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17화 (117/485)

117화.  < 38화. 트롤의 숲 (1). >

1.

트롤의 숲.

우드 빌리지의 북동쪽에 드넓게 위치한 숲으로 이름 그대로 트롤들이 등장하는 숲이었다.

그런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롤의 외형적 특징은 대부분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했다.

회색빛 진흙을 대충 뭉쳐 만든 듯한 몸뚱이에 옷 대신 녹색 이끼나 버섯을 덮고 다니는 거인.

그리고 딜러와 탱커들을 악몽에 빠뜨리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회복력의 소유자.

더불어 사냥터 레벨은 110레벨에서 130레벨이었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대개 비슷했다.

“사냥터 레벨이 130레벨까지라고?”

“여기서 20레벨이나 올릴 수 있다면 아이템 세팅 바꿀 필요 없이 편하겠네!”

꽤 좋은 사냥터라고.

이상한 생각은 아니었다.

보통 사냥터가 바뀌면 그에 맞게 아이템 세팅도 바꿔야 하는 법.

“적응 좀 하면 꿀 좀 빨겠는데?”

더욱이 갓워즈에서는 몬스터에 적응하는 게 매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 번 아이템 세팅을 하고, 적응하기만 하면 130레벨까지 레벨을 올릴 수 있는 트롤의 숲을 좋은 사냥터라고 생각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물론 정말 눈치 빠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130레벨까지 올릴 수 있다는 건, 110레벨에 130레벨짜리 몬스터를 상대할 수도 있다는 거라고!”

“지옥이지, 지옥.”

오히려 그 어느 곳보다 리스크가 큰 곳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그게 바로 트롤의 숲의 특징이었다.

트롤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롤들은 체격의 크기에 따라서 몬스터 레벨이 달랐다.

“여기선 몬스터 보고 섣불리 덤벼들면 안 돼.”

“맞아, 몬스터 눈치 보면서 다녀야 한다고.”

그런 이유로 레벨이 낮은 파티들이 다른 사냥터처럼 사냥감을 향해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도리어 피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제까지 받았던 스트레스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셈.

물론 그러한 스트레스와 조금도 관계가 없는 이가 있었다.

‘덩치 사이즈 보니까 레벨 좀 되는 애 같네.’

미다스, 그가 그랬다.

이미 혼자서 고스트마저 솔로킬에 성공한 그에게 트롤의 레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경험치가 더 짭짤하겠네.’

오히려 덩치 좋은 트롤은 미다스에게 있어 더 빠른 레벨업을 위한 좋은 경험치 공급원일 뿐.

“럭키야, 일단 먼저 물어.”

왕!

“골드, 네가 그 다음에 물고!”

“예, 주인님!”

더 나아가 미다스는 트롤을 상대로 심도 깊은 전술이나, 전략 따위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마지막은 내가 문다.”

단순하지만 압도적인 폭력을 앞세워서 트롤을 일방적으로 찍어 누르고자 할 뿐.

크어어어!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트롤은 럭키가 등장하는 순간 자리에서 멈춘 후에 성난 포효를 내질렀다.

그런 트롤을 상대로는 사생결단의 의지로 필요 없었다.

크르르!

럭키는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채 단숨에 트롤을 향해 몸을 던지며, 무려 5미터의 신장을 가진 녀석의 목덜미에 자신의 송곳니를 깊게 박아 넣었다.

크어!

트롤이 괴성을 내지르며 제 목덜미를 물어뜯은 럭키를 떼어내기 위해 럭키의 털가죽을 붙잡았다.

“네놈!”

꽈앙!

그 순간 전력으로 달려온 골드의 몸통 박치기가 그대로 트롤의 몸을 흔들었다.

크어!

그러자 트롤의 그 거대한 몸뚱이가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바닥을 향해 고꾸라졌다.

럭키가 달라붙어 트롤의 균형을 뒤흔든 사이 골드의 공격이 제대로 통했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쿠궁!

그렇게 트롤이 대지를 두드렸다.

퍼엉!

그와 동시에 70미터, 먼 거리에서 날아온 미다스의 불덩이를 시작으로 각기 다른 형태의 창들이 트롤의 몸을 두드렸다.

그 마법 한 발, 한 발의 위력은 아직 채 100레벨도 되지 않은 마법사의 것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굳이 레벨로 따지자면 150레벨, 그 이상.

크어어어!

고작 120레벨 근처인 트롤 입장에서는 비명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일.

“장난 아니네.”

“트롤 하나 잡는데 1분이 안 걸리네.

그리고 그 광경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도 비명이 나올 법한 일이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런 화력이 가능한 거지?”

“심지어 거리 봐. 60미터 거리에서 그냥 폭격이야.”

“회복력 좋은 트롤이 BJ대마도사의 마법 한 쿨을 못 버티네.”

“이거 무서워서 근처에서도 사냥 못 하겠네. 저러다 눈먼 마법에 맞으면 뒈지겠어.”

그건 마치 모두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고속 도로 위에서 갑자기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차를 본 것과 비슷했으니까.

그 차와 경쟁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

반대로 그렇기에 BJ대마도사의 사냥을 본 이들은 이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소문대로 이틀 후에 트원 헤드 트롤 사냥하려나?”

BJ대마도사가 처음 우드 빌리지에 입성하는 순간 8일 후에 트원 헤드 트롤을 잡겠다는 내용의 소문을.

사실 그 소문이 처음 나왔을 때 믿는 이는 없었다.

BJ대마도사의 능력을 떠나서 트롤의 숲은 130레벨까지 올릴 수 있는 사냥터 아닌가?

당연히 보스 몬스터인 트윈 헤드 트롤의 사냥 난이도 역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제아무리 BJ대마도사라고 해도 어느 정도 레벨업을 한 후에 도전이 가능한 일이었고, 그 레벨업 시간은 다른 사냥터보다 최소 2배 이상 걸리는 게 상식이었다.

“저 정도면 못 잡는 게 더 이상하겠어.”

하지만 지금 BJ대마도사의 전투 능력은 그것이 헛소문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소문에 대한 근거는 확실해졌다.’

그게 바로 미다스가 노리는 바이기도 했다.

미다스, 그는 우드 빌리지에 입성하는 순간 의도적으로 자신의 보스 몬스터 사냥 날짜를 유출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을 선보이며 그것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러니 이제 날 잡으러 오는 놈들이 디데이를 믿고, 몰려들겠지.’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이 보다 많이 모이도록.

‘그리고 서로 경쟁할 테고.’

그럼 자연스레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끼리 경쟁을 하는 구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나뿐인 트로피를 얻기 위해 모두가 손을 잡는 일은 결단코 있을 리 만무.

물론 일부는 손을 잡을 것이다.

‘사냥뱀 길드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일이지.’

그러나 사냥뱀 길드는 예외였다.

사냥뱀 길드는 갓워즈를 대표하는 3대 비매너 길드 중 한 곳, BJ대마도사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들보다 사냥뱀 길드를 잡고자 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사람이 많을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

‘머릿수가 늘어날수록 변수는 걷잡을 수 없으니까.’

더욱이 사람이 늘어날수록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지는 법 아닌가?

‘눈먼 공격에 당해서 은신이 풀리거나, 다른 사람 맞추려고 던진 범위 마법에 같이 휘말리거나, 트윈 헤드 트롤의 폭주에 휘말리거나……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지.’

그러한 아수라장 속에서 살아남는 건 결국 개인 기량이 압도적인 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트롤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10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그게 미다스가 굳이 8일이란 시간을 제시한 이유였다.

[100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특별한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100레벨, 그 기념비적인 레벨을 달성하기 위해서.

‘100레벨 스킬 카드 보상은 남다르지.’

더욱이 100레벨의 보상은 매우 특별했다.

‘최소 레어 등급 이상, 그리고 무조건 레전더리 등급 스킬 카드 한 장 이상이 나오지.’

100레벨 보상으로 주어지는 100장의 선택지 중에는 레전더리 등급이 무조건 등장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무조건 레전더리 스킬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인 셈.

미다스는 그러한 기회를 미루지 않았다.

“예."

바로 내뱉은 대답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머릿속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여기서 스펙업을 하고, 곧바로 라이브로 선전 포고를……'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미다스의 사고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인페르노? 진짜?’

황금빛 카드가 그의 머릿속을 새하얗게 불태워버렸으니까.

2.

갓워즈에 대한 온갖 종류의 이야기가 오고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그곳에서 누군가 글 하나를 올렸다.

- 이제 이틀 뒤인가?

앞뒤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글, 대체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글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달랐다.

- BJ대마도사가 트윈 헤드 트롤 잡는다는 소문?

- 소문대로라면 이틀 뒤가 디데이지.

모두가 그 글의 의미를 파악했다.

그 정도였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소문은 이제는 굳이 앞뒤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갓워즈와 관련된 대부분의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 그냥 헛소문 아니야?

물론 그 소문을 모두 믿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뜨거웠다.

- 잡을 수나 있겠어?

ㄴ 저번에 BJ대마도사가 트롤 잡는 파파라치 영상 잡는 거 보니까 트윈 헤드 트롤 못 잡을 건 없어 보이던데?

ㄴ 잡을 수 있다고 해도 보통은 숨기는 게 정상이지. 일정이 드러나면 태클 들어올 텐데?

ㄴ 이야기 들어보니까 BJ대마도사가 실수로 말했다던데?

ㄴ 실수로 말한 거면 일정 바꾸지 않을까?

ㄴ 매우 중요한 일정이라 바꿀 수가 없다던데?

ㄴ 어쩌면 이미 보스 몬스터가 섭외가 된 상태일 수도 있어. 왜 있잖아? 일부러 잡아두는 경우.

ㄴ 너무 나간 거 아니야?

논쟁보다 사람을 뜨겁게 만드는 건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이 소문을 들은 이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 그보다 이게 진짜면 태클이 장난 아니겠는데?

- 온갖 놈들이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려고 덤벼들 거 같은데?

- 저번처럼 암살자들도 난입할 테고.

라이브 방송 도중에 사고가 나는 것만큼 재미난 일은 없는 법.

하물며 그 사고가 예고된 상태라면?

기대가 생기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기대감은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BJ대마도사가 진짜 소문대로 움직일까?”

“이야기 들어보니까 제 입으로 내뱉은 소문이던데,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이 있지 이제 와서 힘들겠다고 무르진 않을 것 같은데.”

캡슐방 휴게실에서조차도 모이는 이들의 대화 주제로 그 소문이 언급될 정도였다.

“크흠, 아 이거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절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요. BJ대마도사가 말이죠, 이번에 프러포즈를 준비한대요."

“프러포즈? 뭔 개소리야?"

“아니, 그러니까 이번에 소문으로 사람들 관심 확 모은 후에 프러포즈, 고백을 한다고요!”

심지어 웃기지도 않는 헛소문이 재생산 될 정도.

“와, 로맨티스트네.”

“로맨스 좀 아는 녀석인가?”

“하긴, 내가 잡고 싶은 건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네 마음이었어, 그러면 뻑가긴 할 듯."

그리고 그러한 헛소문을 그럴싸하다고 생각하며 그에 대한 근거를 붙일 정도였다.

‘혁주, 쟤는 대체 머리에 뭐가 있기에 구라를 쳐도 저런 구라가 나오는 거지?’

휴게실 한 구석에 앉아 그러한 말도 안 되는 헛소문 생산 과정을 보는 당사자, 정현우 입장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보다 진짜 이 정도까지 뜨거워질 줄은 몰랐는데.’

사실 정현우는 자신이 내뱉은 소문이 이렇게까지 열기가 붙을 줄은 몰랐다.

좀 더 솔직한 마음을 말하자면 이 열기가 도리어 두려웠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너무 과한 불길이 생겨버리면 그 불길에 갇혀 재가 될지도 몰랐으니까.

적어도 1시간 전까지는 그랬다.

100레벨을 달성하고, 보상을 얻기 전까지는.

‘뭐, 이제 상관 없지. 어차피 게임은 끝이니까.’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자, 그럼 이제 불을 지르러 가볼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의 발걸음에 1시간 전에 있었던 두려움 따위는 없었다.

3.

트롤의 숲.

그곳에서 럭키와 골드를 뒤에 둔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채팅창을 바라보았다.

[BJ럭키팬입니다 님이 입장했습니다.]

[BJ아즈모팬이에요 님이 입장했습니다.]

[BJ골드팬임 님이 입장했습니다.]

[BJ대마도사패고싶다 님이 입장했습니다.]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온갖 종류의 시청자들, 그러나 그러한 시청자들의 질문은 똑같았다.

- 저기 BJ대마도사 님 요즘 소문 사실인가요?

- 진짜 이틀 뒤에 보스 레이드 뛰나요?

- 정말 프러포즈하세요?

소문의 진위 유무.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그 소문 때문에 지금 라이브 방송을 켰습니다. 일단 먼저 분명하게 밝힙니다.”

말을 하던 도중에 미다스가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 소문은 진실과 조금 다릅니다.”

진실과 다르다!

그 진지한 표정과 함께 나온 그 말에 채팅창이 보이는 반응은 대부분 하나였다.

-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네!

- 역시 헛소문일 줄 알았어.

- 그래, 말이 안 되는 거지. 세상 천지에 보스 몬스터 잡겠다고 8일 전부터 공개하는 게 말이 돼?

- 아, 결국 사고는 없겠네.

역시 그랬구나, 아쉽다, 라는 반응.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제 부주의한 행동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

그러한 반응에 미다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때문에 보다 자세한 사실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더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번 고스트 레이드 당시 어느 고마우신 한 분이 제 사냥을 방해하셨습니다. 당시에는 운 좋게 상황을 넘어갔으나, 그때 이후로 고민에 빠졌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날 탐탁지 않아 하는 분들이 계시구나.”

누가 들어도 자기 반성.

그러한 말에 채팅창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 BJ대마도사님 갑자기 이상하시네?

- 설마 은퇴 방송?

- BJ럭키님, BJ대마도사가 뭐 잘못 먹었나봐요!

그동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캐릭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태도와 행동이었으니까.

그러나 그러한 채팅창의 반응 속에서 미다스가 풀죽은 듯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날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다가 떠올렸습니다. 그분들에게 기회를 드려야 겠다고.”

이윽고 미다스가 숙인 고개를 들었다.

“이틀 뒤 트윈 헤드 트롤 레이드에 도전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상사에 대해서 그 어떤 개인적인 보복도 하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든 미다스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예, 맞습니다. 난입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해보세요. 이런 기회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

비릿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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