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78화 (78/485)

78화.  < 24화. 빌트가르 (6). >

14.

갓워즈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영화 같은 건 실수를 하거나 원하지 않은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NG로 만들면, 얼마든지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연출이 가능하지만 갓워즈의 경우에는 달랐다.

라이브, 어떤 변수가 생기더라도 그대로 마주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특히 그 누구도 잡아보지 못하는 몬스터, 그 어떤 데이터도 존재치 않는 몬스터를 잡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

개중에서도 자폭 기술을 가진 몬스터는 매우 골치 아팠다.

대개 몬스터가 자폭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이 거의 죽기 직전, 사실상 레이드가 종점에 다다랐을 무렵, 레이드 성공을 확신하고, 긴장이 풀리며 집중력이 약해졌을 무렵이었으니까.

핑!

때문에 그 소리가 났을 때 몇몇은 예상했다.

- 어?

- 이거?

수없이 봐온 몇 번의 사례를 통해 그 소리가 어떤 징조인지.

더불어 이미 자신들이 그 조짐을 느끼는 순간 이미 상황은 끝났다는 것 역시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꽈-릉!

빌트가르의 몸뚱이가 제대로 된 조짐도 없이 그대로 폭발하며 사방을 뒤흔들었다.

- 터졌다!

- 자폭이다!

- 마지막 페이즈 자폭 스킬이었어!

시청자들의 채팅창도 마찬가지로 폭발했다.

- 크으, 이게 라이브의 참맛이지!

- 이 맛에 라이브 봅니다!

몇몇은 이 광경을 즐겼으나, 대부분은 우려의 눈길로 자욱해진 모래먼지 사이를 바라봤다.

라이징 스타 채널도 의도적으로 시청자들이 볼 수 있는 시야를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방관자 입장에서 보듯이.

- BJ대마도사 죽었나?

- 죽으면 라이브가 안 되겠지.

- 그래도 치명상은 입었을 거 같은데?

그렇게 모두가 의문을 가지는 사이, 그 속에서 한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젠장.”

짜증 섞인 말을 내뱉으며 등장한 미다스가 시청자들에게 보란듯이 제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그러한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가 말을 이어갔다.

“최악이네, 끝내주는 물리 마법으로 끝내는 그림을 그렸는데, 자폭을 할 줄이야.”

이어진 미다스의 말에 채팅창은 이제 웃음으로 가득 찼다.

- 아깝다. BJ대마도사 죽을 수 있었는데.

- BJ럭키 갈 수 있었는데 개아쉽.

- 한 번 더! 한 번 더!

여러모로 인상적인 마침표.

‘계획대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은 미다스가 처음부터 계획한 바였다.

미다스가 물리 마법을 운운하며 도끼를 들고 덤벼드는 순간 그 누구도 자폭은 예상하지 못했을 터.

그런 만큼 자폭이 주는 임팩트는 더더욱 강렬해질 터였다.

‘이걸로 괜히 태클 거는 사람은 없겠지.’

무엇보다 미다스가 이런 연출을 한 것은 이것을 알고 대응했을 때 생길 여파 때문이었다.

최초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인데,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했을 때 자폭을 예상했다는 듯이 행동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의문을 던질 터.

그러나 지금 광경을 본 이들이라면 그 누구도 그런 의문을 던질 리 만무했다.

‘완벽해.’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없는 셈.

이제 남은 건 이 완벽한 마무리에 어울리는 보상을 챙기는 것뿐.

[빌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빌트가르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빌트가르의 최후를 목격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런 미다스에게 보상의 알림이 들렸다.

[아즈모 님이 2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재미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화끈한 보상의 알림이.

그 알림에 미다스가 대답했다.

“자, 그럼 라이브 방송은 이제 종료하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시청자 숫자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 라이브 방송을 시청해주시는 125,132명 시청자분들.”

‘맙소사, 12만 명?’

말문이 막힐 만큼 가슴을 벅차게 하는 아득한 숫자.

그 숫자 앞에서 미다스는 간신히 이성을 붙잡은 채 여유를 연기하며 말했다.

“노잼 방송 보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 그럼 이제 재미난 다른 방송 보러 가세요.”

그렇게 미다스의 라이브가 종료됐다.

15.

- 와, 라이브 이번에도 끝내줬음

- 결국 대형 보스 몬스터를 솔로킬 했네. 그것도 최초로 등장한 보스 몬스터를.

- 마지막 자폭씬 웃기긴 했지.

- 물리 마법으로 조졌으면 더 웃겼을 듯.

BJ대마도사의 빌트가르 레이드 라이브는 성공적이란 단어를 붙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볼 필요도 없었다.

“대단하네.”

“보통은 아니야.”

마이애미에 위치한 어비스 길드 본사, 그곳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직원들이 BJ대마도사의 영상을 본다는 것.

그것보다 더 상징적인 일은 없을 테니까.

“대체 어떤 루트를 타야 저 몬스터를 볼 수 있는 거지?”

“무슨 퀘스트를 하는 거지?”

더욱이 빌트가르란 몬스터는 이제까지 가장 많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정복했던 어비스 길드조차 본 적 없는 존재였다.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

물론 대부분은 그저 관심을 가지는 정도였다.

“뭐, 언젠가 알게 되겠지.”

갓워즈의 가장 높은 곳,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하는 세상을 탐험하는 어비스 길드가 굳이 까마득한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에 큰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때문에 대부분은 이번 것을 재미난 일 정도로 치부했다.

전부는 아니었다.

엠마, BJ대마도사에 대한 일을 위임 받은 그녀에게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엠마, 생각보다 일이 골치 아프겠어.”

그런 그녀와 함께 라이브 영상을 보던 베네딕트란 이름, 그러나 이제는 그 본명보다는 멀린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내가 염려 섞인 말을 내뱉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편해졌죠.”

허나, 의외로 엠마의 표정에는 고민거리는 없어 보였다.

“멀린, 당신도 보셨잖아요?”

말을 뱉는 멀린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BJ대마도사를 방해물로 치부하는 것치고는 딱히 표정에 실망하거나, 염려하거나, 우려하는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연기가 아니었다.

“이제 괜히 그때처럼 비싼 돈을 들여서 사람을 고용할 필요는 없게 됐죠.”

이제는 굳이 엠마가 나서서 수작을 부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이 라이브 때문에 BJ대마도사는 제 스스로를 트로피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트로피.

후발주자임에도 스타 플레이어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있어 별에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지름길.

BJ대마도사는 지금 그런 트로피가 됐다.

“잡기만 하면 바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는 좋은 트로피가.”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스타 플레이어 지망생들, 각 길드나 게임 컴퍼니에서 재능을 인정받고 지원을 받으며 게임에 인생을 건 이들의 표적이 됐다는 의미.

“이제는 그저 몇 가지 부채질과 상금만 걸면 알아서 BJ대마도사 킬러를 자처할 테니, 고민할 건 없죠.”

롤라 때처럼 거금을 들일 필요도, 굳이 들키면 골치 아플 수작을 부릴 필요도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독종들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기면 하면 될 뿐.

“무엇보다 이제 BJ대마도사가 뭔지 다 알게 됐죠.”

결정적으로 이번 라이브 방송은 BJ대마도사에게 있어서 자신의 전부를 드러낸 무대였다.

“BJ대마도사의 강점은 물론 결점까지.”

즉, 바닥을 드러낸 무대라는 의미.

“화력은 대단하지만 마력은 부족하다는 것. 특히 마나 리커버리 필드는 PK에서 마력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좋은 방법이 아니니까요.”

마력 부족.

이제부터 BJ대마도사는 자신을 노리는 이들을 상대로 그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

“마지막으로 BJ대마도사가 탐험가 길드의 VVIP서비스를 받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이상 그는 이제 앞으로 자기 얼굴을 들고 게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거예요.”

엠마의 설명에 멀린은 일말의 반박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멀린에게 엠마는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게임을 끝낼 단서를 찾는데 집중하면 될 뿐이죠.”

이어진 말, 그 말에 멀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끝났어. 단서만 발견하면 최고의 에이스들이 당장 최고의 클래스로 스타트를 시작할 거다. 1레벨부터 말이지."

그 대화에 엠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스에게 전달하죠.”

16.

“수고하셨습니다.”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채팅창을 끄며, 방송을 끈 미다스는 그대로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 한숨 끝에는 탄식이 이어졌다.

‘간신히 끝났다.’

여러모로 성공적인 라이브.

‘뒈지는 줄 알았네.’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속이 바짝 타들어갈 만큼 힘들기 그지없었던 방송이었다.

왕!

“주인님, 대단하십니다.”

지금 자신을 지켜주는 이 두 동료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일.

‘이 둘이 없었으면 끔찍했다.’

“수고했다.”

때문에 미다스는 그 둘에게 감사를 표하는 걸 잊지 않았다.

럭키와 골드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

‘그보다 확실히 이대로는 안 돼.’

동시에 이번 사냥을 통해서 한계도 깨달았다.

‘생각보다 화력 유지가 더 힘들어.’

평소 미다스는 사냥 시에 상황에 따라서 충분히 마력을 배분하는 타입이었다.

마력 소모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게 알게 된 자신의 한계는 꽤 낮았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만으로는 솔직히 어찌할 수 없는 정도.

‘이제 날 노리는 새끼들은 만반의 준비를 할 텐데……'

하물며 미다스는 이제부터 자신이 더 많은 이들의 표적이 될 것이며, 그들의 참고 자료는 오늘 레이드 영상이 되리란 것을 잘 알았다.

그들 입장에서는 BJ대마도사가 값비싼 포션을 아낌없이 쓰는 경우를 염두에 두고 사냥을 준비할 터.

‘마나 리커버리 필드의 단점은 발리스타처럼 이동하지 않을 때 유효하다는 것.’

특히 PK에서는 지금 같이 자리를 지키면서 플레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아, 모르겠다.’

딱히 지금 당장 답이 나올 수 없는 고민 앞에서 결국 미다스는 고민을 포기했다.

‘골치 아플 때는 득템 정산이 최고지.’

그 고민을 잊기 위해 이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에서 얻은 수확에 집중했다.

“자, 그럼 레전더리 스킬 받기 전에 수확 좀 정리해볼까?”

왕!

“그래, 럭키야. 타이틀부터 보자.”

일단 미다스는 이번에 얻은 타이틀부터 확인했다.

[빌트가르 사냥꾼]

- 타이틀 설명 : 빌트가르를 사냥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모든 능력치 +20

[빌트가르의 최후를 목격한 자]

- 타이틀 설명 : 빌트가르의 최후를 죽지 않고 본 자에게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틀 보상 : 체력 +29

타이틀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얼굴에 고민은 싹 사라졌다.

“캬."

‘진짜 장난 아니네.’

메인 시나리오 전용 몬스터, 그것도 대형 몬스터를 잡은 대가는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어지간한 아이템 하나 더 낀 격이네.’

그다음으로 이어진 건 아이템 보상.

‘인벤토리에 몇 개나 들어왔으려나?’

빌트가르가 자폭을 끝내는 순간 자동으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아이템 루팅이 되던 것을.

그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알림 속에서도 그 알림을 미다스는 놓치지 않았다.

기대감도 컸다.

‘대형 보스 몬스터 잡았는데 당연히 아이템 쏟아지겠지?’

대개 대형 몬스터는 중소형 몬스터에 비해 주는 아이템의 개수가 더 많았으니까.

“인벤토리.”

‘어디 보자…… 뭐야? 2개?’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미다스의 눈에 들어온 아이템은 2개뿐이었다.

[빌트가르의 보물 X 2]

그것을 본 미다스의 표정이 구겨졌다.

“아니, 씨발 무슨 게임이 이 따위야? 아파트 크기 몬스터를 잡았는데 달랑 2개 나온다는 게 말이 돼? 그것도 유니크? 이 빌어먹을 좆망겜!”

분노를 토로하는 미다스를 향해 이번에는 골드가 같이 분노를 토해줬다.

“주인님을 분노케 한 것에 대해 신의 심판이 있을 것입니다!”

“어?”

골드의 호응에 미다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 그래.”

‘야, 이 게임 망하면 너도 망해.......'

오히려 그런 골드의 말에 미다스의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러자 미다스의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잠깐, 설마 이 아이템 거래 불가인 건 아니겠지?’

이제까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진행 도중에 얻은 대부분의 아이템은 거래 불가였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메인 시나리오 전용 보스 몬스터인 빌트가르에게서 얻은 아이템이 거래 불가가 되어도 이상할 건 없었다.

그 사실에 이른 미다스가 이제는 더 이상 불만 따윈 나올 수 없을 만큼 굳은 표정으로 아이템을 클릭했다.

[빌트가르의 보물을 개봉합니다.]

그러자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다섯 장의 카드가 붉은 광채를 내밀며 드러냈다.

그 너머에 보이는 건 무기류들이었다.

칼, 창, 활 그리고 지팡이들.

미다스의 시선은 자연스레 지팡이에 향했고, 이내 미다스의 눈에 아이템 옵션이 들어왔다.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56레벨 이상

- 자폭하고 남은 빌트가르의 뿌리로 만든 지팡이다. 빌트가르의 강인한 마력이 꿈틀거리고 있다.

- 공격력 : 70

- 지력 +1

- 마력 +99

- 마력 회복량 20퍼센트 증가

- 마력 회복 속도 100퍼센트 증가

유니크다운 빵빵한 옵션들.

‘이딴 거 필요 없고, 거래 불가. 거래 불가가 있는지 보자.’

물론 미다스의 눈에 그러한 옵션은 단 1글자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보지도 않았다.

미다스의 눈은 아이템 옵션을 보는 순간, 그 가장 하단으로 바로 내려갔다.

“없다.”

그리고 이내 그 어디에서도 거래 불가 옵션이 없는 걸 확인한 미다스가 소리쳤다.

“거래된다! 으하하하!”

이내 여유를 되찾은 미다스가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대박이다, 대박! 당장 팔아서 치킨으로…… 자, 잠깐! 씨발 옵션 이거 뭐야?”

그제야 아이템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기겁하며 다시 아이템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미다스에게 그 아이템을 천천히 구경할 여유는 없었다.

“자네, 대단하군!”

NPC타마루, 그가 보상을 위해 미다스 앞에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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