 내려온 고스트는 NPC움타 앞에서 말했다.
“많이 자랐구나.”
“일찍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 모든 건 신을 부정한 내게 내려진 신벌. 도리어 너마저 그 신벌의 희생양이 되어 미안하구나.”
그때였다.
“은인 덕분에 아버지를 뵙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던 NPC움타가 미다스를 보며 말했고, 그 모습에 NPC나타르사도 미다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장갑과 머리띠를 가진 것을 보니 이미 다른 둘은 만난 모양이군.”
NPC나타르사의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둘이 무엇을 말해주던가?”
“다른 두 당신께선 수호자의 증표를 모아 누명을 벗겨달라는 부탁을 하셨을 뿐입니다.”
“그뿐인가?”
“이름 잃은 신 때문에 그리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내가 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탐하게 됐는지는 들었는가?
대답 대신 미다스가 고개를 흔들자 NPC나타르사가 그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네. 우드 빌리지에 갑자기 위협이 왔고, 수호자로서 보다 강한 힘이 필요했고, 그러다 이름 잃은 신을 알게 되었지.”
이름 잃은 신과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이후 그 힘에 취했었고, 결국에는 그 힘을 취했었네. 결국에는 그 힘 중 일부를 내 힘으로 만들었지. 그 순간 깨달았네. 신의 힘을 얻는 순간, 내가 모시던 신은 나를 외면한다는 것을.”
갓워즈의 설정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이 모시는 신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런 상황에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추구한다면, 본래의 신으로부터 버림받는 건 당연지사.
아니, 버림만 받으면 다행이었다.
신이 자신을 배신한 신도를 그냥 놔둘 리 만무.
“그 후에 신벌을 받고, 이러한 처지가 됐지.”
NPC나타르사는 신을 배신한 대가로 죽지도 못하는 몸뚱이가 되었고,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그의 유품들은 그 누구도 쉬이 찾을 수 없도록 강력한 괴물들 속에 놓였다.
“누명을 벗기기는커녕 아들을 만나는 것도 할 수 없는 처지.”
증표를 모아 자신의 누명조차 벗어던질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아들조차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NPC나타르사가 말한 신벌이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추구하는 자들에게는 그것이 필요했다.
“허나, 그 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
미다스의 인벤토리 안에 있는 용의 알.
“그 알이 있다면 굳이 자네가 스스로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취할 필요가 없을 테니.”
그것이 이름 잃은 신의 힘을 찾는 것을 가능케 해줄 테니까.
“내 이야기는 여기 까지네. 더 이상의 이야기는 자네에게 그리 중요치 않을 테니.”
그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만월의 열매가 맺힌 나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 나무의 뿌리, 그 끝에 내 마지막 유물이 있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떴다.
[수호자의 마지막 유산]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수호자의 마지막 유물을 찾아낸 후 나타르사의 부탁을 들어주어라!
- 퀘스트 보상 : 수호자의 갑옷
!퀘스트 완료 시 ‘수호자의 비밀 연구실’ 진행 가능
그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내려 조금 전 NPC움타가 보았던 곳을, 땅 아래를 보았다.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수호자의 갑옷]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115레벨 이상
- 수호자 나타르사의 갑옷이다. 착용한 이의 마법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 근력 +68
- 체력 +79
- 지력 +235
- 마력 +177
- 공격력 +18
- 모든 마법 데미지 +10퍼센트
- 마법 시전 시 투사체 숫자+1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땅 아래에 놓인 자신의 새로운 아이템을.
‘맙소사.’
그것을 본 미다스는 기겁했다.
‘투사체 추가.......'
투사체 추가, 말 그대로 날아가는 마법들의 개수가 늘어나는 옵션이었다.
인페르노나, 선더볼트, 쇼크 웨이브 같은 마법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파이어 애로우나, 파이어볼, 파이어 스피어의 개수가 2개가 된다는 의미!
놀라운 옵션이었다.
그만큼 희귀한 옵션이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과 똑같은 옵션이잖아!’
아즈모, 그가 가진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공개하기 전까지는 존재 자체도 몰랐던 옵션!
‘대박이다.’
더욱이 아즈모가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을 손에 넣은 이후 그 아이템을 손에 넣은 이는 공식적으로 없었다.
그러한 아이템을 눈앞에 둔 미다스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럼 나무를 쓰러트려야겠네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미다스의 모습에 NPC나타르사가 말했다.
“자네 힘으로는 힘들 수도 있네. 이 나무는 쉬이 벨 수 없네. 내 증표를 거름 삼아 자라난 놈이니까. 강력한 전사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그 말에 미다스가 웃으며 인벤토리에서 도끼를 꺼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 특기가 물리 마법입니다.”
12.
“최고 시청자 143만 명입니다!”
동료 직원의 말에 라이징 스타 라이브 방송실에 모인 직원들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저번보단 낮네?”
이번 시청자 숫자는 저번에 비해 20만 명 이상 줄어든 수치였다.
그럼에도 그 사실에 큰 우려를 하는 이들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그때는 사전 예고였고, 이번에는 긴급하게 30분 전에 시작한 방송이니까.”
“오히려 140만 명 넘은 게 대단한 거지. 이 정도면 언제 어느 순간 라이브를 해도 100만 명은 찍는다는 거니까.”
사전 예고가 아니었던 것을 고려하면 도리어 이번 시청자 숫자는 매우 놀라운 수치였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모두의 관심사는 시청자 숫자가 아니었다.
“블루불 광고라…… 그거 올라오는 순간 감마 제약 주식 살짝 빠지는 거 같던데?”
“그보다 아즈모랑 나눈 대화 의미가 뭐지?”
“뭔가 엄청난 게 일어나는 모양이야.”
블루불 광고 그리고 아즈모가 남긴 의미심장한 말, 모두의 관심사는 그것이었다.
자연스레 직원들의 이목이 사장인 박영준에게 집중됐다.
그 직원의 시선 속에서 박영준은 말없이 자신의 앞에 놓인 모니터만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보이는 화면은 다름 아니라 G베이 사이트였다.
그는 그 화면을 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이번 광고비가 오기를.
‘이걸로 아즈모 역시 새 파트너가 됐다.’
동시에 아즈모란 인물이 라이징 스타 채널의 새 파트너가 됐다는 증표가 오기를.
‘정확히는 파트너 중 하나이지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즈모와 오롯하게 손을 잡는 건 아니었다.
사업과 도박판에서 승리하는 최고의 비결 중 하나는 아군과 잡은 손을 놓고, 적과 잡을 수 있는 결단력이었으니까.
‘어쨌거나 당장 판매는 불가능하겠군.’
당연한 말이지만 그러한 아이템을 판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G베이에 올라오는 순간 아즈모에게 당신과 잡은 손을 놓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기에.
‘뭐, BJ대마도사가 돈이 급하다고 이걸 팔 리도 없고.’
물론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박영준은 다른 고민을 했다.
‘내가 할 고민은 이다음이지.’
BJ대마도사는 분명 말했다.
이 판에 대한 모든 전권을 박영준, 자신에게 위임했다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박영준이 알아서 판을 벌여도 된다는 의미.
‘새 파트너가 생겼으니, 새 파트너와 함께 빅 이벤트 하나는 치러야지.’
생각을 마친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맛이지.’
드디어 메이저 무대에 올라서 판을 주도한다는 것.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득함을, 그러나 특별한 이들에게는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는 무대였다.
박영준의 경우에는 당연히 후자였다.
그렇게 짜릿함을 느끼던 박영준이 보던 화면에 변화가 왔다.
‘도착했군.’
아즈모, 그로부터 약속된 물건이 도착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