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 37화. 수호자의 유산 (2). >
4.
라이브 방송의 어려운 점 중 하나는 시청자들을 위해 쇼맨십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보는 입장에서는 그 쇼맨십이 있어야 라이브 방송을 보는 의미를 느끼게 되니까.
물론 말이 쇼맨십이지 결국 장난질이었다.
미다스의 고스트 레이드가 그러했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쇼맨십으로 탱킹을 하겠다면서 일부러 맞아주고, 물리 마법을 쓰겠다고 장난을 치고, 여유를 부리는 짓은 솔직히 사냥에 하등 도움이 되는 짓이 아니었다.
심지어 본래 계획과 달리 암살자의 등장으로 사안 마법도 처음부터 쓰지 못했던 상황.
그때 미다스는 고스트를 사냥하는데 14분이 걸렸다.
그렇다면 과연 그러한 쇼맨십 없이 본격적으로 고스트를 사냥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고스트를 처치했습니다.]
지금 그에 대한 답이 나왔다.
‘6분 42초.’
채 7분도 필요하지 않는다는 것.
‘재미 따윈 포기하고 사냥에만 집중하면 이 정도군.’
그리고 그게 지금 미다스가 가진 전력의 수준이었다.
프로 플레이어들, 이름난 길드의 유망주들이 최소 7명 이상은 파티를 구성해야 잡을 수 있는 고스트를 압도할 수 있는 수준.
“나쁘지 않군.”
그렇게 시험을 마친 미다스 앞에 NPC나타르사가 모습을 드러내며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이렇게 쉽게 시험을 통과할 줄이야.”
[나타르사의 시험을 통과한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속내는 말과 달랐다.
'장난 아니다.’
솔직히 이 광경에 대해서 놀라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미다스, 자신이었다.
왕!
“영웅은 자신의 위용을 제 입으로 떠벌리지 않는 법, 주인님의 겸손함에는 언제나 고개가 숙여집니다!”
이번 고스트 레이드를 통해 럭키와 골드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여기서 구멍은 나다.’
이 파티의 약점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란 것을.
물론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몬스터는 패턴이 있고, 공략법이 있으니까.
잡으라고 설계된 놈들이니까.
문제는 이제부터 미다스를 위협하는 이들은 그러한 부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플레이어가 아니라 정말 이 바닥에서 플레이어 잡는 걸 낙으로 삼고, 업으로 삼는 이들이 조만간 올 것이다.
그런 그들이 과연 미다스의 이 약점을 모를까?
‘그걸 날 노리는 놈들도 눈치 채겠지.’
그 약점을 아는 수준을 넘어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애초에 마법사는 PVP능력이 떨어지고.’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마법사 클래스는 레벨이 오를수록 PVP에서 가장 큰 약점을 보이는 클래스였다.
근력과 체력 스탯이 부족한 건 물론, 마법이란 것은 PVP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까.
‘데미지가 끝내줘도 못 맞추면 의미가 없으니까.’
마법 명중률이 떨어진다는 것.
당장 지금 미다스만 해도 광역 마법의 경우를 제외하면 파이어볼 같은 투척 계열 마법을 플레이어 상대로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하물며 작정하고 그걸 피할 생각을 하는 플레이어를 맞춘다?
자신보다 레벨도 높고, 온갖 스킬을 무장한 플레이어를 상대로?
이 부분은 커버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지. 그냥 순순히 당할 수는 없어.’
물론 그게 미다스가 지금 자신의 약점을 외면해야 할 이유가 되진 않았다.
기분이 더럽고, 처참하더라도 약점을 봐야 언젠가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니까.
‘일단 기본 스펙부터 올리자.’
짧은 생각을 마친 미다스가 NPC나타르사를 직시했다.
“이제 제가 무엇을 해드리면 됩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가볍게 손으로 큰 원 하나를 그렸다.
그렇게 그린 원 너머로 화려하기 그지없는 신기루의 숲의 풍경 대신 삭막하기 그지없는 숲이 보였다.
메말라버리며 갈라진 땅 위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은 숲이.
NPC나타르사가 그 원 안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미다스에게 들어오라 손짓했다.
그 손짓에 미다스 역시 그 원 안으로 들어왔다.
[신기루의 숲의 진면목을 본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말을 뱉었다.
“이게 이 숲의 진짜 모습이다. 애초에 슬라임 따위만 사는 곳이 풍요로울 리가 없지.”
‘기회다.’
그건 기회였다.
“왜 이 모습을 감추는 겁니까?”
‘정보를 얻어야 해.’
이번 퀘스트에서 미다스는 처음으로 자신이 얻은 능력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만큼 이제는 대화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그 정보를 통해 퀘스트 클리어의 단서를 얻는 게 중요할 터.
사실 그게 정상이었다.
애초에 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고작 한 명이 제 깜냥으로 해결하라고 만든 게 아니었으니까.
이제까지 미다스가 말도 안 되는 능력 덕분에 나름 쉽게 공략할 수 있었을 뿐.
“왜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 누가 이렇게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지. 이 숲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진짜 모습을 감추게 하는 건 신의 권능이 아니고서는 이룩할 수 없다는 것.”
그 순간 미다스는 직감했다.
‘이름 잃은 신과 관련된 무언가가 여기 있을 가능성이 크겠어.’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에 오게 되리란 것을.
“이름 잃은 신의 힘이 무엇을 했기에 나타르사 님을 그렇게 만든 것입니까?”
이어서 나온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대답했다.
“우리 사이가 그런 이야기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
그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이유를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NPC나타르사가 멈춘 곳 앞에 팔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으니까.
조금 전에 살아있는 사람의 몸뚱이에서 잘라낸 듯이 여전히 혈색이 도는 팔이.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이내 미다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맙소사.’
보았으니까.
“내 팔이다. 손을 대보도록.”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괜한 질문을 따위를 던지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놀란 눈으로 그 팔에 손을 댔다.
번쩍!
그 순간 팔이 빛의 조각들이 되어 무너졌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투명한 장갑만이 남았다.
[수호자의 장갑을 획득했습니다.]
장갑의 정체는 이번 퀘스트의 보상인 수호자의 장갑.
“내가 수호자였던 증거이지.”
그에 대해 NPC나타르사가 짤막한 설명을 말했지만 미다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수호자의 장갑]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95레벨 이상
- 수호자 나타르사의 장갑이다. 수호자의 신비로운 능력이 사용자의 잠재력을 끌어 올려준다.
- 근력 +55
- 체력 +49
- 지력 +187
- 마력 +113
- 공격력 +13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모든 마법 쿨타임 -10퍼센트
- 마법 투사체 속도 +4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눈에 보이는 옵션이 미다스의 얼을 앗아갔으니까.
개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마법 투사체 속도 증가 옵션이었다.
그 옵션의 의미는 쉽게 비유를 하면 투수의 구속과 같았다.
마법사가 던지는 파이어볼의 속도가 빨라지는 개념.
갓워즈에서는 지극히 제한된 스킬을 통해서만 향상시킬 수 있는 옵션이었다.
‘말도 안돼, 이거 리볼버 스킬 옵션이잖아?’
예를 들면 리볼버 같은 스킬들.
“이제 장갑을 얻었으니, 다음은 내 머리띠를 얻을 때군.”
그렇게 놀라는 미다스에 NPC나타르사가 다음 과제를 주었다.
“긴 말하지 않겠네. 트롤의 숲으로 가게. 그곳에서 머리 세 개 달린 트롤의 둥지를 찾아가게. 그곳에 내 머리가 있을 테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었습니다.]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예, 바로 가야죠. 아무렴요. 머리가 있다고 하셨죠?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등을 놀리는 미다스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래, 템빨 앞에서 장사 없는 법이지.’
답을 찾은 표정이었다.
5.
“예, 알겠습니다. 그럼 한 번 상의토록 해보겠습니다.”
살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그러나 그 말을 내뱉으며 자신의 말이 문자가 되어 채팅창에 올라오는 것을 바라보는 박영준의 얼굴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무렴요, 이번에는 꼭 사전에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윽고 채팅을 마친 박영준은 그대로 입을 꾹 다문 채 손가락으로 제 머리를 두드렸다.
보기에도 심각한 분위기.
“저기, 사장님 일이 잘 안 되셨나요?”
그 분위기 속에서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박영준은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몇 번 더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타자 치듯이 두드렸고, 그 사이 부하 직원이 한 번 더 질문을 했다.
“보상을 못 주겠다고 했어요?”
그제야 박영준이 생각을 마친 듯 입을 열었다.
“아니, 보상은 주겠다고 했어.”
“사역마 스킬 카드를요?”
“그래, 이번 서프라이즈 쇼가 마음에 들었다고 기뻐하면서 말이야.”
“대박이네요?”
그 사실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야기만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은 대박은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의뢰를 했어.”
“예?”
“의뢰인이었던 감마 제약 쪽에서 이번 서프라이즈가 마음에 들었다면서 새로운 의뢰를 했다고.”
“새로운 의뢰를요?”
그제야 부하 직원은 무언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에도 그렇게 난입자들을 뚫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 성공하는 장면을 연출해줄 수 없냐고.”
“아."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부하 직원은 왜 박영준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불구덩이에 일부러 들어가라?”
보스 몬스터 라이브 방송에서 난입보다 화끈한 건 없다.
그러나 그 어떤 플레이어도 난입을 반기지 않는다.
애초에 라이브 방송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가 그러한 난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것을 의도적으로 해라?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는 보스 몬스터 잡는 날짜 사전 공지한 후에 도발하라고 요구했겠네요.”
언제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겠습니다.
그러니까 방해하고 싶으신 애들은 얼마든지 오십시오.
보스 몬스터가보다 더 값비싼 아이템을 두른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는 1+1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면 알아서 다들 덤벼들 테니까.
“미친 짓이에요.”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짓을 하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가득이나 BJ대마도사 노리는 이들이 있는데, 아니 그보다 그렇게 하면 보스 몬스터조차 못 잡을 걸요? 더군다나 매우 중요한 퀘스트를 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그런 것 때문에 발목이 잡힐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한 부하 직원의 격렬한 항변에 박영준이 대답했다.
“설마 내가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굳이 알려주려고 열변을 토해내는 건 아니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사실을 박영준도 잘 알고 있었다.
솔직히 의뢰 내용 자체를 보면 고민할 가치도 없었다.
“그냥 거절하는 게 낫지 않아요? 어차피 그쪽 제안 미심쩍다고 하셨잖아요?”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게 맞았다.
“BJ대마도사한테 말해주면 엿 먹으라고 할걸요? 그 양반이 뭐가 아쉽다고.”
아니, BJ대마도사 본인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리볼버 스킬 카드.”
“예?”
“의뢰 보상으로 리볼버 스킬 카드.”
그러나 이어서 나온 그 보상 앞에서는 부하 직원의 사고는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사역마 스킬 카드는 어차피 필요가 없을 테니, 이번 의뢰를 받아주면 그 사역마 스킬 카드 대신에 리볼버 스킬 카드를 주겠다고 했어. 쉽게 말하면 묻고 더블로 가겠냐, 이거지.”
이어진 설명에 부하 직원은 고민했다.
그만한 물건이었다.
리볼버.
갓워즈에서 그 스킬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꿈의 스킬 중 하나였다.
여섯 발의 투척 마법의 위력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극대화주는 스킬이었으니까.
특히 개중에서도 투사체 속도 증가 옵션의 매력은 엄청났다.
“리볼버 스킬 카드는…… G베이에서 거래된 적이 없는데……"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그 스킬이 현재까지 G베이에서 단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큰 제안.
“더불어 지급 조건에 성공 유무는 없어.”
“예?”
“보스 몬스터 못 잡아도 준다고.”
그 제안에 대한 조건을 듣는 순간 부하 직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럼 콜해야죠!”
그 반응에 박영준은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렸다.
‘콜은 무슨, 누가 보더라도 이거 함정인데.’
박영준이 살아오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이 세상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이유 없이 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실패를 해도 준다?
‘실패하라는 거지.’
사실 그건 의뢰를 주는 쪽에서 실패를 바란다는 의미와 마찬가지였다.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정말 원하는 것을 이룰 때뿐이고, 그렇기에 오히려 더 빡센 조건을 의뢰하는 게 보통이었으니까.
‘게임 오버만 시킬 수 있으면 리볼버 스킬 카드가 남는 장사라는 거고.’
더 깊게 들어가면 지금 BJ대마도사를 두고 이루어지는 어떠한 시나리오 중심으로 모인 이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즈모가 나온 것도 어쩌면 신호일 거야.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이 아즈모가 툭 시나리오를 던졌을 리 없어. 필시 압박이 오니까 그 압박에 대한 협박이겠지. 여차하면 시나리오를 공개하겠다, 이 판을 개판으로 만들겠다, 같은 개념.’
그렇게 고민하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일단 이야기는 해야지.”
“저번처럼요?”
저번처럼 보상을 숨기실 겁니까?
그 물음에 박영준이 고개를 흔들었다.
“건수가 너무 커. 내가 중간에 보상을 숨기면, 어쩌면 저쪽이 우리를 거치지 않고 BJ대마도사에게 연락할 수도 있어."
“그들은 BJ대마도사의 정체를 모르잖아요?”
“G베이 통해서 쪽지 정도 보내는 건 일도 아니지.”
“아, 그렇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골치 아파져.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보상을 숨기는 이들을 믿을 리 없으니까.”
“그럼……"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부하 직원이 가지는 의문은 하나였다.
“BJ대마도사가 이 의뢰를 받을까요?”
과연 BJ대마도사의 의중은 어떠한가?
그 질문을 던지는 부하 직원은 어느 때보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그럴 만했다.
“확실한 건 이 의뢰대로 라이브로 하면 100만 명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게 될 겁니다.”
분명 이대로 이야기가 된다면 대중의 관심도는 어느 때보다 높을 게 분명했다.
특히 이미 난입을 당한 상태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난입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준다?
이만한 배포를 보인 플레이어는 장담컨대 갓워즈를 통틀어서 열을 넘지 않을 터.
“그래, 장난 아니겠지.”
그게 박영준이 고민하는 진짜 이유였다.
‘그러니까 BJ대마도사는 오히려 콜을 외칠 확률이 높고.’
BJ대마도사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자면, 그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피하거나 타협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도발을 오히려 정면으로 깨부수고자 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 그에게 때마침 연락이 왔다.
“BJ대마도사가 영상 파일 하나 보내줬습니다.”
새로운 부하 직원이 새 소식을 알려줬고, 그 소식에 박영준이 고개를 돌렸다.
“지금 막 보낸 거야?”
“예, 지금 막.”
“그렇다는 건 영상을 보냈다는 건 지금 게임 밖이라는 거지? 메일 하나만 빨리 보내봐.”
“메일이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박영준, 그가 답을 내렸다.
‘말해준 후에 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수밖에.’
어떻게든 BJ대마도사를 설득해서 의뢰를 받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그 후에야 박영준은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무슨 영상을 보낸 거야?”
BJ대마도사가 무슨 영상을 보냈는지.
“그게…… 고스트 솔로킬 영상입니다.”
“뭔 개소리야? 고스트 솔로킬 영상은 저번에 받았잖아?”
“그게…… 이번에는 엄격, 근엄, 진지 버전이라고 합니다.”
그 대답에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저 얼빠진 표정을 지은 이들만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