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22화 (122/485)
  • 122화.  < 39화. 받고 하나 더 (2). >

    4.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 도중에 생긴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사적인 보복도 하지 않겠다!”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의 관심은 오로지 하나였다.

    과연 그 무대에서 어떤 사고가 터질 것인가?

    그뿐이었다.

    그 말이 나왔을 때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에 성공하는 것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BJ대마도사가 레이드에 성공하는 것보단 실패하는 것을 기대하고 그것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성공할 때보다 실패할 때가 더 크고 많은 사고가 터지는 법이었으니까.

    그리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수백이 넘는 하이에나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도발을 한 사자가 원하는 사냥감을 쓰러뜨리고 그 살점을 포식하리란 것을 상상한다면 도리어 그게 별종일 테니까.

    [트윈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트윈 헤드 트롤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트윈 헤드 트롤을 외로이 잡은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BJ대마도사는 하이에나 무리 속에서 자신의 이빨로 트윈 헤드 트롤 사냥에 성공했다.

    [아이템 루팅을 합니다.]

    [트윈 헤드 트롤의 보물을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의 뱃가죽 속 가장 달콤한 것을 파먹는 데에도 성공했다.

    “아이템 루팅까지 했네. 완벽하게 잡았어.”

    “진짜 말이 안 나오는군.”

    “우리가 실패했다는 기분조차 안 들 정도야.”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모여든 이들마저 그 광경 앞에서는 이제는 탄식이 아니라 감탄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분위기도 그렇게 변해갔다.

    “끝이네.”

    “결국 BJ대마도사의 승리야.”

    “놈의 몸값이 또 한 번 오르겠군.”

    공연은 끝났고, 이제 남은 것은 무대의 커튼이 내려오기 전에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것뿐.

    들끓었던 전의는 이제 차갑게 식혀졌고, 모인 이들은 이제 하나둘 자리를 벗어났다.

    암살자들은 은신을 푼 채 물러났고, 원거리 딜러들은 전방을 겨누었던 화살과 마법을 땅바닥을 향해 늘어뜨렸다.

    ‘드디어 때가 왔군.’

    사냥뱀 길드 소속 4명의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무렵이었다.

    커튼콜이 시작될 무렵, 이제까지 오랜 시간 동안 최대한 몸을 숨기고 숨을 죽이고 있던 그들이 움직였다.

    ‘이제 움직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신속하게 움직이거나,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두르지도 않았다.

    저벅저벅…… 귀를 기울이더라도 쉬이 들을 수 없을 만큼 발소리를 죽인 채 표적과의 거리를 야금야금 좁혔다.

    마치 사냥을 하는 뱀처럼.

    그게 사냥뱀의 방식이었다.

    서둘러서 일을 망치기보다는 확실한 순간을 만들고, 그 순간 사냥감의 목덜미에 독니를 박는 것.

    당연히 준비도 철저했다.

    사냥뱀 길드에서 이번 사냥을 위해 투입한 인원은 4명, 평균 레벨은 137레벨로 이 무대에 어울리지 않는 하이스펙의 소유자들이었다. 과하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

    사냥감의 레벨을 생각하면 쥐와 뱀, 그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분명 1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 있는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괴물이야.’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조금 전까지도 확신을 가졌던 사냥뱀 길드원들은 지금 이 순간 쉽사리 승산을 가늠하지 못했다.

    BJ대마도사는 그들이 생각한 것, 그 이상의 전력을 직접 그들의 눈앞에서 보여줬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했다.

    스멀스멀, 그저 거리를 좁히고 때를 가늠했다.

    모든 촉각을 사냥감에게 곤두세웠다.

    ‘하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괴물이라고 해도 방심하는 순간이 있을 터, 그때 잡는다.’

    그리고는 그 사냥감이 방심을 하기를 기다렸다.

    그게 기회였다.

    몬스터와 달리 플레이어는 방심하는 순간 그리고 틈이 보이는 순간 무기력하게 당하고는 했으니까.

    때문에 방심만 노릴 수 있다면 그 어떤 플레이어라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다.

    “정산 끝.”

    그러한 그들의 귓속으로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뭐, 유니크 아이템을 독식해도 남는 게 없네요. 이번에 인페르노 마법 값으로 내가 4백…… 아, 이거 말하면 안 되지. 다들 이건 못 들은 거로 해주세요. 솔직히 강탈해서 뜯어낸 거나 마찬가지라서.”

    모든 것을 마치고 시청자들과 대화를 하는 목소리.

    사냥뱀 길드원들에게는 기회의 목소리였다.

    방송에 정신이 팔린 플레이어만큼 방심 덩어리는 없을 터.

    그렇기에 사냥뱀 길드원들은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BJ대마도사와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면서 준비한 작전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했다.

    ‘첫 번째 공격으로 럭키와 골드를 빼낸다.’

    ‘그 후에 세 명이 동시에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

    그 순간이었다.

    모두가 머릿속에 그렸던 시뮬레이션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재생시키려는 순간.

    “여기서 BJ대마도사 퀴즈!”

    미다스가 손에 든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자신의 앞에서 가볍게 흔들면서 말했다.

    “제가 오늘 이 레이드 도중에 사안 스킬을 쓰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질문에 모두가, BJ대마도사와 이제는 3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접근한 사냥뱀 길드원들을 포함한 모두가 생각했다.

    ‘어? 그러고 보니?’

    사안 스킬, 툰가의 검은 지팡이에 달린 뱀 머리의 눈빛에 노출된 대상을 석화 상태로 빠뜨리는 아주 강력한 스킬을 왜 BJ대마도사는 그 긴급한 상황 속에서 한 번도 쓰지 않았을까?

    몇 번이나 쓸 기회가 있었음에도, 심지어 마지막에 화려하게 쇼맨십을 위해서도 쓸법했는데 왜 쓰지 않았을까?

    “1번, 까먹어서.”

    확실한 건 BJ대마도사가 그 스킬의 존재를 모르고 안 썼을 리는 없다는 점이었다.

    “2번, 이거 없어도 강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보단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쓰지 않았다는 선택지가 그동안 BJ대마도사의 행보를 생각하면 훨씬 그럴싸할 터. 물론 가장 상식적인 경우는 그거였다.

    “3번, 아직 잡아야 할 사냥감이 있어서.”

    사안 스킬을 충전된 상태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답은 당연히 3번이죠.”

    미다스, 그가 그 말과 함께 전투 자세를 취하며 소리쳤다.

    “사냥뱀 길드! 드루와!”

    5.

    “사냥뱀 길드! 드루와!”

    성난 외침을 내뱉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오로지 단 하나였다.

    ‘제발 그냥 가주세요.’

    부디 이 외침에 스멀스멀 접근하는 사냥뱀 길드가 물러나주기를.

    그뿐이었다.

    방송을 하긴 했지만, 지금 미다스는 자신의 채팅창에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사냥뱀 길드에 신경을 곤두세운 상황이었다.

    그만큼 미다스의 현재 상황은 좋지 못했다.

    ‘스킬 다 썼다고.’

    일단 반전을 꾀할 수 있는 강력한 스킬들, 리플레이나 용열병, 인페르노 같은 스킬들은 현재 쿨타임이 남은 상태였다.

    여기에 가진 포션도 대부분 소모한 상황.

    ‘럭키랑 골드 체력도 꽤 줄어든 상태고.’

    미다스 본인의 HP상태는 건재했으나, 럭키와 골드의 HP는 현재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런 상태의 미다스가 보여주는 전력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노릴 수 없었다.

    허나, 사냥뱀 길드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무엇보다 미다스는 이미 레이드 실패를 연기할 때 눈치를 챘다.

    ‘이런 상황에서 다 끝나길 기다리던 사냥뱀 길드 애들하고 싸우면……'

    사냥뱀 길드의 목적이 사냥 도중에 자신을 잡는 게 아니라, 사냥을 마친 자신을 잡는 것이라는 것을.

    그 야단법석 속에서 사냥뱀 길드원들이 오히려 미다스와의 거리를 벌리는 걸 보고 확신했다.

    더군다나 사냥뱀 길드가 자신을 잡으러 온 건 몬스터 스틸을 하려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는 것, 그런 관점에서 보면 보스 몬스터가 사라진 후를 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인 셈.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이미 포기하고 있던 다른 놈들도 덩달아 날 잡으러 달려들지도 몰라.’

    사냥이 끝난 후 모두가 방관자 모드가 된 상태에서 누군가가 BJ대마도사를 공격한다면 주변의 하이에나들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강 건너 불구경을 할까?

    아니면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피 냄새를 향해 달려들까?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이 먼 길을 오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이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자명한 일.

    그래서 미다스는 계획했다.

    ‘그러니까 그들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해.’

    이 하이에나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로.

    “사냥뱀 길드, 나는 여기 있다! 네놈들이 잡고 싶은 플레이어가 여기 있다!”

    지금 이 수작이 바로 그것을 위한 첫 단계였다.

    ‘이제부터 날 건드리는 놈들은 사냥뱀 길드다.’

    이렇게까지 미다스가 호언장담을 한 상태라면, 사냥뱀 길드가 아니더라도 그를 습격하는 순간 사냥뱀 길드가 될 터.

    ‘당연히 사냥뱀 길드라면 이를 가는 놈들이 날 도와주겠지.’

    그렇게 된다면 사냥뱀 길드에 안 좋은 감정이 있는 이들이 도리어 BJ대마도사의 편이 되어줄 터였다.

    ‘1티어급 길드 소속이면 더더욱.’

    특히 1티어급 길드들의 사냥뱀 길드를 향한 적개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까놓고 말해서 BJ대마도사가 그들에게 준 피해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를 잡으러 온 건 어디까지나 몸값이 비싸기 때문이지 원한 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냥뱀 길드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원한이 있는 이들은 있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사냥뱀 길드와 손을 잡고 BJ대마도사를 치는 것보단 BJ대마도사와 함께 사냥뱀 길드를 족치는 게 훨씬 더 보기 좋은 그림이고, 남는 장사인 게 사실.

    “자, 100만 명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한 번 싸워보자고!”

    ‘유명세 때문에 여기 온 애들에게는 이만한 기회도 없지.’

    그리고 그것을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보여준다면, 유명세를 원하는 프로 플레이어들에게는 매력적인 기회였다.

    반대로 말하면 BJ대마도사를 공격하는 무리를 돕는 건, 사냥뱀 길드와 한패임을 100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앞에서 공개하는 꼴. 앞서서 이곳에 모인 이들의 신상 정보를 줄줄 늘어놓았던 BJ대마도사를 상대로 과연 정체를 숨길 수 있을까?

    “자, 한 방은 맞아준다!”

    결정적으로 지금 미다스의 손에는 여전히 사안 스킬을 쓸 수 있는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10초 가까운 시간 동안 몸을 굳게 만드는 그것이.

    만약 그 사안이 발동하는 순간, 그 앞에서 석화 상태에 빠지는 순간 수십 명이 넘는 이들의 표적이 될 터.

    크르르!

    히이잉!

    물론 그마저도 럭키와 골드의 공세에서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런 상태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들어올 거면 빨리 들어오는 게 좋을 거야. 리플레이에 인페르노 쿨타임 끝나면 좋을 건 없을 테니까.”

    그리고는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냈다.

    - 맙소사, 저거 설마 정령의 눈물?

    - 저거 2천 골드 넘는 건데!

    - 일정 시간 동안 받는 데미지 감소시켜주는 포션이지?

    무려 2천 골드짜리, 한화로 따지면 2백만 원이 넘는 포션을 꺼낸 후에 그것을 원샷하며 말했다.

    “아직 인벤토리에 포션 많은데, 설마 이대로 나한테 계속 시간 주려는 건 아니지?”

    그 순간 사실상 이야기는 끝이었다.

    ‘오케이.’

    미다스의 눈에 사냥뱀 길드원들이 물러나는 게 보였다.

    오늘 레이드가 진짜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6.

    - 쿨타임 다 끝났는데 아직도 공격 안 하는 거 보니, 이 새끼들 겁먹고 튄 듯하네요. 이러면 나가리인데…… 사냥뱀 길드가 이렇게 쫄보일 줄 알았으면 포션 안 먹는 건데 포션 값만 날라갔네요. 예? 구라 친 거 아니냐고요? 저 BJ대마도사 살아생전 거짓말이라고는 쳐본 적이 없습니다. 럭키가 증명해줄 겁니다. 그렇지 럭키야? 응? 럭키야, 뭐라고? 입 닥치고 방송이나 종료하세요, 뻥쟁이 주인님?

    라이징 스타 채널의 라이브 방송실 안에 울려 퍼지는 BJ대마도사의 목소리에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방송 종료 선언했다!”

    “다들 마무리 준비하자!”

    굳이 박영준이 한마디 할 필요 없이, 모두가 신속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오히려 박영준이 정신이 팔린 듯 분주한 기색 없이 툭툭,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했다.

    ‘사냥뱀 길드.’

    그러한 박영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다름 아니라 사냥뱀 길드의 존재였다.

    이번 의뢰가 함정이란 건 알고 있었다.

    ‘설마 사냥뱀 길드를 움직일 줄이야.’

    그러나 그 함정을 만들고 주변에 풀어놓은 게 사냥뱀 길드일 줄은 솔직히 생각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사냥뱀 길드가 의뢰를 받는 놈들이 아닐 텐데……'

    사냥뱀 길드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결코 상식과 타협이 통하지 않는, 자기들 내키는 대로 비매너 행위를 저지르는 악당이었으니까. 아니, 애초에 의뢰 따위에 움직이며, 타협이 가능했다면 이러한 악명을 쌓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게 가능했다면 예전 그들이 악명을 얻게 된 화양 길드 사건 자체도 일어나지 않았을 터.

    그 당시 화양 길드 사건이 물밑 아래에서 사냥뱀 길드가 항복을 해주는 것을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제시했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게 고민의 이유였다.

    ‘BJ대마도사의 적이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 이상일지도 모르겠어.’

    이 판에 끼어든 무리의 덩치들이 박영준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것.

    ‘이대로는 안돼.’

    “사장님!”

    그렇게 고민하던 박영준을 향해 부하 직원 한 명이 소리쳤다.

    “광고주가 보상을 보내줬습니다! 스킬 카드 왔어요!”

    이번 의뢰에 대한 보상이 왔다는 그 외침에 제 머리를 두드리던 박영준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리고는 이내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사장님? 보상 보냈는데요?”

    부하 직원이 혹시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심정에 재차 말을 건넸을 때도 박영준은 대답 대신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채 자신의 눈앞에 집중했다.

    이후 메일 작성을 완료한 후에야 박영준이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박영준이 메일 내용을 한 번 검토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에도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사전 공개하는 의뢰를 하실 의향이 있으시면, 그에 맞게 기획하겠습니다.’

    받고 하나 더 해볼 생각이 있는가?

    물론 정말로 의뢰를 받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는 가장 기본은 베팅이지.’

    포커판에서 포커페이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단은 베팅밖에 없는 법.

    즉, 이것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자, 그럼 반응을 보여줘 봐.'

    박영준이 이제는 진심으로 마주한 이를 적으로 보고 상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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