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67화 (67/485)
  • 67화.  < 21화. Live (4). >

    10.

    아즈모의 등장은 몰아치는 불길 위로 헬기가 등장해 기름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

    - BJ대마도사 라이브에 아즈모가 1천 달러 쐈다!

    ㄴ BJ대마도사가 라이브 중이야?

    ㄴ 주소 불러!

    ㄴ 아즈모 보러 가즈아!

    아즈모의 등장은 라이브 시청자 숫자 단위를 바꾸었다.

    5천대에서 머물던 시청자 숫자가 정말 단숨에, 채 1분이 지나기도 전에 1만을 넘었다.

    그 후에서 시청자 숫자는 멈추지 않고 올라갔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아즈모 효과구나.’

    아즈모의 이름값이었다.

    ‘운이 좋아.’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행운이었다.

    ‘이걸로 승냥이 놈들이 더 긴장하겠지.’

    마이너리그 경기 중에 난입하는데 필요한 각오와 메이저리그 경기 중에 난입하는데 필요한 각오의 무게감은 전혀 다른 법.

    당장의 수익을 떠나서 아즈모의 등장은 지금 그를 노리는 이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지금 상황은 미다스가 여러모로 비튼 상황들이었다.

    평범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상황이 아니었다.

    시작부터 현재 3페이즈에 이른 지금까지, 모두가 상식적으로 예상한 상황은 없었다.

    새로이 셈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변수가 추가된 셈.

    ‘그럼에도 노릴 놈은 노리겠지.’

    그럼에도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셈법을 하거나 아니면 아예 셈법을 포기하고 무작정 덤벼드는 놈이 나와도 이상할 건 없었다. 사람이란 게 그렇게 상식적이고 이성적으로만 판단되는 동물은 아니지 않은가?

    ‘여유는 없다.’

    동시에 지금 미다스의 전황은 아주 좋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쿵!

    [골렘이 큰 충격을 받습니다.]

    미다스가 여유를 연기하는 동안 골렘이 끝까지 버틸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마력이 20퍼센트 이하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 미다스의 마력 상태는 한없이 빠르게 바닥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으니까.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만약 공격받으면…… 그냥 접고 도망치는 게 나아.’

    이런 상황 속에서 만약 공격을 받는다?

    제대로 된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할 터.

    ‘여기까지 왔는데 브레이크는 못 밟지.’

    이미 미다스는 돌아올 수 없는 벼랑과 벼랑 사이 외줄 위에 선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새로운 손님도 오셨으니 분위기 좀 바꿀까요?”

    그렇기에 미다스는 다시 한 번 더 판을 바꾸었다.

    “풍경 좀 바꿔봅시다.”

    말과 함께 미다스가 움직였다.

    “자, 줌인 들어갑니다.”

    미다스, 그가 보석 악어를 향해 움직였다.

    11.

    크롸!

    보석 악어가 거친 소리와 함께 그 거대한 몸통을 회전했다.

    이윽고 보석 악어의 묵직한 꼬리가 그대로 골렘의 왼쪽 측면을 그대로 공격했다.

    콰광!

    육중하기 그지없는 소리.

    쿵!

    그 소리와 함께 공격에 당한 골렘이 그대로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쓰러진 골렘이 느릿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보석 악어 역시 다시 한 번 몸을 본래 위치로 돌렸다.

    다시 한 번 그 두 거물이 서로를 마주했다.

    쿵!

    그때 일어선 골렘의 왼쪽 팔이, 그 길쭉한 팔이 어깻죽지부터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이미 골렘의 상태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는 증거.

    크롸!

    그 증거에 보석 악어가 기세등등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윽!

    늪 속에 몸을 숨긴 채 보석 악어의 뒤쪽으로 이동했던 골드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석 악어의 몸뚱이를 베어낸 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롸!

    그 공격에 보석 악어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 상태에서 보석 악어가 골드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와라!”

    그 광경에 골드는 조금의 물러섬도 없었다.

    도리어 제 방패를 앞세웠다.

    보석 악어의 길쭉한 주둥이가 성문을 향하는 충차마냥 그대로 그 방패를 향했다.

    까앙!

    방패가 당장에라도 깨질 듯한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골드의 몸뚱이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쿠쿠쿠!

    늪이라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로, 마치 바닥이 스케이트장인 것처럼.

    샤아!

    그 사실에 골드가 리자드 워리어 특유의 소리를 내질렀다.

    크롸!

    보석 악어 역시 제 주둥이 밀기를 버텨내는 이 조촐한 존재에 대해 분노를 토해냈다.

    눈 돌릴 틈조차 없는 긴박한 상황.

    “A-!”

    그 상황 속 팽배해진 긴장감 틈 사이로 그 긴장감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는 소리 하나가 나왔다.

    ‘-yo!’

    미다스가 내뱉는 소리였다.

    그것도 그냥 내뱉는 소리가 아니라 어깨춤을 곁들인 채 내뱉는 소리.

    분명 제정신인 모습은 아니었다.

    시청자들 반응도 그랬다.

    - 와, 이 상황에서 호응을 유도하네.

    - 어깨춤은 예상 못했다.

    - BJ또라이로 개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을 보고 시청자들이 저마다 한소리를 했다.

    - 이야, 이 똘끼 마음에 든다.

    - 돈지랄에서 나오는 개허세! 그래, 미칠 거면 이렇게 화끈하게 미쳐야지.

    물론 그 사실을 보고 열광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애초에 BJ대마도사의 라이브를 보러 오는 이들이 감동적인 장면이나, 동료애, 처절하지만 숭고하면서도 절제된 전투 따위를 보고 싶어 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젠장, 별의별 짓을 다하게 되네.’

    하지만 막상 이 짓을 하고 있는 미다스 본인은 지금 어느 때보다 죽을 맛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가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도 이 또라이짓 덕분에 노리는 놈들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적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

    미다스의 전투 스타일은 보스 몬스터 사냥만 놓고 봤을 때 매우 안전하기 그지없었다.

    탱커와 근접 딜러와 보스 몬스터가 어우러진 상황에서 본인은 최소 60미터 거리 밖에 있는 것보다 더 안전한 포지션은 사실상 없었으니까.

    그러나 만약 제3의 인물을 염두에 둔다면 그보다 위험한 포지션은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제약 없이 미다스를 직접적으로 노릴 수 있는 셈이니까.

    그럼에도 이제까지 공격이 없었던 이제까지는 여러 사정으로 그러한 직접 공격을 염두에 두지 못한 탓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 도달하면 계산 없는 무리수를 던지는 경우가 나올지도 모르는 법.

    ‘최소한 자포자기로 덤벼드는 놈은 없을 거야,’

    미다스의 지금 이 행보는 그 무리수마저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금 미다스를 노리고 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그것도 기존 조준점보다 먼 거리에 있는 미다스를 맞추기 위해 조준점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원거리 공격이든, 접근 후 근접전이든 공격을 염두에 둔 이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미다스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 그런데 이러면 스킬 효과 안 통하는 거 아닌가?

    - BJ대마도사 데미지 딜링 보면 분명 롱토스랑 발리스타 스킬 중 하나 이상은 있을 텐데?

    - 롱토스는 확실히 있지. 그게 아니면 굳이 그렇게 먼 거리에서 던질 이유가 없잖아?

    시청자들의 말처럼 고작 10미터 남짓한 거리에서는 롱토스 스킬이 무의미하며, 이동하는 동안 발리스타 효과도 현재 적용되지 않는 다는 것.

    - 위험한 거 아니야?

    - 좆되겠는데?

    - 골렘 거의 사망 직전인데?

    그리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석 악어라는 괴물을 상대로 원거리 딜러가 이 거리에 있다는 건 결코 안전한 게 아니라는 것.

    그때 등장한 미다스가 가볍게 손에 든 위가의 활시위를 당겼다.

    팅!

    가벼운 소리와 함께 날아간 화살이 그대로 보석 악어의 붉게 달아오른 보석에 꽃혔다.

    크롸!

    보석 악어가 곧장 미다스를 향해 관심을 돌렸다.

    그러자 골렘이 반응을 했다.

    쿵!

    골렘이 이제 하나 남은 팔로 땅을 두드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석 악어를 향해 알렸다.

    크롸!

    그 사실에 곧바로 보석 악어가 몸을 거세게 돌렸다.

    그러면서 제 꼬리로 골렘을 후려쳤다.

    콰앙!

    거친 소리와 함께 골렘이 다시 한 번 그대로 쓰러졌다.

    그 순간이었다.

    부스스!

    쓰러진 골렘의 몸뚱이가 마치 신기루처럼, 모래가루가 되어 늪 위로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골렘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골렘이 파괴되는 순간.

    그 순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 좇됐다.

    - 좇됐네.

    BJ대마도사가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 순간 펼쳐졌음을.

    BJ대마도사를 노리는 이들마저 마찬가지였다.

    ‘어? 저거?’

    ‘저대로 게임오버?’

    사냥감을 다른 맹수에게 빼앗긴 사냥꾼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 상황.

    그렇게 모든 이들이 그 순간 놀랐고, 놀란 채 굳었다.

    “주인님, 제 뒤로 오십시오!”

    오직 한 명 골드만이 움직이긴 했지만, 그 사실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는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골드 홀로 보석 악어를 막는 건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그때 소수는 의문을 던졌다.

    - 럭키는?

    이 순간 럭키는 어디에 있는가?

    그 의문에 럭키가 직접 소리쳤다.

    크-왕!

    [럭키가 보석 악어를 상대로 사생결단의 의지를 표현합니다.]

    사생결단!

    강제 어그로를 끄는 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보석 악어가 럭키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럭키를 향해, 어느새 6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럭키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어? 언제 저기에?

    - 뭐야? 언제 저쪽으로 간 거야?

    그 사실에 시청자들이 놀라는 사이, 보석 악어는 그 거대한 몸뚱이로 늪지대를 헤치며 럭키와의 거리를 좁혔다.

    자연스레 보석 악어의 그 거대한 등이 그대로 미다스의 눈앞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그 광경에 시청자들 중 몇 명이 반응했다.

    - 이거 혹시?

    그들의 반응에 대답하듯 미다스가 시청자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얼추 10분 된 듯하네요.”

    그리고는 짧게 외쳤다.

    “용열병 ”

    [용열병에 걸립니다.]

    그제야 모두는 알 수 있었다.

    - 맙소사, 이것도 시나리오였어?

    - 이것도 연출이라고?

    여기까지가 BJ대마도사의 시나리오임을.

    “자, 마무리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제 보석 악어 레이드가 끝에 도달했음을.

    12.

    쿵, 쿵, 쿵, 쿵!

    60여 미터, 럭키가 있는 곳까지 보석 악어는 쉬지 않고 늪지대 위로 발을 놀렸다.

    푹!

    그러한 놈의 보석 위로 화살들이 꽃혔다.

    한 발, 한 발.

    삽시간에 13발의 화살이 단숨에 보석 악어의 등을 수놓았다.

    크롸!

    그 사실에 보석 악어가 괴성을 내질렀으나, 럭키를 향한 느릿한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퍼엉!

    이어서 날아온 불덩이가 붉게 달아오르는 보석을 덮쳤을 때.

    쩌적!

    흠집투성이이던 보석 악어의 그 보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한 균열은 삽시간에 거미줄처럼 번지며 단숨에 보석 전체를 덮어버렸다.

    파삭!

    이윽고 그대로 조각이 났다.

    보석 악어가 거대한 입을 벌린 채, 럭키를 10여 미터 앞에 두고 그대로 쓰러졌다.

    쿵!

    10미터, 그 거대한 몸뚱이가 그대로 늪지대 아래, 그나마 단단한 바닥을 두드렸다.

    [보석 악어를 사냥했습니다.]

    [보석 악어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석 악어를 홀로 잡은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숨겨진 퀘스트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알림이 미다스의 귓가를 두드렸다.

    그러나 소란은 오히려 그게 시작점이었다.

    - BJ대마도사, 장난 아니네.

    - 이야, 살아있네!

    - 돈지랄 병신 새끼인 줄 알았는데 게임 좀 할 줄 아네?

    이제는 어느새 3만 명을 넘긴 시청자들이 채팅을 홍수처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갓키 님이 5달러를 후원했습니다.]

    [럭키짱최고다 님이 3천 엔을 후원했습니다.]

    [럭키팬1호 님이 20유로를 후원했습니다.]

    [BJ대마도사팬1호 님이 1원을 후원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후원 러시 알림이 뒤를 이어 터졌다.

    [아즈모 님이 10,000달러를 후원했습니다.]

    개중에서도 아즈모는 모두를 무색하게 만드는 강렬한 흔적으로 자신의 등장에 마침표를 찍었다.

    모두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냈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가장 흥분에 미칠 것 같은 건 다름 아니라 미다스였다.

    ‘처음으로 관중 앞에서 해냈다.’

    결과를 만든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가 바라보는 그 순간, 실시간에 결과를 만든 적은 없었다.

    프로야구선수 시절은 더더욱 그랬다.

    수만 명의 관중이 찬 야구장 위에서 그는 단 한 번도 그들에게 환호를 받을 만큼 활약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 활약의 희생양이 되고는 했지.

    즉,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중 앞에서 해냈어.’

    무수히 많은 관중 앞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룬 것은.

    야구 선수가 된 이후 단 한 번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해낸 셈.

    ‘참자, 여기서 들뜬 모습 보이면 안 돼. 정현우! 릴렉스다, 릴렉스. 청심환도 2개나 먹었잖아?'

    하지만 미다스는 그 감동에 젖지 않았다.

    ‘여기서 담백하게 마무리하자.’

    이토록 좋은 기회를 그저 흥분으로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낼 수는 없는 노릇.

    ‘강한 척 해야해.’

    무엇보다 이미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골렘마저 잃은 미다스는 지금 어느 때보다 나약해진 상태였다.

    여기서 공격을 당한다면 게임오버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자, 오늘 레이드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미다스가 여유 넘치는 척 연기를 하며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한 멘트를 날렸다.

    ‘그, 그런데 뭐라고 말하지?’

    그러나 막상 무언가 말을 하려니 머릿속으로는 이렇다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밥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아는 법, 이런 상황이 처음인 미다스 입장에서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떠올린 건 하나였다.

    ‘아, 사장님!’

    가장 자신에게 도움이 될 이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앞으로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자주 라이브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미다스가 손으로 럭키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 럭키야 마무리 멘트!”

    주인의 그 말에 보석 악어 시체를 지키고 있던 럭키가 고개를 들며 하울링을 내질렀다.

    호우우우!

    BJ대마도사가 라이브 데뷔전을 훌륭하게 끝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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