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 23화. 거인의 숲 (3). >
10.
트가르.
이 몬스터에 대해 플레이어들이 아는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나무 모양이란 것.
끄드득!
나무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를 낸다는 것.
마지막으로 거대하다는 것.
쩌적!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트가르는 누가 보더라도 거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장은 기껏해야 140센티미터였고, 그 덩치 역시 일반 트가르에 비할 바가 못 됐다.
갓워즈 등장 이후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트가르였다.
- 신 몬스터다!
- 맙소사, 저레벨 구간에서 새로운 몬스터라고?
- 와, 이거 뭐야?
그 신 몬스터의 등장을 실시간으로 보는 모든 이들 중에 놀라지 않은 이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허나, 그 놀람은 오래 가지 않았다.
“파이어볼 앤 아이스볼 앤 라이트닝볼.”
이어진 미다스의 외침에 시청자들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놀릴 수밖에 없었다.
- 뭐야? 3개?
- 트리플 캐스팅? 어떻게?
- 설마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플러스원이었어?
트리플 캐스팅.
갓워즈에서도 정말 선택 받은 운 혹은 재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허락되는 그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기껏해야 50레벨이 채 되지 않을 플레이어에게서 보였으니까.
너무 놀랐기에 일부는 말했다.
- 구라 아니야?
- 그냥 쇼맨십인가?
- 이 렙에 트리플 캐스팅이 말이 돼?
지금 이것이 장난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수작이라고.
누가 봐도 마땅한 그 의심에 미다스는 이제는 18마리로 분열된 채 새로운 전열을 갖추고 60미터 전방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분열된 트가르 무리들을 상대로 기꺼이 보여줬다.
퍼엉!
가장 좌측에 있는 트가르 한 마리의 머리통에 파이어볼로 폭발을 일으켜주었다.
그 후에 바로 그 옆에 있던 녀석의 머리통에는 묵직한 얼음덩어리를 꽃아 넣었다.
파각!
미다스가 내던진 얼음덩어리는 그대로 닿는 순간 수류탄의 파편처럼 부서지며 나무로 된 트가르의 몸뚱이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문제는 이다음.
- 세 번째 설마 나오나?
- 진짜 나오나?
트리플 캐스팅의 결과물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향해 미다스는 오른손 손바닥을 펼쳤다.
파직!
그러자 그 손바닥 위에 이미 캐스팅이 끝난 야구공 크기의 전기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명명백백한 증거였다.
-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지금 BJ대마도사가 진짜 트리플 캐스팅을 손에 넣었음을.
그러한 증거를 세 번째 트가르를 향해 던진 미다스가 이제는 좌중을 향해 말했다.
“옵션 증명 끝. 더 이상 설명 필요합니까?”
사실상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상의 증명은 필요 없었다.
50레벨이 채 되기도 전에 트리플 캐스팅을 보여준 플레이어는 갓워즈에서 오직 단 한 명, 지금 이곳에 있는 BJ대마도사가 유일했으니까.
그 증명을 마친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증명 끝났으니 라이브 종료하겠습니다.”
그 갑작스러운 말에 시청자들이 놀라며 소리쳤다.
- 안 돼!
- 계속 보여주세요!
- 후원금 보내드릴게요!
- 저 못 봤어요!
애원하듯 앙코르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니, 외치는 정도가 아니었다.
[운빨갓흥겜 님이 4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이제부터팬 님이 1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쿼드로플캐스팅 님이 4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팬 1호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앵콜이 아니라, 당신의 쇼를 돈 내고 관람하겠다!
아낌없는 후원이 이어졌다.
그것도 액수가 적지 않은 후원들이 상당했다.
그 액수가 증거였다.
지금 미다스가 보여준 것이 그만큼 충격적이고 강렬하다는 증거!
‘크으!’
그것을 보는 미다스는 그럴 리 없지만, 가슴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9대 1.'
이제는 이 후원금을 통한 수익의 9를 자신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사실.
‘그냥 다 먹어라, 이거지.’
그 사실이 사실상 미다스의 리미트를 풀어줬다.
고민 없이 전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도록.
‘사장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자신을 믿고 이렇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는 라이징 스타 채널의 사장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대로 라이브를 종료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이런 판에서는 뽕을 뽑아야지.’
“아, 앙코르가 오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럼 한 가지 새로운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곧바로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손에 든 채 캐스팅을 시작했다.
“파이어 애로우 앤 아이스 애로우 앤 라이트닝 볼트.”
트리플 캐스팅, 다시 한 번 그것을 마치는 순간 미다스가 그대로 위가의 하얀 지팡이를 손에서 놓았다.
그러자 위가의 하얀 지팡이가 그대로 허공에 떴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인벤토리에서 곧바로 새로운 아이템 하나를 끄집어냈다.
- 위가의 활이다!
- 설마?
꺼낸 것의 정체는 위가의 활.
그것을 손에 쥐는 순간 타오르는 불꽃 화살이 그대로 활에 맺혔다.
미다스는 그 화살촉의 끝을 다가오는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를 향해 겨누었다.
화르르!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그 후 활시위를 떠난 불꽃 화살 3발이 단숨에 분열된 트가르 한 마리를 끝장냈다.
그다음은 아이스 애로우였다.
푹!
[분열된 트가르를 처치했습니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분열된 트가르의 몸에 꽃힌 아이스 애로우 3발이 그대로 분열된 트가르를 끝장냈다.
푹!
그 후 남은 네 번째 화살로 다른 분열된 트가르를 맞춘 미다스의 활시위에 세 번째 화살이 맺혔다.
파지직!
라이트닝 볼트!
그것이 활시위에 맺혀지는 순간 미다스가 말했다.
“아이템 착용 후에 발동된 캐스팅은 아이템을 교체해도 유효합니다.”
트리플 캐스팅의 새로운 방법마저 보여주는 순간, BJ대마도사가 보다 더 강렬하게 빛을 내뿜는 순간이었다.
11.
[현재 있는 곳은 난폭해진 숲 필드입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진행 중인 플레이어만이 들어올 수 있는 비밀 필드 지역.
그곳에서만 등장하는 분열된 트가르를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유인 자체가 쉬웠다.
굳이 미다스의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크-왕!
[럭키가 난폭해진 트가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몬스터 한 마리의 어그로를 강제로 끄는 럭키의 사생결단 스킬을 이용하면 트가르를 딱 한 마리만 유인해낼 수 있었으니까.
[난폭해진 트가르가 분열을 시작합니다.]
[분열된 트가르가 등장합니다.]
분열된 이후도 어려울 건 없었다.
스킬 하나에 한 마리.
현재 미다스가 가진 9개의 스킬이 순차적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이미 절반은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절반 역시 걱정할 건 없었다.
왕!
럭키의 활약은 눈이 부시다, 라는 표현 그대로였으니까.
늪지대에서의 부족했던 활약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이 럭키는 숲을 완벽하게 제 무대로 만들었다.
“감히 넘지 못한다!”
쿵!
그리고 골드와 골렘, 둘은 미다스를 향해 오는 잔챙이들을 완벽하게 커버해주었다.
그 결과 미다스는 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뿐히 몬스터를 처리했다.
- 와, 장난 아니네.
- 이 정도 화력이면 100레벨 어지간한 파티랑 비교해도 되겠는데?
- 대체 정체가 뭐지? 새로운 몬스터에 새로운 아이템?
- 한 가지는 확실해.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걸 하고 있다는 거.
그 광경 속에서 시청자들은 그저 감탄만 내놓았다.
그 무렵이었다.
시청자가 3만 명을 넘었을 무렵.
미다스가 난폭해진 트가르 10마리, 분열된 트가르로 치면 도합 189마리를 잡았을 무렵.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방송의 끝을 알렸다.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반응했다.
- 아, 왜요?
- 더 보여줘요!
- 방송 더 하고 내 돈을 가져가라고!
나가지 말라는 애원을 담은 후원금 러시도 이어졌다.
그러나 미다스는 알고 있었다.
‘10마리면 충분하지. 이 이상 잡아봤자 결국 질릴 뿐이야.’
보스 몬스터도 레이드도 아니고 고작해야 일반 몬스터를 잡는 영상을 보는 게 재미있을 리 만무.
물론 여기서 계속 방송을 하면 방송하는 만큼 후원 수입이나, 광고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짓은 좀 더 스케일이 커진 후에 해도 늦지 않아.’
그러나 BJ대마도사란 브랜드 가치에는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진 않을 터.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라이브 방송을 멈추기에 적기였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때문에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후 사냥 영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사장님, 사랑해요!’
그리고 이번에는 후회도 남기지 않았다.
그렇게 방송이 종료됐다.
12.
- 이후 사냥 영상은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방송팀 직원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이 보던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때 방송팀 직원 옆으로 다가온 사내가 그대로 방송 종료 버튼을 터치했다.
“아!"
제 역할을 빼앗긴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리자 박영준의 얼굴이 보였다.
박영준은 그런 직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자, 다들 수고했어.”
그 말에 주변 직원들이 박영준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직원들의 표정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다.
무언가 말도 안 되는 것을 동시에 체험한 자들만이 지을 수 있는 종류의 표정.
그중 한 명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설마 이걸 예상이나 하셨습니까?”
처음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방송을 요청했을 때 직원들의 생각은 별거 없었다.
위가의 하얀 지팡이 옵션을 보여주기 위해 몬스터 몇 마리 잡고 끝나겠구나.
그 몬스터는 거인의 숲에서 등장하는 트가르이겠지.
상상을 떠나 기대도 그다지 크진 않았다.
이미 보석 악어조차 잡은 BJ대마도사가 상위 몬스터인 트가르를 잡는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었으니까.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등장한 건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들이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예상했냐고?”
그러한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무렴. 그러니까 9대 1을 지른 거지. 설마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이런 걸 질렀겠어.”
말을 내뱉는 박영준의 얼굴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딱 그림이 나왔지. BJ대마도사가 이제까지 그 누구도 못한 걸 보여줄 준비가 됐다는 걸. 그리고 내가 그 타이밍에 확실하게 제안한 거지. 뭘 하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말을 하는 박영준의 머릿속으로는 그때의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어비스 길드가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부터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지.’
자신의 예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당연히 박영준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드디어 진짜 찬란한 별이 될 줄을 잡았다.’
BJ대마도사와 계약을 한 라이징 스타 채널이 이제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리란 것을.
“그런데 왜 여기서 영상을 종료한 걸까요? 후원도 막 러시 제대로 들어오고 시청자도 꾸준히 늘어났는데?”
그때 부하 직원 한 명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도 박영준은 주저 없이 대답했다.
“왜긴 왜야, 원래 팝콘은 친구 놈이 산 걸 한두 개 훔쳐 먹을 때 맛있는 법이잖아? 여기서 밑천까지 다 보여주면 뭐해? 그리고 아즈모가 나오지 않았잖아?”
“아즈모요?”
“그래, 아즈모.”
이번에도 박영준은 확신을 품었다.
‘BJ대마도사와 아즈모는 사실상 같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아즈모가 안 나왔다는 건 사정이 있다는 의미. 영상을 언급한 건 거기서 아즈모를 등장시켜서 다음으로 이 열기는 이어가겠다는 거겠지.’
BJ대마도사가 아즈모와 함께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음을.
지금 이 순간은 그 그림의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 그럼 이제 정신 차리고 빨리 작업 들어가. 이제부터 우리는 BJ대마도사와 1년 동안 동고동락을 해야 하니까.”
그제야 부하 직원들은 잠시 잊고 있던 사실을, 박영준이 BJ대마도사와 1년짜리 독점 계약을 따냈다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한 명이 말했다.
“진짜 대단하시네요.”
그 감탄에 박영준은 대답했다.
“와튼이니까.”
13.
[방송이 종료됐습니다.]
그 알림을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짧게 숨을 돌렸다.
‘어휴,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큰 사고 없이 라이브가 끝났다는 사실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왕!
그렇게 미다스가 한숨을 돌리는 사이 럭키가 가장 먼저 미다스에게 다가와 제 몸을 미다스에 비비기 시작했다.
“주인님! 멋진 전투였습니다!”
그에 지지 않으려는 듯 골드 역시 다가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연스레 미다스의 눈에 그 둘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여전히 그 둘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도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자, 이제 본게임을 시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