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12화 (112/485)

112화.  < 36화. 공개 (2). >

5.

망령질주!

물리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그 무시무시한 스킬이 발동된 고스트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 거의 다 왔다.

- 이제 곧 3페이즈야.

- 망령질주 시작이다.

BJ대마도사의 라이브 방송을 보던 모든 이들의 관심사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

고스트의 3페이즈는 야구로 따지면 9회 말, 축구로 따지면 후반 로스타임, 레이싱으로 따지면 라스트 랩인 셈.

- 마지막 한 방이다!

- 럭키, 골드 뒤로 불렀다!

- BJ대마도사가 탱킹한다!

이윽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을 때 시청자들이 맞이한 것은 붉은빛이었다.

사실 그건 방송사고였다.

“사안!"

미다스가 가진 사안 스킬을 알 도리가 없던 라이징 스타 채널이 하필이면 BJ대마도사의 정면을 송출하던 순간 사안 마법이 발동한 탓에 생긴 방송사고.

- 사안? 새로운 스킬인가?

- 연출 죽이는데?

- 크크, 내 안의 혈룡이 꿈틀대는군!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것을 연출로 생각했고, 도리어 그 붉은빛에 모두가 열광했다.

- 역시 BJ대마도사야! 쇼맨십을 안다니까!

- 그래, 이래야 보는 맛이 있지!

- 그런데 사안 스킬이 뭔 줄 알고 환호하는 거야?

ㄴ 분위기 깨지 말고 그냥 환호해.

열기가 절정에 오른 클럽에서 누군가 총을 쏘면 오히려 사람들이 축포인 줄 착각하고 환호를 했다는 도시전설처럼.

앞서서 BJ대마도사의 거듭된 쇼맨십이 시청자들을 뜨겁게 만든 덕분이었다.

그리고 빛은 오래 가지도 않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이 바로 송출 영상 각도를 BJ대마도사의 시점으로 바꾸었으니까.

그렇게 시청자들은 BJ대마도사의 시점으로 볼 수 있었다.

- 응? 뭐야?

- 고스트, 저 옆에 뭐가 있는데?

갑자기 등장한 제3자를.

그 제3자의 등장에 몇몇이 빠르게 제 의견을 던졌다.

- BJ대마도사 서포트 아님?

- 도우미겠지.

허나, 그 의문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 이게 제가 숨겨놓은 새로…… 어? 저 새끼 뭐야?”

이어진 그 말에 시청자들은 바로 알 수 있었으니까.

- 저 새끼?

- 암살자다!

- BJ대마도사 노리고 온 암살자다!

등장한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

- 개꿀잼!

- 크으, 역시 보스 레이드는 난입이지!

- 이 맛에 라이브를 끊지 못한다니까!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채팅창에 있는 모든 시청자들은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미다스의 계획대로였다.

‘난입 싫어하는 시청자는 없지.’

그도 그럴 것이 갑작스러운 난입자, 스틸러의 등장은 라이브의 진미와 같았으니까.

하물며 3페이즈, 최고의 하이라이트 순간이었다.

영화로 따지면 클라이맥스에 놀라운 반전 장면이 나온 셈.

‘하지만 난입만 좋아하는 시청자도 없는 법.’

물론 반전만으로 명작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 반전을 어떻게 소화하느냐? 그것이 진정한 명작과 졸작을 구분하는 분기점이 되는 법.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해.’

이제부터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이 상황에 대해서 BJ대마도사 보여주는 반응 그리고 대응.

그러한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말해줬다.

“아무래도 누가 절 노리는 모양인데……"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손가락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방송팀에게 제스처를 보내고, 그 제스처에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손가락 끝이 향한 방향을 송출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볼 수 있었다.

- 어? 고스트가 암살자 공격한다!

이미 석화가 풀린 고스트가 아직 석화에서 풀리지 않은 암살자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그 광경을 보는 시청자들의 귓속으로 미다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단 팝콘부터 먹으면서 구경해봅시다.”

6.

‘빌어먹을!’

혼란 상태에 빠진 비글이 정신을 차린 것은 석화 상태에 빠진 지 약 5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을 차린 건 아니었다.

퍼억!

그보다 먼저 석화가 풀린 고스트의 쌍도끼가 비글의 몸뚱이를 장작 패듯 치는 소리.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들리는 시스템의 경고에 비글을 정신을 강제로 차리게 해주었으니까.

[석화 상태에서 해제됩니다.]

그러한 비글이 몸의 자유를 얻는 순간, 그는 위급한 순간임에도 냉철하게 판단했다.

‘이대로 가면 뒈진다.’

지금 상황은 매우 위험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 오버를 당하리란 것.

그러니 피해야 한다는 것.

그건 의외로 하기 힘든 판단이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그냥 패닉 상태에 빠진 채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고는 했으니까.

‘이대로 가면……'

문제는 그게 끝이라는 점이었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판단은 냉철했으나, 막상 비글이 그 처지를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우우우!

망령질주 스킬이 발동한 고스트를 상대로 이미 몇 번이나 공격을 당한 상태에서 도망친다는 건 130레벨이 넘어가는 그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게 고스트란 몬스터였다.

근접 딜러와 탱커들에게 악몽을 주는 유령!

이미 무수히 많은 실력자들, 이름 있는 길드 소속으로 많은 지원과 아이템을 갖춘 프로 플레이어들조차 고꾸라뜨리게 만드는 보스 몬스터!

퍼억!

"Fuck!"

도망치던 비글이 다섯 걸음 만에 고스트에게 따라잡힌 채 공격을 허용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고스트를 상대로 도망쳐봤자 결국 시간을 조금 더 버는 것, 그 이상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젠장.’

비글의 나름 냉철한 판단력이 답을 도출했다.

포기하는 게 낫다, 라고.

그 순간이었다.

먼 거리,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가 비글을 향해 소리쳤다.

“포기하지 마!"

그 외침에 비글이 고개를 돌리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보였다.

“포기하지 말라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BJ대마도사.

이미 럭키와 골드를 등 뒤에 둔 그가 비글을 향해 내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내질렀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마! 여기서 이렇게 당하려고 숨죽이고 기다린 게 아니잖아! 일어나! 일어나서 고스트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는 거다!”

소리만 들으면 절박하기 그지없는 응원.

그러나 그것을 응원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캬, 농락 보소!

- 암살자 울겠다, 그만 하세요!

- 포기흐지믈르고~!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암살자를 향한 미다스의 조롱이 었으니까.

심지어 의미 없는 조롱도 아니었다.

- 갑자기 암살자가 탱킹해주네!

- 망령질주 유지시간은 30초, 벌써 한 10초는 더 번 듯?

- 개꿀이네.

- 암살자가 아니라, 산타클로스네!

비글이 고스트를 상대로 생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다스 입장에서는 고스트를 상대로 고생할 시간이 줄어드는 셈.

“오래 살 필요는 없어! 19초만 더 버텨줘! 아니, 18초! 아니다, 17초만 더 버텨줘!”

그 사실을 이제는 미다스도 감추지 않고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럭키야, 뭐해? 너도 응원해야지!”

왕!

“아니, 신이 나서 꼬리 흔들지 말고. 저분을 위해서 응원하라!”

왕!

“뭐라고?”

왕!

“30초 이상 버티면 상으로 내가 물어뜯어 죽여주…… 아니, 애교를 부려주겠다고?”

왕!

“들었지? 조금만 더 버티면 럭키가 귀여운 애교를 보여주겠다고 하니까 버텨!”

시청자들도 그러한 미다스의 행동에 기꺼이 박자를 맞추었다.

- 우와! 럭키가 물어뜯…… 아니, 애교를 보여준다네!

- 암살자, 럭키에게 물어뜯…… 애교를 받을 수 있다니, 너무 부럽다!

- 이런 혜택이면 당연히 열심히 버텨야지! 암살자, 노력해라! 노오력을 하라고!

비글 입장에서는 분노하는 것조차 잊을 만큼 어이가 없는 풍경.

‘저 새끼 또라이 새끼 아니야?’

이제까지 냉철한 판단 속에서 나름 계속 도망치기 위해 움직이던 비글이 잠시 멈추었다.

반면 고스트는 달랐다.

퍼억!

여전히 망령질주 상태인 고스트는 쌍도끼를 이용해 멈춘 비글의 몸뚱이를 쉴 새 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퍼억!

종국에 비글이 입고 있는 갑옷이 찢어지고, 도끼가 비글의 몸뚱이에 박혔다.

- 갑옷 깨졌다!

- 끝이다!

비글의 HP상태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광경.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씨익 웃었다.

‘완벽하군.’

암살자의 등장 그리고 농락까지, 그가 생각해도 정말 완벽한 시나리오다.

그 시나리오에 남은 건 하나였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겠어.’

마침표.

“아, 아쉽네. 좀 더 버터줬으면 망령질주 끝났을 텐데.”

그것을 찍기 위해 미다스가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그대로 주문을 외웠다.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사역마, 라이트닝 볼트.”

쿼드러플 캐스팅.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시청자들도 이제는 촌극이 아닌 진지한 자세를 갖추었다.

- 이제 끝이다.

- 마무리 들어가네.

재미났던 오늘 라이브 방송의 엔딩을 앞두고, 이제는 마무리를 볼 준비를 갖추었다.

우우우.......

[고스트가 사냥감의 피냄새에 흐느낍니다.]

그사이 비글을 확실하게 끝장낸 고스트가 여전히 망령질주 모드, 유령화 상태로 다음 적을 찾았다.

그 적은 당연히 미다스.

우우우!

미다스를 타깃팅한 고스트가 곧바로 유령화 상태에서 질주를 시작했다.

그 질주에 거칠 것은 없었다.

유령 상태인 그 몸은 나무와 돌 따위는 무시한 채 가장 짧은 직선거리를 질주할 뿐이었으니까.

그것을 보던 미다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렸다.

[캐스팅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것이 오는 순간 미다스는 손에 든 툰가의 검은 지팡이를 놓았다.

- 어? 버렸다!

- 뭐야?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물음표로 채팅창을 도배하는 사이,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잽싸게 새로운 아이템을 꺼냈다.

검은 뿔로 만든 큼지막한 각궁.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장착했습니다.]

그 활을 손에 쥐는 순간 비어있는 활시위에 그대로 얼음 화살 2대가 매달렸다.

- 더블 애로우?

그 사실에 재차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가 다가오는 고스트를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팅!

당기는 소리는 하나.

푹, 푹!

허나, 꽂히는 소리는 둘.

- 진짜 더블 애로우다!

- 더블 애로우는 궁수 클래스 전용 유니크 스킬이잖아!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미다스는 멈추지 않고 활시위를 당겼다.

한 번에 두 발씩, 단숨에 아이스 애로우를 소진한 미다스는 곧바로 불화살을 날렸다.

파직!

마지막으로 사역마가 캐스팅해준 라이트닝 볼트마저 소진되는 데에는 예전보다 절반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무려 4개의 마법, 그것도 동급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딜링을 자랑하는 BJ대마도사의 화력이 눈 깜짝할 사이에 고스트를 강타했다.

- 어휴, 끔찍하다.

- 딜링 장난 아니네.

- 순삭이다, 순삭.

고스트를 진심으로 동정케 하는 딜링.

- 그런데 안 죽었잖아?

그러나 그러한 데미지 딜링 앞에서 고스트는 여전히 죽지 않은 채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다운 생명력.

반대로 그런 고스트를 상대로 미다스는 새로운 주문을 외우지 않았다.

- BJ대마도사가 왜 아무것도 안 해?

- 스위칭도 안 하는데?

심지어 탱킹을 위해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를 손에 쥐지도 않았다.

그사이 미다스와 고스트의 거리는 어느새 10미터, 이제는 1초 남짓한 거리면 닿는 거리가 됐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사생결단!”

크-왕!

그리고 맹수의 포효가 신기루의 숲을 뒤흔들었다.

7.

좋은 라이브의 조건은 무엇일까?

의외로 이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보는 이가 아무 말 없게 만드는 것.

그런 의미에서 이번 BJ대마도사의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는 매우 좋은 라이브 방송이라고 할 수 있었다.

“와."

그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직원들마저 말을 잊은 채 멍하니 그 라이브를 바라보게 만들었으니까.

그런 직원들의 정신을 차리게 한 건 박수 소리였다.

짝짝!

환호라기보다는 정신을 깨우기 위한 박수 소리.

“자, 다들 정신 차려! 아직 방송 안 끝났어!”

그 뒤를 이어 나온 박영준의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직원들이 제 역할을 수행했다.

“이야, 장난 아니네.”

“이거 영상으로만 나와도 대박 나오겠는데?”

“1천만 넘을 거 같다.”

물론 여운은 진하게 남은 채 사무실 안을 가득 채웠다.

‘암살자라니.’

오직 한 명, 박영준만이 그 여운에 물들이지 않을 뿐.

도리어 박영준은 어느 때보다 차갑게 가라앉은 표정을 지었다.

‘정황을 살펴야겠지만, 만약 이게 준비된 난입이라면…… 내 예상이 맞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 표정을 지은 채 툭툭 손가락으로 제 관자놀이를 두드리던 박영준을 향해 채팅창을 관리하던 직원 한 명이 말했다.

“저기 사장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박영준이 휙,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말해!

표정으로 말을 대신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바로 본론을 말했다.

“아즈모가 지금 채팅창에 접속했습니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아즈모가?”

박영준이 놀라며 자신의 모니터에 뜬 채팅창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볼 수 있었다.

[아즈모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답지 않은 등장.

- 아즈모가 1달러? 가짜 아니야?

- 짭즈모야?

- 이름 글씨 굵은 거 보면 진짜 같은데?

그렇기에 오히려 모두의 이목을 끄는 등장.

그 등장과 함께 아즈모가 채팅을 했다.

[아즈모 : BJ대마도사, 우리 거래 하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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