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 25화. 툰가 왕국 (3). >
7.
프로야구선수 시절 미다스가 들은 많은 조언 중에 그런 조언이 있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가 무조건 온다. 예외 없이.”
세상만사 마음처럼 흘러가는 법은 없다고.
그에 대한 대처법도 말해주었다.
“그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예외 없이 하나뿐이야. 열심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정말 틀에 박히다 못해 틀에 박힌 채 썩어 문드러질 법한 조언.
그러나 지금 미다스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 케케묵은 조언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결국 믿을 수 있는 건 레벨과 아이템과 스킬뿐이다.’
이제는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자신의 미래 앞에서 미다스는 혼란을 느끼는 대신 사냥에 집중했다.
[트가르를 사냥했습니다.]
[파이어볼의 스킬 랭크가 한 단계 상승했습니다.]
쉴 새 없이 트가르를 사냥하며 경험치를 확보했고, 스킬 랭크를 올렸다.
더 나아가 그 이상의 것도 했다.
“럭키, 오른쪽 트가르 막아!”
왕!
“골드, 넌 왼쪽!”
“명을 받습니다!”
“골렘은 가운데 오는 놈!”
쿵!
자신과 함께하는 세 동료들을 이용해 한 번에 4마리나 되는 트가르를 상대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본래 미다스의 지론대로라면 그리고 트가르의 특성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양상이었다.
이미 미다스는 럭키나 골드의 도움 없이 혼자 데미지 딜링만으로 트가르를 단숨에 처치할 수 있는 상황.
그저 트가르를 찾으면 적당한 거리에 자리를 잡은 후 마법 포격을 시작하면 될 뿐이었으니까.
더군다나 미다스에게는 위장한 트가르를 구분할 수 있는 눈마저 있지 않은가?
“난 남은 한 마리 처치 한다.”
‘이제부터는 나보다 더 많은 이들을 상대해야 해.’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난관을, 불편함을 자처한 것은 자신보다 더 많은 적과 싸울 때를 대비한 연습이었다.
이미지 트레이닝만 하는 것과 부족하기는 해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건 전혀 다른 법.
‘아이템부터 능력치나 스킬까지, 어지간한 플레이어들 상대로는 레벨 차이가 나도 내가 꿇릴 게 없다.’
무엇보다 미다스란 캐릭터 자체는 이미 동급을 떠나서, 자신보다 레벨이 20~30레벨 높은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캐릭터였다.
아니, 이제까지 갓워즈에 등장한 그 어떤 플레이어 캐릭터와도 비교를 거부했다.
‘그런데도 뒈지면 내가 병신인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만약 비슷한 레벨대의 플레이어에게 당한다면 그건 오로지 하나, 미다스의 능력 부족 탓일 터.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병신이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 채 자신에게 닥칠 위협을 상대로 물러섬 없이 마주할 생각이었다.
“다들 제대로 막아!”
왕!
“예, 주인님!”
그렇게 미다스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거듭하며 쉴 새 없이 전투를 반복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종국에 알림이 들렸다.
[6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이제는 미다스가 말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을 알리는 알림이.
8.
60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미다스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아이템을 스위칭하는 일이었다.
[블랙 트가르의 로브]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60레벨 이상
- 블랙 트가르의 껍질을 이용해 만든 로브다. 표면이 거칠거칠하지만 매우 질기다.
- 근력 +17
- 체력 +13
- 지력 +47
- 마력 +33
- 공격력 +7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블랙 트가르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5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공격력 +13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물리 및 마법 방어력 +10퍼센트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인 블랙 트가르 세트 아이템을 착용했다.
‘진짜 비싼 거 질렀네.’
더불어 블랙 트가르 세트는 60레벨이라는 아이템 레벨에 비해 유난히 비싼 편이었다.
‘하긴, 여기서 최대한 스펙업을 해야 툰가 왕국에서 그나마 버틸 수 있지.’
이유는 다름 아닌 툰가 왕국.
거인의 숲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은 거인의 숲 내에서는 최강자이지만, 툰가 왕국을 가는 순간에는 최약자가 됐으니까.
그렇게 최약자가 된 채 자신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로부터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대한 스펙업을 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 최대한의 스펙업이라 할 수 있는 블랙 트가르 세트는 그만큼 비쌌다.
또한 블랙 트가르 세트부터는 아이템 옵션이 조금 달라졌다.
아이템은 똑같아도 어떤 아이템은 근력 스탯이 매우 높고, 반대로 어떤 아이템은 지력 스탯이 매우 높은 식.
자연스레 그 스탯에 따라서 아이템은 같아도 가격이 달랐다.
‘이제부터 진짜 돈지랄 들어가네.’
심지어 이번에 미다스는 블랙 트가르 세트를 자신의 것만 산 게 아니었다.
[가디언에게 블랙 트가르 세트를 장착합니다.]
“맙소사, 주인님!”
골드, 가디언에게도 블랙 트가르 세트를 맞춰주었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언제든 제 목숨을 바칠 가디언에게 해줘야 할 마땅한 조치였다.
‘그것도 2배씩.’
속이 쓰리더라도 해야 하는 마땅한 조치.
"주인님과 같은 옷을 입다니,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골드는 새로운 자신의 검은빛을 내뿜는 옷을 바라보며 거듭 감탄을 토해냈다.
그 감탄 끝에 럭키를 바라보며 묘한 말을 뱉었다.
“역시 주인님께서는 진정한 충신이 무엇인지 아시는군요.”
그 말에 럭키가 미다스를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미다스의 발치에서 몸을 비비며 말했다.
왕!
자기도 뭔가를 달라는 듯한 모습.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 넌 템 못 착용하잖아?”
왕?
실망한 듯 놀라는 럭키가 이내 미다스로부터 스윽 거리를 벌린 후에 꼬리를 축 늘어뜨렸다.
그 모습에 미다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럭키야, 너까지 템 맞춰주면 나 굶어죽어.’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미다스의 귓속으로 마지막 알림이 들렸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그 알림이 미다스가 그토록 60레벨 달성을 바랐던 이유였다.
“예!"
‘제발, 제발 레전더리 하나만 가자. 그거 나오면 다시는 이 게임 운빨좆망겜이라고 욕 안 할게요.’
그 알림에 미다스가 간절한 소망을 품은 채 대답을 하는 순간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펼쳐진 세상은 담백했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빛 몇 개만이 자신의 존재감을 어렴풋이 드러내고 있었다.
‘씨발, 그러면 그렇…… 어!’
그때 미다스의 눈에 유일하게 황금빛을 내뿜는 스킬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미다스가 머리 위로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말했다.
“믿음이 부족했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렇게 고해성사를 한 후에 스킬 카드를 확인했다.
[리사이클]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자연의 이치를 깨달아, 소모한 마력만큼 체력을 회복한다. 소모한 체력만큼 마력을 회복한다.
리사이클.
그것을 본 미다스의 입가에 그어진 미소가 조금씩 일그러졌다.
‘이거 뭐야?’
일단 스킬 자체는 미다스도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제아무리 미다스라고 해서 모든 레전더리 스킬을 알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달리 말하면 그게 증거였다.
이제까지 갓워즈에서 그렇게 좋은 소리를 듣던 스킬이 아니라는 증거.
정말 좋은 스킬이었다면 미다스가 모를 리 없었을 테니까.
‘그러니까 마법 쓰면 HP가 차고, HP가 줄어들면 마력이 차오른다, 이건가?’
실제로 스킬 자체도 설명만으로는 좋다, 라는 소리가 쉬이 나오지는 않았다.
물론 효용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긴급탈출용이다.’
미다스의 말처럼 긴급한 상황에서는 요긴하게 써먹을 스킬이었다.
예를 들면 마력이 바닥이 난 상태, 그런 상태에서 마법사들은 공격을 받아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스킬이 있으면 HP가 감소한 만큼 마력이 회복되며 반전을 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혹은 마력은 꽉 차있는데 치명적인 공격을 당해서 HP가 크게 감소한 상태에서 일단 목숨을 구하고 나면, 이후 마법만 계속 써도 HP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휘하는 스킬인 셈.
‘에라이, 이딴 거 쓸 바에는 그냥 힐링을 배우지.’
물론 그럴 시간에 차라리 힐링 스킬을 써서 체력을 채우는 게 훨씬 경제적이었다.
더욱이 미다스는 대마도사 아닌가?
사제 계열 힐러들만큼은 아니지만 평범한 힐링 스킬 정도는 배울 수 있었다.
차라리 그게 더 생존에 도움이 될 터.
‘나올 거면 공격 스킬이나 나오든가.’
미다스가 실망하는 기색을 드러내는 이유였다.
그의 푸념처럼 이런 것보단 차라리 유니크 등급이라도 좋으니 공격 마법이 더 도움이 될 테니까.
‘아니면 실드 계열.’
혹은 실드 계열 마법.
‘라이트닝 실드가 부가 옵션은 좋지만, 방어력은 좀 떨어지니까. 차라리 마력이 넘치니까 마나 실드를……'
그 순간이었다.
‘마나 실드?’
미다스의 머릿속에 마나 실드가 떠오르는 순간 미다스의 표정이 그대로 바뀌었다.
‘가만, 이거 어떻게 되는 거지?’
마나 실드.
마력을 소모해서 실드를 만드는 스킬로, 실드가 손상을 입을 때마다 마력이 소모되는 마법 스킬로 마법사 클래스 플레이어들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주 찾았다.
마력이 바닥나도 게임오버는 되지 않으니까.
반대로 그게 싫어서 오히려 쓰지 않는 마법사 플레이어들도 적지 않았다.
마력이 없는 마법사는 존재 가치가 없으며,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마력 부족에 허덕였으니까.
물론 지금 미다스가 생각하는 건 그런 사정 따위가 아니었다.
‘여기에 리사이클이 추가되면?’
마나 실드를 활성화한 상태에서 리사이클 스킬이 중첩되면 어떻게 될까?
마나 실드를 통해 데미지를 흡수하고, 그렇게 마력을 소모할 때마다 HP가 일정 조금씩이라도 회복된다면?
이 대목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의 고민거리는 하나였다.
‘마나 실드 스킬 카드는 1만 5천 달러가 넘어.’
스킬 카드 구매를 위한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전에 착용했던 아이템을 싸게 팔면 당장 마련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손해가 너무 큰데……'
그 고민 끝에 미다스는 답을 내렸다.
‘아끼다가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야. 게임오버로 뒈져서 80시간 허비하는 것보단 손해를 보는 게 나아.’
“얘들아.”
각오를 마친 미다스가 럭키와 골드를 향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끼잉……!
“주인님!”
그 말에 럭키와 골드가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과 눈빛으로 미다스를 바라봤고 미다스가 그런 그 둘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은 채 이내 로그아웃을 눌렀다.
이윽고 미다스와 함께 럭키 그리고 골드의 모습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내 신기루처럼 세상에서 사라졌다.
그로부터 정확히 5분 뒤였다.
“우와, 씨발!”
미다스가 다시 등장했다.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 충성! 충성! 충성!”
환호성과 함께.
9.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무실.
“언제나 라이징 스타 채널의 지원과 도움에 감사하며……"
그곳에서 박영준이 마치 대본 리딩 연습을 하듯이 손에 태블릿PC를 쥔 채 그 액정 위로 보이는 글을 읽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개중에서도 이번 마나 실드 스킬 카드를 선물해준 것에 대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이에 대한 보답은 갚기 전까지 잊지 않겠다.”
이윽고 말이 끝나는 순간 앉아있는 부하 직원의 등 뒤에서 걸음을 멈춘 박영준이 부하 직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자, 봤지?”
그 물음에 부하 직원은 대답 대신 그저 놀랍다는 표정만 지은 채 두 눈을 껌뻑이기만 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부하 직원이 말했다.
“BJ대마도사가 마나 실드 스킬 카드에 이렇게 기뻐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박영준, 그는 BJ대마도사에게 줄 선물로 구매한 건 다름 아니라 마나 실드 스킬 카드였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다.
마나 실드는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나름 충분히 효용 가치를 인정받았으니까.
주면 다들 감사히 받을 만한 선물이었다.
문제는 부하 직원의 말처럼 그에 대한 반응이었다.
BJ대마도사, 막강한 재력을 가진 그가 고작 스킬 카드 하나를 구해준 것에 대해서 나름 장문의 감사 표시를 이메일을 통해 보낸 것이었다.
박영준이 BJ대마도사에게 준 선물이 그의 마음에 제대로 찔렀다는 의미.
“일류 타자는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예측하고, 그걸 노리지.”
말과 함께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그리고 초일류는 그렇게 친 공을 담장 밖으로 넘기는 거고.”
말을 마친 박영준이 이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의자에 앉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홈런을 친 후에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자만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는 거고.”
말을 뱉는 박영준의 눈빛은 이미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를 향해 부하 직원이 질문을 던졌다.
“다음이요?”
“왜 기뻐했을까?”
“예?”
“BJ대마도사는 자기 포션값 수준에 불과한 스킬 카드에 왜 기뻐했을까? 필요하면 그냥 자기가 사면 되는데?”
“그야……"
답을 고민하던 부하 직원이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박영준이 답을 말해주었다.
“BJ대마도사는 이미 10대 길드나 혹은 그에 준하는 세력들과 손을 잡을 생각은커녕 잡을 수 없는 처지가 됐을 가능성이 커. 여차하면 탐험가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서 몸을 피한다, 같은 선택지를 버렸을 거야. 진짜 혼자 싸울 생각이었던 거지.”
“아……"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부족하나마 싸움에 도움이 되라고 방패 하나를 쥐여준 거야.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
“고맙겠죠.”
부하 직원의 입에서 그 대답이 나오는 순간 박영준은 더 이상 그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이미 그다음을 보고 있었으니까.
“조만간 라이브 요청이 올 거야. BJ대마도사의 툰가 왕국 데뷔전 라이브 요청이 말이야.”
10.
툰가 왕국은 크게 5개의 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동서남북, 네 개의 성과 그 중앙에 위치한 중앙성.
위가의 도시에서 자격을 증명하고, 워프 마법을 통해 넘어오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은 서(西)의 성이었다.
일명 웨스트 캐슬.
그러한 웨스트 캐슬은 위가의 도시와 비교해서 많은 부분이 달랐다.
성을 완벽하게 두르고 있는 무려 30미터 높이의 성벽과 그 안에 자리 잡은 정사각형 모양들의 건축물들은 화려함보다는 굳건함이 가득했다.
그러나 가장 다른 건 플레이어들의 분위기였다.
“도착했네.”
“여기가 웨스트 캐슬이구나.”
워프를 처음 경험한 플레이어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으로 도배가 되던 위가의 도시와 달리 웨스트 캐슬에는 환호성 따위는 없었다.
“긴장 풀지 마. 언제 당할지 모르니까.”
“일단 뭉쳐서 움직여.”
대신 긴장감과 경계심만 가득할 뿐.
더욱이 그건 막연한 근심 걱정이 아니었다.
플레이어들 중 많은 이들이 이곳 웨스트 캐슬에서 PK를 통해 게임오버를 처음 경험했으니까.
이미 쌓인 결과 그리고 역사를 통해 만들어진 긴장감과 경계심이었다.
여유나 환호성 따위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의미.
[툰가 왕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러한 공간 위로 플레이어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사실에 다시 한 번 주변으로 경계심과 긴장감이 좀 더 진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그 플레이어 뒤로 늑대 한 마리와 무장한 리자드 워리어 한 마리가 등장했다.
‘헉!’
‘설마?’
그것을 본 이들이 놀란 눈으로 등장한 플레이어를 바라봤다.
“BJ대마도사다.”
“그가 왔다.”
웨스트 캐슬에 도착하리라 예보된 태풍이 등장하는 순간.
‘어떻게 나올 거냐?’
‘처음부터 기선제압 들어가려나?’
‘전쟁을 준비했다고 하니, 좋은 분위기는 아니겠지.’
그것도 단순한 태풍이 아니라 전운(戰雲)을 가득 머금고 있는 태풍이었다.
그 태풍의 등장에 웨스트 캐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긴장감과 경계심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긴장감 사이로 미다스가 고개를 든 채, 주변을 확인한 후에 자신을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 중 한 명을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자신 쪽으로 손을 까닥였다.
와라!
그러한 제스처에 지목당한 플레이어의 표정이 굳어졌다.
주변의 분위기도 굳어졌다.
‘여기 경비 NPC들이 있는데 PK를 하겠다고? 미친!’
‘쳐다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군.’
‘진짜 전쟁을 준비해온 모양이야.’
자신을 노리는 건 물론 노려보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겠다는 BJ대마도사의 의지에 일부는 고개를 돌렸다.
물론 지목 당한 플레이어는 그대로 굳었다.
‘씨발 그냥 보기만 한 건데 왜……'
자신이 BJ대마도사를 위한 제물이 되리란 것에 대한 억울함이 차오를 정도.
당연히 발걸음이 떨어질 리 만무했다.
그런 그에게 미다스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오세요, 셀카 정도는 얼마든지 찍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