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77화 (77/485)

77화.  < 24화. 빌트가르 (5). >

12.

갓워즈에서 대형 몬스터 레이드는 모든 종류의 레이드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축에 속했다.

참가 인원도 많으며, 그만큼 희생도 크고, 리스크도 크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다른 중형 이하 몬스터를 사냥할 때보다 나은 점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크면 맞추기는 쉽지.’

표적이 큰 만큼 원거리 딜러들 입장에서는 명중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먼 거리에서 데미지 딜링을 하는 경우는 없었다.

파티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시계 속 톱니바퀴와 같으며, 여러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탱커와 힐러들 그 외의 다른 파티원들과의 충분한 대응이 가능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으니까.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파티 플레이의 경우, 다수의 플레이어들이 협동을 할 때의 경우다.

만약 딜러 혼자서 사냥한다면 굳이 협동이나 호흡, 팀플레이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었다.

그저 제 역량을 따르면 될 뿐.

“자, 마법 들어갑니다!”

지금 미다스가 빌트가르와 약 500미터 거리, 그 거리에서 바닥에 꽃꽃이 두 다리를 내리꽃은 채 쉴 새 없이 마법을 난사하는 건 그 때문이었다.

- 이래서 노잼이라고 한 건가?

- 뭐, 치열하진 않네.

그건 분명 역동적인 광경은 아니었다.

대개 레이드라고 한다면 치고받는 치열한 광경이 보여야 하지만, 지금 미다스가 하는 건 그저 쉴 새 없이 마법을 던지는 것뿐이었으니까.

- 재밌네.

ㄴ o o, 재밌음.

그러나 그 사실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은 없었다.

- 이런 걸 어디서 보겠어?

- 역시 게임은 슈팅게임이지!

- 시원하다, 시원해!

- 그동안 고구마들만 보다가 드디어 콜라를 보네!

일단 매우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애초에 혼자서 대형 몬스터를 레이드하는 경우 자체가 지극히 보기 힘들었을 뿐더러, 그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이토록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더더욱 보기 힘들었으니까.

- 라이징 스타 채널 연출 좋네.

- 와, 진짜 실감나게 찍네.

여기에 라이징 스타 채널의 능력이 돋보였다.

영화를 만드는 건 연출과 편집이듯, 같은 영상도 그 영상을 송출하는 편집자와 기술자에 따라 얼마든지 느낌이 달라질 수 있는 법. 당장 배경음만 바꿔도 전혀 달라지는 게 영상이란 놈 아닌가?

- 이건 연출이 다 함.

- 크으, 배경음 개쩌네. 이거 비쌀 텐데?

ㄴ 그래봐야 BJ대마도사 한 달 밥값일듯.

ㄴ BJ대마도사라면 그냥 그 음반 저작권을 사겠지.

여기에 하나 더, 미다스는 남다른 것을 보여줬다.

[마력이 부족합니다.]

“자, 마력 다 떨어졌으니 채웁니다.”

쉴 새 없는 데미지 딜링 속에서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미다스는 대놓고 보여줬다.

- 저거 벼랑 끝 허브 포션?

- 와, 저걸 원샷?

- 샤토 라피트 로실드보다 비싼 걸 그냥 처먹네.

ㄴ 오, 와인 좀 먹을 줄 아는 놈인가?

- 한 잔 더! 한 잔 더!

값비싼 와인조차 조촐하게 만드는 포션을 단숨에 마시는 장면, 아즈모가 아니고서는 쉬이 보여줄 수 없는 그 광경에 시청자들은 기꺼이 채팅으로 열광을 표현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흘렀다.

미다스의 공격에 빌트가르는 그저 속절 없이 맞지만 않았다.

꽈릉!

맞으면서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걸음을 내디뎠고, 어느새 빌트가르와 미다스 사이의 거리는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질 만큼 가까워졌다.

미다스의 시점과 비슷한 시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손에 땀이 맺힐 법한 상황.

- 잠깐, 그런데 이제 슬슬 위험한 거 아니야?

- 거리 이제 100미터도 안 남았잖아?

- 거리가 가까워지니 포스가 장난 아닌데?

- 잠깐, 방송 좀 멈춰주세요! 오줌 좀 싸고 오게요!

더욱이 시청자들은 그 상태에서 그 어떤 개입도 불가능했다.

운전대 앞으로 괴물이 오는데, 막상 운전대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오는 공포를 무방비하게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공포감이 미다스가 느끼는 공포감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미다스는 그러한 상황에서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파이어 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쉴 새 없이 주문을 외우며, 다가오는 거대한 거목의 중간, 그 큼지막한 황금빛 과녁을 향해 마법을 던질 뿐.

꽈릉!

그리고 미다스의 마법 공격이 거듭될수록 빌트가르와의 거리는 점차 좁혀졌다.

한 발자국의 10미터씩.

꽈릉!

어느새 그 둘 사이의 거리는 50미터, 고작해야 다섯 발자국에 불과한 거리가 됐다.

이쯤 되자 시청자들이 경악하기 시작했다.

-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님?

- 노잼이 아니라 공포잖아!

물론 후원도 뒤따랐다.

[R.I.P 님이 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하데스 님이 1유로를 후원했습니다.]

[저승사자 님이 100엔을 후원했습니다.]

[염라대왕 님이 10위안을 후원했습니다.]

마치 긴급한 상황에서 사이렌이 울리듯, 채팅창이 온갖 긴장으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까 말했잖아요.”

이제까지 주문만을 외치던 미다스가 포션 한 병을 꺼낸 후에 그것의 마개를 열며 말했다.

“오늘 노잼이라서 죄송하다고.”

말과 함께 미다스가 포션을 와인 마시듯 여유롭게 마시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크-왕!

먼 곳에서 이제는 더 이상 앳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맹수의 포효 소리가 숲을 가득 채웠다.

[럭키가 빌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미다스와 빌트가르를 잇는 선의 연장선상, 어느새 그 먼곳에 자리잡은 럭키가 빌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을 외치는 순간이었다.

쿵!

그 순간 빌트가르가 처음으로 전진을 멈추었다.

뜨드득!

그 후에 등 뒤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제야 모두가 이해했다.

[BJ갓키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팬 912호 님이 2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 1호팬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왜 미다스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어그로는 애초에 고민조차 안 했다.’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은 빌트가르와 같이 크지만 느린 대형 몬스터에게 있어서 쥐약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데미지 딜량.’

애초에 고민했던 문제도 과연 데미지 딜링을 할 수 있는가? 그러한 부분뿐.

‘빌트가르의 HP가 내 예상보다 많지만, 지금 가진 포션으로는 충분히 잡을 수 있어.’

그러한 부분도 지금에 와서는 이제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실패할 여지는 없다는 말.

확실한 승부에서는 누구보다 강한 미다스에게 있어 그것은 부스터와 같았다.

“자, 그럼 다시 딜량 들어갑니다. 아마 지금부터 훨씬 재미없을 겁니다.”

미다스가 넘치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니면 재미있게 무기 하나 빼고 갈까요?”

그때였다.

뚜드득!

등을 돌린 채 이제는 럭키를 향해 전진을 시작한 빌트가르의 몸에 돋아난 큼지막한 가지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빌트가르가 가지치기를 시작합니다.]

[가지들이 트가르로 분열합니다.]

이어진 알림과 함께 바닥에 추락한 가지들이 이내 트가르의 형태를 갖추었다.

등장한 트가르는 4마리.

뜨드득!

등장한 트가르들은 당연히 이제까지 빌트가르에 가장 많은 데미지를 준 미다스를 향해 움직였다.

- 졸개 소환이다!

- 위험한 거 아니야?

- 럭키는 아예 반대쪽에 있잖아?

그 사실에 시청자들 몇 명이 당황하는 순간, 미다스 옆에 숨죽이고 있던 이가 소리쳤다.

“감히 그 무엇도 나의 주인님을 닿지 못한다!”

골드가 등장하는 순간, 그 순간 미다스는 그런 골드를 위해 기꺼이 주문을 외워줬다.

“거대화!”

그 말과 함께 골드의 몸이 풍선처럼 단숨에 3미터 신장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 어? 가디언의 상태가?

가디언이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아즈모 님이 입장했습니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어? 뭐야? 가디언 커졌네?]

채팅창에 아즈모가 입장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바로 드러냈다.

- 아즈모다!

- 진짜 아즈모가 등장했다!

그 순간 이번 라이브 방송을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 씨발, 레전드 라이브다!

- 그래, 나도 쏜다!

- BJ골드님 데뷔하신다!

오히려 오늘 라이브를 기념비적인 라이브로 삼을 뿐.

13.

골드의 거대화 스킬 공개, 아즈모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레이드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BJ골드3호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럭키4호팬 님이 11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골드6호팬 님이 12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1호 팬님이 10원을 후원했습니다.]

이제는 채팅창은 무용지물이 된 채 후원금 알림이 채팅을 대신하고 있었다.

시청자 숫자 역시 빠르게 올랐다.

9만까지 단숨에 오른 시청자 숫자는 그 후에도 멈추지 않고 백 단위로 빠르게 증가했다.

레이드는 매우 순조로웠다.

왕!

빌트가르와는 그 속도 비교 자체가 무색한 럭키는 완벽하게 빌트가르의 어그로를 관리하고 있었으며, 거대화를 마친 골드는 분열된 트가르들을 상대로 거침없는 전투를 펼쳤다.

퍼엉!

[치명적인 공격이 명중합니다.]

그사이 미다스는 자신의 마법을 확실하게 그리고 완벽하게 빌트가르의 과녁에 꽃아 넣었다.

‘연습한 대로다.’

이번 보스 레이드를 앞두고 빌트리를 상대로 수없는 피칭 연습의 성과가 완벽하게 드러냈다.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는 상황.

- 낙승이네.

- 크으, 오늘 레이드도 무난히 성공할 듯.

- BJ대마도사 살아있네!

이제는 시청자들 역시 레이드 성공을 확신했다.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잡았다.’

그 역시 이제는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니까 이제 마무리 연출이 필요해.’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진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BJ대마도사는 이제 막 보이기 시작한 별, 그런데 여기서 만족하고 그냥 적당히 한다?

미다스는 이제까지 대단한 삶을 살아온 건 아니었지만 적당히 살았던 적은 없었다.

구렁텅이 속에서도 어떻게든 더 나은 것을 위해 노력했다.

‘이번 레이드를 완벽하게 마칠 마무리가.’

당연히 마무리 역시 준비해두었다.

“생각보다 분위기가 뜨거워진 것 같은데 어디 한 번 더 뜨겁게 만들어 볼까요?”

미다스의 외침에 곧바로 채팅창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아즈모 : 뜨거우면 한 번 더 감.]

그리고 그 뜨거움에 아즈모가 바로 기름을 끼얹었고 그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럭키야!”

미다스, 그가 럭키를 불렀다.

“이리 와!”

다름 아니라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왕!

주인의 부름에 럭키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미다스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은 기겁했다.

- 미친!

- 헐!

그럴 만했다.

꽈릉!

럭키를 따라 빌트가르 역시 이제는 미다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까.

탱킹 중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 탱커가 몬스터를 끌고 딜러에게 오는 순간이었다.

- 물귀신 떴다!

속칭 물귀신 상황.

그러는 사이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자신을 바라보는 빌트가르를 향해 데미지 딜링을 거듭했다.

왕!

이윽고 미다스 근처에 도착한 럭키가 해맑은 외침을 내지르며 주인과의 만남을 기뻐했다.

그러한 럭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럭키야, 불 좀 지르자.”

왕!

그 순간이었다.

“헤이스트 앤 스트랭스 앤 파이어 스텝."

트리플 캐스팅을 외친 미다스가 이내 그렇게 걸려진 모든 것을 럭키에게 부여했다.

럭키의 발자국을 따라 불길이 돋기 시작했다.

그제야 시청자들은 눈치챌 수 있었다.

- 불지를 속셈이네!

- 그래, 대형 몹은 도트뎀이 최고지!

미다스가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럭키야, 뜨겁게 마중해줘라!”

왕!

이윽고 명령을 받은 럭키가 미다스와 빌트가르, 그 사이에 문자 그대로 불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다스는 그런 럭키의 발걸음에 가속을 붙여줬다.

“전광석화!”

그 외침에 럭키의 몸이 노랗게 빛나기 시작했고, 럭키의 질주가 더더욱 빨라졌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

그 모습에 누군가 소리쳤다.

“주인님!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거대화된 골드가 럭키에게 지기 싫다는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그대로 어필했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웃었다.

아즈모도 웃었다.

[아즈모 님이 1,000달러를 후원합니다.]

[아즈모 : 야, 네 가디언은 말이 좀 많다?]

미다스도 웃었다.

“제 가디언이 말이 좀 많긴 하죠.”

그러나 막상 미다스의 속, 그 안에서 웃음기는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제 클라이막스다.’

오히려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집중력의 날을 세운 채 럭키가 만들어놓은 불길 위를 걸어오는 빌트가르를 바라봤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쉴 새 없이 깎이는 빌트가르의 HP가 보였다.

‘왔다.’

그리고 그 HP가 원하는 수준에 오는 순간 미다스가 소리쳤다.

“럭키랑 골드, 둘 모두 내 뒤로 빠져!”

그 외침에 럭키와 골드는 의문 없이 빠르게 미다스를 향해 달려왔다.

뜨드득!

빌트가르는 물론 골드와 싸우던 분열된 트가르들까지, 자연스레 미다스를 향해 움직였다.

- 뭐지?

- 이번에는 또 뭘 하려고?

그 순간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그대로 끄집어냈다.

- 도끼?

꺼낸 것은 양날을 가진 거대한 도끼.

그것을 손에 쥔 미다스가 소리쳤다.

“화끈하게 마무리는 도끼질로 끝내겠습니다.”

그 퍼포먼스에 채팅창은 오히려 흥분하기보다는 그대로 멈췄다.

예상치를 아득히 벗어난 탓이었다.

반면 미다스는 개의치 않고 도끼를 손에 쥔 채 함성을 내지르며 빌트가르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한 그 둘 사이의 거리가 시시각각 좁혔다.

일촉즉발의 순간.

- 어, 리얼?

- 진짜 물리 마법?

그제야 채팅창도 어수선해지기 시작했고, 후원금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핑!

수류탄 안전핀이 뽑히는 듯한 소리, 그 짤막한 소리가 전장을 한 번 휩쓸고 가는 순간.

꽈앙!

그 순간 빌트가르가 그대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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