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화. < 42화. 솔로 선언 (3). >
6.
[선더볼트]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강력한 번개를 떨어뜨린다. 번개에 맞은 대상은 잠시 동안 정신을 잃는다.
!선더볼트 마법으로 몬스터 444마리 처치 시 ‘날벼락’ 타이틀 획득
!선더볼트 마법으로 보스 몬스터 처치 시 ‘천벌’ 타이틀 획득
선더볼트.
100레벨 이하 모든 마법 중 단일 데미지 딜링으로는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스킬.
그러한 스킬을 마주했을 때 미다스의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자리에서 환호했다.
“나왔다! 씨발 벼락이 나왔다!”
밤숲,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미다스는 미친놈처럼 머리 위로 손을 휘저으며 춤을 췄다.
그러다가 이내 럭키를 발견한 미다스가 럭키 앞에서 행동을 멈추었다.
그 후에 곧바로 미다스가 럭키 앞에 절을 시작했다.
“럭키님, 부디 이 무지몽매한 자를 이끌어주시옵소서.”
왕?
그 모습에 럭키가 의문 가득한 울음소리를 내는 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먼 곳에 자리 잡은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 무리의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새끼들 다 뒈졌어.’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 선더볼트로 웨어 울프 네놈 대가리를 아주 그냥……'
그 순간이었다.
‘잠깐.’
당장에라도 마법을 쓰지 못하면 병에 걸릴 것 같은 기색이 드러나던 미다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
그 차갑게 식은 표정으로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이내 퀘스트창 하나를 띄었다.
[밤숲의 울음]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08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밤숲의 웨어 울프 333마리를 처치하라. 그리하면 당신에게 복수자가 붙을 것이다.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마스터 스킬북(유니크)
!퀘스트 완료 시 ‘복수자’ 퀘스트 진행 가능
현재 새로이 진행 중인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몇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다스가 결론을 내렸다.
‘이 스킬, 숨기자.’
새로이 얻은 스킬을 당장 사용하지 말자고.
‘아끼고 아낀 후에 보스 몬스터 레이드 마지막에 마무리 공격으로 쓰는 거야.’
그렇게 최후까지 숨기다가 조만간 있을 보스 몬스터 레이드의 마지막 순간에 쓰자고.
막연한 생각이 아니었다.
‘밤숲에서 사냥하는데 굳이 선더볼트를 쓸 필요는 없어.’
당장 미다스는 선더볼트 없이도 빠르게 사냥을 하는 중이었다.
굳이 이 히든 카드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할 필요는 없는 셈.
여기에 선더볼트 스킬은 데미지 자체는 인페르노 스킬보다 훨씬 더 강력한 스킬이었다.
‘쓰려면 보스 몬스터 잡을 때 써야지.’
그러한 스킬을 다른 누구도 아닌 말도 안 되는 능력치를 가진 미다스가 사용한다?
보스 몬스터의 HP를 10퍼센트 정도 날려버리는데 부족함이 없을 터.
실제로 선더볼트의 가치는 그것이었다.
‘그것도 마지막 페이즈를 앞두고 있을 때.’
보스 몬스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스킬!
‘진짜 아즈모 스타일이지.’
다른 누구도 아닌 아즈모가 그 방식을 가장 애용했다.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마지막 멘트도 떠오르고 있었다.
‘크으, 그래 그렇게 간 다음에 아즈모 님한테 말하는 거야. 아즈모 님을 위한 트리뷰트라고.’
과연 그것을 본 아즈모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무슨 반응을 보여주든 간에 보통 반응은 아닐 터.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림을 완성시킨 미다스가 고개를 들었다.
킁킁!
그리고는 코를 몇 번 킁킁 거린 후에 럭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럭키야, 너도 냄새가 나지?”
왕?
고개를 갸웃하는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다음 라이브 방송도 광고 대박이 날 거 같은 냄새가.”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좋아, 이렇게 된 거 약 좀 미리 팔아보자.”
7.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
그 선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그러한 관심에 BJ대마도사는 보여줬다.
- BJ대마도사 소식 들었어?
- 밤숲에서 솔로 플레이 잘한다던데?
-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깡패짓 수준이라던데?
자신이 내뱉은 것이 허언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음을.
자연스레 사람들은 믿었다.
- BJ대마도사가 밤숲에서 사냥하는 거 본 사람들이 저 정도면 파티플레이 정도가 아니라 그냥 다음 사냥터로 가도 되겠다던데?
- 진짜 10대 길드랑 수준이 안 맞아서 콜라보 제안을 거절한 듯.
- 솔플이 되는데 파플을 할 이유는 없지.
BJ대마도사와 관련되어서 나온 소문들이 허황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임을.
그렇기에 더더욱 모두가 관심을 가졌다.
- 그래서 스파이 영상은 언제 나옴?
- 누구든 좋으니 BJ대마도사 사냥 영상 좀 찍어봐!
과연 파티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무대에서 BJ대마도사가 어떤 식으로 사냥을 하는지.
그 무렵이었다.
-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하는 거 같은데?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예고되지 않은 방송이 켜졌다.
- 뭐? 진짜?
- 보스 몬스터 라이브야? 벌써?
- 일반 사냥 라이브 방송이다!
보스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 사냥 라이브 방송.
본래는 시청자 숫자가 평소의 반의 반에 미쳐도 이상할 게 없는 방송이었으나, 앞서 말한 요소들이 도리어 이 방송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이 미친 듯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그 사실에 미다스 본인이 도리어 놀랄 지경.
물론 놀람과 별개로 미다스는 방송을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BJ대마도사입니다. 오늘은 방송 제목처럼 일반 몬스터를 사냥할 겁니다.”
라이브 방송의 시작은 무미건조했다.
“사실 일반 사냥 따위를 라이브 방송으로 하는 건 제 취향에 맞지 않는 일이라서 딱히 텐션이 올라가진 않네요.”
등장하는 본인부터 시큰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시큰둥한 정도가 아니었다.
“솔직히 고작 일반 몬스터 잡는 거 가지고 방송하면서 실력 뽐내는 건 좀 그렇잖아요? 일반 몬스터 못 잡는 플레이어는 없잖아요?”
나는 정말 이 방송이 하기 싫다, 그러한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니 진짜 못할 짓이네요. 그러지 말고 오늘 힐링 방송이나 할까요? 럭키랑 함께하는 눕방.”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손짓을 하고, 럭키를 향해 가볍게 말했다.
“럭키야, 누워.”
그러자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에 납작 엎드린 후에 몸을 반 바퀴 굴리면서 그대로 배를 내밀었다.
“어때요? 보기만 해도 힐링되죠? 이것만 방송할까요?”
그러한 럭키를 바라보며 미다스가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물론 이 모든 건 사전에 준비한 시나리오였다.
‘자, 이런 거 보고 싶진 않잖아? 화를 내라고, 화를!’
미다스가 한 말처럼 일반 몬스터를 사냥하는 방송은 그리 인기가 많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시청자가 반의 반, 25퍼센트 정도 나오는 게 평균치.
그보다 더 치명적인 건 그 시청자와 별개로 이미지가 소모된다는 점이었다.
인기 있는 배우도 너무 영화에 자주 나오면 시큰둥해지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미다스는 이렇게 연기를 했다.
‘그래야 내가 보여주는 당위성도 생기고.’
시청자들 입자에서 일반 몬스터 사냥하는 걸 보고 싶다! 라는 말이 나오도록.
그러한 미다스의 노림수에 시청자들은 대답했다.
- 드디어 BJ대마도사가 우리가 원하는 걸 깨달았네.
- 그래, 우리는 럭키 힐링 방송을 원했어!
- 이 날을 위해서 후원금을 안 쏘고 버텼다. 이제부터 전부 토해낸다!
이 방송을 기다렸다고.
우스갯소리가 아니었다.
[BJ럭키12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312호팬 님이 10파운드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3312호팬 님이 1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팬 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그 선언이 나오는 순간 그리고 카메라가 바닥에 배를 내밀고 있는 럭키를 찍는 순간 이제까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후원금 러시가 시작됐다.
‘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바닥에 누운 럭키가 기분이 좋은 듯 소리쳤다.
왕!
그 외침에 시청자들이 대답했다.
- 까아, 럭키님!
- 럭키님이 후원이 부족하시댄다! 질러!
- BJ대마도사 따위보다 BJ럭키님 후원이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냐? 럭키팬들 모두 모여!
- BJ대마도사를 몰아내고 BJ럭키 님 단독 채널로 가즈아!
- 럭키! 럭키! 럭키!
앞선 후원금 러시가 무색해질 정도로 다시 한 번 후원금 러시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러면 안 되는데?’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분위기.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지그시 럭키를 바라보았고, 럭키가 그 모습에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어떻게 하지?’
미다스의 심정에 당혹감이 차오르는 순간.
아우우우!
그 순간 먼 곳에서 하울링 하나가 들렸고, 그 하울링 소리에 미다스가 소리를 내질렀다.
“아, 근처에 몬스터 있나보군요. 일단 저건 잡아야겠네요. 괜히 모여들면 귀찮으니까.”
그것을 기회 삼아 화제를 전환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 그래, BJ대마도사 넌 사냥하러 가고 럭키님은 여기 남겨둬라.
- 하든말든 관심 없음. 럭키님만 보여주면 됨.
- BJ럭키님, 거기 옆에 있는 못생긴 아저씨 좀 치워주세요!
여전히 럭키를 향한 러브콜이 넘쳤고, 미다스가 그 반응을 애써 무시하며 준비했던 대로 움직였다.
“자, 그럼 사냥 들어갑니다.”
그 말과 함께 사냥을 시작하는 순간 더 이상 럭키를 향한 외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8.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브 방송실.
"와."
그곳에서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이내 그 감탄사가 사방으로 전염되기 시작했다.
“우와.”
“맙소사.”
“지저스!”
온갖 종류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모인 이들 모두가 사전에 그 어떤 예고도 없이 모인 이들이었다.
방송 내용도 모른 채 갑작스러운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 요청에 모두가 모였다.
모인 후에야 BJ대마도사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몬스터 사냥 라이브를 하겠다고.
솔직히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대감은 없었다.
“깡패짓도 이렇게 압도적으로 하면 감탄이 나오는구나.”
“저렇게 압도적으로 사냥하는 건 아즈모 이후 처음인 거 같아.”
“아즈모도 저 레벨 때는 저렇게 못했을걸?”
그러나 이후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사냥방식은 모두의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것이었다.
“솔로 선언할 만하네.”
“저 정도면 파티 플레이하는 게 손해겠어.”
모두가 이제는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을 납득하는 순간.
물론 직원 중 몇 명은 의문을 가졌다.
“저기 사장님, 그런데 왜 갑자기 일반 몬스터 라이브 방송을 하는 걸까요? 보니까 되게 하기 싫어하는 거 같던데.”
BJ대마도사가 왜 갑자기 이 대목에서 라이브 방송을 했는가? 하는 의문.
그 질문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내가 불을 질렀잖아.”
“불이요?”
“광고비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 받겠다는 불 말이야.”
“아!"
“그 소식이 BJ대마도사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그거 사장님이 분명 광고 안 받으려고 무리한 조건 거신 거 아닌가요? 광고 안 받는데 오히려 불을 지른다고요?”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은 누가 들어도 불가능한 조건을 내걸고 광고를 파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이렇게 화끈하게 나와준다?
의중을 파악하기 힘든 일.
그러한 직원의 의문에 박영준이 대답해줬다.
“그 누구도 보여줄 수 없는 최고의 라이브를 했는데 광고가 없다, 그러면 과연 광고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아, 광고 자리 비었으니 가격 후려쳐도 되겠구나, 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이거 어지간한 베팅으로는 안 되겠구나, 한 번 질러보자! 라고 생각할까?”
‘속사정은 더 복잡하겠지만, BJ대마도사가 이번 라이브 방송에서 튕길 생각이란 건 확실하지.’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물론, 그전에 베팅 금액부터 달라지겠지만. 이걸 본 광고주들 전화가 아마 쏟아질 거야.”
말과 함께 박영준이 자신의 광고주 전용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우웅!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 한 통이 왔고, 그 사실에 박영준이 스윽 발신자를 확인하며 전화를 받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라이브 방송 중이라서 바쁩니다. 제가 잠시 후에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리고는 딱히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하며 전화를 끊을 준비를 했다.
물론 상대방 역시 통화를 이어가기 위해 몇 마디 말을 던졌고, 그 말을 들은 박영준이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BJ대마도사 쪽에서 건 조건은 명확합니다. 선더볼트 외에는 없습니다.”
타협은 없다.
그러한 말을 내뱉는 박영준.
그러나 이후 통화 내용을 들은 그의 입가의 미소가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예, 알겠습니다.”
이윽고 통화를 끊는 순간 곧바로 새로운 전화가 왔으나, 박영준은 그것을 무시하고는 본인이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제임스! 나야, 나. 와튼 동기 박영준. 그래. 요즘 월가 분위기는 어때? 우리 채널 상장하기 기다린다고?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네. 아, 다름 아니라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제임스, 당신이 아람코랑 잘 알고 지내잖아? 아람코 쪽에서 블루불 지분 인수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돈다는데, 그거 확실해? 아, 개소리라고? 알았어.”
그렇게 통화를 마친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렸다.
‘제임스, 얘 목소리나 반응을 보면 무언가 움직임이 있긴 있다.’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 있나요?”
그 말에 박영준은 속으로만 대답했다.
‘설마 솔로 선언이 아즈모를 향한 러브콜인 건가? 그래서 아즈모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이번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거대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 생각에 이른 박영준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순간 방송 속 BJ대마도사가 방송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 다음 보스 몬스터 라이브에서는 더욱 강렬한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즈모 스타일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