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 24화. 빌트가르 (1). >
1.
한 번은 우연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어느 세계에서든 한 번쯤은 들을 수 있는 말.
그리고 누구든 간에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말.
때문에 이번에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BJ대마도사 보통 놈이 아닌데?
- 이번 라이브도 시청자 숫자가 4만 명이 넘었네?
- 심지어 라이브 시간도 10분에 불과했음. 아마 30분 했으면 5만 명도 넘었을걸?
BJ대마도사, 그가 그저 단순히 돈이 많고 운이 좋은 것이 전부인 플레이어가 아님을.
- 시청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내용을 보라고, 내용을!
- 새로운 아이템에 새로운 몬스터라니? 대체 얘 정체가 뭐야?
- 그 레벨에 더블 캐스팅은 스킬 카드 구매하면 누구든지 가능하다지만, 트리플 캐스팅은 어떻게 되는 거야?
ㄴ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플러스 원이라는 거겠지.
더욱이 그가 보여준 것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보여준 적 없는 것이었다.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갓워즈의 후발주자들 중에 선발주자들보다 더 능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은 많았다.
그러나 개중에서 선발주자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이는 많지 않았다.
보여줄 수가 없었다.
현재 갓워즈가 최상위 플레이어들에게 집중하는 이유였다.
최고 레벨 플레이어들은 마주하는 모든 것이 신세계의 것들이었고, 그들을 보는 것만이 그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굳이 이미 봤던 것을 다시 보기 위해 눈을 등 뒤로 고개를 돌릴 이유는 없었다.
그게 이 세상의 진리였다.
- 설마 그 레벨 근처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있었을 줄이야…….
- 이거 무조건 BJ대마도사 꺼 봐야겠는데?
그런데 BJ대마도사는 그런 세상에게 말한 것이다.
아직 갓워즈에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게 남아 있다고.
- 새로운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잖아?
- 그렇지. 일단 위가의 하얀 지팡이 아이템 옵션부터가 위가의 지팡이 이상이던데…… 그럼 레전더리 등급 이상 아이템이라는 의미이니까.
- 확실해. 레전더리 등급 이상의 무언가야.
- 분열된 트가르도 그렇지. 저거 분명 특별한 퀘스트를 하니까 나온 게 분명해?
- 그 전에 아즈모가 알지 못하는 아이템도 그렇고, 진짜 엄청난 걸 하는 모양인데?
그것도 이제까지 당신들이 봐왔던 모든 것들보다 위에 존재하는 것이 남아있다고.
그것은 곧 선언이었다.
- 이거, 잘하면 BJ대마도사가 판을 바꾸겠는데?
이제까지 선발주자들이, 최고의 별들이 보여준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선언.
‘지금쯤이면 터졌겠지?’
그러한 사실을 장본인인 미다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제대로.’
이번 건으로 BJ대마도사의 이름값이 그저 단순히 돈지랄하는 금수저 플레이어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존재로 알려지리란 것을.
‘밥그릇이 흔들리는 걸 느끼겠지.’
그리고 갓워즈의 권력자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라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또한 그 권력자들이 그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폭력을 행사해왔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태클 더 심하게 들어올 거야.’
때문에 롤라 때보다 훨씬 더 심한 방해 공작이 오리란 것 역시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아이스 스피어 앤 파이어 스피어 앤 파이어볼!”
그게 지금 미다스가 쉴 새 없이 전투를 치르는 이유였다.
‘편하게 놀면서 게임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언제나 그렇다.
위로 올라가면 편해지는 일 따위는 없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관심이 커질수록 경계심도 커지며, 경계심이 커질수록 부담감도 커지는 법이니까.
‘그딴 건 없다는 건 뼈저리게 봐왔으니까.’
프로야구선수 시절에 그런 관심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그런 경우는 수없이 봤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덕분에 기회를 받고, 그 기회를 제대로 살려 팀의 핵심 선수가 된 이들.
신인왕이라는 눈부신 타이틀마저 얻은 선수가 다음 해에 이어진 관심과 경계 그리고 부담감과 집요한 집중 공략 앞에서 정말 속절없이 무너지던 경우를.
반대로 그런 상황 속에서도 치고 올라가는 경우도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의 비결은 하나였다.
‘어떤 게 오든 간에 부딪혀서 지지 않을 힘을 가진 놈들만이 살아남았다는 것도.’
풍파를 이겨낼 만큼 강해지는 것.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미다스가 손에 든 얼음 덩어리를 던졌고, 그렇게 날아간 얼음덩어리가 이내 창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며 분열된 트가르의 몸에 꽃혔다.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기꺼운 알림이 들렸다.
그러나 그 알림에도 미다스의 눈은 전장을 향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건 532마리.’
지금은 전쟁을 위한 준비 단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2.
끄드득!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가 골드가 휘두른 시미터에 그대로 몸뚱이가 반으로 갈리는 순간.
그 순간이었다.
번쩍!
골드가 입고 있는 갑옷 사이로 금빛 광채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샤아아!
그 금빛 광채에 골드가 리자드 워리어 특유의 환호성을 그대로 내질렀다.
그 소리가 신호였다.
[가디언이 주인과 함께 적을 분쇄했습니다.]
[가디언의 충성도가 7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드디어 고지 하나 넘었다.’
미다스가 골드와 함께 5,555마리가 되는 몬스터를 잡았음을 알려주는 신호.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이어서 들려오는 알림.
그러나 그 알림에 미다스는 응하지 않았다.
‘여기서 123마리만 더 잡으면 럭키 진화다.’
현재 페이스는 절정에 다다른 상황.
‘플레이타임도 얼마 안 남았고.’
더욱이 이미 주어진 플레이 타임도 상당수 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번 페이스를 늦출 경우 되찾기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골드! 전투에 집중해!”
그렇기에 미다스는 골드의 스킬을 선택하는 대신 곧바로 전투를 속행시켰다.
“예, 주인님!”
그 명령에 골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전투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시작된 골드의 전투 능력은 남달랐다.
새로운 스킬이 없더라도 이미 강화된 능력치 그리고 전투 패턴은 이제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쉬익!
분열된 트가르 세 마리 사이를 파고들며 놈들의 몸뚱이를 가지치기하듯 잘라내는 골드의 전투 능력은 괄목상대, 그 자체였다.
왕!
그 사실에 럭키가 지지 않으려는 듯이 온몸으로 광채를 내뿜으며 분열된 트가르들을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그사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우거진 숲의 나무들이 보였다.
보기에는 평범한 나무들이.
‘저놈이다.’
그러나 미다스의 눈에는 위장한 트가르임이 분명하게 보였고, 그놈을 향해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퍼엉!
불덩이가 터지는 순간 트가르에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드득!
[난폭해진 트가르가 정체를 드러냅니다.]
그 불길 속에서 위장하고 있던 트가르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뜨드득!
가지가 팔이 되고, 뿌리가 다리가 됐다.
그 과정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변신 만화에서 캐릭터가 변신을 할 때 시간이 걸리듯이.
물론 지금 이 상황은 만화가 아니었다.
미다스는 그 시간을 기다려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이미 생성된 파이어 스피어를 변신 중인 트가르를 향해 그대로 던졌다.
화르르!
파이어 스피어가 그대로 트가르의 몸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푸욱!
그 뒤를 이어 얼음 창 한 자루가 파이어 스피어가 꽃힌 곳과 정확히 똑같은 위치에 꽃혔다.
그러한 연속 공격은 트가르가 제대로 된 전투 태세를 갖추기 전에 녀석의 몸뚱이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트가르가 분열합니다.]
단숨에 트가르는 분열했고, 분열한 트가르들이 미다스를 향해 전열을 갖추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낸 후에 그대로 마셨다
50골드, 5만 원짜리 마력 회복 포션이 단숨에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그러나 그 사실에 대한 아까움은 없었다.
‘버는 만큼 투자한다. 그저 벌기만 해서는 결국 푼돈에서 그칠 뿐이니까.’
“아이스 애로우 앤 파이어 애로우 앤 윈드 애로우.”
그리고 미다스는 그런 몬스터들을 상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자연스레 전투 속도도 덩달아 올라갔다.
미다스가 트가르를 찾아내 공격해서 분열을 시키면, 럭키와 골드가 분열된 것들을 처리했다.
마치 공장의 기계처럼 트가르들을 분쇄하는 그 모습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50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이제 전투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오는 순간이었다.
3.
갓워즈에서 플레이어들이 가장 기대로 가득 차는 순간은 언제인가?
그 질문에 백이면 백, 모두 같은 말을 한다.
레벨업 보상으로 얻은 스킬 카드를 선택하는 순간이라고.
그리고 지금 미다스에게 그 기회가 왔다.
‘한 번에 세 번 연속 카드깡 하는 건 처음이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 번.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기회였다.
그렇기에 미다스는 기대감을 접었다.
‘보통 이러면 하나는 꽝이지.’
이 세상에 로또를 2번 당첨되는 사람은 있어도 3번 당첨하는 사람은 없는 법.
‘뭐, 최악은 피하면 되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은 채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골드가 보였다.
[가디언의 새로운 능력을 직접 선택하십시오.]
그렇게 지그시 골드를 바라보자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고개를 확실하게 끄덕였다.
그러자 미다스와 골드, 그 둘 사이에 2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디언은 20장이네.’
플레이어와 신수와 달리 가디언이 습득할 수 있는 스킬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은 모양.
물론 중요한 부분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카드가 내뿜는 광채들의 색이었다.
‘이것 봐라?’
20장의 카드들 중에 광채를 내뿜지 않는 것은 10장뿐, 나머지는 모두가 각기 다른 빛을 내뿜고 있었다.
‘얘도 운이 좋네?’
럭키 때와 비슷한 느낌.
그러한 느낌을 품은 채 미다스가 스킬 카드들을 하나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노랑.’
가장 먼저 노란색, 레어 등급 카드가 보였고 그 뒤를 이어 빨강이 눈길을 빼앗았다.
‘오!’
유니크 등급!
그것을 외치는 순간 미다스의 눈빛이 한 곳에서 멈추었다.
[거대화]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육체를 보다 거대하게 만든다.
‘거대화!’
거대화 스킬.
문자 그대로 자신의 몸을 크게 만듦으로써 적을 상대하는 스킬 중 하나.
‘이런 것도 있어?’
그 효용성은 이미 수많은 탑클래스 탱커들을 통해서 증명된 바였다.
아니, 애초에 체격이 작은 탱커가 할 수 있는 탱킹의 폭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당장 트가르조차도 중형 몬스터로 취급받는 세상에서 대형 몬스터를 상대로 체격이 작다?
힘의 유무를 떠나 전술을 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
골렘들이 연금술사 클래스들의 꽃으로 여겨지는 이유였다.
‘이거 진짜 대박인데?’
더욱이 거대화 스킬은 영상으로 만들었을 때 그 효과가 매우 좋은 스킬이었다.
큰 게 눈에 잘 들어오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거대화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당장 써보고 싶다.’
마다하고 자시고 수준을 넘어서 당장 이 스킬의 위력을 확인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것도 영상으로 공개하면 조회수 터진다!’
당장 이것만으로도 벌 수 있는 수입이 보였으니까.
물론 미다스는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망각하지는 않았다.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왕!
그러자 조금 더 커진 덩치로, 이제는 표범과 같은 맹수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커진 채, 그럼에도 여전히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이내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다시 한 번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빛의 향연이었다.
노란 광채로 눈이 부실 정도였고, 곳곳에서 붉은 광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럭키는 그냥 노멀 등급 카드가 레어 등급 카드보다 적네.’
레어와 유니크 등급보다 노멀 등급이 오히려 적게 느껴질 정도.
그래서 오히려 발견이 늦었다.
그 넘치는 광채 속에서 고고하게 홀로 황금빛 광채를 내뿜는 녀석을 발견하기란 도리어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역시 럭키!’
럭키에게 찾아오는 행운이 새삼스러울 따름.
그러나 미다스의 그러한 생각은 그 황금빛 스킬 카드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전장의 환호성]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전장 속에서 환호성을 내지른다. 모든 아군의 능력치가 상승한다.
"헉......."
‘워하울링이 여기서?’
이번에 럭키가 얻은 스킬이 무슨 스킬인지, 그게 얼마나 대단한 스킬인지는 똘똘이를 통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전장의 환호성, 일명 워하울링.
이 스킬이 처음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니라 길드전이었다.
신수 똘똘이의 주인인 라포가 속한 불사자 길드가 다른 길드와 길드전을 했을 당시, 그 치열한 접전 속에서 처음으로 워하울링이 공개됐고 그것이 공개되는 순간 전투가 일방적으로 종료됐다.
대규모 버프, 그것도 거의 조건 없이 발동되는 스킬의 가치는 그 정도였다.
이미 그것을 봤던 미다스는 더 이상 감상을 이어가지 않았다.
미다스가 곧바로 손을 뻗었다.
[럭키가 전장의 환호성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그 순간 새로운 스킬을 얻은 럭키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주둥이를 내밀며 하울링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하울링이 고요한 숲을 울리는 사이, 미다스가 이제는 자신의 차례를 마주했다.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기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그 앞에서 미다스는 잠시 생각했다.
‘이거 페이스 좋다.’
레전더리가 연속으로 두 번이나 나오는 상황, 누가 보더라도 물이 오른 상황이었다.
‘레전더리 나올 거 같아.’
그런 상황에서 자신에게도 전설의 황금 카드가 나오기를 바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일 터.
‘그래, 3연속 레전더리 가자!’
그렇게 당연한 기대감을 품은 미다스가 자신을 향한 알림에 대답을 했다.
예! 그리 말했고, 그 순간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들이 수를 놓기 시작했다.
물론 무채색으로 가득한 100장의 카드, 그중에 황금빛 광채를 내뿜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붉은빛 광채 하나만이 미다스의 눈길을 사로잡을 뿐.
그것을 본 미다스가 말했다.
“역시 운빨좆망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