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96화 (96/485)

96화.  < 30화. Don't stop me now (3). >

8.

나무가 돌로 만들어진다면, 그러한 나무가 숲을 이룬다면 어떨까?

현실에서 그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동심이 가득하기 그지없는 질문이구나, 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갓워즈에서 그러한 질문을 듣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것이다.

“어떻기는, 좆같지.”

그게 얼마나 빌어먹은 것인지는 웨스트 캐슬 동쪽에 위치한 돌나무 숲에 와보면 뼈저리게 알 수 있다고.

돌나무 숲은 그런 무대였다.

“네가 무엇을 상상하든 이상으로 말이야.”

절로 욕이 나올 만큼 사냥터 난이도가 매우 높은 무대.

“특히 돌나무 나뭇가지는 빌어먹을 것들이지.”

그 원인은 다름 아니라 돌나무의 나뭇가지였다.

부들부들한 보통의 나뭇가지와 달리 돌처럼 딱딱한 그것들은 충분히 위협적인 흉기였고, 그 흉기는 생각 이상으로 제약을 크게 줬다.

“그런 상황에서 뭐로 변할지 모르는 스몰 골렘을 상대하라고? 지랄 맞은 일이지.”

하물며 그곳에서 등장하는 스몰 골렘은 공격을 당하는 순간 외형을 갖추는 변신형 타입이었다.

어떤 것은 오크 모양으로, 어느 것은 사람 모양으로, 어느 것은 고블린 모양으로.

때로는 개나, 늑대 따위의 형태도 갖추는 스몰 골렘은 사냥꾼들에게 다양한 경험과 대응법을 요구했다.

“마법밖에 답이 없고.”

결정적으로 스몰 골렘을 상대로는 물리 데미지 공격 효과가 반감되었다.

그런 그곳에 미다스가 등장했다.

왕!

“주인님, 새로운 무대이군요.”

럭키와 골드, 이제는 정체를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게 만들어주는 두 마스코트와 함께.

“BJ대마도사가나타났다!”

그런 미다스의 등장에 주변 플레이어들은 즉시 반응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보통의 사냥터에서, 앞선 황금 평야에서의 반응보다 훨씬 격렬했다.

아니, 격렬한 정도가 아니었다.

“돌나무 숲 동쪽 부근에 BJ대마도사 등장!”

“야, 빨리 알려!”

마치 봉화가 연달아 피어오르듯, 플레이어들은 앞다투어 자기들 주변 이들에게 BJ대마도사의 존재를 알렸다.

“사냥 구경이나 갈까?”

“셀카 요청해도 되겠지? 안 되려나?”

“아, 드디어 BJ럭키를 보는구나.”

그에 대한 평범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소위 잘나가는 길드 혹은 게임 컴퍼니 소속의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달랐다.

“BJ대마도사와 엮여서 좋을 거 없어. 그러니까 어지간한 일 아니면 근처에서 얼씬거리지도 마.”

“BJ대마도사랑 사건 자체를 만들지 마.”

그들은 BJ대마도사와의 접촉 자체를 꺼렸다.

“알지? 아바트가 쟤들 잡으러 갔다가 좆된 거? 그거 때문에 위에서 확실하게 명령이 내려왔어.”

특히 BJ대마도사를 잡으러 갔던 이들이 속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의 경우에는 길드 차원에서 경고했다.

“절대 BJ대마도사 근처에도 가지 마. 사냥 중이면 그냥 몬스터를 포기하고 자리를 피해.”

“시비 걸릴 여지조차 주지 마.”

그들은 소속 플레이어들에게 BJ대마도사 대피령을 내렸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시비 당하면 뭐라 할 말이 없으니까.”

당시 BJ대마도사를 잡으러 갔던 이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깡패짓을 했다.

먼저 비매너 행위를 했다는 의미.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때를 빌미로 비매너 짓을 한다면 항변할 도리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리고 막을 방법은 더더욱 없고.”

결정적으로 툰가 왕국, 100레벨까지 육성이 가능한 이 무대에서 BJ대마도사를 어찌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최상위 포식자인 셈.

BJ대마도사를 향해 촉각을 곤두세운 채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게 당연지사.

그런 그들 앞에서 BJ대마도사가 사냥을 시작했다.

9.

평범한 돌무더기.

그러한 돌무더기 앞으로 탐스러운 털을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왕!

이윽고 늑대가 포효를 내지르는 순간 돌무더기가 들썩이더니, 이내 오크 비슷한 형태의 모습을 갖추었다.

스몰 골렘!

쿵!

그렇게 등장한 스몰 골렘은 묵직한 돌덩이인 제 발로 땅을 두드리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후 곧바로 늑대를 향해 전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왕!

그 공격에 늑대는 빠르게 몸을 돌린 후에 돌나무를 피하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몰 골렘이 그러한 늑대를 쫓았다.

뿌득!

쫓는 스몰 골렘의 몸뚱이가 곳곳에 드리운 돌나무의 돌나뭇가지들을 사정없이 부쉈다. 그렇게 약 30미터 남짓한 추격전이 이루어졌을 때 늑대가 돌연 도주를 멈추었다.

왕!

그리고는 자리에서 크게 짖었고, 그 사실에 스몰 골렘이 자신이 제 몸을 던졌다.

늑대가 그 공격을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스몰 골렘의 돌진은 멈춰지지 않았다

쿵!

결국 스몰 골렘의 몸이 돌나무 한 그루에 부딪치며 거친 소리를 냈다.

그 순간이었다.

퍼엉!

먼 곳에서 파이어볼 하나가 날아와 그대로 스몰 골렘의 몸뚱이를 휘감았다.

그게 시작이었다.

화르륵!

그다음 뒤를 이어 불꽃창 한 자루가 날아왔고, 이어서 곧바로 얼음창 한 자루가 날아왔다.

파각!

세 번의 공격에 스몰 골렘의 몸뚱이가 눈에 띌 정도로 크게 휘청거리고 들썩거렸다.

“네놈!”

그리고 마지막은 켄타우로스의 돌진이었다.

이제는 손에 해머를 든 켄타우로스가 그대로 스몰 골렘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콰직!

그것으로 스몰 골렘의 단단했던 몸뚱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스몰 골렘 사냥이 완료되는 순간.

“맙소사.”

“미친, 저게 가능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천리안 스킬을 이용해 그 광경을 지켜보던 궁수 플레이어들이 둘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 정도였다.

“스몰 골렘이 10초컷이잖아?”

“아니, 아무리 이 사냥터가 마법사에게 유리하다고 해도 그렇지 저 정도 데미지 딜링은 너무 한 거 아니야?”

미다스가 보여준 사냥 속도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사냥속도와 궤를 달리했다.

“사냥 경쟁이 안 되겠어.”

“저런 BJ대마도사가 일부러 우리 쪽 근처로 와서 사냥을 하면……"

제한된 사냥감을 두고 경쟁을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BJ대마도사 등장하는 순간 그대로 굶을 수밖에 없을 터.

BJ대마도사와 관계가 썩 좋지 못한 이들에게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었다.

“괜히 엮이지 말고 물러나자.”

“그래, 들키면 골치 아플 테니까.”

감시를 하기에 충분한 만큼 먼 거리를 유지하고 있던 이들조차 등을 돌린 채 오싹해진 등골을 보이며 자리를 피할 정도.

그렇게 물러나는 감시자들을 확인한 미다스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반경 500미터 안에는 들어오지 않는군.’

이것이 미다스가 그리고자 했던 그림이었다.

플레이어의 방해를 걱정하기는커녕 자신만을 위해 사냥터를 독점하는 것!

‘이렇게 쾌적하게 사냥하려면 탐험가 길드의 VVIP가 되어야지. 그것도 탐험가 라인 안에서만 가능하고.’

탐험가 길드에 거금을 지불해야만 누릴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정도로 대단하면서도 쾌적한 일이었다.

‘본래대로라면 여기서 90레벨까지 무난히 찍었겠지.’

미다스는 그러한 상태로 일단 최소 90레벨까지는 찍을 속셈이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에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레벨만 달성하고 움직이는 게 오히려 현명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말이야.’

자신의 본래 계획을 떠올리던 미다스가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골렘의 결정 X9]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가 바뀌기 시작했다.

‘사장님, 제가 기필코 광고 따내드리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진한 미소로.

10.

“이렇게 일찍 구해올 줄이야.”

퀘스트를 받고 1시간 11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온 미다스의 앞에서 NPC즈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별일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미다스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진짜 별거 아니었지.’

실제로 별일은 아니었다.

일단 미다스는 퀘스트 아이템을 가진 몬스터를 찾아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거기에 지금 미다스의 명성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감히 그 주변으로 오지도 않는 상황.

그러한 상황에서 탐험가 라인 안이든, 밖이든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미다스 입장에서 특정 몬스터만을 찾아내는 건 그의 말처럼 정말 별 일 아닌 일이었다.

‘눈앞에 넘치는 사냥감을 포기하고 이거 찾으러 다니는 거 참는 게 제일 힘들었지.’

굳이 어려운 점을 꼽자면 퀘스트 아이템을 가진 스몰 골렘을 찾아 헤매느라 다른 몬스터를 잡지 못했다는 것.

“자네 덕분에 아까운 걸 쓰지 않아도 되겠어.”

그렇게 미다스에게 골렘의 결정을 받은 NPC즈가가 말과 함께 자신의 허리춤에 달린 망치를 툭, 쳤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즈가를 놀라게 한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 사이로 NPC즈가가 조금 전 드러낸 망치를 집어 든 후에 미다스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어차피 쓰려고 가지고 온 것, 자네 덕분에 쓸 일이 없게 됐으니 자네가 쓰게.”

갑작스러운 선물, 그러나 미다스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아, 감사합니다.”

애초에 추가 보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뭐, 적당한 무기 아이템인 모양이지.’

무엇보다 기대치 자체가 높지 않았다.

외형적으로만 봐도 강력한 무기로는 보이지 않았기에, 미다스는 그것이 그저 적당한 무기 아이템 정도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거래 불가만 아니면 좋겠다.’

하물며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도중 얻은 대부분의 아이템은 거래 불가 아이템이었다.

돈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

[즈가의 망치를 획득했습니다.]

그러한 생각과 함께 미다스가 즈가의 망치를 받았고, 그제야 즈가의 망치 옵션이 눈에 들어왔다.

[즈가의 망치]

- 등급 : 레전더리

- 사용 가능 레벨 : 99레벨 이하

- 즈가의 망치다. 자신에게 귀속된 아이템을 부수는 대신 그 아이템이 가진 신비한 능력을 추출할 수 있다. 추출된 능력이 부여된 아이템은 귀속된다.

- 99레벨 이상 아이템에 사용 불가

- 같은 타입의 아이템끼리만 추출 및 부여 가능

- 사용 가능 횟수 (1/1)

- 거래 불가

‘응?’

그 순간 미다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뭐야?’

그리고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추출?’

능력 추출,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 갓워즈의 무수히 많은 시스템이 떠올랐다.

‘이 게임에 이런 게 있었어?’

그러나 그 어디에도 옵션 추출이란 시스템은 존재치 않았다.

당연히 미다스는 놀란 눈으로 NPC즈가를 바라봤다.

“좋아, 이 정도면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을 만들 수 있겠어.”

그러나 그러한 미다스의 심중을 알 리 없는 NPC즈가는 이대로 퀘스트를 이어갔다.

“블루 스톤 골렘을 소환해서 잡으면 놈으로부터 멜팅 스톤을 얻을 수 있을 걸세. 그것을 이용하면 자네의 목걸이에 있는 두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게 가능할 것이야.”

이어진 설명에 미다스가 손을 흔들었다.

“자, 잠깐만요.”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미다스에 개의치 않고 게임은 빠르게 이야기를 진행했다.

“하루만 기다리게. 최대한 빨리 만들어줄 테니.”

NPC즈가는 그 말과 함께 미다스에게 등을 돌리더니, 돌나무 숲을 누구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블루 스톤 골렘 ]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9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즈가로부터 받은 블루 스톤 골렘 소환석을 이용해 블루 스톤 골렘을 처치하고, 멜팅 스톤을 얻어라.

- 퀘스트 보상 : 저주를 품은 목걸이

!블루 스톤 골렘은 소환 후 1시간 뒤에 소멸

!퀘스트 실패 시 재도전

!퀘스트 완료 시 ‘켄타우로스 나이트’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는 그 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정리 좀 해보자.’

그 상태로 지금의 상황을 순차적으로 풀었다.

‘추출.’

당연히 가장 먼저 풀고자 한 건 즈가의 망치였다.

사실 내용 자체는 어려울 게 없었다.

아이템 옵션을 추출해 다른 아이템에 부여한다, 라는 설정은 무수히 많은 게임에서 나왔던 시스템.

단지 갓워즈에서는 이제까지 이 시스템 자체가 이제까지 공개된 적이 없었을 뿐.

‘귀속 아이템에만 적용이 가능하고, 레벨 제한도 있다…… 메인 시나리오 전용 아이템들을 위한 거겠지.’

하지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의 보상들을 생각하면, 이런 시스템이 있어서 이상할 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런 시스템의 존재 배경을 미다스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어떻게 쓰지?’

중요한 건 이 천금보다 더 좋은 기회를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칭찬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

사실 이 부분도 답은 나와 있었다.

‘일단 추출 대상은 위가의 하얀 지팡이.’

현재 미다스가 가진 귀속 아이템 중에서 옵션 추출로 가장 제격인 것은 트리플 캐스팅을 가능케 해준 위가의 하얀 지팡이였다.

‘옵션 부여 아이템은……'

그렇다면 그렇게 추출한 옵션을 어느 아이템에 부여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도 어느 정도 나와 있었다.

‘레전더리밖에 없지. 그것도 무조건 99레벨에 가까운 아이템.’

등급은 최소 레전더리, 레벨 제한 역시 최소 90레벨 이상.

그러한 기준에 충족하는 마법사 전용 아이템은 사실상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머릿속 정리를 마친 미다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와, 이 게임이 갓겜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갓겜일 줄은 몰랐다.”

이 놀라운 시스템의 첫 수혜자가 됐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의 미소,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려 럭키와 골드를 바라보았다.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왕!

“예!"

오랜만에 그 둘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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