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화. < 43화. 새 파트너 (1). >
1.
“이것으로 방송을 마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방송 중인 채널이 비공개로 전환되었고, 채팅창을 가득 채운 시청자들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제야 미다스는 가볍게 주먹을 꽉 쥐는 것으로 작은 세레모니를 했다.
‘계획대로다.’
이번 방송으로 인해 미다스가 노리는 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음 라이브 방송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
‘필시 모두의 뇌리에는 오늘 전투 방식이 각인됐을 거다.’
다른 하나는 시청자들에게 BJ대마도사의 지금 이 전투 스타일을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적어도 오늘 라이브를 본 시청자들은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인페르노 마법을 비롯한 강력한 마법을 강렬하게 기억할 터.
‘모두가 인페르노를 기대할 때 선더볼트가 떨어지면, 그 순간 게임은 끝이지.’
선더볼트의 데뷔전으로 그보다 더 강렬한 데뷔전은 없을 터.
‘내가 생각해도 완벽해. 광고주가 감격한 나머지 추가 보너스를 줄 정도로.’
그러한 계획을 떠올리는 미다스의 가슴이 기대감에 부풀 무렵, 이제는 비공개방이 된 채팅창 안으로 한 명이 입장했다.
[와튼 님이 접속했습니다.]
‘사장님?’
그것을 본 미다스가 채팅방에 집중하는 사이 채팅이 올라왔다.
- 와튼 : 오늘 라이브도 잘 봤습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대단하십니다.
그 반응에 미다스가 감격했다.
물론 그 감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하수나 할 법한 짓은 하지 않았다.
“굳이 억지로 칭찬하실 필요 없습니다. 정말 볼 것 없는 라이브 방송이었으니까요. 솔직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말고 다른 걸 방송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죠.”
‘여기서 더 강한 모습을 보여드려야지.’
나의 수준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다!
배포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실력이 넘치고, 자신감도 넘치는 이만이 초일류가 될 수 있다, 그게 프로의 세계이지.’
겸손이 미덕이 아닌 세계가 프로의 세계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을 가진 이는 그 실력에 걸맞은 자신감과 포부를 보여줘야 했다.
그래야 그 프로와 함께 하는 이 역시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할 수 있기에.
그렇게 포부를 밝힌 미다스가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습니까? 직접 접속하시는 걸 보니, 급히 할 말씀이 있으신 것 같은데?”
그저 칭찬 한 번 하려고 접속하진 않았을 터.
- 와튼 : 최근 BJ대마도사님에 관련된 이야기는 알고 계시죠?
“관련된 이야기요?”
그 질문에 미다스가 짧게 생각했다.
‘솔로 선언한 거, 그거 말하는 건가?’
자신과 관련된 소문들 몇 개를 떠올린 미다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당연히 알죠. 뭐, 크게 신경 쓰고 있진 않습니다.”
그 대답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 하나가 더 왔다.
- 와튼 : 이번에 블루불 쪽에서 광고를 받을 생각인데, 괜찮습니까?
“블루불이요?”
그 질문에 미다스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블루불? 감마 제약이 아니라?’
물론 잠시뿐이었다.
‘아!’
미다스는 바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블루불 쪽에서 세게 베팅했구나!’
감마 제약과 블루불은 라이벌 관계, 그런 와중에 블루불의 광고를 받겠다는 건 그쪽에서 감마 제약과의 커넥션을 접게 될 만큼 아주 강력한 제안이 왔다는 의미.
‘거절하기엔 너무 큰 돈이 왔구나!’
그 사실에 이르는 순간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꽤 크게 베팅한 거 같은데…… 솔직히 액수 같은 건 관심 없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쪽에서 편한 쪽으로 처리해주세요.”
‘당연히 빅딜에 충성해야지.’
도리어 그 대답을 하는 순간 미다스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그보다 내 의견을 구하려고 이런 자리를 만든 건가? 일부러 이 논의를 하려고 사장님이 직접 채팅을 했다고?’
지금 이 상황을 보건데 라이징 스타 채널 쪽에서는 좋은 제안이 왔음에도 바로 수락하지 않고 미다스의 의견을 알아보려고 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었다.
그만큼 자신을 배려해준다는 의미 아닌가?
‘일처리가 이렇게 되면 급할 때 문제가 생겨.’
그러나 조직의 미래를 놓고 봤을 때는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의사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법.
야구 경기만 해도 그랬다. 감독이 선수의 의견을 일일이 물어서 작전을 짜는 경우는 없었다.
감독은 작전을 짜고, 선수는 그것을 실행하는 것.
그러한 심플한 관계가 최고의 효율을 만들었다.
“굳이 그런 부분까지 제 의견을 신경 쓰실 일은 없습니다. 라이징 스타 채널과 계약한 건, 누구보다 그러한 일을 잘 처리해주리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니까요.”
- 와튼 : 전권을 위임하시겠다는 겁니까?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미 예전에 드렸는데, 또 드려야 합니까? 필요하면 얼마든지 드리죠.”
말을 하던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고, 곧바로 채팅이 왔다.
- 와튼 : 예, 그럼 실망시키지 않고 처리하겠습니다.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내 채팅창도 사라졌고, 방송도 끝이 났다.
그 순간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이야, 사장님 참 좋으신 분이네. 이렇게까지 날 신경 써주고 말이야. 안 그래 럭키야?”
왕!
럭키가 크게 짖었다.
“골드, 네 생각은?”
“아무렴요, 주인님의 주인님 아닙니까? 매우 위대하신 분일 것이 분명합니다!”
이어진 골드의 다부진 각오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렇게 좋으신 분을 실망시킬 순 없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사냥터를 바라봤다.
‘이번주 내에 모든 준비를 마친다.’
2.
갓워즈의 무서운 점은 그 어떤 소문과 태풍도 오래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BJ대마도사의 것도 그러했다.
솔로 선언, 그리고 시작된 라이브 방송은 분명 여러모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 이후 더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탐험가 길드, 새로운 무대를 발견하다! ]
[어비스 길드, 데몬 리치 최초 레이드 도전!]
그중에서도 10대 길드가 만들어내는 폭풍 앞에서 BJ대마도사가 만든 폭풍은 이름조차 희미해졌다.
물론 그 사실에 미다스는 실망하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지.’
하늘 위의 별이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별이 되더라도 끝이 아니었다.
하늘에 무수히 많은 별, 그중에서도 모두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 슈퍼 스타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보통의 별들은 그러한 슈퍼 스타의 빛에 밀려 존재감이 줄어들었으니까.
‘결코 바꿀 수 없는 현실.’
미다스는 그 사실을 프로야구선수 시절에 깨달았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까마득한 하늘 위에 있는 스타 플레이어들도 슈퍼 스타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것을 봐왔다.
‘그럼 그 현실에 순응하는 수밖에.’
때문에 그는 그 사실에 역행하지 않았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더 높은 곳으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듯, 차근차근 자신이 할 수 있는 단계를 밟아 나갔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지루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다.
과거 계단을 올라설 자격조차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이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일이었으니까.
“역시 게임은 솔플이지. 잡템값만 해도 생활비 끝이다!”
오히려 미다스는 이 과정을 즐겼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웨어 울프 333마리를 처치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종국에 미다스가 퀘스트를 완료했다.
그 순간이었다.
크르르!
“주인님, 무엇이 옵니다!”
쉴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는 순간 미다스를 향해 낌새가 오기 시작했다.
이 순간 미다스도 긴장감을 다졌다.
‘바로 보스 전이냐?’
퀘스트 정보에 따르면 웨어울프 333마리를 잡는 순간 퀘스트가 완료되며 복수자가 붙는다고 했다.
‘아니면 도우미냐?’
그 복수자가 몬스터인지 NPC인지는 불명치 않은 상황.
‘정황상 NPC일 확률이 높지만.’
물론 숨겨진 퀘스트 보상이 마스터리 스킬북인 것을 고려하면 NPC일 가능성이 컸다.
몬스터가 와서 그 보상을 줄 리는 없을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은 곧바로 적중했다.
끼이이!
화살 한 발이 귀곡성을 내며 미다스의 머리, 그 위를 가볍게 스쳐 지나갔다.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화살.
저벅저벅…….
그 화살 소리가 사라질 무렵에 밤숲의 어둠 너머에서 발소리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싸울 생각은 없습니다.”
등장한 이는 엘프였다.
검은 피부, 그 위로 짐승의 붉은 피로 그린 문양이 가득한 엘프의 외모는 앳됐다.
사람으로 따지면 13세나 됐을까?
“움타라고 합니다.”
그라기보다는 소년이란 표현이 어울릴 법한 엘프, NPC움타가 미다스 앞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채 말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뿐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옅게 미소를 지었다.
‘A시나리오네.’
미다스는 퀘스트 정보를 보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시나리오로 준비해두었다.
‘나에게 복수를 대행할 생각이겠지.’
그중에서 A시나리오의 내용은 미다스의 사냥 능력을 본 NPC가 그에게 복수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그 복수의 대상은 당연히 보스 몬스터가 될 터 .
그 예상대로였다.
“당신의 실력을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당신께 부탁이 있습니다. 부디 제 부모님을 죽인 그 괴물을 잡아주십시오.”
예상한 그대로의 말이 나왔고, 그 사실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여유 넘치는 모습을 갖추었다.
‘완벽하군.’
예상대로 흘러가는데 여유를 가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내가 당신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이유는?”
‘이번에는 내가 갑이다, 이거지?’
그렇기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그의 모습에 NPC움타가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말했다.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하나는 당신이 수호자의 증표를 2개나 가지고 계시다는 것.”
그 순간이었다.
NPC움타가 품속에서 무언가를 하나 꺼낸 후에 그것을 슬그머니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제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다는 것.”
그 말에 미다스가 시선을 내려 바닥에 있는 것을 보였다.
‘마스터리 스킬북이다!’
유니크 등급 스킬을 올려주는 마스터리 스킬북!
그것을 본 미다스는 입가가 미소로 찢어질 만큼 기뻤다.
그러나 애써 그것을 참으며, 이제는 기세등등한 수준을 넘어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싫다고 한다면?”
한 번 튕겼다.
“그렇다면 그냥 이것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대신 제 이야기를 들으실 수 없으실 겁니다.”
그제야 미다스가 선심을 쓴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탁이 뭔지는 들어보지.”
그 말에 NPC움타가 고개를 한 번 깊게 숙인 후에 울분을 간신히 참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다크 울프를 처치해주십시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가 떴다.
[복수자]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1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푸른 달이 뜨는 날 다크 울프가 등장한다. 움타만이 그 위치를 알고 있다. 그의 복수를 위해 다크 울프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리 스킬북(레전더리)
!퀘스트 완료 시 ‘수호자의 마지막 유산’ 퀘스트 진행 가능
그러한 퀘스트 내용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레전더리라고? 마스터리 스킬북인데?’
상상조차 못했던 보상에 미다스의 사고가 그대로 정지했다.
“잡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런 미다스에게 NPC움타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미다스가 NPC움타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움타 님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당연히 잡아야죠. 움타 님의 부모님을 죽인 이 사악한 늑대를 제가 잡아서 오체분시 해드리겠습니다. 필요하면 더 잘게 썰어드리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당연히 해야죠. 제가 기필코 이 놈을 잡아 움타 님의 복수를 이룩해드리겠습니다!”
‘다크 울프, 아주 그냥 도륙을 내주마! 넌 끝이야!’
미다스, 그가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각오를 다지는 순간이었다.
3.
어비스 길드의 본사.
그곳에 있는 직원들에게서는 느긋함이 보였고, 여유가 넘쳤다.
마이애미 해변이란 멋진 휴양지를 코앞에 두었다는 것, 그것의 그러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어비스 길드 본사가 어느 때보다 긴장감으로 넘치는 때가 있었다.
“레이드 상황 어때?”
어비스 길드 1군, 어비스 길드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들이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하는 날.
“무리 없이 3페이즈 진행 중!”
“시청자 숫자는?”
“5억 1백만 명 돌파!”
“다들 준비해!”
그러한 날 어비스 길드 본사는 전쟁이 나더라도 대처가 가능할 정도의 긴급 상태가 되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전력 상태는?”
“문제 없어.”
“통신망은?”
“깨끗해."
만약 정말 전쟁이 나서 전력 공급 차단이나, 긴급한 일이 생길 경우 대비해서 자체 발전 설비와 우회 통신망 인프라는 물론 그것을 다룰 인력마저 대기했다.
“경비팀 현재 상황 보고하라.”
“현재 그 어떤 위험도 감지되지 않는다.”
심지어 경쟁자가 전력 차단이나, 테러 등으로 현실에서의 레이드를 방해할 때를 대비해 사설 경비팀마저 운영하고 있었다.
특히 오늘 레이드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데몬 리치는 이제까지 잡은 이가 없어. 이거 잡으면 최초의 보스 몬스터 킬이야.”
“이거 망치면 한동안 지옥이다.”
실패가 곧 참사가 이루어지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이윽고 그들에게 소식이 들렸다.
“해냈다!”
“성공이다!”
레이드 성공을 알리는 소식.
그 사실에 어비스 길드를 가득 채운 모든 직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개인용 캡슐방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캡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멀린도 그중 한 명이었다.
푸슈!
캡슐방에서 쓰는 것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최신형 그리고 맞춤형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곧바로 대기 중인 의사와 간호사 한 명이 그에게 달라붙어 검진을 시작했다.
“석류 주스로 해줘.”
그와 동시에 대기 중인 요리사 한 명이 멀린의 요청을 듣는 순간 그 자리에서 석류를 깐 후에 생과일주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접.
그러나 멀린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마땅한 대처였다.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어마어마한 돈이 오갔으며, 그가 내뱉는 말 하나가 엄청난 돈을 움직였으니까.
당장 레이드를 마친 이 순간 그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 언론사들이 지불하는 대가조차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덜컥!
그러한 멀린에게 첫 방문객이 등장했다.
그러나 등장한 이는 사전에 약속한 뉴욕 타임스의 기자가 아니었다.
“엠마."
매니저의 등장에 멀린이 그녀를 반갑게 마주하는 사이, 엠마가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몇 마디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중요한 이야기야?”
“개인적으로 부탁하신 거요.”
“아, 그거.”
개인적인 부탁, 그 단어 나오는 순간 멀린이 자신의 몸을 살피던 의사와 요리사를 향해 말했다.
“사적인 이야기라 잠깐 자리 좀 비워주시죠.”
"예."
그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방문을 나섰다.
덜컥!
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는 순간 멀린과 엠마의 표정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BJ대마도사의 다음 광고주는 블루불이 될 가능성이 커요.”
그 반응에 멀린이 놀라며 반문했다.
“블루불? 설마 그놈들이 선더볼트 스킬 카드를 확보한 거야?”
BJ대마도사가 광고비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를 제시했다!
그 소식은 이미 멀린도 들은 바.
“아뇨,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저희도 구하지 못한 매물이니까요. 그러니까 BJ대마도사가 그것을 제안한 거고."
“그래, 애초에 광고 받을 생각이 없었지.”
그러한 제안을 한 BJ대마도사의 의중도 이미 진작에 파악한 바였다.
“그런데 광고를 넣는다니, 무슨 수로?”
“블루불 쪽에서 BJ대마도사에게 매력적인 카드를 제시했어요.”
“매력적인 카드?”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멀린이 두 눈을 감은 채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름 모를 대마도사의 갑옷.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으로 현재까지 파악된 매물은 단 하나였다.
“아즈모.”
그리고 아즈모, 그가 바로 그 하나뿐인 아이템의 주인이었다.
“그렇게 팔라고 해도 안 팔던 걸 꺼내다니.”
그리고 그의 손에 들어간 이후로 그 누구도 가져본 적 없는 아이템이었다.
아즈모의 아이템 욕심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그러한 물건을 지금 꺼냈다?
“블루불과 어떤 거래를 한 거지?”
“알 수는 없죠. 분명한 건 블루불을 통해서 아즈모가 그 아이템을 전달하고, 그것을 BJ대마도사가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거예요. 즉, BJ대마도사는 메인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의 일부를 아즈모와 거래할 가능성이 커요.”
“혹은 그쪽에 붙을 수도 있지.”
이야기를 나누던 멀린이 감았던 눈을 떴다.
“아즈모 쪽에 붙으면 우리가 건드리기 힘들어져. 그 전에 처리해야 할 텐데?”
“다행히도 이 정도 선에서 그치는 걸 보면, BJ대마도사도 당장 아즈모에 붙을 생각은 없어 보여요.”
"사이에서 줄타기 하면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거겠지. 그리고 우리 쪽으로 끌어오려면......."
말을 뱉던 멀린이 이내 손가락으로 제 천장을 가리켜며 말했다.
“그래서 위에서는?”
“무엇이든 해라, 그게 명령이에요.”
그 대답에 멀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매수할 거예요.”
“매수? 누굴?”
“놈과 놈을 죽일 자들을요.”
그 말에 멀린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이제 진짜 전쟁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