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21화 (121/485)

121화.  < 39화. 받고 하나 더 (1). >

1.

보스 몬스터 스틸 혹은 PK를 시도하는 이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연히 게임 오버를 당하는 경우다.

성공해도 비매너 플레이어란 낙인이 찍힌 채 보복과 응징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패를 하고, 아이템마저 빼앗긴다면 그만큼 빌어먹을 일은 없을 터.

그렇기에 보스 몬스터 스틸을 노릴 때는 명심해야 했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땐 안 하는 게 낫다.’

망설임이 생기면 이미 그것은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미다스가 트윈 헤드 트롤 공략을 준비했을 때 초점을 맞춘 것 역시 바로 그 부분이었다.

자신을 엿 먹이려고 위해 모인 이들의 머릿속에 어떻게 해야 고민, 망설임, 주저함을 넣을 수 있을까?

판을 키운 것부터가 그것을 위한 밑거름이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계산은 복잡해지는 법.

그 후에 그들의 배경을 언급함으로써 그들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를 키웠고, 레이드를 도중에 멈춤으로써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판을 크게 뒤흔들었다.

[트윈 헤드 트롤의 괴성이 울려 퍼집니다.]

3페이즈에 돌입하는 순간, 미다스와 트윈 헤드 트롤을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 내에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존재치 않는 것이 바로 그러한 시도 덕분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상황 역시 마주하는 이들에게는 고뇌의 무대였다.

'자, 타이밍 놓쳤지?’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이들이 습격 타이밍으로 트윈 헤드 트롤의 3페이즈 돌입을 잡았을 터.

그러나 그 누구도 그 타이밍을 노리지 못했다.

100미터 경주로 따지면 총성이 들렸는데 스타트는커녕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격이었다.

‘고민되지?’

그렇다면 과연 뒤늦게라도 출발선에 선 채 경주를 준비할까?

아니면 괜히 무리했다가 손해만 보지 말고 그냥 여기서 포기할까?

무슨 선택을 내리든 간에 긴 고뇌가 필요할 터.

다행히도 그토록 긴 고민에 빠지는 이들은 없었다.

‘그 고민, 바로 끝내주지.’

미다스가 그들의 고민을 확실하게 끝내줄 수 있는 것을 준비했으니까.

[인페르노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아주 끝내주는 것을.

그것을 준비한 채 전장을 바라봤다.

2.

트윈 헤드 트롤.

3페이즈에 돌입한 녀석의 특징 중 하나는 두 개의 머리가 서로 각기 다른 곳을 본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표적을 쫓는 와중에도 다른 머리 하나는 다른 사냥감을 물색하고는 했다.

폭주 상태의 트윈 헤드 트롤이 무서운 이유였다.

크-왕!

하지만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장점도 럭키의 그 외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럭키가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사생결단, 어느 한 쪽은 끝장을 봐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포효가 전장을 헤집는 순간 트윈 헤드 트롤의 두 머리가 처음으로 똑같은 사냥감을 노려보았다.

크어어!

크아아!

그리고는 두 종류의 괴성을 내지르며 럭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돌진은 위압감은 상식의 수준을 가뿐히 벗어난 것이었다.

꾸릉!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천둥소리와 함께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은 돌진이라기보다는 재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차라리 달려오는 버스를 앞에서 마주하는 게 나으리란 생각이 절로 들 정도.

꼬랑지를 보이고 도망치는 것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왕!

그러나 럭키는 그러한 트윈 헤드 트롤의 돌진에 꼬리를 말기는커녕 본인도 질주를 시작했다.

날렵하게 대지를 박차며 단숨에 트윈 헤드 트롤과의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좁혀지자, 그 둘 사이의 체격 차이가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보는 이들조차 아득해질 만한 차이였다.

그러나 럭키에게 오히려 그 덩치의 차이는 이점이었다.

왕!

럭키 입장에서 트윈 헤드 트롤은 모든 곳이 틈이었고, 구멍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무엇보다 럭키에게는 그 구멍을 이용하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스트렝스 그리고 헤이스트에 포션 도핑마저 마친 상황.

“럭키야, 전광석화다!”

기꺼이 럭키의 고삐를 풀어주었다.

럭키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이미 한계에 이르렀으리라 생각된 속도에서 다시 한 번 더 가속을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번개와 같은 속도!

그 속도로 럭키가 단숨에 트원 헤드 트롤의 가랑이, 그 거대한 협곡 사이를 지나갔다.

크어어!

크아아!

그러자 트윈 헤드 트롤이 잽싸게 몸을 돌렸다.

거대한 몸임에도 그 움직임에 굼뜬 기색은 없었다.

왕!

허나, 럭키가 재차 몸을 돌린 트윈 헤드 트롤의 가랑이 사이를 다시 한 번 빠져나갔을 때, 그것을 쫓기 위해 다시 몸을 돌리는 트윈 헤드 트롤 움직임은 꼬일 수밖에 없었다.

제자리에서 한 바퀴 몸을 돈 셈.

자연스레 균형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쿵, 쿵, 쿵!

거대화 스킬을 사용한 골드가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돌진을 시작한 건 그 순간이었다.

히잉!

그렇게 질주하는 골드의 입에서는 점잖은 말이 아닌 야성만이 남은 울음이 흘러나왔다.

버서크 모드.

그 폭주 상태에서 나온 무자비한 돌진이 그대로 트윈 헤드 트롤의 몸뚱이를 쳤다.

꽈앙!

피륙끼리 부딪쳤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와 동시에 트윈 헤드 트롤의 몸이 균형을 잃은 채 바닥을 향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크어어!

크아아!

놀라운 건 그 순간에도 트윈 헤드 트롤은 바로 넘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잡고자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만약 럭키가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부딪친 골드 쪽이 더 큰 피해를 봤을 터.

물론 이미 균형을 잃은 것 자체가 문제였다.

히잉!

광전사 모드가 된 골드는 한 번의 공격에 만족하지 않은 채 거듭 공세를 이어갔으며 무엇보다 이 순간 럭키가 트윈 헤드 트롤에게 등을 보인 채 도망치기 시작했다.

사생결단 스킬 효과로 자신을 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럭키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이용하는 순간이었다.

크어어!

크아아!

그렇게 럭키를 쫓느라 균형을 되찾을 기회마저 날린 트윈 헤드 트롤의 몸이 결국 무너졌다.

쿠쿠쿠쿠!

그 거대한 몸이 땅을 거세게 두드렸다.

- 이야, 이렇게 싸우는 건 몇 번 봤지만 100레벨이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 보네.

- 이거 장난 아닌데?

그러한 전투에서 눈을 땐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럭키야 펜리르의 신수이니 저게 이상할 건 없지만, 가디언인 골드의 전투 센스가 너무 좋은데?”

“BJ대마도사보다 센 거 아니야?”

“잡으러 왔다가 팬이 되게 생겼네.”

시청자들은 물론 BJ대마도사를 잡으러 온 이들마저 이제는 하이에나가 아닌 관객이 되어버린 채 그 광경을 바라만 봤다.

그 무렵이었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BJ대마도사의 존재감이 흐려질 무렵.

“뭐지?”

“BJ대마도사 주변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데?”

현장에서 여전히 BJ대마도사를 주목하던 몇몇 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낌새를 느낀 건 그들뿐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이들의 이목은 트윈 헤드 트롤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으며,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BJ대마도사가 아닌 럭키와 골드의 활약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춘 상황이었으니까.

- 어? 저거!

-BJ대마도사 뒤에 뭐가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그 낌새를 눈치 챘을 때 미다스의 뒤에서는 불꽃으로 만들어진 2미터 크기의 뿔 달린 악마가 모습을 갖춘 상태였다.

화르르!

드러낸 것은 상체뿐임에도, 그 불꽃으로 만들어진 악마가 내뿜는 존재감은 매우 강렬했다.

그러나 그 존재감보다 더 강렬한 것은 그 악마의 존재였다.

- 인페르노다! 인페르노의 악마야!

“맙소사, 저거 인페르노잖아!”

인페르노.

그것이 언급되는 순간 주변의 반응이 달라졌다.

당장 마법의 비주얼부터 기존의 마법들과 차원이 달랐다.

더욱이 인페르노 마법은 그의 주력 마법 중 하나였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이것 봐라? 인페르노?]

아즈모, 그가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주력 마법 중 하나로 꺼내드는 스킬!

그러한 아즈모조차 150레벨에서 얻은 스킬이었다.

즉,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인페르노 마법을 사용한 자는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셈.

“아니, 이건 너무하잖아?”

“하필이면 트윈 헤드 트롤 상대로 인페르노라니……"

그것을 확인한 플레이어들이 감탄을 넘어 탄식을 토해냈다.

후으으읍!

그리고 소환된 인페르노는 미다스의 등 뒤에 선 채 제 가슴을 거대하게 부풀린 후에 불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푸후후후!

그렇게 토해낸 푸른빛의 불길이 넘어진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곧게, 레이저빔처럼 날아갔다.

화르르르!

그리고 닿은 불길이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트원 헤드 트롤의 온몸을 뒤덮을 기세로 번지기 시작했다.

크어어!

크아아!

당연히 트윈 헤드 트롤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졌다.

보는 것 만으로도 섬뜩한 마법!

그러나 정말 놀라운 것은 이 마법의 위력이 보이는 것, 그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 인페르노면 100레벨 이하 마법 스킬 중 데미지 딜량으로 2위 아님?

- 선더볼트 다음으로 2위지. 순수 데미지 딜링만 놓고 본다면.

일단 인페르노 마법 자체의 데미지는 동급, 100레벨 이하 모든 공격 마법 중에 순수 데미지 딜량은 2위였다.

하물며 그 마법을 쓴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미다스!

더욱이 몬스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는 인페르노 마법의 위력을 누구보다 더 뼈저리게 볼 수 있었다.

‘HP가 녹는구나.’

트윈 헤드 트롤의 머리 위에 존재하는 HP의 퍼센티지가 엄청난 속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뭐, 진짜는 이제부터이지만.’

그러나 인페르노 마법이 진짜 위력을 발휘하는 건 그 불꽃이 대상의 몸에 붙은 다음이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마법 방어력이 17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모든 능력치가 12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저주 효과로 트윈 헤드 트롤의 회복 능력이 50퍼센트 감소합니다.]

인페르노의 불길이 붙은 상태에서는 인페르노의 저주가 발동했으니까.

그렇게 붙은 저주 효과도 대부분 치명적인 것들이었다.

방어력 감소, 능력치 감소 그리고 회복력 감소까지!

‘생존 본능은 끝이다.’

트윈 헤드 트롤의 3페이즈 스킬인 생존 본능 스킬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었다.

- 끝이네.

- 설마 여기서 인페르노를 꺼낼 줄이야. 효과만 보면 트원 헤드 트롤 킬링 마법이잖아?

- 트윈 헤드 트롤의 그 지랄 맞은 생존 본능 스킬의 회복력이 소용없어지니까.

- 순수 딜량은 선더볼트가 더 높지만 부가 효과를 포함하면 인페르노가 훨 낫지.

그렇기에 인페르노 마법의 효과를 아는 이들은 이것이 트윈 헤드 트롤에게 얼마나 치명적으로 작용할지 알 수 있었다.

- 그것도 그건데 용열병 상태인 BJ대마도사 상대로 방어력 17퍼센트 감소는 지옥이지.

- 능력치 감소에, 방어력 감소. 와, 딜량 말도 안 되겠네.

- 거기에 거리도 60미터에다가 BJ대마도사 지금 단 한 발자국도 안 움직임.

- 발리스타에 롱토스까지, 어지간한 원거리 딜러 10명 화력보다 지금 BJ대마도사 화력이 셀 거 같은데?

그리고 BJ대마도사를 아는 이들은 그 인페르노 마법이 BJ대마도사에 쥐여진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제가 누구인지 보여드리죠!”

BJ대마도사의 쇼타임이 시작되는 순간.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사역마, 윈드 애로우!”

그 쇼타임을 앞두고 미다스가 곧바로 마법을 캐스팅하며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꺼냈다.

그리고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가 새로이 잡은 활의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팅!

활시위를 튕길 때마다 두 발의 섬광이 불타오르는 트윈 헤드 트롤의 명치 부근에 꽂혔다.

- 뭐지?

그리고 그 사실에 몇몇 이들이 위화감을 느꼈다.

- 뭔가 이상한데? 저번 고스트 때랑 다른 거 같은데?

- 화살 속도가 빨라진 거 같은데?

분명 무언가가 달라졌으나,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한 위화감의 이유를 시청자 한 명이 말해줬다.

[구스타프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투사체 속도가 증가했군. 설마 리볼버 스킬도 습득한 건가?]

그 시청자가 말한 리볼버라는 단어에 채팅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 리볼버라고? 진짜?

- 아니, 대체 매물도 없는 스킬을 어떻게 얻는 거야?

인페르노에 비해서 인지도가 부족하기는커녕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킬이 바로 리볼버였으니까.

‘이제부터 이곳에 있는 이들은 생각하겠지.’

그게 미다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수호자의 장갑을 낀 이유였다.

‘BJ대마도사는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이로써 지금 이 광경을 보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BJ대마도사란 존재는 그들의 상상력만큼 무시무시한 괴물이 될 테니까.

당연히 그 누구도 이제 미다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지 않을 테니까.

즉, 이제부터 미다스는 더 이상 주변의 하이에나 따위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 마무리만 지으면 된다.’

오로지 하나, 이제 HP가 한 자릿수가 된 트윈 헤드 트롤을 잡는 것만 신경 쓰면 될 뿐.

그렇게 미다스가 이제는 채팅창에서 시선을 돌린 채 모든 집중력을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곤두세웠다.

때문에 미다스는 몰랐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 아즈모 : 구스타프, 1만 달러 후원이라니 요즘 돈 좀 남아도는 모양이네 ? 이런 곳에 와서 돈도 쓰고. ]

[구스타프 님이 10,001 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구스타프 : 먹고 살 만큼은 있지. 그보다 요즘 갓워즈에 돈 안 쓰던데, 설마 부캐 키우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지금 채팅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후후후, 지금쯤 채팅창은 내 찬양으로 가득 찼겠네.’

그저 좋은 일이 있으리란 생각을 품은 채 미다스가 트원 헤드 트롤 레이드를 향해 마법 포격을 이어갔다.

[트윈 헤드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이윽고 이 기나긴 레이드에 점이 찍혔다.

허나, 마침표는 아니었다.

사냥뱀 길드가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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