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13화 (113/485)

113화.  < 36화. 공개 (3). >

8.

[망령질주가 끝납니다.]

망령질주가 끝난 고스트의 모습에 앞서 보여주었던 무시무시함 따위는 없었다.

우우우.......

무수히 많은 공세 앞에서 뒤집어 쓴 누더기는 누더기라는 표현조차 무색할 정도였고, 뚜렷하게 실체화된 모습은 그 모습을 그저 처량한 꼴로 만들 뿐이었다.

크르르!

물론 그러한 고스트를 향해 럭키는 조금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았다.

왕!

오히려 쌍도끼를 휘두르는 고스트를 향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졌다.

후웅!

그렇게 덤비는 럭키를 향해 고스트가 쌍도끼를 휘둘렀고, 그 쌍도끼 중 한 자루의 날이 럭키의 몸에 닿았다.

까앙!

그러자 청아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신기루의 숲을 가볍게 뒤흔들고 지나갔다.

금강불괴!

그 스킬을 통해 강인해진 럭키의 육체가 만들어낸 소리였다.

- 어그로는 끌렸는데 데미지는 못 주면 끝이지.

- 마지막 발악도 안 먹히겠네.

그리고 사실상 고스트 레이드가 끝났음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사생결단,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는 전투 속에서 한쪽이 일방적이라면 결과는 뻔했으니까.

히잉!

심지어 럭키에게는 골드라는 무지막지한 동료가 있었다.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이제는 그것을 모두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 아, 재미있었다.

- 오늘 라이브는 다 봤네.

- 엔딩만 보면 나가야지.

자연스레 들끓었던 분위기도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꺼져가는 불씨, 열기에 기름을 끼얹은 건 미다스였다.

“애들아 잠깐만!”

미다스가 등장과 함께 럭키와 골드에게 기다리라는 명령을 내렸다.

- BJ대마도사가 아이템 바꿨는데?

- 도끼네?

- 도끼다!

그러한 미다스의 손에는 도끼를 들려 있었다.

- 물리 마법이다!

- BJ대마도사가 마무리 마법 날린다!

그 모습에 채팅창의 분위기가 다시금 달아오르는 사이, 미다스가 도끼를 들며 소리쳤다.

“이번에는 내가 막타 칠 거야. 그러니까 적당히 해! 다들 뒤로 빠져!”

그 외침의 의중을 모르는 시청자는 없었다.

- 켄타우로스 나이트 때 만회하려는 거네.

- 그때 실패했지.

누가 보더라도 저번 라이브 방송의 연장 선상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대부분은 기대했다.

- 여기서도 골드가 막타 치면 웃기겠네.

- 그냥 골드가 막타 쳤으면 좋겠다.

도리어 그때와 똑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히잉!

그러한 시청자들의 기도에 보답하려는 듯, 골드는 주인의 외침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퍼억!

럭키에게 어그로가 끌린 채 끌려다니는 고스트를 향해 손에 든 큼지막한 칼을 쉴 새 없이, 미친 듯이 내리쳤다.

퍼억!

이윽고 고스트의 몸이 멈추었다.

[고스트를 처치했습니다.]

고스트 사냥이 끝나는 순간.

“아, 안돼!”

그 순간 고스트와 이제는 고작 3미터 남짓한 거리를 남겨둔 미다스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 이번에 또 실패함

- 봐봐, BJ대마도사는 도움이 안 된다니까.

- BJ골드 님 물리 마법사 바꾸시죠? 너무 버스만 태워주시네요.

- 진짜 이렇게 오냐오냐 딜러라고 키워주다가 나중에 버릇 잘못 드는데, BJ골드랑 BJ럭키 님은 BJ대마도사 교육 좀 하세요!

반면 채팅창에는 웃음기 가득한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완벽한 마무리였어.’

저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의 부족함을 120퍼센트 만회할 수 있는 마무리.

이제 남은 건 하나였다.

‘정산만 하면 된다.’

이 완벽한 성공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

[타이틀 ‘고스트 사냥꾼’을 달성했습니다.]

[타이틀 ‘유령을 홀로 상대한 자’를 달성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의 귀로 타이틀 획득 알림이 들렸다.

[신기루의 숲의 힘이 약해집니다.]

이윽고 들린 알림과 함께 미다스가 목에 찬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놀란 뱀처럼 미다스의 오른편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꽉!

미다스가 잽싸게 그 목걸이를 잡았다.

‘라이브 중이니까 얌전히 있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단서를 보여줄 수는 없는 일.

그렇게 강제로 목걸이를 얌전하게 만들며 고개를 돌려 목걸이가 향했던 방향을 바라봤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붉은빛 기둥이 이제야 비로소 미다스를 반기기 시작했다.

‘풀렸다.’

이제 다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시작할 때.

그것을 되새김질한 미다스의 시선이 이제는 바닥에 너부러진 채 누더기만 되어버린 고스트의 시체를 향했다.

“자, 그럼 이제 루팅 갑시다.”

그 말과 함께 휙! 미다스가 고스트의 사체로부터 고개를 돌렸다.

대신 다른 사체를 바라봤다.

“이름 모를 의인의 템부터 루팅해보조.”

비글, 이제는 게임 오버 당하며 마네킹이 되어버린 녀석을 바라보며 내뱉는 말에 채팅창이 다시 한 번 웃음기로 가득했다.

- 탱킹해줘, 웃음 줘, 아이템줘, 올해의 의인상 받으시겠네.

- 아낌없이 주는 암살자네.

- 노벨호구상 노미네이트 되실 듯?

그리고 미다스도 웃으며 말했다.

“아, 참 고마우신 분이었는데, 기왕 더 고맙게 좋은 템 주면 좋겠네요.”

그야말로 조롱의 극치.

그 절정은 미다스가 아이템 루팅과 함께 미다스가 얻은 아이템을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어? 불뱀의 송곳니잖아?”

미다스의 손에 들린 칼자루 위에 불타오르는 송곳니를 보는 순간 채팅창이 아수라장이 됐다.

- 불뱀의 송곳니다!

- 저거 레전더리잖아?

- 맙소사, 여기서 레전더리가 나오네?

불뱀의 송곳니.

128레벨 제한의 아이템으로 찔린 대상에게 치명적인 독 데미지를 주는 옵션이 달린 단검이었다.

레전더리인 만큼 그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비쌌다.

당장 미다스가 고스트를 잡아 얻을 아이템을 다 합친 것보다 훨씬 비싼 아이템.

미다스가 그 불뱀의 송곳니로 바닥에 있는 비글의 사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이분 이름 아시는 분 계십니까? 너무 고마워서 선물이라도 보내드려야 할 것 같은데……"

넘치는 여유.

물론 미다스는 자신의 발치에 있는 이의 정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젠장.’

지금 이 순간 미다스의 겉과 달리 그의 속과 머릿속이 복잡한 이유였다.

‘사냥뱀이라니……'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황은 결코 웃고 떠들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사냥뱀 길드, 그들은 갓워즈를 대표하는 비매너 길드 중 한 곳이었다.

갓워즈 초창기부터 이름난 길드들을 상대로도 비매너 행위를 주저 없이 저지르는 자들.

갓워즈에서 누군가를 죽이고자 할 때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과 같은 자들이었다.

‘진짜 날 어떻게든 죽이고 싶은 모양이네.’

그러한 사냥뱀을 썼다는 건 BJ대마도사의 행보를 막고자 하는 이들이 이제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미.

'이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어쩌면 시작의 마을에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발견한 걸지도 몰라.'

어쩌면 그들 역시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일 가능성 역시 충분했다.

그렇다면 가장 선두에 있는 미다스의 발목을 잘라 넘어뜨리는 것만큼 유효한 수단은 없을 터.

‘그냥 터뜨려버릴까?’

이쯤 되면 미다스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단서를 공개하는 게 나쁘지 않았다.

‘존재를 밝히는 순간 이슈거리는 제대로 될 텐데.’

기호지세, 어차피 호랑이 등에 탔다면 기세를 몰아 깃발도 들어 올리면 세간의 이목은 더 끌 수 있을 터.

그리고 BJ대마도사가 갓워즈에서 매우 특별한 무언가를 한다는 건 모르는 이는 없었으며, 어느 정도 메인 시나리오와 비슷한 것을 하리라고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응? 뭐야?’

그렇게 고민하는 미다스, 그러한 그의 채팅창이 갑자기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아즈모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가 등장하는 순간.

[아즈모 : BJ대마도사, 우리 거래 하나 하자.]

그 등장과 함께 아즈모가 미다스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어떤 의미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아즈모와 BJ대마도사의 대화, 그 앞에 채팅창으로 긴장감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 어휴, 고스트 사냥 때보다 더 떨린다.

- 빅 이벤트네.

- 무슨 거래일까?

그러한 긴장감은 미다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긴장한 나머지, 미다스는 아즈모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무반응에 아즈모가 대화를 이어갔다.

[아즈모 : 내 질문에 예, 아니오로 대답만 해주면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 내가 입찰할게.]

아즈모가 입찰하겠다!

그 무엇보다 강렬하기 그지없는 그 제안에 미다스가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들어보겠다, 그 제스처에 아즈모가 곧바로 채팅을 올렸다.

[아즈모 : 현재 네가 진행 중인 게 ‘시나리오’가 맞지?]

그 질문에 미다스는 직감했다.

‘내가 하는 게 메인 시나리오인 거 눈치 챘구나.’

시나리오란 표현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강조할 리는 없을 터.

‘그런데도 확답을 원하는 걸 보면...... 아주 정확히는 모른다는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안을 한다는 건 아즈모 역시 직접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

어쨌거나 이제 주사위는 미다스의 손에 들어왔다.

여기서 미다스의 선택지는 둘 중 하나, 부정하거나 혹은 긍정하거나.

사실 고민할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서 제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줄 것 같지도 않으니까……"

이 순간 미다스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예라고 대답해야겠네요. 만족하십니까?”

미다스, 그가 시나리오의 존재를 제 입으로 세상에 공개하는 순간이었다.

9.

아즈모의 질문 그리고 BJ대마도사의 대답.

그것을 보고 들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고민이었다.

“시나리오가 뭐지?”

“무슨 계획 같은 건가?”

대체 그 둘이 말한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게임 내 시나리오가 있는 건가?”

“보통 것은 아니겠지.”

“그보다 아즈모가 이렇게 질문할 정도면 엄청난 거겠지?”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모두가 저마다의 의견을 던졌다.

‘시나리오……'

박영준 역시 그 시나리오란 것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지금 내가 머리 굴려 봐야 답은 안 나와.’

아주 짧게.

박영준은 그저 한 번 질문을 던지고는 그대로 시나리오에 대한 것을 잊어버렸다.

그의 생각처럼 이렇다 할 자료나,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고민해봤자 무의미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고’

무엇보다 지금 박영준에게는 급하게 할 일이 있었다.

“라이브 종료하는 순간 광고 올려.”

“예?”

갑작스러운 박영준의 말에 직원 한 명이 놀라며 반응했다.

“광고요?”

“그래, 광고. 이번 거 의뢰받아서 한 일이잖아? 그러니 감마 제약 광고 올려줘야지.”

“그거…… 거절 아니었어요?”

이어진 물음에 박영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거절하려고 했지.”

분명 박영준은 이번 의뢰가 미심쩍다는 이유로 거절하고자 했었다.

“한 건 아니지. 안 그래?”

달리 말하면 거절한 건 아니었다.

“뭐, 확답을 던진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의뢰는 완수했으니 광고를 올리자고. 그래야 의뢰에 대한 보수를 달라고 말이라도 할 수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 광고를 올린다면, 어쨌거나 의뢰를 완수한 셈.

의뢰를 준 감마 제약에 약속했던 보수를 요구할 근거는 됐다.

“그런데 줄까요?”

물론 감마 제약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으니, 주지 않으려고 할 수도 있었다.

양쪽 다 할 말은 있는 셈.

“주든, 안 주든 이야기는 하겠지.”

그게 박영준이 노리는 바였다.

‘정말 감마 제약이 BJ대마도사를 엿 먹이려고 했다면, 오히려 감마 제약과의 관계는 유지해야 해.’

적은 가까이에 두어야 오히려 안전한 법.

‘이대로 잡은 손을 자르면 어찌할 수 없는 적이 될 뿐이니까.’

감마 제약이 정말 BJ대마도사에게 위협이 된다면 관계를 끊는 것보단 어떻게든 접점을 남겨두는 게 아예 관계를 끊는 것보다 안전했다.

‘잘하면 더 뜯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적으로부터 이익을 뜯어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최고의 시나리오는 없을 터.

그게 박영준이 생각하는 자신의 역할이었다.

‘아니, 뜯어내야지.’

그리고 그는 그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와튼에서 배운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그러한 박영준의 귓속으로 목소리가 들렸다.

- 자, 그럼 이제 슬슬 라이브 방송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방송 종료를 알리는 BJ대마도사의 목소리가.

10.

캡슐에서 나오는 순간 정현우를 찾아온 것은 적막함이었다.

예의 들리던 이혁주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에 정현우는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혁주 녀석은 휴게실에 있겠지.’

이혁주가 지금 무엇을 할지는 뻔했으니까.

“아."

무엇보다 정현우에게는 그러한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 거지?’

떠넘겼던 문제들이 한 번에 정현우의 머릿속에 태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현우 형! 대박! 대박 사건!”

그리고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혁주가 소란 하나를 더 끼얹었다.

“BJ대마도사가 갓워즈 시나리오 진행 중이라고 공개했어요! 아즈모도 알고 있는 거고요! 아무래도 갓워즈에 태풍이 불 거 같네요. 아, 피가 끓는다 끓어!”

쉴 새 없는 이혁주의 말 앞에서 정현우는 말없이 그저 제 손바닥만을 내밀었다.

“아! 여기요.”

그 제스처에 이혁주가 바로 정현우의 스마트폰을 그가 내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제 스마트폰을 받은 정현우가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

그런 정현우의 눈에 들어온 페이지는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의 경매 페이지였다.

‘1만 달러.’

그리고 지금 현재 경매 입찰가를 확인한 정현우가 살짝 눈을 감았다.

‘아직 입찰 안 한 건가?’

아즈모는 말했다.

대답을 해주면 자신이 입찰하겠다고.

그러나 정현우가 보기에 아직 입찰을 하진 않는 듯했다.

‘아니지, 어쩌면 이게 입찰한 것일지도?’

그게 아니면 1만 달러가 아즈모가 제안한 금액 일 수도 있었다.

사실 이상할 건 없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은 레전더리 등급이 아닌 유니크 등급 아이템.

희소성을 고려하더라도 1만 달러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금액이었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감았던 눈을 떴다.

‘에이, 설마. 그래도 아즈모인데……'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입찰 내역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는 눈치챘다.

"헉?"

그것이 1만 달러가 아님을.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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