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101화 (101/485)

101화.  < 32화. 전력강화 (2). >

4.

“형, 무슨 일 있어요?”

이혁주의 말에 소파 위에 드러누워 있던 정현우가 깊게 감았던 눈을 게슴츠레 떴다.

누가 보더라도 잠결에 일어난 모양새.

그 모습에 이혁주가 질문을 던졌다.

“꿈이라도 꾸셨어요?”

그 물음에 정현우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한 후에 입을 열었다.

“그래, 꿈꿨다. 아주 좋은 꿈.”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는 정현우.

“꿈에서 내가 레전더리 아이템을 선물로 받았어. 그것도 매물로 나오지도 않는 엄청난 것으로.”

이어진 정현우의 그 말에 이혁주가 실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꿈 맞네요. 그것도 갓워즈 플레이어다운 꿈. 이야기 들어보니까 일반인들은 꿈을 꾸면 로또 당첨되는 꿈을 꾸고, 갓워즈 플레이어들은 레전더리 스킬 카드나 아이템 먹는 꿈을 꾼대요. 뭐, 둘 다 개꿈이란 건 매한가지이지만.”

이어진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다시 한 번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러한 정현우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 저는 이만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썩 좋지 못한 그 표정을 확인한 이혁주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난 후 정말 일을 하러 움직였다.

그러한 혁주의 모습을 실눈으로 확인한 정현우는 생각했다.

‘혁주 놈이 일을 하다니, 진짜 꿈인 건가?’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럭키의 금강불괴, 골드의 버서커 그리고 자신에게 온 저주를 품은 목걸이.

하나만 얻어도 환호성을 내지르다 목이 쉬어버려도 이상할 것 없는 결과물들이 연달아 세 개나 나왔다.

현실이라기보다는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꿈은 아니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정현우는 그것을 그리고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 그 퀘스트도 꿈이 아니겠지.’

당연히 그 후에 얻은 퀘스트 역시 분명한 현실이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 그 퀘스트와 관련된 정보들이 정현우의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툰가의 검은 지팡이.’

당연히 툰가의 검은 지팡이에 대한 것도 떠올렸다.

그 지팡이의 옵션은 알 리 없지만, 위가의 하얀 지팡이 때를 떠올린다면 툰가의 지팡이 이상 가는 아이템인 건 분명한 일.

그냥 툰가의 지팡이가 평균 시세가 12만 달러인 걸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값어치의 아이템이었다.

거래만 된다면, 그냥 그거만 팔아도 전셋집을 일시불로 들어갈 수 있을 정도.

심지어 미다스에게는 즈가의 망치마저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정현우는 그 아이템에 대한 매력에 빠지진 않았다.

‘히든 보상 조건은 6인 이하 파티 공략.’

오히려 반대, 정현우는 그 툰가의 검은 지팡이가 추가 보상이라는 것과 그 추가 보상을 얻기 위한 조건에 집중했다.

‘쉽지 않아.’

그게 정현우의 표정이 썩 좋지 못한 이유였다.

‘갓워즈의 게임 난이도를 생각한다면, 그 조건은 일반적인 6인 파티로는 감히 할 수 없어. 최소한 프로급 플레이어 6인 파티 정도를 기준으로 정해졌겠지. 그것도 최소 유니크 등급 아이템으로 모든 세팅을 마친 것을 기준으로. 레벨 역시 90레벨 이상.’

무리라는 것은 본래 하나가 늘어나면 1이 더해지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이 더해진다.

3인 파티와 6인 파티의 전력은 단순히 2배가 아니라, 3배 그 이상이라는 의미.

‘그런 걸 나 혼자 해야 한다.......'

문제는 그러한 난이도의 퀘스트를 정현우는 럭키와 골드, 둘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정현우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없었다.

‘그것도 3일 후에.’

이미 블루 스톤 골렘 레이드 라이브에서 3일 후에 켄타우로스 나이트 사냥을 하겠다고 공표한 상황.

이미 그 공표로 사람들은 디데이 계산을 시작하면서 손꼽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장님도 거기에 맞춰서 광고주들하고 협상하고 세팅하셨겠지.’

당연히 라이징 스타 채널 역시 그 공표에 맞춰서 광고주들과 협상을 하고, 무대를 준비할 터.

적지 않은 마케팅비도 투자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못 하겠다고 말한다?

시간을 미루어 달라고 말한다?

아마추어라면 그래도 된다.

‘프로는 제 입으로 뱉은 건 지켜야지.’

그러나 정현우는 프로 플레이어, 프로라면 시간 약속만큼은 지켜야 했다.

무엇보다 하루 이틀 늦어지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가시적인 전력 증가를 꾀하려면 90레벨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그럼 최소 일주일이야.’

정말 확실하게 준비를 한다면 일주일, 그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

‘여기에 그 전력에 맞춰서 세팅하고, 연습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10일.’

또한 전력을 갖추는 것과 그 전력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였다.

애초에 정현우가 3일이란 시간을 말한 것도 그저 그 정도 시간이면 좋을 것 같아서가 아니었다.

새로이 얻은 전력을 제대로 소화하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리란 계산 때문이었지.

‘돈도 필요하고.’

결정적으로 90레벨 이후에도 전력 증가를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로 했다.

당장 89레벨이 되면 툰가의 지팡이는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을 위해선 12만 달러를 확보해야 했다.

말이 12만 달러이지, 미다스가 당장 그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서는 가진 것의 대부분을 팔아야 했다.

그마저도 잘 구할 때의 이야기.

툰가의 지팡이는 매물이 극히 적은 탓에 현재 시장에서 제값에 구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이틀 동안 지금 내가 얻은 것을 확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게 나아.’

그렇기에 정현우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공표한 날에 확실하게 한다.’

그 결단 끝에 정현우가 눈을 뜨며 소리쳤다.

“혁주야, 콜라값 좀 해야지! 세팅해줘!”

그 외침과 함께 정현우가 간절하게 기도했다.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사장님의 능력에 제 조카 녀석 치킨이 걸렸습니다! 묵직한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5.

“현금을 안 받는다고요?”

엠마의 반문에 수화기 너머로 대답이 들려왔다.

- 라이징 스타 채널 쪽이 보낸 메일에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광고비는 현금으로 받지 않겠다고.

들려오는 대답의 목소리는 엠마가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와 달리 등등했던 기세가 없었다.

그 사실에 엠마의 눈매가 칼날처럼 가늘어졌다.

“딜을 해보셨나요?”

말을 하면서도 엠마는 직감하고 있었다.

‘꽤 강하게 딜을 했음에도 거절당한 모양이네.’

풀 죽은 저 목소리로 짐작하건대 분명 여러 시도를 했으나 통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고.

예상대로였다.

- 금액으로 100만 달러까지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금액적인 부분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100만 달러.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그 금액이 언급되는 순간 엠마의 머릿속엔 의문이 들었다.

‘그 정도면 이야기는 나눌 정도는 되는데? 애초에 광고를 받지 않을 생각인가? 하지만 그럴 거였다면 쇼케이스를 할 이유가 없잖아?’

광고비를 안 받겠다는데 왜 광고주들을 불러 모아서 쇼케이스를 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

- 대신에 금액이 아닌 갓워즈 내 아이템 및 스킬 카드 등을 받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그 설명에 엠마는 머릿속에 있던 모든 의문을 깨부술 수 있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었구나.’

돈이냐 아이템이냐?

보통 사람들에게는 딱히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돈이면 아이템을 구할 수 있으니까.

‘하긴, 갓워즈에서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갓워즈에서는 시세는 있되, 매물이 없는 아이템들,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특히 레벨이 높아질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해졌다.

아이템을 얻는데 필요한 조건들은 강화되고, 사냥 난이도는 올라가며, 사냥터 및 던전 통제가 이루어졌으니까.

당장 100레벨 이후부터가 그러했다.

툰가 왕국, 여기까지는 보통 플레이어들이 5인 파티 정도면 사냥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이후 무대인 신기루의 숲에서는 그런 5인 파티가 2개 조 혹은 3개 조 이상 활동하는 게 보통이었다.

20인 이상의 파티로 구성되는 공격대, 소위 공대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레벨이 오를수록 그러한 공격대 다수가 필요했다.

길드와 게임 컴퍼니가 득세하는 게 그런 이유였다.

‘언제까지 솔플은 불가능하지.’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으니까.

그때가 되면 BJ대마도사 역시 주변 이들과 타협과 교섭을 할 수밖에 없을 터.

말이 타협과 교섭이지, 달리 말하면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특히 그런 사냥터에서 얻을 수 있는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를 얻기 위해서는 돈이 아닌 다른 것을 허용해야 했다.

‘놈이 가진 비밀을 토로하지 않는 이상.’

그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런 식으로 미리 일찌감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구해놓는 건 매우 현명했다.

달리 말하면 그건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온다는 건 어떻게든 자기가 쥔 것을 최대한 오래 숨기기 위함이겠지.’

당장의 돈 따위보다는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고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둘 중 하나야. 우리 낌새를 눈치 챈 외부의 하이에나이거나 아니면 우리 내부에서 더 많은 지분을 얻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사자이거나.'

그 대목에 이르렀을 때 엠마의 가늘어진 눈매는 칼날처럼 섬뜩한 예기를 품고 있었다.

- 어떻게 할까요?

그러한 그녀에게 들려온 물음에 엠마는 그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잘됐네요. 그러한 조건이면 어비스 길드보다 더 나을 건 없으니까요. 필요한 게 뭔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그렇게 하면 계획은 그대로 속행될 수 있겠지요?”

- 물론입니다.

그제야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에 화색이 맴돌았다.

“예, 부디 잘 됐으면 좋겠네요.”

그러나 대답하는 엠마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부디 잘 풀려야지. 괜히 문제가 커지기 전에.’

6.

“여기 광고주들이 보낸 제안서들입니다.”

말과 함께 부하 직원이 건네준 태블릿PC를 받아든 박영준이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좋은 거 있었어?”

“비싼 거 많던데요?”

“아니, 비싼 거 말고 좋은 거.”

“예?”

이어진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비싼 게 좋은 것 아닌가?

“구하기 힘든 거 말이야. G베이에 올라오더라도 즉시구매가 아닌 경매로만 올라오고 혹여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도중에 그냥 시세만 확인하고 내려버리는 물건들.”

“아, 그런 거요.”

그제야 박영준의 의중을 깨달은 부하 직원이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말했다.

“그런 건 없었던 거 같은데요?”

“그래?”

“예, 다 G베이에서 돈만 주면 살 수 있었던 것들이었어요. 제시한 물건들 시세 검색해봤으니까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받아든 태블릿PC를 그대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응?"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 앞에서 두 눈을 깜빡였다.

대체 왜?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확실한 표정에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내가 와튼 스쿨 졸업한 후에 월스트리트 같은 돈 벌기 좋은 시장 놔두고 갓워즈란 바닥에 들어온 이유가 뭐인 줄 알아?”

“그야……"

대답이 아닌 질문에 부하 직원이 고민 후에 대답했다.

“이 시장이 더 미래전망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닌가요?”

“그저 그런 이유뿐이었다면 월스트리트에 자리 잡은 번듯한 회사 들어가서 갓워즈 관련 사업부에서 일했겠지. 그게 돈 벌기에는 훨씬 더 쉽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바닥을 고른 이유는 간단해. 이 바닥에는 룰이란 게 없거든.”

말을 하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만지려면 고려해야 할 게 많아. 팔기 싫든, 팔고 싶든 자기 의지가 아니라 룰을 따라야 하지. 거기에 법적인 제약도 엄청 많아. 법무팀이 벌어가는 연봉이 트레이너보다 많은 경우를 보고 하던 일 접고 로스쿨 들어가는 애들도 있을 정도라니까? 어쨌거나 배짱이 있어도 배짱을 부리기가 힘들어. 그런데 이 바닥은 아니야.”

“뭐가 다르죠?”

“배짱이 있으면 부릴 수 있지. 쉽게 말해서 꼬우면 안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 웃음과 함께 박영준이 툭툭, 꺼진 태블릿PC의 액정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앞으로 광고할 기회는 많아. 그렇기에 더더욱 처음에 못을 잘 박는 게 중요하지. 원하는 건 하나, 시세가 아니라 돈으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 그 외의 것들은 안 받는다.”

말을 뱉는 박영준의 표정에는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돈은 무시해. BJ대마도사는 그런 건 관심도 없으니까.”

동시에 즐기는 기색도 역력했다.

“……라고 광고주들에게 알리는 거 잊지 말고. 꼬우면 BJ대마도사한테 가서 따지라고."

호가호위, 여우 입장에서는 호랑이의 위세를 빌리는 것만큼 재미난 일도 없는 법.

“사장님!”

그때 다른 직원 한 명이 박영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이 왔습니다.”

“그래? 뭐라고?”

“일정은 그대로인데……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 무슨 질문?”

예상외의 단어가 등장하자 고개를 갸웃하는 박영준, 그에게 부하 직원이 말했다.

“방송 시간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7.

[레벨이 올랐습니다.]

언제나 들어도 기분 좋은 알림.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미다스의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르는 대신 오른손으로 제 입을 가린 채 고민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큰일 났다.”

그리고는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며 내뱉는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 어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낌새에 럭키와 골드가 다가왔다.

끼잉…….

“주인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렇게 다가와 걱정 어린 기색을 드러내는 럭키와 골드를 향해 미다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켄타우로스 나이트를 너무 빨리 잡으면 광고주들이 보이콧할지도 모를 것 같아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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