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94화 (94/485)

94화.  < 30화. Don't stop me now (1). >

1.

누군가 말했다.

팬들의 관심과 사인 요청이 짜증나기 시작할 때야 비로소 스타라 말할 수 있는 거라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미다스는 스타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BJ대마도사 님 셀카 한 장만 부탁합니다!”

“라이브 봤어요! 정말 멋졌어요!”

“다음! 다음! 다음!”

아바트와의 대결이 끝나고 제법 시간 흐른 뒤에 도착한 웨스트 캐슬에서 미다스를 기다린 것은 앞서 말했듯이 짜증이 날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인 요청이었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그것에 짜증을 내지 않았다.

“자, 차례 지키세요. 저 어디 안 갑니다. 다 찍어드립니다!”

오히려 미다스는 자신의 눈앞에 길게 줄지어 늘어선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한 미소는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의 앞에 선 줄을 확인한 후에는 더 진해졌다.

‘이겼다.’

자신의 줄에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한 미소.

“럭키는 찍으려는 사람 너무 많으니까 3명씩 섭시다! 한 명씩 했다간 하루종일 걸리겠네!”

“골드 쪽도 많으니까 3명씩 찍읍시다!”

“BJ대마도사 쪽 줄도 긴데, 3명씩 찍을까요?”

“아니, 거긴 3명씩 찍으면 어차피 시간 남으니까 한 명씩 찍어도 됩니다!”

“아, 그러네요.”

그러나 이내 플레이어들의 말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미다스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흔들렸다.

왕!

그 사실을 아는지 럭키가 어느 때보다 위풍당당하게 자세를 취한 채 짖었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실소를 머금었다.

허나, 그 실소는 이내 환한 미소로 바뀌었다.

‘내 인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이런 날은 꿈에서조차 제대로 꿔본 적 없었으니까.

오히려 이 순간 미다스를 힘들게 하는 건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는 일이었다.

‘아, 미치겠다. 이러다가 진짜 좋아 죽겠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차오르는 기쁨을 참는 게 이제는 힘들 지경이었다.

"비켜라!"

다행히도 그런 미다스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NPC다!”

“BJ대마도사를 마중하러 나왔어!

자가라, 그의 기사들이 미다스를 데리어 와주었다.

2.

[동쪽 감시탑에 입장합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동쪽 감시탑, 이제는 오로지 자신만의 세상에 왔음을 알리는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꾹 참고 있던 것을 이번에는 전력으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우와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는 미다스가 럭키의 앞발을 잡은 후에 춤을 추듯 움직이며 말했다.

“해냈어! 내가 해냈다고!”

왕! 왕!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주인의 기쁨에 럭키 역시 주둥이를 하늘 위로 들며 기쁨을 토해냈다.

히이잉!

골드 역시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앞발을 높이 든 채 켄타우로스 특유의 울음을 토해냈다.

광기 어린 환호성.

“씨발 내가 해냈어! 정현우! 네가 해냈다고!”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환호성이었다.

대결 자체는 일방적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었다.

“1티어급 길드 유망주를 1대 1로 이겼다고!”

스카프 길드, 갓워즈의 모든 길드를 모아두면 100위 안에는 들어올 만한 1티어 급 길드.

아바트는 그러한 스카프 길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최고의 유망주였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운이 다르고, 가진 바 능력이 다르며 후광과 권력도 다른 존재.

가진 바 재능만으로도 이미 성공이 보장된 자.

그런 플레이어를 상대로 미다스는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멋진 그림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이 가지는 상징은 더 컸다.

“이제 툰가 왕국에서 나대는 새끼들, 싹 다 뒈졌어.”

이제부터 툰가 왕국에서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 미다스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자는 없을 테니까.

아니, 무리를 지어 도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건 속된 말로 쪽 팔리는 짓이니까.

즉, 무리를 지어 접근하더라도 대놓고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는 당연히 없을 것이다.

‘얼굴 가리고 와라. 아주 그냥 쪽도 그냥 쪽이 아니라 개쪽을 팔게 해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의 정체를 알 수 있는 눈을 가진 미다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런 부류는 반가울 따름이었다.

사실상 툰가 왕국 내에서 미다스를 건드릴 수 있는 플레이어는 사라진 셈.

그 사실에 기쁨을 미다스는 이제는 환호성만이 아니라 춤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럭키의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나이트클럽에 온 사람마냥 엉덩이와 어깨를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그야말로 개판.

그 광경에 마침표를 찍은 건 NPC자가라였다.

“크흠.’’

NPC자가라가 아주 큰 헛기침 한 번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미다스에게 알렸다.

그 소리에 미다스의 춤이 멈췄고, 그런 미다스에게 NPC자가라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체 모를 자에 대해서 알아낸 게 있나?”

그제야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듯 표정을 굳혔다.

호우우!

히이잉!

반면 럭키와 골드는 서로 경쟁하듯 울음 소리를 드높였다.

“쉿, 쉿!"

그렇게 그 둘을 조용히 시킨 후에야 미다스가 NPC자가라 앞에 섰다.

그리고는 조금 전의 광경이 무색할 정도로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인벤토리에서 퀘스트 아이템을 꺼내 NPC자가라에게 건네주었다.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주었습니다.]

건네준 건 다름 아니라 검은색 덩어리였다.

석탄 덩어리라고 느낄 만한 덩어리.

“정체 모를 자를 찾았으나 워낙 재빠르기에 이 흔적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을 받은 NPC자가라가 그 석탄을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문자 그대로 정체를 모르겠군.”

그때였다.

스르르!

미다스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갑자기 사나운 뱀처럼 NPC자가라를 향해 움직였다.

“어? 어!”

그 사실에 놀란 미다스가 반사적으로 제 목걸이를 잡았다.

“성주님!”

동시에 NPC자가라의 뒤에 있던 기사들이 앞다투어 NPC자가라를 향해 움직였다.

목걸이를 암기라고 생각한 모양.

그러나 접근하는 기사들을 향해 NPC자가라가 손을 들어,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상태에서 NPC자가라가 목걸이, 정확히는 팬던트 부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스으!

미다스의 손에 잡혔음에도 목걸이는 여전히 성난 기세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대로 줄이 끊어지리라 느껴질 정도로 성난 기세를.

그러한 목걸이 펜던트 앞에서 NPC자가라가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쥔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좌우로 손바닥을 움직이자, 펜던트에 그에 맞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NPC자가라의 눈빛이 빛났다.

"그 목걸이를 만들어준 이가 누구인가?”

“드워프 즈가입니다.”

“즈가."

고개를 끄덕인 NPC자가라가 이내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내 손을 떠난 듯하군. 아무래도 자네가 해결을 해줘야겠어.”

[퀘스트가 완료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 말과 함께 NPC자가라가 손에 쥐고 있던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미다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제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빼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일세.”

그렇게 뺀 반지를 손아귀에 움켜쥔 NPC자가라가 미다스를 향해 그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우리 왕국을 위협하는 그 위험을 제거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자네가 무엇을 해도 상관없네. 해주겠나?”

그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대답에 NPC자가라가 자신의 움켜쥔 손바닥을 폈다.

그러자 뱀이 꼬리를 물고 있는 모양의 반지가 눈에 들었다.

“이것이 있다면 툰가 왕국 어디에서든 왕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걸세.”

이어서 NPC자가라가 반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나 미다스의 귀에 그러한 설명은 들리지 않았다.

[자가라의 반지]

- 등급 : 레전더리

- 착용 가능 레벨 : 80레벨 이상

- 툰가 왕국 웨스트 캐슬의 성주 자가라의 반지다. 툰가 왕국에서 귀족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 모든 능력치 +50

- 모든 방어력 +30

- 공격력 +10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모든 스킬 쿨타임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숨겨진 세트 옵션 발동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모든 능력 치 +50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공격력 +15

!툰가 왕의 반지 장착 시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맙소사.’

옵션을 확인하는 것조차 벅찰 정도로 무수히 많은 아이템 옵션을 가진 자가라의 반지 앞에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더욱이 미다스를 놀라게 하는 건 숨겨진 옵션이었다.

숨겨진 옵션이 있다는 건 달리 말하면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그 반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셈.

‘툰가 왕의 반지라고?’

그건 곧 미다스에게 툰가 왕의 반지를 얻을 기회가 올 가능성이 있다는 셈이었다.

물론 툰가 왕의 반지가 어떤 아이템인지는 미다스도 몰랐다.

하지만 왕의 반지 아닌가?

아이템 옵션을 고민할 이유는 없을 터.

‘역시 갓겜이다.’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자라가의 반지를 받았다.

“제가 기필코 처리하겠습니다.”

‘툰가 왕의 반지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해낸다!’

그리고는 어느 때보다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저주받은 목걸이(2)]

- 퀘스트 등급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9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NPC즈가에게 저주받은 목걸이와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가져다주자. NPC즈가는 현재 돌나무 숲에 있다.

- 퀘스트 보상 : 없음

!퀘스트 완료 시 ‘골렘의 결정’ 진행 가능

이제는 무대가 바뀔 때가 왔음을 알리는 그 내용.

‘돌나무 숲.’

그 내용에 미다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있는 힘껏 미소를 지었다.

‘나 잡으러 온 새끼들 대부분이 여기서 레벨업을 하고 있었지.’

이제 그에게 거칠 것은 없었으니까.

‘아주 깽판을 쳐주마.’

3.

BJ대마도사의 라이브가 종료되고 1시간이 흘렀을 무렵.

라이징 스타 채널 사무실은 여전히 BJ대마도사 건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언제나 그렇듯 일을 벌이는 것만큼 힘든 것이 그 일의 뒤처리를 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처리에 짜증을 내는 이는 없었다.

“최고 시청자 38만 9천 명입니다.”

“구독자 숫자도 무려 11만 명이나 증가했습니다. 최대치에요!”

“대박 떴습니다.”

오히려 뒤처리를 할 때마다 곳곳에서는 감탄과 환호성이 나오고는 했다.

종국에 박영준도 말했다.

“대단해.”

그 말을 부하 직원이 잽싸게 받았다.

“그렇죠, 대단했죠!”

“진짜 그 포스는 엄청났습니다. 이건 영상으로 만들어도 조회수 3백만은 거뜬할 겁니다.”

“3백만이 뭡니까? 이거 잘하면 1천만도 넘을 게 확실해요!”

그러한 부하 직원들의 눈빛에는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된 기색이 역력했다.

마땅한 기색이었다.

오늘 그들이 본 것은 바로 스타성이란 놈이었으니까.

그토록 기다리던 그 스타성이 반짝이는 것을 봤는데 흥분하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그러나 박영준을 미소 짓게 만드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무빙 캐스팅 스킬을 구매하면서 PK를 부탁한 거고. 오늘 그림은 내가 예상 범주였지. 대단하지만 놀랄 이유는 없었어.”

말을 하던 박영준이 책상 위에 놓인 콜라캔을 한 모금 마신 후에 말했다.

“하지만 PK가 끝난 이후의 BJ대마도사가 보여준 모습은 내 예상을 벗어났지.”

그 말에 모두가 BJ대마도사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지간한 스타 플레이어들도 환호성을 내지르고, 일반 플레이어들이라면 춤이라도 췄을 상황에서 여유가 넘치는 거.”

소름이 돋을 만한 그림을 그린 후에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여유 있게 셀카 타임을 가져주는 BJ대마도사의 모습을.

“확실해.”

그 모습을 떠올리는 순간 박영준은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BJ대마도사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거나 아니면 그에 준하는 무언가 과정을 거쳤어.”

BJ대마도사는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음을.

“그런데 그걸 포기하면서까지 새로이 캐릭터를 키우고 이만한 투자를 어떤 확신도 없이 할 리가 없지.”

그리고 그러한 전적이 있음에도 기꺼이 포기하고 무명부터 다시 시작할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음을.

그때였다.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부하 직원 한 명의 외침에 좌중의 시선이 모두 그곳에 꽃혔고, 그 시선 속에서 부하 직원이 마저 말을 이어갔다.

“다음 사냥터는 돌나무 숲이라고 합니 다. 그곳에서 사냥 방송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좌중에서 웃음이 나왔다.

“돌나무 숲이면 BJ대마도사 잡으러 온 애들 주력 사냥터잖아?”

“자기 노린 놈들 영역에서 깽판을 치겠다는 거지.”

“볼만하겠네.”

“당연히 이것도 라이브 방송하겠죠?”

마지막으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 모습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박영준이 평소에 쓰던 스마트폰은 이미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으니까.

결국 부하 한 명이 질문을 던졌다.

“그건 무슨 폰인가요?”

“좀 큰 곳 전용 폰.”

“큰 곳이요?”

그 말과 함께 번호를 누르고 폰을 귀에 가져다 대는 박영준에게 부하 직원이 잽싸게 질문을 했다.

“큰 곳이 무슨 의미인가요?”

그 질문과 함께 통화가 시작됐고, 박영준은 대답 대신 검지로 제 입을 가렸다.

쉿!

그 제스처를 취한 박영준이 곧바로 통화를 시작했다.

“오랜만이야! 아, 라이브 봤다고? 그럼 이야기가 더 편하겠네.”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제 입을 가렸던 검지로 책상 위에 놓인 콜라캔을 가리켰다.

그게 대답이었다.

“광고비, 얼마까지 이야기 나왔어?”

큰 것이 무엇이냐는 부하 직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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