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92화 (92/485)

92화.  < 29화. PvP (2). >

6.

BJ대마도사가 쇼를 마치고 다시 제한구역으로 들어간 지 4일째.

“와, 바글바글하네.”

“맙소사, 진짜 천 명 넘겠네?”

BJ대마도사가 사라진 그곳에는 이제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광경이었다.

“아니, 할 일 없는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아?”

“미친놈들, 비싼 돈 내고 게임하는데 시간이 아깝지 않나?”

BJ대마도사가 딱히 이벤트를 예고한 것도 아니고, 그를 따라 던전을 탐험할 수 있다고 밝혀진 것도 아님에도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이들이, 그것도 일반 플레이어들 다수가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근데 뭐 할 게 이런 거 밖에 없긴 하지.”

“갓워즈에는 소문 난 잔치가 없잖아?”

갓워즈에서 일반 플레이어들이 끼어들만한 사건사고가 지극히 적다는 것.

세간이 관심을 가지는 보스 몬스터 레이드나, PK는 솔직히 말해서 최상위 플레이어들, 그들만의 리그와 같았다.

“소문난 잔치가 있어도 구경하는 건 어렵지.”

“뭐하면 그냥 꺼지라고 하니까.”

심지어 평범한 플레이어들에게는 그 광경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것조차 쉬이 용납되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나 PK를 하는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평범한 플레이어와 자신들을 방해하려는 적대 세력의 플레이어를 구분할 능력이 없기에, 일반 플레이어들의 접근을 꺼리는 탓이었다.

“이런 거 난 처음이야.”

“이런 이벤트는 언제 또 경험할지 몰라.”

“비싼 돈 내고 게임하는데 이런 거라도 제대로 즐겨야지.”

그런 의미에서 세간의 적지 않은 이슈가 된 이벤트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경우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사실상 처음이었다.

“라이브 하겠지?”

“잘하면 BJ대마도사 방송에 나올지도 몰라.”

결정적으로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남달랐다.

‘무조건 잡는다.’

‘이제 어떻게든 잡아야 해.’

아바트와 알랍을 비롯해 그때 BJ대마도사의 쇼에 제물이 되어버린 이들은 물론 10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금 같은 시간을 BJ대마도사를 기다리는데 쓸 정도.

그리고 그게 이곳에 사람들이 더 모여 있는 이유였다.

과연 BJ대마도사는 이토록 많은 인파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저기!”

그때 평범한 평야, 그 너머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켄타우로스?”

등장한 건 다름 아닌 켄타우로스 두 마리.

그러나 그것을 켄타우로스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드디어 나타났다!”

누가 보더라도 그 두 켄타우로스의 정체는 BJ대마도사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BJ골드다!”

“BJ골드가 나타났다!”

“맙소사, 저기 BJ럭키도 있어!”

납작 엎드린 채 자신의 존재감을 감추고 있는 럭키의 존재도 이내 들켰다.

BJ대마도사가 나타났다!

그 사실에 1천 명이 넘는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열광을 내뿜기 시작했다.

끼잉…….

“주인님, 아무래도 정체를 들킨 모양입니다.”

상황을 파악한 럭키와 골드도 이내 포기한 듯 미다스를 향해 바라보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그 시선에 대답 대신 채팅창을 바라봤다.

[BJ럭키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BJ골드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BJ대마도사안티팬 님이 입장했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개방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외쳤다.

“폴리모프 해제.”

주문과 함께 켄타우로스, 거대한 신장이었던 그 모습이 로브를 입은 마법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야말로 마법같은 광경.

“우와, 장난 아니네.”

- 감쪽같네 .

그 광경에 주변이 감탄을 토해내는 사이 미다스가 평소보다 조금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제가 매우 중요한 퀘스트 진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웨스트 캐슬까지 가야 합니다!”

그 외침에 곧바로 플레이어와 시청자가 대답했다.

“쇼해주세요!”

- 쇼해주세요!

캐치 미 이프 유 캔, 그 쇼를 한 번 더 보여 달라!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였다.

“어?”

- 뭐야 저거?

플레이어 다섯 명이 미다스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스카프 길드다!”

목에 두른 스카프보다 확실하게 그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은 없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 뭐야?

- 떼로 몰려드네?

스카프 길드가 등장한 것을 기점으로 1천여 명의 플레이어들, 그 속에서 기색이 남다른 파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오십여 명이 미다스를 가운데 둔 채 작은 포위망을 만들었다.

그 광경을 확인한 미다스가 말했다.

“어? 무슨 일이세요?”

놀란 듯한 말.

그러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는 미다스 역시 지금 사정을 잘 알고 있음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저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이어진 그 말에 아바트, 그가 말했다.

“BJ대마도사 한 판 붙자.”

그 말과 함께 아바트가 목에 두르고 있는 스카프를 벗어 미다스를 향해 던졌다.

- 와, 스카프 던졌다.

- 하얀 스카프니까, 이기면 1만 달러 지급이다!

그건 스카프 길드의 심볼이었다.

스카프를 벗어 던지는 것은 싸움의 표현이었고, 이길 경우 스카프 색에 따라 스카프 길드는 상금을 지급했다.

자기들을 잡으면 오히려 돈을 주겠다!

스카프 길드가 1티어급 길드가 됐던 비결 중 하나였다.

자연스레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거 그냥 도망 못 치겠는데?”

“PK, 제대로 붙겠어.”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스윽 주변을 두리번거린 후에 말했다.

“아, 그러니까 그쪽 다섯 명하고 우리 셋하고 같이 한 판 붙자?”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엄지 끝으로 제 등 뒤를 가리켰다.

“거기서 내가 이기면 그때는 저기 있는 레드 스네이크 애들하고 싸우고, 그다음에도 이기면 이쪽에 있는 펠리세이드 길드 애들하고 붙고, 그다음다음에는 천궁 길드인가?”

미다스의 입에서 정확하게 자신들이 속한 길드가 언급되자, 언급된 이들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바로 우리를 알아보다니…… 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구나.’

‘정보력이 대체 어떤 거지?’

그건 분명 위력적인 협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서는 이는 없었다.

그 정도 위협에 물러설 정도였다면 애초에 각오는 물론 합의마저 마친 채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 사실에 불만 있나?”

특히 아바트의 각오는 남달랐다.

‘널 못 잡으면 길드 탈퇴다.’

이 무대에 참가하는 과정에서 아바트는 길드에 대해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

명령 불복종인 셈.

배수의 진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몸을 반쯤 물에 담그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한 아바트를 향해 미다스는 말했다.

“당연히 불만 있지. 5대3이라니, 이건 불공평하잖아?”

이어진 말에 좌중에서 대답이 나왔다.

“솔직히 불공평한 거 맞지.”

- 아바트지? 쟤 레벨 90레벨 넘지 않나?

“저 파티 평균 레벨이 90레벨 근처일걸?”

- 이제 막 툰가 왕국에 와서 황금 평야 사냥하는 BJ대마도사는 기껏해야 80레벨일 텐데, 이거 솔직히 체급이 안 맞잖아?

누가 보더라도 불공평한 싸움.

그러한 불평에 아바트는 말했다.

“싫으면 도망치든가.”

도망쳐라.

“도망칠 수 있으면.”

하지만 그냥 놔주지는 않겠다.

그러한 말에 좌중의 긴장감이 달라졌다.

“분위기 장난 아닌데?”

- 도망치면 다 쫓아서 잡겠다는 거지?

아바트가 그저 생떼를 부리기 위해 온 게 아님을, 그가 진짜 사냥개가 될 각오가 됐음을, 모두가 느꼈다.

이내 그 긴장감이 사방을 짓눌렀고, 그 상태에서 모두가 이제는 미다스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그런 좌중의 기다림 속에서 미다스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너무 유리하잖아.”

그 말에 좌중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런 그들에게 미다스가 마저 말했다.

“그렇잖아? 상식적으로 5대3으로 싸우면 내 쪽이 너무 유리하잖아? 솔직히 그러면 싸움 자체가 안 된다고."

그 순간 고개를 갸웃했던 이들이 이내 고개를 바로 만든 후에 미소를 지었다.

“역시 BJ대마도사, 살아 있네!”

- 하긴 BJ럭키 님이 있으니까. BJ대마도사 같은 놈은 탱킹만 잘하면 되잖아?

긴장감이 풀어지고 웃음이 흘리기 시작했고, 그 상황에서 아바트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때였다.

“그러니까 공평하게 1대 1하자.”

미다스가 말과 함께 손에 든 검은빛 지팡이로 아바트를 겨누고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 모습에 좌중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 뭐야?”

- 진짜? 장난이 아니라?

그 놀람 속에서 미다스가 소리쳤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 대신 이번에는 도망 안 쳐줄 테니까.”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 2부가 시작됐다.

7.

대부분의 게임에서 마법사와 검사가 PK를 하면 검사가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좀 더 들어가면 게임 기획자들은 대부분 그런 식으로 게임 밸런스를 설계한다.

갓워즈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갓워즈의 경우에는 더 심했다.

- 이건 말도 안 돼.

- 이거 갓워즈야!

보통의 게임은 공격을 당해도 그냥 HP가 감소하거나, 행동불능 상태에 빠지는 수준에서 그친다.

게임을 컨트롤하는 입장에서 욕이 나올지언정 심리적, 정신적, 육체적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었고, 판단력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는 의미.

하지만 갓워즈는 달랐다.

- 아무리 BJ대마도사라도 1 대 1이라니? 애초에 마법조차 제대로 못 쓸 텐데!

- 마법이 뭐야, 구르기 시작하면 정신도 못 차릴걸?

근접 딜러가 작심하고 공격을 시작하면, 마법사는 그야말로 축구공처럼 바닥을 구르게 됐고, 그렇게 되면 대부분은 판단 자체가 불가능했다.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자동차 안에서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한 것처럼.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가 싸움을 걸었다.

근접 딜러, 그것도 동급 중에서는 나름 상위 1퍼센트 실력자라고 할 수 있는 아바트를 상대로.

츠릉!

그 사실에 아바트는 대답 대신 칼집에서 숏소드를 꺼낸 채 손에 쥐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 싸움 받아주겠다!

그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 진짜 붙는다.

- 와, 이거 좆된 거 아니야?

- BJ대마도사가 개그친건데 왜 쟤는 다큐로 받아?

라이브를 보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미심쩍은 기색을 드러냈다.

진짜 1대 1로, 마법사 클래스가 검사 클래스와 싸울 리가 없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이거 리얼인데?”

하지만 지금 직접 광경을 보는 이들은 이게 장난이 아님을 인지했다.

그 분위기 속에서 미다스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10미터 전방, 그 앞에 있는 아바트를 겨누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아바트는 움직이지 않은 채 미다스의 행동을 기다렸다.

일종의 매너였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매치업에서 최소한 마법사에게 마법 주문을 한 번이라도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매너.

“BJ대마도사가 외치면 시작이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가 마법 주문을 외우는 순간 아바트는 총성을 들은 경주마처럼 그를 향해 달려들 것이다.

“아......."

그때 미다스가 소리쳤다.

“……바다 케다브라!”

그 외침에 잠시 동안 주변에 고요함이 깔렸다.

그 고요함 속에서 미다스가 말했다.

“아, 이게 아닌가?”

그 말에 좌중의 분위기가 환기되었다.

- 아깝다. 해리포터였으면 원킬 가능했는데!

- 아바다 케다브라 아시는구나! 이 스킬은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즉사원킬 씹사기 마법 주문인데 주인공은 맞아봤자 안 죽는.......

반면 아바트의 표정은 구겨졌다.

그런 아바트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미안, 어제 일 때문에 해리포터를 좀 읽어서 말이야.”

그야말로 조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트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미다스가 주문을 외우길 기다렸다.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상황을 그저 장난이었다, 같은 분위기로 넘길 생각 따위는 없다.

어떻게든 어느 한쪽이 게임 오버를 당해야 끝이 나는 결판을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

‘다음은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장난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

‘헬!"

그런 그에게 미다스가 소리쳤다.

“파이어볼!”

그 외침에 이번에도 모두가 생각했다.

- 또 장난질이네.

- 헬파이어볼 스킬이 어디 있어 ㅋㅋㅋ

헬파이어볼이란 스킬은 갓워즈 그 어디에도 현재 등장하지 않은 스킬이었으니까.

그러나 아바트의 반응은 달랐다.

“돌진!”

그는 미다스가 소리치는 순간 돌진 스킬을 사용하며 단숨에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

- 어!

그 광경에 모두가 놀라는 순간, 이미 아바트는 미다스를 향해 몸통박치기를 날렸고, 자연스레 미다스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세 바퀴 정도 바닥을 굴렀다.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더욱이 아바트는 진지했다.

‘단숨에 몰아친다.’

보통 근접 딜러들은 첫 공격에 가장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고자 한다.

나쁠 건 없다.

주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하는 게 근접 딜러의 가치였으니까.

하지만 수준급 실력자들은 그 방식을 다르게 해석했다.

주어진 시간에 최대한 많은 데미지 딜링을 해야 한다면, 그 주어진 시간을 늘리자고.

‘네놈의 탱킹 능력이 얼마든 간에, 일어나지도 못하게 해주마.’

아바트가 몸통 박치기를 먼저 날려서 미다스를 무너뜨린 게 그 이유였다.

이미 미다스의 탱킹 능력이 비정상적인 것을 파악한 상황에서 필요한 건 시간이었으니까.

더 나아가 아바트는 쿨 타임 여유를 돌릴 생각이었다.

미다스를 상대로 적당히 시간을 걸면서 쉼 없이 그를 몰아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가 일어날 때까지 그는 기다렸고, 미다스가 일어나는 순간 그제야 그는 다시 한 번 미다스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니들 소드!”

이번에는 검 끝을 앞세운 채 몸을 날렸다.

푹!

그렇게 내지른 검끝이 미다스의 로브, 그 너머 갑옷을 뚫고 제법 깊게 들어갔다.

‘들어갔다.’

분명히 데미지가 박히는 순간.

퍼엉!

그 순간 아바트의 눈앞에서 폭음이 터졌다.

“어?”

그 폭음과 함께 아바트의 눈앞에 일순간 하얗게 물들었고, 그 사실에 아바트가 뒷걸음질 쳤다.

그때 알림이 들렸다.

[치명적인 공격을 당했습니다.]

그제야 아바트는 깨달았다.

자신이 마법 공격에 당했음을.

그런 아바트의 귀로 미다스는 말했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그 말에 좌중이 놀라움을 토해냈다.

“아니 어떻게?”

- 캐스팅 중에 공격당했잖아? 취소 안 됐어?

공격을 당하면 캐스팅은 취소된다, 그렇기에 마법사 클래스는 근접 딜러에게 약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논리가 산산조각이 나는 상황.

모두가 의문을 품는 상황에서 대답이 나왔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불굴의 의지 배운 모양이네. 그거 매물 지금은 없을 텐데, 어떻게 구했지?]

불굴의 의지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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