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화. < 37화. 수호자의 유산 (1). >
1.
BJ대마도사의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 서프라이즈 쇼가 끝났을 때 놀랍게도 그 쇼를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 아즈모와 BJ대마도사가 말한 시나리오에 대한 것뿐.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시나리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 BJ대마도사가 원래 하던 게 그런 거 아니었어? 메인 퀘스트 같은 거?
사실 이미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갓워즈의 메인 콘텐츠를 한다는 것은 대부분이 짐작하고 있었다.
만약 BJ대마도사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면 오히려 다들 고개를 끄덕였을 터.
- 시나리오잖아?
ㄴ 그게 뭐?
ㄴ 아니, 글쎄 시나리오라니까?
ㄴ 그러니까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나 오히려 두루뭉술한 아즈모와 BJ대마도사의 대화 내용은 호사가들의 입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 아즈모가 유니크 아이템을 10만 달러 주고 사면서 한 질문인데 보통 질문일 리가 없지.
- 아무렴, 아즈모가 아무리 돈이 썩어넘쳐도 예라는 대답 하나 들으려고 10만 달러를 쓰겠어?
- BJ대마도사도 마찬가지지. 고작 돈 때문에 그 대답을 해줬을 리가 없잖아?
결정적으로 아즈모가 거금을 들여 얻은 대답이라는 사실이 온갖 소문을 만들어냈다.
그 둘이 말하는 시나리오가 퀘스트가 아니라 어떤 거대한 계획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부터, 그 시나리오가 끝나면 현재 공석이나 다름 없는 갓워즈의 권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까지.
‘진짜 별에 별 소리가 다 나오는구나.’
그러한 세간의 반응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던 정현우 입장에서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정현우는 그러한 사실에 혀를 차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래, 더 뜨거워져라.’
이미 끌 수 없는 불을 지른 상황.
그렇다면 차라리 그 불이 더 거세지는 게 정현우 입장에서는 더욱 좋았다.
‘더 뜨거워져서 다음 라이브 때 시청자 숫자가 100만 넘었으면 좋겠다.’
그러한 세간의 관심은 정현우에 대한 관심과 수익이 될 테니까.
‘아니, 넘게 해야지.’
그렇게 각오를 다진 정현우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굳건한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삼촌!”
그러자 밝은 웃음이 그를 반겼다.
그 웃음에 정현우가 손에 든 것을 뒤로 슬쩍 감춘 후에 말했다.
“혜린아, 오늘도 잘 지냈어?”
“응!"
대답과 함께 곧바로 정현우의 등 뒤로 향하는 조카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 눈빛에 정현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혜린이는 치킨이 좋아, 아이스크림이 좋아?”
보통 성인이라면 너 뭐 잘못 먹었니? 하는 대답이 나올 만한 웃기지도 않는 질문.
그러나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정현우의 조카는 달랐다.
“혜린이는……"
거대한 난제를 마주한 수학자의 표정을 지은 채 진지한 고뇌 속에 간신히 입을 열었다.
“치킨, 아니, 아이스크림! 아니, 치킨!”
여전히 흔들리는 대답에 정현우가 등 뒤에 감춘 것을 꺼내주며 말했다.
“그럴 줄 알고 둘 다 사왔지.”
손에 들린 두 개의 먹을거리에 혜린이가 감탄을 넘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소리쳤다.
“삼촌, 최고!”
“아이스크림은 냉장고에 넣고, 치킨은 아빠랑 같이 먹게 준비해둬. 손 씻는 거 잊지 말고.”
“응!”
그렇게 조카와의 대화를 마친 정현우가 자신이 사온 것을 조카에게 건네주며 집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휠체어를 탄 그의 형, 정태우가 그를 반겼다.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 사와?”
“설마 내가 조카 녀석 치킨하고 아이스크림 사주려고 장기밀매라도 했을까봐?”
정태우는 대답 대신 두 눈을 가늘게 만들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정현우의 수입을 뻔히 아는 정태우 입장에서 최근 정현우가 쓴 돈이 그 수입 이상일 리를 모를 리 만무.
물론 동생이 돈을 많이 버는 걸 문제 삼는 건 아니었다.
“너 위험한 일 하는 거 아니지?”
동생이 자신과 딸을 위해 무리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 두려울 뿐.
그러한 형의 걱정에 정현우는 이내 짧게 한숨을 내뱉은 후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솔직히 말할게. 이번에 좀 중요한 일을 하게 됐어.”
정현우의 진지한 분위기에 정태우 역시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동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사이 형의 근처에 다가간 정현우가 귓속말을 하듯 매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어떤 정부 집단하고 갓워즈 서버 해킹에 성공한 해커들의 캐릭터를 뒤쫓는 일을 하고 있어. 그 집단 이름은 IMF고, 나랑 일하는 사람 이름은 이단 헌트야. 아, 진짜 이름은 톰 크루즈고, 작전명은 미션 임파서…… 아, 왜 꼬집어?”
마지막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가 형에게서 손을 치우며 소리를 내질렀다.
“치킨 드세요!”
그때 때마침 상차림을 마치고, 손마저 씻은 조카가 해맑게 말했다.
그 모습에 정태우가 정현우를 보며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무모한 짓도 하지 말고.”
그 진심 어린 경고에 정현우가 실소를 지었다.
그 실소를 지으며 자신의 좁디좁은 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리하지 말고, 무모하지 말라……'
만약 과연 자신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단서를 알게 됐을 때 그 정보를 그냥 10대 길드에 팔아넘겼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 대가로 얼마를 벌었을까?
그리고 그랬다면 과연 지금처럼 아이템 하나를 파는 조건으로 1억 원을 벌고, 라이브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이 좁디좁은 집이 서울 강남에서 수십억 원짜리 집이 바뀌는 것을 망상이 아닌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였다.
‘어떻게 무리를 안 할 수 있겠어?’
여기서 만족하고, 적당히 할 생각은 없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오히려 더 큰 목표를 세우고 달릴 뿐.
‘당분간 돈 걱정은 없다. 1억이면 생활비는 물론 형 재활훈련 비용에 병원비, 혜린이 학원비는 차고도 넘어.’
심지어 이제 그것을 위한 추진력도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집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하면 돼.’
물론 상황은 쉽지 않았다.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고, 심지어 사냥뱀 길드라는 갓워즈 3대 비매너 길드마저 움직이는 상황.
그렇다고 지금 여기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식탁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조카와 형의 모습을 보는 정현우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이걸 방해하려는 놈이 있으면 어떻게든 박살낸다.’
이제는 꼬리 내린 개가 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2.
언제나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신기루의 숲.
저벅저벅!
그 광경 사이로 미다스와 럭키 그리고 골드가 함께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중에서 미다스의 걸음이 평소와 달리 매우 위풍당당했다.
골드와 럭키의 보호가 아니라, 본인이 선두에 선 채 목적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걸음을 내디디는 그 모습에는 자신감은 물론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분쇄하겠다는 각오가 깃들어 있을 정도.
“주인님, 오늘따라 주인님의 위엄이 더 눈부십니다.”
그 모습에 골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찬양을 내뱉었고, 그러한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 난 맹수거든.”
왕?
그 말에 럭키가 질문을 던지듯 짖었고, 미다스가 보다 확실하게 제 의중을 말했다.
“내 눈앞을 가로막는 건 물어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굶주린 맹수.”
예상조차 하기 힘든 그 대답에 럭키와 골드가 반응 대신 스윽, 서로를 가볍게 바라봤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미다스는 오히려 분위기에 취한 채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날 말릴 생각하지 마. 내 안의 잠든 야수성은 매우 거칠 테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이제까지 미다스의 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던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잠잠하게 바뀌었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집니다.]
퀘스트 장소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에 미다스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역시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그러자 그 방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미다스의 시선으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난 게 보였다.
[고스트 (Lv.117)]
고스트의 갑작스러운 등장.
그러나 미다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고스트쯤이야.’
이미 한 차례 고스트 레이드를 경험한 그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고스트를 잡는 건 어렵지 않은 일.
“준비 운동으로 딱 적당하겠군.”
‘이것도 영상으로 찍자.’
오히려 라이브 방송은 힘들어도 영상을 만들 만한 호재로 받아들였다.
‘내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쉽게 오다니, 운이 좋군.’
그리고 영상용이라면 효율도 효율이지만 멋진 연출을 해주는 게 당연지사.
미다스가 소리쳤다.
“저번에 물리 마법을 못 쓴 한을 여기서 풀겠네. 애들아, 뒤로 물러나. 나 혼자 상대한다!”
기세가 넘치는 순간을 넘어 폭발하는 순간.
“그동안 참아온 야수성을 폭발한 괴물의 무서움을 보여주……"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고스트의 숫자가 하나 더 늘어났다.
‘어?’
그 후에 다시 미다스가 눈동자를 굴리자 고스트가 다시 하나 더 등장했다.
'셋?"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 세 마리가 이제는 미다스를 향해 우우우, 흐느낌을 내지르며 접근했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슬그머니 뒤로 걸음을 물리며 자신이 뒤로 물러나게 한 럭키와 골드 사이로 슬쩍 들어갈 뿐.
폭군의 재림이란 외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미다스의 머릿속에 그러한 무색함 같은 건 조금도 들어오지 않았다.
‘미친, 갑자기 왜 셋이야?’
만약 정말 이대로 고스트 세 마리와 전투가 시작된다면, 그 결과는 뻔했으니까.
아니, 전투 자체를 염두에 둘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 튀지?’
지금은 잘 도망치는 것을 염두에 둘 때였지.
“네놈.”
그때 미다스의 머리 위에서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 한 줄기가 내려왔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휙 들어 올리자, 고스트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오히려 미다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추방된 나타르사]
‘NPC다.’
그 고스트의 머리 위에 보이는 저 표시가 미다스에게는 구원의 표시였으니까.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고스트는 말했다.
“네놈, 어떻게 이곳에 왔지?”
그 물음에 대답은 필요 없었다.
미다스의 목걸이가 하늘 위로 움직였고, 그것을 확인한 NPC나타르사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으니까.
“이름 잃은 신의 유산을 찾는 놈이군.”
그리고는 이내 미다스의 앞으로 내려온 NPC나타르사가 손을 흔들자, 미다스를 향해 다가오던 고스트들이 그대로 숲으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목걸이가 그대로 NPC나타르사를 향했다.
그것을 본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향하는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NPC나타르사임을.
[추격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NPC나타르사의 머리 위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물음표가 등장했다.
여기서 미다스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퀘스트 진행을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
"이름 잃은 신과 어떤 관계십니까?”
그 질문에 NPC나타르사는 대답했다.
“이름 잃은 신의 힘을 탐하다가 이렇게 떠돌이 망령이 된 신세이지.”
말과 함께 NPC나타르사가 갑자기 미다스의 주변을 배회하며 말했다.
“그리고 네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고.”
으스스하기 그지없는 말.
‘고스트 되면 개이득 아닌가?’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혹할 만한 말이었다.
‘물리 공격 피할 수 있고, 유령화 스킬 쓸 수 있으면……'
물론 그 사실을 미다스는 내색하지 않았다.
여기서 저 고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게 꿈이었어요! 라고 말하면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만무.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대신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등장한 NPC나타르사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내가 도리어 묻고 싶군. 어떻게 그것을 손에 넣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이어진 물음에 미다스는 짧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NPC나타르사가 놀라며 말했다.
“그 알을 발견했다고?”
알.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는 괜한 설명 대신 인벤토리에서 알을 꺼냈다.
“정말 있었군. 이 알이.”
“이 알의 정체를 아십니까?”
알을 지그시 보던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질문에 스윽 미다스를 향해 고개를 들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궁금한가?”
딱히 안 궁금한데? 용의 알인 거 아는데? 라는 말이 입을 간질였지만 미다스가 꾹 참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 모습에 NPC나타르사가 말했다.
“공짜로 가르쳐줄 수는 없지.”
“필요하신 게 있으십니까?”
“필요한 거?”
이어진 물음에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몸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말했다.
“이미 유령이 되어버린 내게 필요한 게 있을 것 같나?”
물질적인 것은 필요 없다는 말.
“굳이 있다면 명예 같은 것뿐.”
이어서 나온 아련한 목소리에 미다스는 이제 머릿속에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다음 퀘스트가 추방자였으니…… 대충 견적이 나오네. NPC나타르사는 추방자고, 이번 퀘스트는 그의 명예를 수복해주는 거겠군.’
그 내용이 그려지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무엇이든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 말, 맹세할 수 있는가?”
“예, 맹세하겠습니다.”
“맹세를 받아들이지.”
그제야 NPC나타르사가 미다스의 앞에 처음으로 꼿꼿이 선 채 자기소개를 했다.
“내 이름은 나타르사, 현재는 추방자일세.”
그 소개와 함께 NPC나타르사가 고개를 돌린 후에 먼 곳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과거에는 우드 빌리지의 수호자였지.”
생각보다 하려했던 과거에 미다스가 살짝 놀랐다.
우드 빌리지는 앞서 미다스가 방문한 즈가의 도시나, 웨스트 캐슬보다 훨씬 거대한 무대.
그런 무대의 수호자였다면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말.
‘이거 또 난이도 장난 아닐 거 같은데?’
달리 말하면 그 정도로 대단한 인물이 추방당한 것을 복구해줘야 하는 일이니 난이도 역시 보통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좆망겜이 설마?’
미다스 입장에서는 그 점이 무엇보다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일.
“긴말 하지 않겠네. 내 이야기를 지금의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께 말해주게. 그리하면 그 알의 정체를 알려주지.”
이어진 말에 미다스는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제까지 우드 빌리지에서 관리자를 만났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었다.’
우드 빌리지의 관리자를 만나는 게 쉬울 리 만무.
하물며 그냥 말해준다고 해서 덜컥 믿어줄 정도로 이 퀘스트가 쉬울 리는 더더욱 만무했으니까.
그러한 미다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NPC나타르사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그냥 말한다면 믿어주지 않을 터. 믿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수호자의 유산을 모으는 것밖에 없네.”
“수호자의 유산이요?”
그 대목에서 미다스의 눈빛이 빛났다.
“그래, 수호자의 무구들이지.”
“그럼 매우 강력한 무구이겠군요?”
“아무렴.”
“강력하면서도 신비한 능력도 품고 있겠죠?”
“그렇지.”
“그걸 전부 모아야 한다고요?”
“그래, 그것이 있는 위치는 나만이 알고 있으니 나라는 것이 증명될 테니까.”
그 순간 이제까지 시큰둥한 표정을 지고 있던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더 나아가 자세도 고쳐 잡았다.
축 늘어진 그의 몸이 꼿꼿하게 섰다.
“제 목숨을 바쳐 수행토록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명만 내려주십시오!”
그리고는 그 꼿꼿한 몸의 허리를 숙이며 자신의 몸으로 90도 직각을 표현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한지 미다스가 뒤에 있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럭키, 골드야! 수호자님께 인사드려야지!”
갑작스러운 그 명령에 럭키와 골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럭키는 바닥에 엎드렸고 골드는 그대로 허리를 숙였다.
NPC나타르사가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만 봤다.
아무래도 NPC나타르사의 AI가 이런 상황을 해석하지 못하는 모양.
그 상황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그래서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무엇입니까?”
그제야 NPC나타르사가 대답했다.
“일단 자네의 능력을 시험해봐야겠지. 요행이 따르는 자인지 아니면 정말로 실력이 있는 자인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허리를 90도 숙인 미다스의 눈앞에 창이 떴다.
[추방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추방자 나타르사의 시험을 통과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수호자의 장갑
!퀘스트 완료 시 ‘트롤의 숲’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커졌다.
‘퀘스트 통과하는 순간 바로 준다고?’
갓워즈 특성상 보상이 크면 그만큼 리스크도 큰 법.
잔뜩 긴장한 미다스가 허리를 조심스레 펴며 말했다.
“시험은 어떻게 됩니까?”
그 물음에 NPC나타르사가 대답 대신 손을 끄덕이자, 고스트 한 마리가 등장했다.
그리고 어느새 미다스의 머리 위로 올라간 NPC나타르사가 미다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고스트를 잡아보게. 10분 안에.”
그 말에 미다스가 긴장을 풀며 말했다.
“너무 어려운 테스트네요. 아, 너무 어려운 테스트다!”
3.
-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스마트폰 위로 보이는 채팅에 엠마는 가볍게 자판을 두드렸다.
- 강행.
짤막한 단어에 바로 대답이 올라왔다.
- 현재 표적의 행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 의뢰를 줄 생각.
- 거절할 텐데?
- 현재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의뢰 보수를 요구하는 중. 우리 쪽과 이야기를 할 의중은 있음.
- 계획은?
- 사냥뱀 길드에서 습격을 예고한 상태에서 받아치는 것을 의뢰 조건으로 걸 예정.
- 우리를 잡는 걸 의뢰로 준다? 어지간해서는 수락하지 않을 텐데?
그 대목에서 엠마가 채팅을 멈춘 채 잠시 고뇌를 시작했다.
이윽고 마지막 고뇌를 마친 그녀가 채팅을 쳤다.
- 거절할 수 없는 보수를 제안할 예정.
채팅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엠마는 채팅창을 나갔고, 그러자 곧바로 새로운 채팅창이 그녀를 반겼다.
- 와튼 : 라이징 스타 채널입니다. 하실 이야기가 있으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