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02화 (102/485)

102화.  < 33화. 예상 밖 (1). >

1.

워즈튜브에서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모두가 똑같이 대답할 것이다.

“보스 잡는 거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거지.”

보스 몬스터 레이드 라이브 방송이라고.

실제로 시청자 숫자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을뿐더러, 시청자 유입 역시 다른 콘텐츠와 질적으로 달랐다.

광고 단가 역시 가장 높았다.

“그런데 의외로 라이브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하지만 의외로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라이브로 방송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주를 이루는 건 라이브가 아닌 영상.

이유는 간단했다.

“뭐,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애초에 차원이 다르다고.”

라이브 방송과 영상 제작은 그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것.

애초에 영상을 찍은 후 편집을 해서 올리면 될 뿐인 영상과 달리 라이브는 제약이 많았다.

“당장 보스 몬스터가 언제 등장할지 아무도 모르잖아? 대충 짐작만 할 뿐이지.”

일단 가장 골치 아픈 점은 언제 어느 순간 라이브가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사전 예고를 할 수 없다는 의미.

“그런데 언제 보스 몬스터를 잡겠다고 광고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하더라도 하이에나들을 부를 따름이고.”

아니, 사전 예고를 한다는 건 그곳에 보스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걸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과 같았다.

레이드 리스크가 한 없이 올라가는 셈.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이들은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순간 라이브 사실을 알리고는 했다.

게릴라 이벤트 방식인 셈.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모로 시청자 숫자나, 흥행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 오늘이지?

- 이제 딱 1시간 남았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BJ대마도사의 이번 켄타우로스 나이트 레이드는 흥행을 위한 모든 조건이 갖춰져 있었다.

- 블루 스톤 골렘도 엄청난 놈으로 보이던데, 그게 고작 몸풀기에 불과하다니…….

- 보니까 저번에 BJ대마도사 황금 대장간으로 갔다던데?

- 그럼 툰가의 지팡이 나오려나?

일단 메인디시를 앞두고 펼쳐진 애피타이저부터가 남달랐다.

- 드디어 라이브 보겠네.

- BJ대마도사 라이브는 만날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봤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겠네!

그리고 이제까지 쌓아온 나름의 인지도 역시 남달랐다.

- 그보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라니, 대체 어떤 몬스터일까?

- 이렇게 사전에 공개하는 걸 보면 아주 특별한 몬스터인 건 분명하겠지.

마지막으로 소재도 남다른 상황에서 라이브 일정마저 정확히 공개했다.

“사장님! 방송 시작 10분 전, 10만 명 접속 달성했습니다!”

오프닝 10만명.

아직 BJ대마도사가 얼굴을 비추지 않았음에도 엄청난 시청자가 접속한 건 그러한 이유 덕분이었다.

“10만 오프닝이면 100만짜리 방송이지?”

더욱이 워즈튜브 라이브에서는 10만 오프닝을 찍은 대부분의 라이브 방송들은 최고 시청자 숫자가 100만에 이른다는 법칙이 존재했다.

“와, 라이브 100만 찍으면 우리 채널 최초죠?”

“채널 랭킹 꽤 오르겠는데요?”

“이런 건 치킨 뜯으면서 봐야 하는데, 직원이라서 안 되네.”

라이브를 앞둔 라이브 팀 직원들은 물론 구경 온 다른 부서 직원들이 흥분된 기색을 드러내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박영준은 달랐다.

툭툭!

그는 무언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또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 모습에 예의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박영준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아침에 먹은 식사가 별로였는지 속이 더부룩해서.”

너무나도 평범한 대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부하 직원은 제 모니터에 집중했고, 박영준 역시 제 모니터에 집중했다.

툭툭!

이후 박영준이 거듭 안 좋은 기색을 드러냈으나 그 사실에 의문을 던지는 이는 없었다.

속이 안 좋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을까?

‘속이 안 좋아.’

실제로 박영준은 속이 안 좋았다.

그러나 그가 말한 것처럼 아침 식사 때문은 아니었다.

‘왜 시간에 대해서 질문을 한 거지?’

BJ대마도사는 라이브 날짜를 통보하면서 질문을 던졌다.

라이브 방송 시간이 예상과 달라도 상관없냐고.

그 질문을 받았을 때 박영준은 눈치를 챘다.

‘대개 이런 경우는…… 공략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다.’

이번 보스 몬스터 공략이 BJ대마도사에게 있어서도 꽤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돌다리를 두드려 가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법이니까.’

실제로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사냥할 때 가장 명심해야 하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었고, 그런 이유로 어려운 보스 몬스터를 맞이하면 자연스레 라이브 방송 시간이 길어졌다.

‘좋은 건 아니지.’

더불어 레이드 방송 시간은 길어서 좋을 게 없었다.

길다는 건 공략이 어려운 셈.

그런 것을 오랜 시간 본다는 건 고역이었으니까.

‘라이브는 20분 내가 좋다. 제일 좋은 건 14분 12초.’

그래서 보통은 15분 남짓한 시간을 최적의 시간으로 평가했다.

당장 라이징 스타 채널의 영상들 대부분이 10분 내에 커트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노래 3곡 정도 듣는 정도 아니면 그 후에는 무의미해. 그걸 BJ대마도사가 모를 리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가 굳이 이러한 말을 꺼낸 이유는 하나뿐이었다.

‘무리하는 거지.’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는 여러모로 무리하는 거라고.

‘정확히는 내가 무리하게 만든 거고.’

다름 아니라 박영준, 그가 갑자기 광고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BJ대마도사가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고.

‘BJ대마도사의 자존심이 내 생각 이상이었어.’

결과적으로 자신 때문에 BJ대마도사가 폭주를 한 셈.

그게 박영준의 속이 안 좋은 이유였다.

그런 박영준의 속을 달래주는 건 하나였다.

‘그나마 광고 하나를 물어서 다행이야.’

이러한 수작 속에서 나름 수확 하나를 얻었다는 것.

‘그것도 꽤 굵직한 놈으로.’

그러한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 한 명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우리 쪽 채널에 접속했습니다.”

2.

[제한구역에 입장했습니다.]

오랜만에 제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검은 안개 바람이 미다스의 세상을 시커멓게 물들였다.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심해진 거 같네.’

더불어 검은 안개 바람은 예전에 왔을 때보다 더 심했다.

손을 뻗으면 그 손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

- 맙소사, 지금 내 화면이 이상한 게 아니지?

- 아니, 무슨 이런 곳이 다 있어?

그러한 광경을 처음으로 목격하게 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갓워즈를 조금만 아는 이들이라면 이 시커먼 세상이 플레이어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무대인지 알 수밖에 없었으니까.

- 개꿀 던전 아니었어? 이게 무슨 개꿀 던전이냐?

- 몬스터 사냥은커녕 그냥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겠는데?

- 몬스터가 개꿀인 던전이야?

더욱이 이 제한구역은 이제까지 젖과 꿀이 흐르는 비밀 던전으로 알려진 상태.

이곳에서 BJ대마도사가 대부분의 레벨업을 했다는 사실이 그러한 소문을 만들었다.

그러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왔을 때보다는 검은 안개 바람이 덜하네요. 그때는 진짜 앞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렇지 럭키야?”

왕!

“아차, 럭키는 말을 못하지. 골드야, 분명 저번이 더 심했지? 응?”

“주인님의 말이 맞습니다!”

그 말, 당연히 거짓말이 잔뜩 섞인 허세였다.

- 맙소사, 이보다 더 심했다고? 구라 아니야?

ㄴ 구라라니, BJ럭키 님이 말했잖아!

ㄴ 뭐라고 말했는데?

ㄴ BJ대마도사의 말이 맞다, 저번에는 더 심했다, 그래서 BJ대마도사 키워주느라 등골이 부서졌다.

ㄴ 이야, 개소리를 길게도 썼네.

그러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시청자들은 그저 그 말을 믿고 그것을 소재 삼아 채팅을 토해냈다.

‘그래, 이렇게라도 재미 포인트를 만들어야 해.’

그것을 보며 쓴웃음을 삼키는 미다스.

쫘르륵!

그런 그의 목에 찬 목걸이가 당장에라도 날아갈 듯한 기세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미다스의 고개 역시 자연스레 목걸이가 향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보이는 건 새카만 세상뿐.

그러나 미다스는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Lv109)]

!돌격 및 크러쉬 스킬 사용

!HP가 70퍼센트 이하일 때 헤이스트 스킬 발동

!HP가 20퍼센트 이하일 때 파이어 스텝 스킬 발동

켄타우로스 나이트.

이 새카만 세상 속에서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녀석의 존재를.

‘끔찍하네.’

그러한 녀석의 설정을 확인한 미다스는 머릿속에 준비해놓은 무수히 많은 계획들이 박살났다.

‘예상했던 것 중에서 가장 끔찍한 상황이야.’

그 후에 남아있는 것들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최악의 경우들뿐이었다.

‘기본적인 이동 속도도 빠른데, 여기에 돌진은 물론 크러쉬 스킬이 기본 탑재.’

그도 그럴 것이 기본 스킬인 돌진과 크러쉬는 서로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큰 스킬이었다.

대상과의 거리를 더 빨리 좁혀주는 돌진 그리고 부딪치는 순간 공격력이 증가하는 크러쉬.

‘2페이즈부터는 헤이스트 추가.’

그 상태에서 헤이스트마저 추가된다면?

장담컨대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 중에서 저 공격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미쳐 날뛰는 놈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을 터.

‘마지막 페이즈는 파이어 스텝.’

그 파이어 스텝 마저 발동한다면?

‘불길이 번지기 딱 좋은 무대에 어울리는 스킬이군.’

더욱이 시야를 가로막는 바람이 몰아치는 제한구역은 불길이 붙기만 한다면 번지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불길이 얼마나 번졌는지는 가늠할 수 없는 장소.

하물며 제한구역에서 나가기 위해서는 결계의 틈을 찾는 작업도 해야 하지 않는가?

‘6인이 조건인 이유가 있었어.’

여러모로 추가 보상 조건이 이해됐다.

일반 플레이어들이라면 6명이 아니라 10명이 달려들어도 잡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여유 부릴 틈은 없다.’

그러한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상대로 여유를 부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분명 치명적인 일이었다.

‘첫 광고 받고 하는 라이브 방송이지만……'

프로 플레이어와 스타 플레이어를 나누는 기준은 스타성이다.

그리고 그런 스타성을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게 해주는 게 바로 재미였다.

실제로 갓워즈에서 그냥 잘 뛰어난 능력으로 잘 잡는 것만으로는 큰 인기를 끌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과 소통을 하고, 개그도 치고, 장난도 치고, 호응을 유도해야 하는 법.

그냥 노래만 잘 부르는 스타보다, 무대 위에서 쇼맨십이 뛰어난 스타가 훨씬 더 큰 사랑을 받는 것과 같았다.

아니, 실력이 없어도 그러한 쇼맨십, 소통 능력으로 스타 플레이어가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쩔 수 없지. 각 잡고 가야겠어.’

그리고 지금 미다스가 마주한 켄타우로스 나이트는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게 미다스가 최악의 경우라고 하는 이유였다.

‘광고주도 물어볼 필요도 없겠어. 괜히 그런 거 신경 썼다간 머릿속만 복잡해질 테니까.’

오늘 이 방송에서 미다스는 정말 사냥에만 집중해야 할 테니까.

‘좋아.’

그렇게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숨을 돌린 후에 말했다.

“일단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 위로 물음표가 채워졌고, 그 물음표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인벤토리를 확장시킨 후에 그 안에서 포션 한 병을 꺼냈다.

- 무슨 포션이지?

- 어? 은버섯 포션이다!

- 은버섯 포션? 600골드짜리 마력 올려주는 버프 포션?

그리고는 그 포션을 그대로 단숨에 원샷한 후에 다시 새로운 포션을 꺼냈다.

한 병, 두 병, 세 병 그리고 네 병.

- 이거 벌써 2천 달러어치는 마셨네?

- 아니, 할 말 있다면서 왜 도핑만 해?

그렇게 네 병을 마신 후에 다시 한 번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꺼낸 포션을 손바닥 위에 담은 후에 그대로 럭키의 입 앞에 가져갔다.

할짝할짝!

럭키가 기다렸다는 듯이 혓바닥으로 포션을 핥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섯 병이었다.

- 와, 이번에도 족히 2천 달러는 포션 값으로 썼네.

- 스타트 도핑으로만 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그다음에 미다스는 골드에게 포션병을 건네줬다.

이번에도 숫자는 다섯.

- 아니, 대체 얼마나 강한 상대이기에 스타트 도핑으로만 5천 달러를 넘게 쓰는 거야?

- 와, 이 정도로 도핑하는 거 라이브로 보는 건 아즈모 이후 처음이야.

이 기나긴 도핑 앞에서 시청자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채팅을 쏟아냈다.

그 순간이었다.

“원래 라이브 방송 전후로는 시간을 비워두는데, 이번 라이브 방송은 여러 사정이 있어 급하게 잡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꽤 중요한 약속이 생겨버렸습니다.”

골드가 포션을 마시는 사이,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그런 이유로 오늘 레이드는 전력을 다해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그 말에 채팅창은 여전히 이해가 힘들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 원래 전력으로 해야지?

- 평소에는 놀면서 했다는 건가?

오직 한 명만이 달랐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내가 그런 상황 잘 알지.]

아즈모, 그만이 미다스의 심정을 이해했다.

[아즈모 : 좀 여유 있게 시청자랑 소통하면서 잡으려고 일부러 전력으로 안 하는데, 급할 때는 어쩔 수 없지. 아무렴.]

그제야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미다스가 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 .

그러한 그들에게 미다스가 확실하게 말했다.

“오늘 방송 오래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미리 사과드립니다. 오늘 방송 매우 짧습니다. 치킨, 피자 주문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그 말과 미다스가 소리쳤다.

“용열병!”

‘10분 안에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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