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06화 (106/485)

106화.  < 34화. 의뢰 (2). >

4.

“자네 덕분에 내 성을 향하던 위협을 제거할 수 있었네.”

말을 뱉는 NPC자가라의 표정과 말투는 어느 때보다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그에 대한 보상, 무엇으로도 부족할 터.”

마주하는 이조차 절로 표정이 굳어지고, 엄숙한 분위기를 품게 될 정도.

그만큼 분위기는 진지했다.

그러나 막상 그 분위기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미다스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풀려 있었다.

표정만이 아니었다.

미다스의 눈동자는 마치 먹을 것을 발견한 떠돌이 개와 흡사했다.

쉼 없이 NPC자가라가 손에 들고 있는 검은색 뱀 모양의 지팡이를 따라 움직였다.

“해서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것 중에 자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을 가져왔네. 부족하나마 자네에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군."

이윽고 NPC자가라가 손에 든 그 지팡이를 미다스에게 건네주는 순간, 그제야 미다스의 쉼 없이 움직이던 눈동자가 한 곳에 멈추었다.

그제야 확실하게 보였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9레벨 이상

- 툰가의 지팡이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극히 적은 확률로 만들어지는 검은 지팡이다. 매우 특별한 힘을 품고 있다.

- 공격력 : 127

- 지력 +109

- 마력 +68

- 모든 마법 공격력 17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사안’ 마법 발동

- 습득 시 귀속(거래 불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툰가의 검은 지팡이의 아이템 옵션들이.

‘와, 치트키 수준이네.’

이미 몇 번을 봤음에도 다시 한 번 보게 된 그 옵션 앞에서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럴 만했다.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당장 보이는 마법 크기 28퍼센트 증가 옵션만 하더라도 굉장히 대단한 옵션이었다.

‘데미지로 따지면 20퍼센트 정도 증가하는 거지.’

갓워즈에서는 마법의 크기가 커지면, 데미지도 비례해서 커졌으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템 옵션은 광역 마법의 범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것보다 대단한 건 이 옵션이 쇼크 웨이브는 물론 파이어 스텝이랑 골렘에도 적용된다는 거지만.’

더 나아가 파이어 스텝의 불길 크기는 물론 골렘 크기 역시 증가시켜주었다.

‘툰가의 지팡이랑 같은 옵션이 붙을 줄이야.’

이 옵션이 툰가의 지팡이에 달린 핵심 옵션이었다.

즉, 툰가의 지팡이를 10만 달러 넘는 아이템으로 만들어준 옵션인 셈.

그러나 이 아이템은 툰가의 지팡이가 아닌 툰가의 검은 지팡이!

진짜배기 옵션은 따로 있었다.

‘사안.’

누적 마법 데미지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경우 사안 마법 발동 가능.

‘뭔지는 모르지만……'

사실 그 사안이 무슨 마법인지는 갓워즈에서 나름 백과사전 소리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미다스도 알지 못했다.

‘보통 것은 아니겠지.’

분명한 것은 그냥 별 볼 일 없는, 있으나 마나 한 옵션은 결코 아니라는 것.

그게 아니더라도 기본 옵션만으로도 이미 100레벨 이하 마법사 무기 중에 최강이었다.

‘여기에 즈가의 망치로 플러스 원 옵션을 부여하면……'

심지어 미다스는 이 화룡점정, 이미 눈이 확실하게 찍힌 아이템에 날개를 붙일 수 있었다.

단점은 오직 하나였다.

[이 아이템을 사용하기에는 레벨이 부족합니다.]

레벨 제한에 걸려서 당장 이 끝내주는 아이템을 쓸 수 없다는 것.

‘레벨이야 올리면 될 일이고.’

물론 큰 단점은 아니었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그러한 미다스의 넋을 잃은 모습에 NPC자가라가 흡족한 듯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너무 귀한 것을 주셔서 정신이 잠시 팔렸습니다.”

“아닐세. 고맙게 받아주니 그저 기쁠 따름.”

그 순간이었다.

우웅!

동쪽 감시탑 내에 위치한 워프 마법진이 갑자기 번쩍이더니, 이내 로브를 뒤집어 쓴 NPC 한 명이 등장했다.

“성주님!”

등장한 NPC는 곧장 NPC자가라에게 다가가더니 귓속말과 함께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짤막하기 그지없는 대화.

그 대화가 끝나는 순간 NPC자가라가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지금 막 제한구역에서 부하들이 이것을 발견해왔네.”

말과 함께 손에 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뭇잎이었다. 단풍잎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나뭇잎.

스윽!

그 순간 그 나뭇잎의 모양이 갑자기 바뀌었다.

깻잎과 비슷한 형태로.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이 나뭇잎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신기루의 숲 나뭇잎이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에 NPC자가라가 못을 박았다.

“신기루의 숲 나뭇잎일세.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은 제멋대로 모습을 바뀌고는 하니까.”

“그렇다는 건……"

“아무래도 그 정체 모를 자가 어떤 식으로든 신기루의 숲과 관계가 있는 모양이야.”

그 순간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알림과 함께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적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89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신기루의 숲으로 이동하여 이름 잃은 신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자. 저주를 품은 목걸이가 단서를 줄 것 같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추방자’ 진행 가능

다음 목적지가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5.

슈유!

캡슐이 열리는 소리에 정현우가 두 눈을 깜빡였다.

‘오늘도 제대로 했네.’

피로감 때문에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이 오늘 하루도 충실했음을 말해주었다.

‘아주, 제대로 충실했지.’

이윽고 오늘 수확을 떠올린 정현우의 입가에 저도 모르게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형!"

그러나 그러한 미소는 캡슐 밖에서 들리는 이혁주의 다급한 목소리에 바로 사라졌다.

“왜 이제 나오세요?”

이내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일 있었어?”

‘혹시 게임하던 중에 형한테 문제가? 아니면 혜린이한테?’

그 굳은 표정 사이로 내뱉는 정현우의 질문에 이혁주 역시 매우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오셨으면 BJ대마도사 라이브 보실 수 있으셨을 텐데!”

“뭐?”

“아, 조금 전에 BJ대마도사의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 끝났어요. 6분 컷이었다고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정현우의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혁주는 제 말을 마저 이어갔다.

“아, 진짜 아까운 기회 놓치셨네요. 이건 진짜 라이브로 보셨어야 했는데.”

“……그래, 너무 아쉬워서 죽을 것 같으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 하고, 내 폰이나 가져다줄래?”

“네."

그렇게 잽싸게 등을 돌리는 이혁주를 바라보던 정현우가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휴.”

‘괜히 쫄았네.’

아무 일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한 마음에서 나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젠장.’

반대로 말하면 그게 정현우의 현실이었다.

달라진 건 BJ대마도사일뿐, 그의 처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집은 여전히 닭장조차 동정케 될 만큼 좁디좁은 임대주택이었고, 형의 처지는 저번에 정현우가 교통사고 보상으로 받아낸 병원 바우처를 이용해 재활 운동을 조금씩 다니는 것 빼고는 달라진 게 없었으며, 혜린이는 여전히 꿈이 화가가 아닌 갓워즈로 유명해지는 것이었다.

‘역시 이번 라이브를 제대로 했었어야 했어.’

그 현실을 직시한 정현우의 가슴속에서 이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에 대한 아쉬움이 다시 한 번 차올랐다.

‘목돈 모으는 데에는 광고만 한 게 없는데……'

그렇게 후회막심인 정현우에게 이혁주가 다가와 폰을 건네주었다.

“형, 여기요.”

“그래, 고맙다. 나중에 내가 콜라 한 캔 더 사줄게.”

“됐어요, 그깟 콜라 얼마나 한다고. 그거 먹고 형한테 착취당할 바에는 그냥 제가 사다 먹을래요.”

“어이구, 그럼 나야 고맙지.”

그렇게 폰을 받은 정현우가 곧바로 자신의 이메일함을 확인했다.

그러자 보였다.

‘역시.’

라이징 스타 채널에서 보낸 이메일이.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

‘광고와 관련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있겠지?’

중요한 시험에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시험을 치른 상황에서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의 심정.

그러한 심정으로 정현우가 이메일을 열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메일을 천천히 읽던 정현우가 이내 마지막 대목에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의뢰?’

6.

“의뢰?”

멀린의 물음에 엠마는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네, BJ대마도사에게 의뢰를 했어요. 15일 안에 신기루의 숲 보스 몬스터인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에 성공하면 사역마 스킬 카드를 주겠다고.”

그 설명을 듣자 멀린은 피식, 실소를 지었다.

엠마가 세운 계획이 무엇인지 알았다는 증거의 미소였다.

“BJ대마도사가 미끼를 무는 순간, 놈의 동선이 확보되는 셈이군.”

이어진 멀린의 말에 엠마는 장황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사냥뱀 길드에 의뢰를 했어요. 정확히는 정보를 흘린 거지만.”

짧게 핵심만을 말했고, 그 대답에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냥 확실하게 잡을 속셈인 모양이군.”

“정확히 말하면 일단 잡고 봐야죠.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제멋대로 날뛰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

그 대답을 끝으로 그 둘의 대화가 잠시 멈췄다.

굳이 더 이상 이 의뢰 건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증거.

그러한 침묵을 참기 힘들었는지 멀린이 사적인 질문을 하나를 꺼냈다.

“미끼를 문 BJ대마도사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군.”

그 질문에 엠마가 대답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뻐하는 표정을 지어줬으면 좋겠네요. 환호성도 곁들여서.”

7.

“예스!”

정현우, 이메일 내용을 확인한 그가 왼손으로 주먹을 움켜쥐며 짧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예스! 예스!’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듯 불끈 쥔 주먹을 몇 번 더 휘두른 후에야 정현우는 행동을 멈추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을 표현했다.

그렇게 정현우를 기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15일 안에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를 하라는 내용의 의뢰였다.

‘광고주들이 날 버린 게 아니야!’

정현우 입장에서는 의뢰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기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를 믿고 한 번 더 광고를 주겠다는 의미 아닌가?

‘만회의 기회다.’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에서 찜찜했던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무대가 주어진 셈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기뻐할 일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제를 수행할 능력의 유무.

기회의 무대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무대 위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법이 되는 법이니까.

그게 정현우가 기뻐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고스트 솔로킬 정도면 충분해. 지금 내 스펙이면, 하고도 남아.’

이 의뢰를 수행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

당장 툰가의 검은 지팡이만 착용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스펙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위가의 활이랑 빌트가르의 뿌리창을 팔아서 번 돈으로 방어구 구매하고……'

또한 레벨에 맞는 아이템을 구매할 만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 역시 문제될 게 없었다.

‘마지막으로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에서 템만 고르면 돼.’

여기에 정현우에게는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보물이라는 추가 카드마저 손에 쥔 상황.

‘위가의 활을 판다면 그 대신 켄타우로스 나이트의 활을 뽑아서 써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 보스 몬스터 찾는 건…… 내 특기이고.’

여러 요소를 종합해조면 신기루의 숲에서 고스트 솔로킬 라이브는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보상이 별로라서 현재 협상 중입니다.]

그 문구 앞에서는 정현우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그 문구는 정현우가 보기에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질책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확실히 켄타우로스 나이트 라이브를 보고, 크게 베팅을 하는 게 이상한 일이니까.’

네가 더 멋지게 라이브를 했다면, 알아서 광고주가 큰 보상을 해줬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의 질책.

그게 이유였다.

‘가만.’

정현우가 고민을 시작한 이유.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야. 여기서 확실하게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않으면 다음은 없다.’

이미 앞서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놓은 상황에서, 다음 기회마저 평범한 결과를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

‘잡는 것만으로는 안 돼.’

더욱이 BJ대마도사라는 이름값을 생각했을 때 그저 성공이란 두 글자로는 부족했다.

‘모두가 놀랄 만한 결과물이 필요하지.’

그 이상.

‘광고주는 물론 우리 사장님도 놀랄 만한 결과물.’

이와 관련된 모든 이들이 놀라게 할 만한 결과물이.

‘그걸 위해선 기대감부터 낮춰야 해.’

그것을 위해선 일단 정현우의 생각처럼 관계자들의 기대감을 낮추는 게 중요했다.

‘당장 오케이하지 말고,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자.’

즉, 당장 하겠다는 말보다는 쉽지 않겠다, 라는 듯한 기색을 드러내야 할 때.

‘그 상태에서 89레벨, 아니 90레벨을 찍고.’

그렇게 기대감이 없는 상황에서 모든 준비를 마치는 것.

‘바로 고스트 잡으러 가는 거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겸사겸사하고.’

그렇게 계획이 완성되는 순간 정현우는 머릿속으로 필요한 시간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계산이 나왔다.

‘90레벨 찍는데 걸리는 시간은 5일, 아니 4일이면 충분할 거야. 그 후에 바로 잡는다.’

계산을 마친 정현우가 곧바로 이메일을 작성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광고주님의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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