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 43화. 새 파트너 (2). >
4.
흔히 말한다.
너무 놀라면 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지금 미다스의 상태가 그러했다.
‘와! 우와!’
감탄이 너무 거대한 나머지 그 감탄이 쉽사리 목구멍을 나오지 못한 채 가슴 속에서만 메아리쳤다.
그 정도였다.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라니!’
이번에 걸린 보상은 이제까지 나름 득템 맛 좀 보며 그 맛에 익숙해진 미다스를 놀라게 할 정도로 대단한 놈이었다.
그리고 그럴 만했다.
‘가만, 레전더리용 마스터 스킬북이 세상에 나온 적이 있었나?’
그가 알기로 레전더리 스킬 전용 마스터 스킬북은 현재까지 등장한 바가 없었다.
최고의 보상을 주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도 받기 힘든 만큼 가치 있는 보상이었으니까.
당장 저번에 미다스가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을 받을 때 조건이 죽지 않고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건 마냥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가만, 이 정도 보상이라면 난이도가 헬모드라는 건데……'
필시 이번 퀘스트 난이도는 미다스가 이제까지 마주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중에서 역대급 난이도를 자랑할 터.
최소한 트리플 헤드 트롤 때보다 더 어려울 게 분명했다.
‘그래, 로우 리스크 로우 리턴보단, 리스크 감수하고 크게 가는 게 낫지. 아무렴. 이 정도 보상이면 감수할 만하지.’
그러나 보상을 생각하면 마땅히 감수할 일이었다.
‘보는 입장에서도 난이도가 높은 게 훨씬 더 재미있을 테고.’
더 나아가 라이브 방송을 생각했을 때도 난이도가 높은 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라이브 방송에서 플레이어의 실력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건 몬스터의 난이도였으니까.
슈퍼 스타들과 보통의 스타들 사이의 차이점 역시 그것이었다.
슈퍼 스타들은 모두가 생각해도 어렵다, 라고 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했다.
‘어설픈 보스 몬스터보다는 보는 순간 혀를 내두를 만한 강력한 놈을 상대하는 게 훨씬 임팩트가 커.’
이미 충분한 오버 스펙을 이룩한 미다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오버 스펙을 더 돋보일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을 터였다.
최소한 스타, 그 이상을 꿈꾼다면 마음가짐만큼은 그래야 했다.
‘거기에 유니크 마스터 스킬북까지.’
더욱이 지금 미다스의 수중에는 이미 유니크용 마스터 스킬북이 손에 들어온 상황이었다.
이 역시 엄청난 것이었다.
‘뭐에 쓰지? 롱토스? 아니면 발리스타? 더블 캐스팅?’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
“놈은 만월이 매달리는 날에만 등장합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미다스에게 NPC움타가 보다 자세한 퀘스트 상황을 말해줬다.
“그날을 놓치시면 다시 만월이 매달리기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살짝 의문을 가졌다.
‘만월이라니, 밤숲은 하늘조차 안 보이는데?’
빛 한 점 들어오지 못하는 밤숲에 만월이라니?
이해하기 힘든 일.
그러나 미다스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 만월까지 남은 시간 59시간 58분 10초]
미다스의 머리 위에 뜬 문자가 말해주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무언가가 나오리라고.
‘오케이.’
그러니 미다스가 해야 할 건 전투를 대비해 최고의 전력을 준비하는 것, 그뿐이라고.
“부디 제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주세요.”
때문에 NPC움타의 말에 미다스는 이제 모든 만반의 각오를 마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기필코 갚아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마스터 스킬북만 잘 준비해주십시오!’
미다스의 각오 어린 대답에 NPC움타가 깊게 고개를 한 번 숙인 후에 이내 등을 돌렸고, 그러한 NPC움타의 모습은 이내 어둠 속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왕!
그렇게 NPC움타가 사라지는 순간 럭키가 다가와 미다스에게 머리를 비볐고, 미다스가 그러한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머리 위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59시간.’
그 시계 속 시간을 확인한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118레벨은 찍을 수 있겠군.’
5.
실력 좋은 플레이어의 조건 중 하나는 적응력이었다.
얼마나 빨리 사냥터에 적응하느냐?
그게 이유였다.
“BJ대마도사 봤어?”
“밤숲을 무슨 동네 뒷산처럼 다니더라.”
밤숲을 무대로 삼는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에 대해 더욱더 놀라는 이유는.
이미 그의 화력은 검증된바, 그에 대해서 더 이상 놀랄 건 없었다.
"밤숲에서 사냥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적응력이 장난이 아니야.”
"시간이 지날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그러나 BJ대마도사의 적응력 앞에서는 새삼스레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진짜 레벨이 다르네.”
"레벨보다는 차원이 다르다고 해야겠지.”
물론 실제로 미다스의 적응력이 천재 소리가 나올 만큼 대단한 건 아니었다.
만약 그런 재능이 미다스에게 있었다면 자신은 물론 형과 귀여운 조카에게 삼시 세끼 치킨을 사줄 수 있었을 터.
‘그때 개고생한 보람을 이렇게 느낄 줄이야.’
미다스에게 밤숲 사냥이 두 번째라는 것.
그게 그의 적응력의 비결이었다.
더욱이 그냥 두 번째가 아니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개고생이었지.’
기존에 있던 캐릭터를 잃어버리기 전, 미다스는 밤숲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었다.
‘개만도 못한 쓰레기 취급을 받았으니까.’
밤숲의 특성은 미다스가 가진 유일한 장점, 멀리 있는 걸 잘 맞출 수 있는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무대, 소리만 듣고 표적을 맞춰야 하는 이 무대는 미다스를 그저 그런 일반 마법사로 만들었다.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건 없었다.
문제는 그 무렵의 미다스는 게임에 모든 것을 올인하며,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던 프로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이었다.
어떻게든 게임을 해서 돈을 벌고, 그렇게 번 돈으로 자신과 가족을 먹여가며 살아남아야 하는 프로 플레이어.
그렇기에 마주하는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은 말도 표현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패턴을 연구하고, 심지어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분석하기 위한 매뉴얼마저 만들었었다.
밤숲이란 환경에서 제대로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역시 당연히 연구했다.
‘그때 여기 졸업하면서 괜히 지랄했구나, 했었는데……'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을 몸에 새기기 위해 연습했다.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그때의 노력이 이제는 정말 값진 결과물로 다가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업 알림, 그게 바로 그때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그러한 레벨업 알림이 들리는 순간 그리고 전투가 마무리 되는 순간 곧바로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118
- 성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588)/체력 (5+533)/지력 (592+942)/마력 (123+808)
- 잔여 스탯 : 4
언제나 봐도 감탄이 나오는 규격 외의 숫자들.
그러나 미다스는 그 숫자에 대해 감탄을 내뱉는 것보단 보너스 능력치를 지력에 투자한 후에 능력치창을 바로 닫았다.
그 후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신이 일찌감치 잡은 웨어 울프의 사체 앞에 섰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골드!"
“예, 주인님!”
미다스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골드가 잽싸게 켄타우로스의 몸을 이끌고 등장했다.
“무슨 명령이든 내려만 주십시오!”
그리고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내는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옷 벗어.”
오해하기 딱 좋은 명령.
“예! 바로 벗겠습니다!”
그러나 골드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입고 있는 모든 아이템을 하나둘 벗기 시작했다.
오해하기 더 좋은 광경.
물론 그 후에 오해할 만한 광경은 없었다.
골드가 벗은 아이템을 곧바로 인벤토리에 집어넣은 미다스가 웨어 울프 앞에 섰다.
“가디언 소환.”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알림이 들렸다.
[웨어 울프를 가디언으로 삼으시겠습니까?]
“예."
그 알림에 대답하는 순간 골드의 켄타우로스의 황금빛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이후 그대로 켄타우로스의 몸이 무너졌다.
동시에 무채색의 마네킹 비슷한 형태였던 웨어 울프의 사체의 몸에 색이 깃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죽은 웨어 울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일어난 웨어 울프가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미다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새로운 몸으로 주인님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아낌없이 불사르겠습니다!”
골드가 새로운 몸을 얻는 순간.
그것을 본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너무 강해서 문제가 될 줄이야.’
가디언은 어느 몬스터든 100마리 사냥을 하면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 몬스터의 레벨이 스킬 사용자의 레벨보다 10레벨 이상 높으면 안 된다는 것.
웨어 울프의 경우에는 몬스터 레벨이 128레벨이었다.
즉, 미다스 입장에서는 118레벨이 되어야 웨어 울프를 베이스 삼아 가디언을 새로이 소환할 수 있는 셈.
사실 이 문제는 보통은 고민할 문제가 아니었다.
밤숲에 오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130레벨 이상이었으니까.
‘별에별 문제가 다 생기네.’
그저 미다스의 강함이 규격 외이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즐거운 문제였다.
갓워즈의 수억 명이 넘는 플레이어 중에 이러한 고민을 마주하는 건 미다스뿐일 테니까.
“새로운 몸은 어때?”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말과 함께 골드가 그 자리에서 도약을 하자, 그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한 번 날뛰어봐.”
이후 미다스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골드가 단숨에 나무를 타고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2미터가 넘는 신장에서 나오는 탄력 넘치는 모습은 켄타우로스가 보여주는 느낌과 전혀 달랐다.
당연한 일이었다.
‘웨어 울프가 켄타우로스보다는 훨씬 강하지.’
플레이어로 따지면 20레벨 이상이 바로 오른 격.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새로운 몸에는 새로운 템을 꺼내야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갑옷 하나를 꺼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 갑옷]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23레벨 이상
-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다. 매우 강인하며 동시에 매우 가볍다.
- 근력 +177
- 체력 +122
- 지력 +39
- 마력 +55
- 공격력 +10
- 물리 방어력 +10퍼센트
- 마법 방어력 +10퍼센트
- 이동 속도 +10퍼센트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70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공격력 +21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생존 본능 스킬 사용 가능(쿨타임 60분)
꺼낸 것은 저번에 트리플 헤드 트롤을 잡고 얻은 세트 아이템.
레전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놀라운 옵션을 가진 아이템이었다.
‘세트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다면 내가 차는 게 맞지만……'
사실 본래는 미다스가 착용할 속셈이었다.
문제는 트리플 헤드 트롤 세트 아이템의 부위들이었다.
‘하필이면 상의, 하의, 장갑, 투구일 줄이야.’
현재 수호자의 장갑과 수호자의 머리띠를 착용한 미다스의 입장에서는 세트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 두 가지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미다스는 아이템을 개봉할 때도 지력과 마력이 아닌 근력과 체력이 높게 나오는 것을 골랐다.
오로지 골드를 위해 마련한 아이템인 셈.
그러한 아이템을 미다스가 차근차근 골드에게 주었고, 이내 골드가 모든 아이템을 착용했다.
2미터를 넘기는 웨어 울프가 잿빛 가죽의 옷을 입은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밤숲의 보스 몬스터라고 보일 정도.
“주인님의 이 은총, 주인님의 명예를 드높이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그 사실에 골드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감격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슬쩍 옆에서 이 광경을 바닥에 엎드린 채 바라보는 럭키를 바라보았다.
넌 이런 거 없지?
그렇게 자랑하듯이.
하지만 그 사실에 미다스는 이렇다 할 감흥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명 지금 골드의 모습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트리플 헤드 트롤의 가죽 세트는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등장한 바 없던 아이템!
그러나 미다스가 준비한 진짜배기는 따로 있었다.
“골드, 받아."
미다스, 그가 인벤토리에서 단검 하나를 꺼낸 후에 그것을 골드에게 건네주었다.
그제야 비로소 미다스는 감탄한 기색을 드러냈다.
‘안 팔고 가지고 있길 잘했어.’
그 기색을 드러낸 채 고개를 들어 머리 위 시계를 확인했다.
[ 만월까지 남은 시간 9시간 58분 10초]
그 시계를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 자고, 내일 사냥을 시작하면 되겠군.’
6.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앞두고 대부분의 길드들은 사전 예고를 하지 않는다.
그게 일반적이었고,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달랐다.
- 요즘 BJ대마도사 너무 조용하네?
- 이제 슬슬 뭐 하나 터뜨릴 때 되지 않았나? 사전 예고 없었어?
언제나 거대한 태풍을 예고하던 그가 잠잠하단 사실에 사람들은 의문을 가졌고, 그 의문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내놓았다.
- 게임오버 당한 거 아니야?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밤숲에서 미친 듯이 사냥한다던데? 어제까지도 아주 쓸어버렸다던데?
ㄴ 미친 듯이 사냥한다는 건 레벨업 한다는 거잖아? 그럼 뭔가 하긴 한다는 건데…….
그 무렵이었다.
- 라이징 스타 채널에 라이브 방송 예고 올라왔어!
드디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이 예고됐다.
- 30분 후에 BJ대마도사 보스 몬스터 레이드야!
예고 시점은 방송 시작 30분 전.
앞서 말했듯이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이들, 심지어 10대 길드조차도 중요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앞두고는 대개 30분 전에 방송을 예고했다.
아니, 유명 길드일수록 더더욱 방송 시점을 극비리에 취급했다.
그들이 도전하는 대상들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잡아본 적 없는 괴물들, 레이드에 모든 것을 집중해도 사냥을 확실할 수 없는 미증유의 존재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
그런 괴물을 상대로 변수의 여지를 남기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했다.
그게 이유였다.
- 30분 전이라면, 이번 레이드 BJ대마도사한테도 쉽지 않다는 의미 아닐까?
- BJ대마도사 성격상 쉬웠으면 30분 전이 아니라 30일 전에 예고하고도 남았지.
- 그렇지. 트리플 헤드 트롤 잡을 때도 아주 대놓고 사전에 예고했으니까.
- 확실해, 이번 거 역대급 난이도 나온다!
30분 전 예고에 시청자들이 도리어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을 품게 된 이유는.
자연스레 사전에 만들어진 채팅방으로 무수히 많은 시청자들이 접속했다.
- 오늘은 또 뭘 보여줄까?
- 오늘은 실패하는 거 보여줄 듯?
모인 이들이 방송 시작을 앞두고 저마다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 10초 남았다.
이윽고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그 숫자가 0이 됐을 때,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고 모두는 볼 수 있었다.
- 어?
- 뭐야?
웨어 울프 한 마리, 그 앞에서 바닥에 쓰러져 있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 BJ대마도사가…… 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