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85화 (85/485)

85화.  <27화. 제한 구역 (2). >

4.

켄타우로스와 그것을 사냥하고자 하는 플레이어들이 가득 한 황금 평야, 그 드넓은 평야 한 곳에 자그마한 빛무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왕!

그렇게 등장한 빛무리 사이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다름 아니라 늑대 한 마리였다.

“주인님, 다시 이곳에 왔군요.”

이어서 갑옷으로 무장한 켄타우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그다음은 미다스였다.

[황금 평야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다시 왔지.”

귓가로 들리는 럭키와 골드 그리고 시스템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주변을 두리번거린 미다스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표정으로 미다스가 자신의 뒤에 등장한 NPC요나스를 바라보았고, 그 표정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는지 NPC요나스는 말했다.

“이곳입니다.”

그 말에 미다스가 다시 한 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곳곳에서 사냥꾼이 오기를 기다리는 켄타우로스들과 그런 켄타우로스와 치열한 전투 중인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나 올 수 있는 평범한 사냥터 필드의 모습.

‘여기라고?’

그 어디에서도 제한 구역이란 표현은 찾을 수가 없는 평범한 무대였다.

“결계로 공간을 분리했습니다. 때문에 그냥 육안으로 봐서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그런 미다스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이 NPC요나스가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지금 저 안의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과 말을 덧붙인 채.

그 말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빨리 처리해야겠군요. 어떻게 해야 결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까?”

그 물음에 NPC요나스는 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손바닥 크기의 판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주었고, 미다스가 그것을 받아들었다.

[금의 인장이 결계의 틈을 보게 해줍니다.]

[제한 구역에 입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어진 알림 뒤로 NPC요나스가 설명을 해주었다.

“결계의 틈을 보면 반응하는 인장입니다. 이 인장이 황금빛을 내뿜으면 결계의 틈이 있다는 의미이니, 그 틈을 통해 이동해야 합니다. 틈은 무작위로 생성되고 소멸됩니다. 또한 틈은 지나가는 순간 사라집니다. 나오실 때는 다른 틈을 찾으셔야 합니다.”

어딘가에 문이 생길지 모르니, 이 인장을 들고 열심히 주변을 배회하라!

미다스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설명이었다.

‘뭐, 잘 보이네.’

미다스의 눈에는 결계의 틈이, 마치 바다 위에 만들어진 소용돌이와 같은 것들이 보였으니까.

![결계의 틈]

!입장 시 사라진다.

!9분 11초 후에 소멸

심지어 그 위에 달라붙은 친절한 설명마저 보였다.

‘확실히 어려운 과제네.’

들어가는 것조차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

아니, 사실 들어가는 건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시간은 소모될지언정 위험할 일은 없으니까.

문제는 한 번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출구를 찾는 건 다른 일이라......."

어떤 위험이 있을지 공간에서 새로운 출구마저 찾아야 한다는 것.

“결계 안으로 들어가시면 나오실 때도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혹여 미리 출구를 발견해 두었더라도 NPC요나스의 설명처럼 틈은 언제 생기고, 사라질지 몰랐다.

‘튀기는 힘들다, 이거군.’

갓워즈에서 기본적으로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탈출이었다.

안 되면 튀자!

하지만 이번처럼 출구 자체가 수시로 바뀐다면?

‘인스턴스 던전보다 더 골치 아파. 그런 경우는 차라리 난이도가 정해져 있으니까.’

더욱이 이번 던전은 정해진 숫자의 몬스터만 존재하는 인스턴스 던전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

필드이되, 그저 출입구만 수시로 바뀌는 무대일 뿐.

‘노데스 조건이 붙을 만하네.’

여러모로 몸 멀쩡히 하기는 힘든 일.

그러나 반대로 미다스는 걱정이 없었다.

“그러니까 안에 들어가면 똑같이 결계의 틈을 찾으라, 이 말이죠?”

"예."

그 말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은 채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자, 그럼 들어가자!”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이렇다 할 탐색 없이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결계의 틈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자 곧바로 보이는 풍경이 바뀌었다.

[제한 구역에 입장했습니다.]

[제한 구역 입장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제한 구역 최초 입장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온 건 황금 평야, 그 안을 쉴 새 없이 몰아치고 있는 검은 안개였다.

말 그대로였다.

검은 안개들이 마치 바람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그 사실에 옷자락이 펄럭이고, 무언가를 본다는 것이 괴로울 정도.

왕!

“주인님!”

바로 지척에 있는 동료들조차 그 모습을 제대로 육안으로 분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세상 너머 곳곳에는 켄타우로스들이 가득했다.

[좀비 켄타우로스(Lv74)]

다름 아닌 이미 죽어 좀비가 되어버린 켄타우로스들이.

개중 한 마리가 미다스 일행을 발견하고 접근하기 시작했다.

왕!

“무언가 옵니다!”

그 낌새를 느낀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미다스의 앞을 가로 막았다.

그뿐이었다.

왕! 왕!

“잘 보이지 않는군요. 위험합니다, 주인님 제 뒤에 서십시오!”

얼마나 빠르게 오는지 그리고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럭키와 골드 역시 쉬이 가늠할 수 없었다.

‘오케이.’

오직 한 명, 미다스의 눈에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일 뿐.

이윽고 미다스가 고개를 돌리자 보였다.

![결계의 틈]

그것을 본 미다스가 손을 휙휙 흔들며 럭키와 골드를 불렀고, 이내 그 둘과 함께 결계를 넘어갔다.

[제한 구역을 나왔습니다.]

[제한 구역 무사 귀환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평화롭기 그지없는 환한 황금 평야의 모습이 미다스를 반겼다.

‘나오는데 리스크도 없다.’

그 사실을 확인한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개꿀 사냥터 확정이네.’

“자, 애들아 꽉 잡아.”

그 미소를 지은 채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 버스 운행 시작하니까.”

5.

[좀비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몰아치는 검은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알림 소리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오케이! 럭키야! 한 마리 더 데리고 와!”

크-왕!

미다스의 그 외침에 럭키가 망설임 없이 사생결단 스킬을 외쳤고, 그 순간 좀비 켄타우로스 한 마리가 럭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비임에도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켄타우로스의 모습에 미다스가 캐스팅을 외쳤다.

“파이어 스피어 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볼!”

조금은 늦은 캐스팅.

그러나 미다스는 개의치 않았다.

“골드!"

“For the lord!”

그 외침을 내뱉는 순간 거대화한 골드가 그대로 달리는 좀비 켄타우로스의 측면을 쳤다.

푸욱!

그와 동시에 골드가 손에 쥔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에 깊게 꽃혔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좀비 켄타우로스의 몸에 깊숙이 박힙니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창이 대상의 체력을 흡수합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골드가 그대로 좀비 켄타우로스를 창에 꽃은 채 들어 올렸다.

으어어!

좀비 켄타우로스가 아등바등 몸부림을 쳤다.

거센 몸부림이었으나, 골드는 이를 꽉 문 채 어떻게든 그 상태를 유지했다.

“잘했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맞추기 쉬운 경우는 없는 광경.

당연히 미다스는 기꺼이 캐스팅한 세 개의 마법 전부를 좀비 켄타우로스의 황금빛 과녁에 꽃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벌써?’

생각 이상으로 빠른 레벨업.

‘하긴.’

물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한 구역, 그곳은 그 설정 자체로만 보면 최악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은 무대였다.

평야이지만 검은 바람 때문에 시야는 제한된 상황.

그런 상황에서 마주하는 것은 기동력은 떨어지지만 대신 HP는 더 많은 좀비 켄타우로스.

여기에 검은 바람 소리 때문에 켄타우로스가 접근하는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저주받은 숲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난이도의 무대.

심지어 출입구조차 고정되지 않은 채 상황에 따라 찾아야 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플레이어가 가장 빌어먹을 상황을 일부러 모았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난이도 생각하면 경험치라도 많이 줘야지. 아무렴.’

반면 이런 난이도 탓에 좀비 켄타우로스의 경험치는 일반 켄타우로스의 2배, 그 이상이었다.

하물며 미다스의 레벨은 60레벨, 거기에 파티 플레이보다 빠른 솔로 플레이 중 아닌가?

레벨업이 느리다면 그게 이상한 일.

‘여기서 70레벨까지는 사냥하고 싶다.’

어쨌거나 이런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곳을 주력 사냥터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미다스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퀘스트 공략을 위한 던전, 퀘스트 공략이 끝나면 더 이상 이용이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좀비 켄타우로스 1천 마리 사냥이나, 정해진 시간 동안 생존 같은 게 조건이라면 미다스가 이곳에서 사냥으로 올릴 수 있는 레벨은 한계가 있을 테니까.

왕!

그때 고민하는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적이 등장했음을 알리는 경고음을 내보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생각을 멈추었다.

“골드, 대기해!”

“예! 명을 받듭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골드를 이동시키고, 사냥을 준비했다.

그리고 미다스가 적을 확인했다.

'응?'

그런 미다스의 눈에 적이 보였다.

[좀비 켄타우로스]

- 선발대가 남긴 흔적(1)

그리고 좀비 켄타우로스가 가진 아이템도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야! 철수! 철수! 저 새끼 잡으면 안돼!”

6.

- BJ대 마도사 PK라이브 봤어?

BJ대마도사의 PK사건은 빠르게 세간에 알려졌다.

그럴 만했다.

일단 모두의 관심사였을뿐더러, 그 내용 자체나 결과가 모두의 예상외였으니까.

- 스니코 게임 컴퍼니 소속 애들 아주 그냥 개털렸던데.

ㄴ 개털린 수준이 아니라 계약해지 당했다던데?

ㄴ 하긴 그런 개쪽을 당한 애들한테 돈주면 BJ대마도사 말처럼 돈이 썩어 넘치는 거지.

ㄴ BJ대마도사가 그럴 돈 있으면 그냥 버리겠다고 했지?

ㄴ 아니, 똥 닦는데 쓰는 게 낫다고 했을걸?

도전자들의 처참하다 못해 처절한 몰락은 적어도 최근에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 그거 때문에 대부분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BJ대마도사 사냥 불허했다는데?

- 올스탑이지.

- 템 뺏기고, 개쪽 당하는 것보다 낫지.

BJ대마도사를 잡는데 어떤 지원과 허가도 해주겠다고 나섰던 길드나 게임 컴퍼니가 마치 짠 것처럼 내뱉은 이야기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놓고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제스처나 의사를 표현했던 곳마저 그때 본심이 아니었고, 그냥 한 말이었다며 사과 아닌 사과를 하는 경우마저 생길 정도.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은 다시 한 번 더 상승했다.

여러모로 재미난 일이었다.

“생각보다 플레이를 할 줄 아는 놈이네요.”

그러나 그런 BJ대마도사와 껄끄러운 관계가 되어버린 엠마 입장에서는 딱히 재미는 없는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할 줄이야. 분명 뒤에서 설계를 해주는 이가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그녀의 칭찬에 이야기를 듣던 멀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칭찬할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알아요, 이대로 괜히 더 커지기 전에 일단 어떻게든 한 번 발목을 잡아야 한다는 거. 그게 제 역할이라는 것도. 그러니까 더더욱 현실을 보자는 거예요.”

“현실?”

“BJ대마도사는 이제 어중간한 길드나 게임 컴퍼니는 노릴 수 없는 몸이 됐어요. 리스크가 너무 커졌으니까요.”

“그런 부류들의 등을 가볍게 떠밀어서 이익을 내겠다는 계획이 무너진 거지.”

“그렇죠. 하지만 대신에 BJ대마도사의 몸값이 오르는 만큼 메리트도 커졌어요.”

이어진 엠마의 설명에 멀린이 미간의 주름을 조금 폈다.

“하긴, 몸값이 더 커지긴 했지. 여기서 BJ대마도사를 잡으면 그보다 좋은 광고 효과는 없을 테니까.”

“스몰 파크 랭킹에 이름을 올리면 그 메리트가 더 커지겠죠.”

스몰 파크 랭킹.

2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만을 대상으로 만든 랭킹으로, 정확히 말하면 스몰 파크라는 어느 워즈튜브 채널이 만든 랭킹이었다.

상위 랭커들을 뺀 200레벨 이하, 그야말로 작은 울타리 안에 있는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랭킹을 정해보자!

그중에서 제일 센 놈이 누구인지 한 번 줄 세워보자!

물론 랭킹을 산정하는데 쓰이는 지표나, 채점 기준은 지극히 객관적이었다.

인지도, 사냥 영상 등 그저 보여지기만 한 자료를 토대로만 랭킹이 산정되었으니까.

쉽게 표현하면 나만의 랭킹이었다.

하지만 그 스몰 파크 랭킹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5,132만 명이란 사실은 그 랭킹을 절대 지표로 만들어주었다.

“SP랭킹? 고작 70레벨도 안 되는 녀석인데?”

멀린, 이 바닥의 최상위 랭커 중 한 명인 그조차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스몰 파크 랭크 채널에서 본인이 채널에 한 마디만 해주기로 했어요.”

“한 마디?”

“BJ대마도사가 요즘 핫하다, 그래서 랭킹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짤막한 한 마디요.”

그 대답을 들은 멀린이 고개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 발이 넓은 줄 알았지만 설마 스몰 파크 랭크 채널하고도 접점이 있었을 줄이야? 그래서 얼마가 들었어? 맨입으로 해주진 않았을 텐데?”

그 질문에 엠마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저렴한 비용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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