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 42화. 솔로 선언 (2). >
4.
흔히 말한다.
스타의 조건 중 하나는 소문이 퍼지는 속도라고.
- BJ대마도사 솔로 플레이 선언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이 BJ대마도사의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 BJ대마도사가 평생 솔로로 플레이하겠데!
- BJ대마도사가 솔로로 살 수밖에 없는 처지래!
- BJ대마도사가 고자래!
그러한 소문은 빨리 퍼지는 만큼 빨리 곡해된 채 세상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들으면 억울할 만한 일이었다.
‘파티플레이를 어떻게 해?’
미다스가 파티 플레이를 포기한 건 주변 사정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그가 가진 능력 때문일 뿐이었으니까.
말 그대로였다.
‘보이지도 않는 걸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추느냐고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는데.’
일반 플레이어들은 10미터 전방도 확인하기 힘든 밤숲의 짙은 어둠, 그러한 어둠 속에서 마치 야간투시경을 낀 듯 몬스터의 존재를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미다스와 파티 플레이를 한다?
필시 어떤 식으로든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터였다.
‘뭐, 굳이 할 필요도 없지만.’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그 능력 덕분에 솔로 플레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밤숲의 가장 큰 문제는 시야 제한이니까.’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건 원거리 딜러들의 사거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
‘그런 밤숲에서 시커먼 놈들을 상대하는 건 끔찍한 일이지.’
더욱이 이러한 밤숲에서 등장하는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털색은 그 표현 그대로 검은색이었다.
그것도 그냥 검은색이 아니라 어둠을 본 따 만든 듯한 칠흑색.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특성 역시 골치 아팠다.
밤숲에서 등장하는 늑대 무리들은 대개 웨어 울프 1마리와 블랙 울프 9마리 정도로 구성되었다.
‘놈들의 기본 컨셉은 1대1이니까.’
더불어 그러한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의 전투 스타일은 1대1이었다.
즉, 블랙 울프와 웨어 울프는 플레이어 한 명에게 전부 달려드는 경우가 없었다.
상대방의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자신들의 숫자도 그에 맞게 나누었다.
그게 밤숲이 10인 이상 파티를 요구하는 이유였다.
앞서 말했듯이 늑대 무리는 대개 10마리로 구성되었고, 그런 그들을 상대로 힐러나 마법사 같은 원거리 딜러가 공격에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머릿수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그런 상태에서 웨어 울프부터 처리해야 하고.’
더 큰 문제는 그런 난전 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웨어 울프를 제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울링이 시작되면 진짜 미치는 거니까.’
웨어 울프의 특수 스킬이 하울링이 발동하는 순간 주변의 다른 늑대 무리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
그게 앞서 말했듯이 미다스가 굳이 파티 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는 이유였다.
어둠 속을 꿰뚫어볼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선공권을 손에 쥔 것과 마찬가지.
‘그러니까 웨어 울프부터 제거해야지.’
그러한 선공권으로 웨어 울프를 제거하면 될 일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럼 블랙 울프가 달려올 테고, 그 와중에 추가 딜링으로 2마리 정도 더 제거.’
100미터 거리 정도라면 웨어 울프를 제거한 후에도 충분히 블랙 울프를 2마리 정도 제거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앞서 말했듯이 블랙 울프는 상대하는 무리의 머릿수만큼 자신들의 세력을 나뉘었다.
미다스, 럭키, 골드 그리고 골렘, 이렇게 4명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한 명당 약 2마리가 달라붙는 셈.
‘그때쯤 되면 나한테는 2마리 정도 붙겠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2마리만 처치하면 될 일.
어려울 일은 없었다.
미다스의 기동력은 블랙 울프와 어느 정도 추격전을 벌이기에 부족함이 없었을 뿐더러, 그에게는 숙련도 A랭크의 무빙 캐스팅 스킬마저 손에 쥔 상황.
‘뭐, 100마리가 붙어도 상관없지만.’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그게 있었다.
[엘프의 부츠]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93레벨 이상
- 엘프들의 머리칼로 만든 부츠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 근력 +123
- 체력 +56
- 지력 +135
- 마력 +59
- 이동 속도 +28퍼센트
- 이동 시 캐스팅 속도 +13퍼센트
- 이동 시 마력 소모량 +17퍼센트
- 이동 시 엘프의 발소리 스킬이 발동
의뢰 보상으로 받은 엘프의 부츠.
‘최고의 생존템 중 하나지.’
갓워즈에서 손꼽히는 생존용 아이템으로, 그러한 수식어를 붙게 해준 건 바로 엘프의 발소리 스킬이었다.
엘프의 발소리 스킬은 자신을 향한 몬스터의 어그로를 초기화시켜주었으니까.
미다스 시점에서 보자면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몬스터의 머리 위 신호등을 빨간색에서 초록빛으로 만드는 셈이었다.
물론 제약도 있었다.
‘한 번 스킬 효과가 통한 대상에게는 재차 효과가 적용되지는 않지만……'
몬스터에게는 딱 한 번만 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 어떤 몬스터라도 이것만 있으면 완벽한 도주가 가능했다.
‘일반 몬스터 상대로 두 번이나 쓸 필요는 없지.’
즉, 엘프의 부츠를 착용한 상태에서 미다스는 자신에게 붙은 2마리의 블랙 울프를 신경 쓸 필요조차 없었다.
유유히 도망쳐서 거리를 벌린 후에 마법을 캐스팅하며 한 마리씩 확실하게 제거하면 될 뿐.
그게 미다스가 이곳, 밤숲에서 솔로 플레이를 위해 준비한 사냥 방법이었다.
‘그냥 사냥할 때는 이 정도면 충분해.’
물론 이 방식은 어디까지나 그냥 사냥할 때의 경우였다.
인페르노와 쇼크 웨이브, 체인 라이트닝과 같은 광역 마법이 쿨타임이 돌아갈 때.
그리고 여전히 사안 마법이 충전되지 않은 상태일 때.
그저 기본 마법만으로도 몬스터 사냥을 할 때의 경우.
‘오케이, 오네.’
달리 말하면 그 모든 것이 갖추어졌을 때 미다스는 굳이 이런 골치 아픈 일을 할 필요는 없었다.
왕!
“주인님,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럭키 그리고 골드, 그 둘이 데려온 웨어 울프 세 마리와 블랙 울프 서른세 마리를 상대로 미다스는 복잡한 방법 따위는 머릿속으로 떠올리지 않았다.
굳이 엘프의 부츠를 이용해 도망칠 필요도 없었다.
미다스는 꼿꼿이 두 다리를 땅에 내리꽂은 채 손에 든 지팡이와 함께 정면을 바라보았다.
“사안!"
그러한 미다스의 주문에 툰가의 검은 지팡이의 눈이 밤숲의 어둠을 붉게 물들였다.
[사안이 발동합니다.]
[사안을 마주한 모든 대상이 석화 상태에 빠집니다.]
그러자 달려오던 모든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가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그사이 사안의 붉은 빛이 사그라지고 다시 어둠이 깔렸다.
그 어둠 속에서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빛을 만들어냈다.
“인페르노!”
불꽃으로 만들어진 2미터 악마, 그 인페르노의 악마가 어느 때보다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푸후후후!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인페르노의 불길을 토해냈다.
화르르!
그러한 불길이 석상처럼 굳어버린 늑대 무리를 덮쳤다.
지옥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광경.
그 광경을 향해 미다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지옥과도 같은 광경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커헝!
크르?
그 흔들림에 이제 막 석화가 풀리기 시작한 웨어 울프와 블랙 울프가 휘청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꽈릉!
굉음이 터지며 땅이 크게 위아래로 흔들리며 그 위에 놓인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웨어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블랙 울프를 처치했습니다.]
그렇게 무너진 몬스터들 대부분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탄식조차 잊게 만드는 압도적인 광경.
‘이게 아즈모 스타일이지.’
이 광경이 바로 아즈모가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아즈모에게는 공략이 필요 없었다.
그 누구도 가지지 못한 강력한 레전더리 스킬을 그저 순차적으로 사용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그러한 아즈모 스타일을 미다스가 구현해내는 순간.
‘이대로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조건인 웨어 울프 333마리 사냥은 일도 아니겠어.’
그 사실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물론 이러한 압도적인 공격으로 모든 늑대를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크르르!
커헝!
이러한 공격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이 존재했다.
크왕!
“네놈, 감히 주인님의 위엄에 이빨을 들이 밀다니!”
허나, 이미 연속된 범위 마법에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은 늑대들에게 럭키와 골드, 그 둘의 존재를 마주한 채 살아남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무엇보다 미다스는 캐스팅한 마법 중 2개의 마법만을 사용했을 뿐이었다.
그가 한 번에 캐스팅할 수 있는 4개의 마법 중 2개.
“체인 라이트닝."
미다스가 그 마법마저 아낌없이 남은 잔당을 향해 토해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드디어 110레벨이다.’
그러자 미다스를 미소를 짓게 만드는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10레벨, 새로운 스킬을 얻을 때.
‘당연히 예스지!’
그 알림에 미다스가 망설임 없이 대답을 내뱉고자 했다.
호우우우!
“헉!"
그 순간 하울링 하나가 미다스의 귓가를 두드렸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기겁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아, 깜짝이야.’
미다스, 그가 럭키의 하울링을 웨어 울프의 하울링으로 착각하고 놀라는 순간.
...우우우?
그러한 주인의 심정을 알 리 없는 럭키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미다스를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하울링을 멈췄다.
그리고는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판단한 듯 고개를 살짝 푹 숙였다.
“역시 이 개는 도움이 안 됩니다. 주인님, 제가 대신해서 응원해드리겠습니다!”
반면 골드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소리쳤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골드 조용히 해.”
‘젠장, 부끄러워 죽겠네.’
게임이 아니었다면 얼굴이 화끈거렸을 상황, 그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마저 대답을 했다.
"예."
그러자 곧바로 100장의 카드가 미다스의 눈앞을 가득 채웠지만, 그 순간에도 미다스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기색이었다.
‘라이브 방송 안 해서 다행이야. 이거 라이브 방송 중이었으면 평생 놀림거리 됐을 거…… 어?’
다행히도 그런 상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어?”
100장의 카드, 그중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가 미다스를 다시 미치게 만들었으니까.
“서, 서, 선……!”
아주 미치게.
5.
소문에도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온갖 소문이 퍼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아남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이 있고 두어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도 마찬가지였다.
-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 제안을 했다면서?
그 무렵에 대부분의 이들은 BJ대마도사가 솔로 선언을 한 이유가 1티어급 길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 때문이란 소문에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 1티어급 길드가 사냥 콜라보 요청했는데, BJ대마도사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
ㄴ 뭐라고?
ㄴ 어떻게 호랑이가 개랑 같이 사냥을 같이 하냐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BJ대마도사가 1티어급 길드를 아주 무시했다는 살이 붙었다.
- 내가 듣기로는 1티어 길드가 아니라 10대 길드라던데?
ㄴ 맞아, 나도 들었어. 10대 길드랑 접촉했다는 소문을!
그러한 소문은 몇 명의 입을 거치자, 1티어급 길드가 아닌 10대 길드로 바뀌어 있었다.
- 10대 길드가 엄청난 제안을 했는데, BJ대마도사가 고작 그런 푼돈 받고 버스 태워주기 싫다고 했다던데?
ㄴ BJ대마도사랑 10대 길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소문이 있어.
ㄴ 그러고 보니 10대 길드랑 1티어급 길드 내에 BJ대마도사랑 사냥하지 말라는 오더가 내려왔다는 소문도 있지 않았나?
ㄴ 내가 아는 사람이 지금 130레벨로 밤숲 사냥하는데, 웬만하면 BJ대마도사랑 파티플레이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어. 그것도 어제!
종국에 세간에는 BJ대마도사와 10대 길드가 전쟁 중이라는 소문마저 흘렀다.
물론 소문이었다.
내뱉는 이도, 듣는 이도 그저 한순간을 보내기 위해 씹고 뱉을 따름인 소문.
그러나 그 소문을 그냥 넘길 수 없는 이가 있었다.
박영준, 그는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 그리고 이후 흘러가는 소문을 무시할 수 없었다.
‘BJ대마도사랑 10대 길드는 분명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영준은 BJ대마도사가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10대 길드와 대립 중이란 걸 알고 있었다.
10대 길드와 사이가 좋지 않다, 라는 것이 소문이 아닌 진실임을 알고 있는 상황.
‘처음에는 그냥 봤겠지만, 이제는 그냥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었지.’
그런 상황에서 최근 BJ대마도사는 엄청난 수준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었다.
‘견제도 실패했고.’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발목을 잡기 위한 시도가 실패, 그것도 그냥 실패가 아니라 처참하게 실패한 상황.
‘나라면 협상 카드를 제안하겠어.’
그렇기에 필시 10대 길드는 BJ대마도사에게 어떤 제안을 했을 것이다.
즉, BJ대마도사의 솔로 선언은 그 협상에 대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지금 솔로 선언을 한 거는…… 협상 결렬이지.’
응, 필요 없어!
아주 제대로 그들의 제안에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린 셈.
그렇다면 과연 라이징 스타 채널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게 지금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툭툭 제 머리를 두드리는 이유였다.
‘그럼 이쪽도 거기에 맞춰줘야지.’
BJ대마도사가 이 정도 시그널을 보냈다면, 라이징 스타 채널이 그 시그널을 보다 확실하게 증폭시켜줄 때.
“사장님,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세요?”
그러한 그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 건 때문에.”
“아, BJ대마도사가 모태솔로라는 소문 때문에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은 반문조차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박영준이 툭툭, 제 머리를 두드리던 것을 멈추며 말했다.
“질문 하나만 하자.”
“예."
“네가 BJ대마도사에 관심이 있는 광고주라고 하자.”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소리이네요.”
“다음 메인 광고 조건 보수로 선더볼트 스킬 카드 달라고 하면 너 어떻게 할래?”
“예?”
그 질문에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쳤어요? 선더볼트 스킬 카드는 G베이에서 거래된 적도 없는데요? 아니, 그 스킬 가지고 제대로 쓰는 마법사 플레이어가 갓워즈 탈탈 털어도 몇 없을 걸요? 값은 둘째 치고 당장 수백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못 구할 걸요?”
“그렇지? 못 구하겠지?”
그 반응에 만족한 박영준이 이내 명령을 내렸다.
“자, 그럼 내가 저번에 번호 따온 광고주들에게 말해. BJ대마도사 다음 라이브 방송 광고료는 선더볼트 스킬 카드라고."
그 명령에 부하 직원이 기겁하며 말했다.
“그런 조건이면 광고 하고 싶어도 못할 텐데요? 지금 매물이 나온 적이 없어요!”
“그래, 그러니까 그렇게 하라는 거야.”
“예?”
“튕길 때 튕겨야 몸값이 오르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