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91화 (91/485)

91화.  < 29화. PvP (1). >

BJ대마도사가 보여준 쇼의 영향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 그 이상이었다.

- 진짜 난 놈이라니까. 지루할 틈을 안 주네.

- BJ대마도사가 여기서 끝낼 리가 없겠지?

- 조만간 또 빅이벤트 하나 터질 듯?

온라인에서는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들었다.

“아, 내가 레벨만 낮았어도 지금 BJ대마도사 잡으러 황금 평야로 가는 건데! 아, 너무 아쉽다!”

그리고 캡슐방에서는 이혁주가 하루 종일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쉼 없이 떠들었다.

“어이구 머리야.”

“저 소리 또 들을 바에는 차라리 게임을 하고 말지.”

듣는 캡슐방 손님들이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이제는 반박도 하기 귀찮다는 것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지경.

그러한 좌중의 반응에 이혁주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자신의 카운터 옆에 앉은 정현우를 바라봤다.

“형, 솔직히 BJ대마도사랑 1대 1이면 해볼 만하죠?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법사 클래스잖아요?”

반박이든 뭐든 좋으니 대화를 받아주세요, 라는 심정을 담은 이혁주를 향해 정현우가 대답 대신 자신의 손에 든 스마트폰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다른 왼손에 들고 있는 음료수를 꿀꺽꿀꺽 마셨다.

그것을 본 이혁주가 대화 주제를 바꿨다.

“형, 그거 먹을 만해요?”

대답 대신 정현우가 내려놓은 음료수병에는 에너지 밀크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갓워즈가 인기를 끈 후 가상현실 게이머들을 위해 만든 에너지 공급 음료였다.

물론 제대로 된 건 아니었다.

“난 그거 아무리 공짜라도 못 먹겠던데.”

제품이 나오고 판매를 하기 전 소위 판촉용으로 캡슐방에 공짜로 주던 것들, 그러다 안 팔리고 쌓인 재고 물품들이었다.

물론 재고 물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이제까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1년 동안 창고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뿐.

“형, 비위가 대단하시네요. 어디 가서 굶으실 일은 없으시겠어요.”

정현우 역시 그동안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입에 댄 이유는 하나였다.

“그래, 칭찬 고맙다.”

‘젠장, 한 푼이 아까워서 이딴 걸 먹게 되다니.’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를 사기 위한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서.

물론 식비를 아껴서 모을 수 있는 추가 금액은 많아봐야 1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모은 자금에 비하면 그야말로 목욕탕 욕조에 물 한 바가지 정도 붓는 수준.

‘어떻게든 구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아끼는 건, 그만큼 정현우에게 무빙 캐스팅 스킬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미다스가 오른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살피는 것은 G베이의 경매창이었다.

‘어.’

그때 알림이 떴고, 그 알림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가 보는 화면이 바뀌었다.

‘올라왔다!’

무빙 캐스팅 스킬 카드 매물이 올라오는 순간.

‘최근 무빙 캐스팅 경매 낙찰가는 3만 7123달러. 지금 착용한 아이템을 빼고 전부 모은 돈이 4만 3천 달러.’

그 순간 계산을 마친 정현우는 각오를 했다.

‘4만 달러 이상 주더라도 기필코 산다. 새끼들, 돈지랄이 뭔지 보여주마!’

그 각오와 함께 정현우가 경매에 참가했다.

2.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내뱉는 미다스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서로를 스윽 바라봤다.

또 주인이 뭔가를 잘못 먹은 모양이다, 같은 표정을 지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 무빙 캐스팅 같은 스킬 카드 하나가 8만 달러에 거래된다는 게 말이 돼?”

그러한 둘의 시선에도 미다스는 제 분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재차 말했다.

“이 빌어먹을 돈빨좆망겜!”

그 분노를 마지막으로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물 건너갔네.’

미다스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무빙 캐스팅을 손에 넣는 그림이었다.

그렇게 되면 미다스는 PK에서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됐으니까.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기존 시세보다 좀 더 많은 돈을 모았으니까.

‘미친, 갑자기 2배 시세가 말이 돼?’

그런데 그 예상 금액보다 2배가 넘는 금액에 아이템이 거래될 줄이야?

‘게임에 8만 달러라니, 미친 새끼들. 돈지랄하면 게임이 재미있나? 정도껏 해야지.’

솔직히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구매는 불가능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

‘됐다, 됐어. 무빙 캐스팅 없어도 문제 될 건 없어.’

물론 어디까지나 베스트 시나리오를 포기한다는 것이지 차선책은 여러 개 있었다.

무빙 캐스팅이 없어도 현재 상황이 골치 아픈 건 아니었다.

‘불굴의 의지가 있으니까.’

사실 불굴의 의지가 무빙 캐스팅보다 효용성은 더 좋았다.

애초에 무빙 캐스팅의 효용 가치도 이동함으로써 캐스팅 취소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애초에 캐스팅 취소 자체를 허락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훨씬 더 가치가 높은 건 당연지사.

그 증거로 불굴의 의지 스킬 카드의 경우에는 그 시세가 10만 달러부터 시작이었다.

‘뭐, 이번에 나오면 감사히 받겠지만.’

무엇보다 미다스에게는 아직 기회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다음 레벨업까지 남은 건 10마리.’

현재 미다스의 레벨은 79레벨, 그것도 80레벨을 거의 코앞에 둔 상태였다.

80레벨 달성 보상이 남아 있다는 의미.

‘워드래곤 님, 하나만 주십시오.’

“자, 그럼 슬슬 이곳을 졸업하자.”

그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몰아치는 검은 안개 속에서 마지막 사냥이 시작됐다.

3.

퍼엉!

검은 안개 바람을 뚫고 날아간 파이어볼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뚱이와 부딪치며 거친 소리가 났다.

[좀비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파이어볼 스킬의 랭크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8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이어서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

“보상 수령!”

그러자 곧바로 미다스의 눈앞에 1백 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눈에 띄는 건 고고하게 빛나는 황금빛 카드였다.

전설의 등장!

그러나 미다스의 시선은 황금빛 카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붉은빛만을 쫓았다.

‘제발 무빙 캐스팅!’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듬성듬성 자리 잡은 유니크 등급 카드 3장이 눈에 들어왔다.

미다스가 빠르게 그 내용을 확인했다.

‘아.’

그 순간 미다스의 안색이 굳어졌다.

“역시 운빨좆망겜.”

이어서 내뱉는 말이 말해주었다.

무빙 캐스팅 스킬은 나오지 않았음을.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그 무수히 많은 스킬들 중에 미다스가 원하는 스킬이 그대로 나온다면 그게 이상한 일.

“그냥 레전더리나 골라야지, 에휴.”

결국 미다스가 어쩔 수 없지,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레전더리 카드를 확인했다.

"어?"

그 순간 미다스의 얼굴이 굳었다.

[쇼크 웨이브]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충격파를 발생시켜 대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주고 마비 상태로 만든다.

“어!”

‘맙소사, 광역기 중에 손꼽히는 놈이잖아?’

쇼크 웨이브.

광역 마법 중에서도 꽤 강력한 스킬이었다.

보이는 것처럼 일단 광역 마법으로, 그 범위가 굉장했으며 데미지도 적지 않았다.

‘이거 마비 효과도 엄청 강력한데?’

무엇보다 좋은 건 데미지를 주는 순간 발동하는 마비 효과가 상당히 강력했다.

보스 몬스터조차도 3초 남짓, 스킬 랭크에 따라서는 5초 정도 그대로 굳게 만들 정도.

때문에 보스 몬스터 사냥에서도 무척 유용했다.

‘이러면 또 이야기가 다르지.’

미다스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아니, 가격 자체만 놓고 보면 무빙 캐스팅보다 훨씬 비싼 녀석이었다.

“흠, 역시 나쁘지 않은 게임이야. 럭키야,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자연스레 미다스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리기 위해 실룩거렸고, 그 모습에 럭키는 물론 골드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는 주인의 정신 나간 또라이 짓에 반응해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모양.

“애정이 식었어.”

‘오케이, 이 정도면 됐다.’

그 둘을 보며 투정을 내뱉었지만, 미다스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정도면 7인 파티를 상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제는 밖에서 자신을 노리는 호랑이 무리를 상대로 본보기를 보여줄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미소.

‘자, 그럼 슬슬 라이브를 준비해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그 본보기 과정은 생방송을 통해 보다 확실하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실 채널 코드를 입력하십시오.]

미다스가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리 만들어둔 방송 페이지와 자신의 캐릭터를 연결했다.

[코드를 입력했습니다.]

[채널 ‘라이징 스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이 시작됩니다.]

곧바로 미다스의 눈에 채팅창이 떴다.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

‘응?’

그런 채팅창에는 관리자 외에 이름 하나가 더 있었다.

미다스가 한 번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사장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 이름!

- 와튼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장이 먼저 미다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 네.”

‘무슨 일이야? 사장님이 왜?’

당연히 미다스는 긴장했다.

갑, 그것도 그 갑의 우두머리를 상대로 마땅한 행동.

‘이번 건이 진짜 큰 모양이구나.’

더욱이 현재 미다스는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매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회사로 따지면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된 셈.

긴장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 와튼 : 이번에도 저번처럼 가실 생각이십니까?

이어진 질문에 미다스는 제 긴장감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뭐,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죠.”

- PK가능하십니까?

그때 나온 질문에 미다스는 직감했다.

‘젠장, 저번에 그거 별로였던 모양이구나.’

라이징 스타 채널이 미다스의 저번 캐치 미 이프 유 캔 쇼에 불만을 가진다는 것.

‘역시 튀는 건 별로이지.’

사실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특히 이제까지 BJ대마도사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한 번은 몰라도 두 번까지는 확실히 그림이 좋지 않았다.

‘사장님이 직접 채팅으로 말할 정도면 진짜 별로였던 모양이구나.’

하물며 사장까지 나서서 그 부분을 직접 꼬집는다는 건, 그냥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때문에 미다스는 말했다.

“못할 건 없죠.”

‘어차피 싸우려고 했으니까.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 모습에 사장이 말했다.

- 예, 잘 부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움이 될 만한 스킬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스킬 카드요?”

- 무빙 캐스팅, 준비했습니다.

이어진 그 말에 미다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 무빙 캐스팅이요? 그거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사장은 대답했다.

- 와튼 : ^^

4.

채팅을 마친 박영준은 곧바로 화면으로 보이는 BJ대마도사의 표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다들 봤지?”

“예?”

그 말에 모두가 무슨 소리냐, 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향해 박영준이 말했다.

“지금 내가 무빙 캐스팅 꺼내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놀란 표정을 지었잖아?”

들어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부하 직원이 결국 의문을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BJ대마도사는 말이야, 태어나서 이제까지 언제나 갑의 위치에서 살던 부류야.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런 부류한테 스킬 카드 하나를 주면서 PK를 하라고 말했어.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

“좋진 않겠죠.”

“그래, 그런데 지금 BJ대마도사의 표정은 어때? 기분이 좋지 않은 걸로 보여?”

“그보단 그냥 놀란 표정인데요, 아!”

그제야 좌중은 박영준이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BJ대마도사가 내 제안을 명령이나, 요구가 아니라 부탁으로 들었다는 증거이지. 그리고 봐, 지금 고맙다고 말했지? 자, 그럼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어떻게 할까?”

“사장님 부탁대로 PK를 해주겠죠.”

그 대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시 라이브에 집중해. 오늘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날이 될 테니까.”

5.

[무빙 캐스팅]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이동 중에 마법 캐스팅이 가능해진다. 캐스팅 도중에 이동 속도는 감소한다.

!캐스팅 상태로 2.22킬로미터를 멈추지 않고 이동 시 ‘무빙 캐스팅’ 타이틀 획득

!캐스팅 상태로 이동한 누적 거리 42.195킬로미터 달성 시 ‘마라토너’ 타이틀 획득

스킬을 확인한 미다스는 슬쩍 채팅창을 확인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사장님의 아이디를 확인한 미다스는 속으로 긴 한숨을 삼켰다.

‘설마 8만 달러에 산 사람이 사장님인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선물.

그렇기에 미다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임무야.’

이것이 그저 공짜로 주는 호의가 아니라 미다스를 향한 라이징 스타 채널의 베팅임을.

‘어떻게든 완수해야 하는 임무.’

이제까지 그 둘이 서로 돕고 돕는 관계였다면, 이제는 운명공동체가 되고자 한다는 의지임을.

사실 그건 미다스 입장에서 기쁜 일이었다.

이제까지 그 누구도 이토록 엄청난 대우와 지원을 하면서 같이 하자고 손을 내민 적이 없었으니까.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부담감, 그 이상의 감격을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미다스는 이 내민 손에 기꺼이 쥐여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을 쥐여줄 속셈이었다.

고민도 없었다.

‘이제 툰가 왕국에서 골머리 썩힐 필요는 없다.’

무빙 캐스팅이 들어온 순간 미다스는 자신이 준비한 베스트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셈.

남은 건 그 시나리오대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파이어볼!”

그 각오를 품은 미다스가 파이어볼을 소환한 후에 먼 곳에 있는 정체 모를 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시원한 소리와 함께 알림이 들렸다.

[정체 모를 자를 공격했습니다.]

[정체 모를 자의 흔적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웨스트 캐슬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미다스가 결계의 틈 밖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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