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87화 (87/485)

87화.  < 28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1). >

1.

BJ대마도사의 스몰 파크 랭킹 소식은 이제까지 그와 관련되었던 그 어떤 소식보다 충격적이었다.

- 맙소사, 이 랭킹 실화냐?

- 헐, 이거 리얼?

- 스몰 파크 랭킹 순위에 BJ대마도사 따위가? BJ럭키님도 못 올라온 랭킹에?

기본적으로 무대 스케일부터가 달랐다.

이제까지 BJ대마도사가 나름 화끈한 이슈거리가 됐지만, 그 활약상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라이징 스타 채널 안에서 국한된 것이다. 그런 라이징 스타 채널의 구독자 숫자는 2백만 돌파를 이제 막 앞둔 상황.

적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1억을 넘어 10억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워즈튜브 채널들에 비하면 그 별빛이 강렬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 스몰 파크 랭킹이라니, 이건 스케일이 다르잖아?

- 드디어 메이저 데뷔인가?

반면 스몰 파크 랭킹 채널은 5천만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메이저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채널이었다.

더 나아가 그 인지도를 통해서 갓워즈에 통용되는 지표, 잣대를 가진 집단이기도 했다.

구독자 숫자, 그 이상의 권력을 쥔 채널이었다.

- 아니, 근데 100레벨도 안 됐는데 이게 말이 됨?

- 최근 2년 내에 100레벨 플레이어가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 올린 적은 없는데?

더욱이 BJ대마도사처럼 100레벨이 채 되지도 않은 플레이어가 스몰 파크 랭킹에 올라온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였다. 메이저리그로 따지면 이제 막 프로에 입단한 녀석이 마이너리그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 자리를 따낸 셈.

당연히 구설수가 붙었다.

- 돈으로 매수한 거냐?

- 시발 이제 하다하다 랭킹까지 돈으로 사네.

-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누가 하겠나?

ㄴ 원래 돈 없으면 이 게임 못하는데?

BJ대마도사가 스몰 파크 랭킹 채널에 로비를 해서 얻은 결과물이다!

자연스레 그런 주장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 돈지랄 같은 소리하네, 지금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걸 보면 차원이 다른데.

- 지금 900위 권 스몰 파크 랭커들 중에 BJ대마도사보다 화력 센 놈 있음?

ㄴ 어지간한 애들은 BJ럭키 컷 예상합니다.

ㄴ BJ골드보다 템세팅 구린 새끼들 천지인데 ㅋㅋ

ㄴ 이거 리얼 반박 불가

반대로 BJ대마도사가 보여준 것은 충분히 스몰 파크 랭킹에 오를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뜨거웠다.

논쟁이 붙으면 붙을수록 그 열기는 더 치솟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러한 열기는 BJ대마도사에 대해서 딱히 관심이 없었던, 차가운 반응을 보내는 이들마저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2.

[제한구역에 입장했습니다.]

황금 평야에서 시커먼 세상으로 들어오는 순간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미치겠네.”

‘진짜 개떼처럼 모였네.’

BJ대마도사가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린 지 이제 막 1시간 남짓한 시간이 흐른 시점.

그러나 이미 그 소식을 듣고 적지 않은 플레이어들이 BJ대마도사를 잡기 위해 황금 평야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카프 길드에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 거의 1티어급들이잖아?’

개중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만큼 인지도와 영향력을 가진 길드나, 게임 컴퍼니 소속도 있었다.

스카프 길드와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가 그러했다.

두 곳 모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메인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5천만 명을 넘는 준 1티어급이었다.

그런 엄청난 곳에 소속된 플레이어들이 5인 파티를 구성한 채 황금 평야, 그것도 미다스가 활동하는 제한 구역 근처에 있었다. 켄타우로스 사냥을 위해서 온 건 결코 아니었다.

‘그것도 90레벨도 넘는 새끼가 오다니, 양심은 캡슐 밖에 두고 왔나?’

그들 중에 가장 레벨이 높은 플레이어는 91레벨이었으니까.

황금 평야에서 켄타우로스를 잡으며 레벨업을 할 만한 레벨은 결코 아니었다.

사실 그건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90레벨 플레이어가 자기보다 레벨이 낮은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것, 일명 깡패짓은 모든 플레이어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으니까. 하물며 그런 유저의 목적이 PK다?

손가락질이 아니라 욕을 먹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주변에서의 평가 역시 매우 중요한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에게는 피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도리어 그런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은 자기 레벨보다 더 높은 레벨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고는 했다.

나는 도전을 겁내지 않는다!

나는 너희들보다 더 어려운 난관도 거뜬하게 극복한다!

그러한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고생을 자처했다.

‘여하튼 이 게임은 누가 잘나가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한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왔다는 건, BJ대마도사를 잡을 수 있다면 체면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뭐, 나라도 쟤들 처지면 똑같이 여기 왔겠지만.’

다르게 말하면 BJ대마도사를 잡는다는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사실 미다스는 저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미 선발주자들이 고인물이 되어 갓워즈에서 얻는 대부분의 부와 명예를 누리는 상황.

심지어 그들은 자기들끼리 울타리를 만든 채 밑에서 오는 이들이 그 울타리를 넘어오는 걸 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척박하기 그지없는 상황 속에서 후발주자인 주제에 별이 되겠다고 게임에 인생을 바친 이들의 심정이 절박하지 않을 리 만무.

‘미치겠네.’

물론 미다스는 그에 대한 동정심 따위는 품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들은 자신을 노리는 맹수, 그것도 아주 사납고 강인한 맹수들 아닌가?

동정을 품을 대상이 결코 아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언젠가는 짓밟아야 하는 대상일 뿐.

‘지면 좆되고, 이기면 나중에 좆된다.’

골치 아픈 점은 그들과 싸워서 이겨도 문제라는 점이었다.

‘쟤들 잡는 순간 길드 명성 차원에서 어떻게든 리벤지 할 테니까.’

1티어급 길드나 게임 컴퍼니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다름 아닌 명성과 체면이었다.

그런 그들이 어디 가서 당했다? 라는 사실을 그냥 받아들일까?

당할 순 있다.

그러나 당하면 그 이상으로 갚아준다!

그것을 고집하며, 이제까지 살아남은 이들만이 지금 저들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저들을 잡는 순간 스카프 길드나 레드 스네이크 게임 컴퍼니는 리벤지를 위해 두고두고 BJ대마도사를 노릴 것이다.

‘그냥 도망치면……'

이쯤 되면 줄행랑이란 선택지가 떠오를 터.

그러나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BJ대마도사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지겠지.’

싸우지도 않고 도망친 개가 되는 건 이제까지 쌓아온 BJ대마도사의 명성을 바닥에 버리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면 결코 하늘 위의 별이 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자신의 명성과 위엄을 지키는 이들만이 하늘에 남아 빛나는 법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건 70레벨 스킬 카드 보상으로 체인 라이트닝이 나온 거겠지.’

그래도 나름 미다스를 위안해주는 호재거리는 그가 70레벨 달성 보상인 스킬 카드 보상에서 체인 라이트닝 스킬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뭉쳐 있는 애들 상대로 이만한 것도 없으니까.’

체인 라이트닝은 다수를 상대할 때, 그것도 뭉쳐 있는 무리를 상대할 때 가장 효과적인 스킬이었다.

분명 큰 도움이 될 터.

‘제대로 써먹는 건 한 번뿐이겠지만.’

하지만 정말 실력이 뛰어난 파티들은 체인 라이트닝이 등장하는 순간 그에 맞는 포메이션을 구축할 줄 알았다.

지금 미다스를 노리러 온 이들의 수준과 실력을 생각하면 체인 라이트닝이 꾸준히 활약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여하튼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해. 여기 오래 있으면 날 노리는 새끼들만 몰려올 뿐이야. 지금 빨리 퀘스트 아이템 확보하고 웨스트 캐슬로 가야 해. 여기서 묶이면 진짜 80레벨 찍을 때까지 강제로 발 묶일 테니까.’

확실한 건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반대, 여기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게 뻔했다.

끼잉!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그런 미다스의 고민하는 모습에 럭키와 골드가 걱정하는 기색을 드러냈고, 그 모습에 미다스가 그 둘을 향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무렴, 난 괜찮지.”

그때였다.

“잠깐만.”

무언가를 떠올린 듯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말했다.

“럭키야 너 포복 전진 가능해?”

그 말에 럭키가 납작 엎드린 채 움직였고, 그것을 본 미다스가 골드를 향해 말했다.

“골드, 너 템 좀 벗어봐.”

그 명령에 곧바로 골드가 아이템을 벗었고, 그렇게 벗은 아이템이 미다스의 인벤토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켄타우로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골드와 자세를 낮춘 럭키를 바라본 미다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거 잘하면 되겠는데?’

3.

게임 속에서 사냥을 할 때 가장 기분이 더러운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그 질문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게임 오버 당했을 때, 옆에서 사냥하던 애가 값비싼 아이템을 먹었을 때, 몬스터를 스틸 당했을 때.

하지만 지금 황금 평야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그 질문을 한다면 모두가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아니, 쟤네들은 90레벨도 넘는 애들이 왜 쪼랩 사냥터에 와서 개지랄이야?”

사냥터 레벨에 어울리지 않는 플레이어가 사냥터에서 자리를 잡고 깽판을 부릴 때라고.

“쟤들만이 아니야. 스카프 길드랑 레드 스네이크 컴퍼니 소속 파티도 왔어.”

“설마 돌나무 숲에서 사냥하던 파티들?”

“그래, 걔네들.”

하물며 그런 이들이 하나도 아니고 여럿이라면?

욕지거리가 나오는 게 당연지사.

그들이 피해를 줬는가, 주지 않았는가, 하는 건 중요치 않았다.

바다에 갑자기 고래가 등장하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물고기들은 몸을 사리고 긴장해야 하듯이, 레벨은 물론 이름값마저 높은 플레이어가 등장하면 일반 플레이어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지금 등장한 이들은 이름난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도 나름 실력자 대우를 받으며 소위 별이 될 수 있는 길을 걷는 이들이었다.

그 콧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고, 당연히 그들은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미안하다는 인사 따위는 건네지 않았다.

“아니, 아무리 BJ대마도사 몸값이 급상승했다고 하지만 너무 한 거 아니야? BJ대마도사는 기껏해야 70레벨이라면서? 그거 잡으려고 90레벨 파티가 왔다고?”

“체면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잡고 싶은 거지. 혹시 알아? 잡는 순간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이 올라갈지?”

여러모로 좋은 소리가 나올 리 만무.

그럼에도 불구하고 BJ대마도사를 잡고자 한다는 건 분명한 각오를 했다는 의미였다.

하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는 아바트가 그러했다.

“다들 주변에 신경 꺼. 우리는 무조건 BJ대마도사만 잡는다.”

본래는 다른 길드 소속이었던 그는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스카프 길드에 들어온 케이스로, 스카프 길드 내의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루키로 평가받았다.

사실 굳이 BJ대마도사를 잡지 않아도 이대로 스카프 길드가 내주는 과제를 처리하면서 레벨업을 하면 150레벨이 넘었을 때는 충분히 데뷔가 가능했다.

“저번에 게임 오버 건 때 생긴 평가를 어떻게든 복구해야 해.”

나흘 전, 돌나무 숲에서 보스 몬스터인 블루 스톤 골렘 사냥에서 실수로 게임 오버를 당하지만 않았었다면 분명 탄탄대로를 걸었을 것이다.

사실 그건 꽤 치명적인 일이었다.

80시간이란 시간을 날린 것은 둘째 치고 반듯해야 하는 커리어에 오점이 생긴 셈이니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 건은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였다.

오점이 생긴 커리어에 더 빛나는 훈장을 달아줄 수 있는 기회.

물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오, 아바트!”

검은색 나무 가죽으로 만든 듯한 갑옷을 입은 플레이어 한 명이 아바트를 향해 인사를 하며 달려왔다.

“이야, 소식 듣고 바로 달려온 모양이네? 하긴, 게임 오버 당하고 첫 접속이지? 스타팅이 웨스트 캐슬이었으니, 여기 오는 게 어렵진 않았겠네.”

“알랍, 지금 시비 거는 거야?”

등장한 이는 알랍.

레드 스네이크 길드 컴퍼니 소속으로, 그 안에서의 위치는 아바트와 비슷했다.

더불어 레벨도 아바트와 비슷한 89레벨이었다.

“시비는 무슨, 그동안 우리가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잖아?”

당연히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은 이제까지 자주 부딪쳤다.

비슷한 실력, 비슷한 지원 그리고 비슷한 레벨을 가진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쉽게 말하면 라이벌이었다.

물론 서로 하하호호 웃는 관계의 라이벌은 아니었다.

“그렇게 자주 보다가 이렇게 오래 안 본 건 처음이라서 말이야.”

오히려 서로의 존재가 서로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쉽게 비유를 하면 같은 학교 내에서 전교 순위를 놓고 경쟁하는 실력 비슷한 두 학생의 관계였다.

그게 아바트가 더더욱 이곳에 온 이유였다.

‘빌어먹을.’

그렇게 비슷한 경쟁을 하던 차에 자기 실수로 넘어져 버렸으니까.

물론 알랍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보다 BJ대마도사가 화끈하긴 화끈한 모양이야. 돌나무 숲에 있던 애들이 다 지금 여기로 오고 있다네.”

‘다른 놈들 평가가 올라가는 걸 눈 뜨고 두고 볼 수는 없지.'

알랍 입장에서는 딱히 커리어에 흠은 없지만, 애초에 이 바닥은 절대 평가를 하는 바닥이 아니었다.

옆에 있는 놈보다 잘해야 하는 바닥이지.

그런 상황에서 경쟁자가 BJ대마도사를 잡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BJ대마도사는 봤어?”

그러한 속내 속에서 그 둘이 대화를 이어갔다.

“봤다고 하면 믿어줄 건가?”

“그러지 말고 정보라도 나눠보자고. 우리만 노리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게 아니잖아?”

알랍의 말에 아바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알랍이 제 말을 이어갔다.

“상황을 보면 현재 BJ대마도사가 자기만 들어갈 수 있는 사냥터에서 사냥을 할 가능성이 크지. 그동안 일반 필드에서 BJ대마도사가 사냥하는 걸 봤다는 이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그 BJ대마도사를 본 이들 대부분이 이 근처였고.”

말과 함께 그 둘이 슬쩍, 주변을 살폈다.

켄타우로스들이 달리고, 플레이어가 달리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BJ대마도사다!”

어디선가 들려온 외침에 아바트와 알랍, 그 둘이 동시에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인해!”

“파악해!”

동시에 그 둘이 궁수 클래스 파티원에게 명령을 내렸고, 명령을 받은 그 둘이 천리안 스킬을 통해 약 7백 미터 전방의 상황을 살폈다.

“BJ대마도사다.”

“럭키, 골드 확인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바트와 알랍, 그 두 파티가 곧바로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어, 사라졌다.”

“갑자기 사라졌어!”

그러나 이어진 그 말에 그 두 파티는 그대로 정지했다.

그 상태에서 알랍과 아바트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장난 아니네. 대체 뭘 하기에 저런 식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BJ대마도사겠지.”

평범한 대화, 그러나 그 말을 뱉는 알랍과 아바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나 있었다.

해머를 뒤로 젖힌 총이 내뿜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긴장감이.

비단 그들만 그런 건 아니었다.

BJ대마도사가 등장했다는 걸 파악하는 순간, 그를 노리며 이 주변에 대기 중이던 모든 파티들이 해머를 뒤로 젖힌 방아쇠가 되었다. 언제든 BJ대마도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수틀리면 이 새끼들부터……'

‘내가 못 잡으면 이 새끼도 못 잡아야지.’

그리고 여차하면 옆에 있는 경쟁자를 공격할 수 있도록.

“어!”

“저기!”

그러한 상황 속에서 다시 한 번 무언가가 등장했고, 그 사실에 긴장한 모두가 반응했다.

“켄타우로스네?”

“두 마리?”

그렇게 반응한 이들이 보게 된 건 켄타우로스 두 마리였다.

“리젠인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리젠이겠지.”

평범한 몬스터 리젠 현상.

그러나 그 사실에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무리들은 긴장된 기색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긴장했다.

‘여기서 우리한테 어그로 꽃히면……'

언제 BJ대마도사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켄타우로스와 싸우고 싶은 이는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기대도 했다.

‘저기로 가라.’

‘저 새끼들 물어.’

그런 좌중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등장한 두 마리의 켄타우로스가 평야를 걷기 시작했다.

걸음은 느긋했다.

아직 어그로가 끌리지 않았다는 증거.

그렇게 그 두 마리가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주변으로 저벅저벅, 걸음을 내디디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두 켄타우로스를 향했다.

그러한 켄타우로스 두 마리가 이내 알랍과 아바트, 그 둘의 파티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이런."

"젠장."

둘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쓴소리가 나왔다.

그뿐이었다.

그 이상 소리는 없었다.

괜한 소리로 켄타우로스의 주목을 끌었다간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타우로스들은 알랍과 아바트가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어느새 두 무리의 거리는 12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었다.

‘이 이상 좁혀지면, 어그로 끌린다.’

어그로가 끌려도 이상할 게 이상할 게 없는 거리.

‘오면 잽싸게 처리한다.’

그 거리가 되자, 이제 그 둘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빨리 켄타우로스를 잡기 위한 방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

그때 그 둘을 향해 다가오던 켄타우로스가 갑자기 발걸음을 돌렸다.

그렇게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리던 켄타우로스 두 마리가 이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알랍과 아바트가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 상태로 알랍이 아바트에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저거라도 잡지 그래? 응? 여기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잖아?”

아바트는 대답 대신 파티원들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등장했던 쪽으로 이동하자.”

그 모습을 알랍 역시 그냥 두고만 봤다.

굳이 두 맹수가 한 곳에 모여서 서로의 집중력을 갉아먹을 필요는 없는 법.

물론 그들은 몰랐다.

“여러분 보셨죠? 백퍼센트 속는다니까요!”

- 와, 진짜 속네.

- 연기력 개쩌네. 순간 나도 방송 보면서 켄타우로스인 줄 앎.

- 와 이렇게 엿을 먹이시네.

지금 그들을 지나 웨스트 캐슬 방향으로 달려가는 켄타우로스 한 마리가 라이브 방송 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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