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 24화. 빌트가르 (2). >
4.
[파이어 스텝 ]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지나긴 길이 불타오른다.
!시전 상태로 한 번에 1,004미터 이동 시 ‘파이어 워커’ 타이틀 획득
!시전 상태로 1,004킬로미터 누적 이동 시 ‘불타는 순례자’ 타이틀 획득
파이어 스텝.
자신이 새롭게 얻은 유니크 랭크의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생각했다.
‘나쁘지 않아.’
괜찮은 게 나왔다고.
‘아니,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좋은 스킬이지.’
좀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효용 가치가 꽤 높은 스킬이었다.
‘튈 때 이거만 한 스킬도 없으니까.’
특히 파이어 스텝은 도주 시에 매우 유용했다.
몬스터 또는 플레이어를 상대로 추격을 당하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마법사 클래스들 입장에서는 그 추격자에게 어떤 식으로든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또한 이 스킬은 공격형 스킬이 아니라 라이트닝 실드와 같은 버프 타입 스킬이었다.
딜러들에게도 도주기로 애용 받는 스킬이었다.
그럼에도 이 스킬을 얻은 미다스의 표정이 썩 달갑지 않은 건 간단했다.
‘좋긴 한데, 이거 마력 소비량 장난 아닌데.’
파이어 스텝 스킬은 걸음 걸이만큼, 즉 불을 일으킨 만큼 사용자의 마력을 소모한다는 것.
‘땅이 아니라 마력을 태우는 스킬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까.’
몇 발자국 정도면 모르겠으나, 정말 제대로 달리기 시작하면 마력 소모량이 상당했다.
가뜩이나 마력 부족에 허덕이는 미다스 입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미다스의 고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미다스]
- 레벨 : 50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312)/체력(5+304)/지력(260+463)/마력(55+361)
자신의 능력치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표정이 좀 더 구겨졌다.
능력치 자체는 감탄이 멎을 만큼 황홀한 수준이었다.
그런 능력치에 불만을 가질 리는 당연히 만무.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건 그러한 능력치가 아니라 바로 50레벨이란 숫자였다.
‘지금 아이템 처분하고, 구매하고…… 모은 돈 다 깨지겠네.’
레벨이 오른 건 좋지만 돈 나갈 구석이 생겼다는 사실이 미다스를 고민케 하는 놈이었다.
‘이대로는 안돼.’
물론 미다스를 가장 고민케 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이번 변종 트가르와의 전투를 거듭하면서 미다스는 이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마력 회복 포션으로 이미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어.’
지금 새로운 아이템보다 시급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든 마력 회복 관련 스킬을 확보해야 해. 돈으로 지르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미다스가 시급하게 구해야 하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마력 회복 계열 스킬임을.
당연했다.
제아무리 대단한 성능을 가진 차도 기름 없이는 한 발자국도 갈 수 없는 법.
특히 지금 미다스에게는 마력량이 매우 중요했다.
‘보석 악어 때처럼 보스 몬스터 잡는데 마력이 바닥나면…… 그 후에 무조건 좆된다.’
세상이 그에게 쉬어서 기름이 차오를 틈을 줄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한 고민 속에서 미다스가 결국 제 고민을 소리 내어 토해냈다.
“아, 누가 그냥 스킬 하나 줬으면 좋겠다.”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에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왕!
“주인님!”
미다스의 뒤를 이어 그 접근을 인지한 럭키와 골드가 곧바로 미다스를 감쌌다.
그러나 미다스는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뭐, 뻔하지.’
이곳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난폭해진 숲 퀘스트를 진행하는 플레이어만이 올 수 있는 인스턴스 필드.
그런 곳에 자신을 향해 올 수 있는 존재는 몬스터 빼면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타마루다.’
미다스의 예상대로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건 NPC타마루였다.
그제야 미다스는 깨달았다.
‘퀘스트 끝났구나!’
퀘스트가 끝났음을.
‘어쩐지 몇 마리 잡았다고 나오지 않더라.’
그렇게 미다스가 준비를 하는 사이, 그에게 다가온 NPC타마루의 표정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해 있었다.
‘대단하군. 설마 변종 트가르를 전부 처치할 줄이야, 라고 말하겠지?’
그 표정만으로 미다스는 이미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
“대단하군. 설마 변종 트가르를 전부 처치할 줄이야!”
예상대로의 대답을 내뱉는 NPC타마루 앞에서 미다스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닙니다.”
“위가 님의 안목이 맞았군.”
“과찬입니다.”
“위가 님이 자네를 아끼는 이유를 알겠어.”
그 말과 함께 NPC타마루가 자신의 등에 있는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스킬 카드북(유니크)]
이번 퀘스트의 보상이 나오는 순간.
그것을 받아든 미다스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 그리고 무언가 아쉬운 기색이 동시에 떠올랐다.
스킬 카드북을 받는 건 매우 기쁜 일이었다.
‘나올 리가 없지.’
그러나 그 스킬 카드북에서 미다스가 원하는 것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미다스가 생각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유니크 스킬 카드북을 개봉하는 순간 고를 수 있는 카드는 10장.
그 카드 중에 미다스가 바라는 마력 회복 계열이나, 소모량을 감소해주는 스킬이 나올 가능성은 누가 보더라도 낮았으니까.
‘대마도사이니까.’
모든 마법사 클래스 마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한 대마도사란 직업적 특성이 더더욱 가능성을 낮게 만들었다.
아쉬운 기색이 떠오른 이유였다.
‘뭐, 그래도 감사하게 받아야지.’
물론 무엇이 나오든 미다스 입장에서는 손해 볼 건 없는 장사였다.
[스킬 카드북(유니크)을 개봉합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고, 그런 그의 눈앞에 10장의 스킬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
그 순간 미다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어!”
놀란 미다스가 바로 자신의 코앞에 등장한 스킬 카드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스킬 사용 후 제자리에 있는 동안 마력 소모량이 감소한다.
마력 리커버리 필드.
발리스타와 마찬가지로 움직이지 않는 조건 하에서 메리트를 얻는 스킬이었다.
‘이, 이게 여기서?’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특히 발리스타 스킬을 얻은 마법사 클래스들이 두 번째로 찾는 스킬이기도 했다.
어차피 움직일 수 없는 제약이 있다면, 그 제약이 겹치는 다른 메리트 있는 스킬은 최대한 배우는 게 좋았으니까.
그 값 역시 발리스타만큼 비싼 스킬이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그것을 보고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잘못 본 거 아니겠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기에 스스로를 진정시킨 후에 다시 스킬을 바라봤다.
붉은빛 광채를 내뿜는 10장의 카드를 중에 마나 리커버리 필드라는 글자가 분명하게 보였다.
‘역시 갓겜이었어!’
그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없었다.
다른 스킬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미다스가 바로 그 스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나 리커버리 필드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미다스의 표정은 전혀 달라져 있었다.
‘새끼들 다 뒈졌어!’
고민거리 하나가 해결된 그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지은 채 이제 새로운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NPC타마루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제가 다음에 할 일은 무엇입니까?”
‘뭐든 와라. 아주 그냥 박살을 내줄 테니까.’
그야말로 무엇이든 씹어먹을 듯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미다스에게 NPC타마루는 말했다.
“자네 덕분에 이곳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할 수 있었네.”
그 말에 미다스는 나름 짐작했다.
‘시기상으로는 보통 보스 몬스터 잡으라고 하겠지.’
이제 NPC타마루가 보스 몬스터 혹은 그에 준하는 몬스터를 잡는 퀘스트를 주리란 것을.
‘그래, 뭐든 와라.’
자신감 넘치는 미다스는 그 사실을 오히려 기다렸다.
NPC타마루는 그런 미다스 예상대로 나왔다.
그에게 다음 타깃을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빌트리가 이상하네.”
“아, 빌트리를 잡…… 예?”
“빌트리 중에 변종이 생긴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먼 곳에 있음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거인의 나무, 빌트리가 들어왔다.
‘저게 변종?’
그리고 그 빌트리가 트가르가 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애써 그 상상력을 무시하던 미다스에게 NPC타마루는 미다스가 예상했던 대로 말했다.
“아무래도 자네가 처리해줘야겠네.”
상상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고.
5.
[빌트가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70레벨 이하
- 퀘스트 내용 : 난폭해진 숲에서 트가르로 변한 빌트리, 빌트가르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 퀘스트 보상 : 스킬 카드 (레전더리)
- 퀘스트 완료 시 ‘알의 변화’ 진행 가능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을 만큼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빌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 빌트리를 바라본 미다스가 다시 퀘스트창 내용을 확인한 후에 긴 한숨을 내뱉었다.
‘어려운 건 이해해. 아니, 당연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가 쉽지 않으리란 건 이미 몸소 몇 번이나 체험해본 상황이었다.
만약 미다스의 눈이 아니었다면 장담컨대 1년이 지나도 깨지 못했을 퀘스트였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그렇지 50레벨에 대형 몬스터를 잡으라니, 이게 말이나 돼?’
하지만 지금 마주한 퀘스트의 난이도는 그 어떤 퀘스트보다 아득하기 그지없었다.
‘이건 무조건 10인 이상 파티 전용이다. 그것도 그냥 10인이 아니라, 프로 플레이어급 10인.’
이번 퀘스트는 서너 명도 아니고, 두 자릿수의 플레이어의 협동을 염두에 둔 퀘스트임이 분명했다.
대형 몬스터를 사냥한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이제까지 했던 보스 레이드와는 차원이 달라.’
그런 퀘스트를 지금 미다스 혼자서 한다?
그 생각에 이르렀을 때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빌트리의 거대함을 바라보았다.
‘……아주 안될 건 없지만.’
빌트가르를 상대해본 적은 없다.
미다스가 잡게 된다면 최초가 될 터.
그러나 이 바닥에서 대형 몬스터 레이드 참가 횟수만큼은 남다른 미다스 아닌가?
그 경험만큼은 스타 플레이어들보다도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들은 영화 한 편에 집중하지만, 엑스트라들은 이 영화 저 영화 다 출연하는 법이니까.
그렇기에 충분히 빌트가르라는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지 가늠할 수는 있었다.
‘제아무리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라고 해도 50~60레벨대 플레이어가 잡을 수 있는 몬스터를 내놓을 수밖에 없으니까.’
무엇보다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는 저마다의 공략법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빌트가르가 정말 잡을 수 없는 몬스터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잡을 수 있어.’
아니, 오히려 미다스가 보기에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빌트가르는 쉬운 승리를 기약할 수도 있었다.
‘정말 허공에 뿌릴 수 있을 만큼 돈만 있으면.’
단지 그 조건 중 하나가 돈이라는 것.
간단했다.
‘진짜 값비싼 마력 회복 포션들만 있다면……'
미다스 입장에서는 가장 넘기 힘든 조건이었고, 그게 미다스가 한숨을 내쉬는 이유였다.
“아, 젠장.”
그런 미다스에게 알림이 들렸다.
[강제 로그아웃까지 10분 남았습니다.]
이제는 억만금이 있어도 게임을 더 이상 할 수 없음을 알리는 알림이.
6.
“오늘도 시간 꽉채우셨네요.”
“혁주야, 오늘도 수고했다.”
평소와 같은 대화를 마치고 캡슐방을 나서는 정현우, 그런 그를 향해 이혁주가 말했다.
“아, 형!”
그 부름에 정현우가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이혁주를 바라보자, 이혁주가 마저 말을 이어갔다.
“충전하신 선금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돈 나갈 준비를 해라, 그 말과 다를 바 없는 말에 정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래, 미리 알려줘서 정말 고맙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후 진짜 문을 나선 후에 건물 계단을 내려온 정현우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고뇌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돈 나갈 곳이 너무 많아.’
최근 번 수입이 적지는 않았다.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은 계약금은 물론 사냥을 하면서 나온 모든 아이템들은 전부 정현우의 몫이었으니까.
허나, 반대로 쓰는 돈도 적지 않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말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게임에 꽤 많은 돈을 썼다.
개중에서 장비 아이템과 달리 회수가 불가능한 것들도 상당했다.
‘그래도 투자는 해야지.’
물론 그 투자 덕분에 성과는 있었다.
그러니 투자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는 망하는 지름길이야.’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언제나 리스크를 짊어지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망각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아니, 망각하고 싶어도 망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갓워즈에는 무리한 투자 그리고 무리한 도전으로 시체가 되어버린 길드나, 게임 컴퍼니, 플레이어들이 부지기수였으니까.
지금 정현우가 잡아야 하는 빌트가르가 그러했다.
‘뭐, 그래도 빌트가르는 잡아야겠지만.’
어떻게든 잡아야 하는 몬스터라는 건 확실했다.
애초에 그것을 잡아야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으며, 돈을 벌 수 있으니까.
‘하지만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잡는 건 좀 그렇잖아?’
문제는 그것을 잡기 위해 지금 가진 것 이상의 투자를 할 수는 없다는 노릇.
‘일단 레벨을 좀 더 올린 후에…… 차라리 70레벨까지 올린 후에 잡아볼까?’
우웅!
그렇게 고뇌하며 길을 걸어가던 정현우의 스마트폰이 진동을 토해냈고, 정현우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꺼냈다.
바로 스마트폰 내용을 확인하지는 않았다.
스윽, 옆에 있는 도로를 바라본 후에 근처에 트럭 같은 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정현우는 스마트폰의 메인을 봤다.
‘메일?’
메일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보였다.
‘라이징 스타 채널? 아!’
그러한 메일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산!’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영상 및 라이브 방송 수익금이 왔음을 알리는 메일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정현우의 눈빛이 빛났다.
‘뭐, 액수가 많진 않겠지만……'
엄청난 거금을 받는 건 사실 불가능했다.
이미 앞서서 받은 계약금 자체가 이미 대박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영상 조회수가 꽤 됐고, 후원금도 붙기 시작했으니 적진 않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짭짤한 목돈이 나올 것은 확실한 상황.
슬퍼하며 마다할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의 표정이 이내 그대로 굳어졌다.
‘뭐야?’
굳은 표정으로 이내 다시 한 번 메일 내용을 확인한 정현우가 놀라며 혼잣말을 토해냈다.
“2만 5912달러?"
앞서서 받은 계약금을 제외하고 들어온 추가 수입은 무려 2만 5912달러.
‘가만, 계약금 포함하면…… 미친, 내가 대체 얼마를 번 거야?’
이제까지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받은 돈까지 합치면, 엄청난 액수였다.
‘들었던 이야기보다 큰데?’
나름 갓워즈로 밥벌이를 했던 정현우는 워즈튜브에서 영상이나 라이브 방송으로 돈을 버는 이들의 수입 역시 나름 잘 알았다.
기대가 적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얼추 수입이 나오니까.
‘왜 이렇게 커?’
여기서 정현우가 오판한 것은 그의 계산기가 어디까지나 프로 플레이어들을 계산할 때 쓰는 계산기라는 점이었다.
같은 결과물이 있더라도 스타 플레이어들이 쓰는 계산기는 계산이 다를 수밖에 없는 법.
‘……진짜 엄청나네.’
물론 그 외에도 라이징 스타 채널이 다른 채널들에 비해 내실이 매우 튼튼하다는 점도 있었다.
그저 반짝 인기를 끈 어중이떠중이 채널들과 다르게 스폰서와의 관계를 비롯해 탄탄한 수익 구조를 갖춘 상황.
이미 준비된 폭탄이었고, BJ대마도사는 그런 폭탄을 제대로 터뜨려준 셈이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이 액수는 정현우가 이제까지 하던 금전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만들었다.
‘빌트가르 레이드 방송 수익이 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도 있겠는데?’
투자 대비 수익이 달라지면, 투자에 따른 리스크도 달라지는 법이니까.
‘계산을 다시 해보자.’
아무래도 한 번 빌트가르에 대한 생각을 바꿔볼 때.
물론 여기서 정현우는 잊지 않았다.
‘그전에 고맙다고 메일 남겨야지.’
자신에게 이 놀라운 결과물을 안겨준 라이징 스타 채널에 정현우가 진심을 담아 감사의 메일을 남겼다.
[……감사합니다.]
짤막하게 감사의 문구를 작성한 정현우가 그 문구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거만이면 좀 밋밋한데……'
그래도 고용주에게 보내는 메일인데 감사만 짤막하게 표하는 건 그렇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그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정현우가 메일 뒤에 내용을 덧붙였다.
[조만간 모두를 놀라게 할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내용을 덧붙인 정현우가 미소를 지었다.
‘뭐, 이 정도 호기는 보여줘야지.’
그 말을 마치고 정현우가 영어로 번역한 후에 메일을 보냈다.
그 후 정현우는 곧바로 자신의 형에게 전화를 했다.
- 삼촌!
그러자 형 목소리 대신 들리는 조카의 목소리에 정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혜린아, 삼촌이 치킨 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