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 21화. Live (1). >
1.
현재 세상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것은 갓워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러한 말이 나오는 시대답게 세상에는 갓워즈에 대한 이야기가 쉴 새 없이 공급되었다.
어비스 길드가 새로운 도시를 발견했다는 소식부터 아즈모가 갓워즈에 지른 돈이 10억 달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까지.
너무 큼지막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어중간한 이야기들은 관심조차 끌지 못할 정도였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소문도 사실 별반 다를 건 없었다.
- BJ대 마도사 요즘 뭐함?
┗ 몰라.
아즈모가 관심을 가지면서 BJ대마도사란 이름값 역시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달리 말하면 그 열기의 대부분은 아즈모가 만든 것이었다.
- 아즈모도 별 관심 없는 거 같던데.
┗ 원래 아즈모가 자기 일 빼면 남의 일에 관심 없었어.
┗ 어제도 자기 라이브 방송에서 BJ대마도사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안 하던데?
아즈모가 관심을 끄는 순간 BJ대마도사에 대한 세간의 열기가 떨어지는 건 당연했다.
- BJ대마도사 대박 사건!
┗ 무슨 일인데?
┗ BJ대마도사가 위가의 저택에 들어갔다!
그 소문이 터진 것은 그 무렵이었다.
BJ대마도사에 대한 열기가 제법 사그라졌을 무렵.
- 위가의 무기 퀘스트 발견한 모양이네.
- 위가 무기 한 자루 더 나오겠네.
때문에 막 그 소식이 알려졌을 때에 사람들의 반응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 역시 돈이 좆나게 많은 모양이네.
┗ 뭔 소리야? 돈 많으면 그냥 위가의 무기를 사겠지.
┗ 그 반대지. 돈이 넘치니까 그냥 사도 되는 거 웃돈 줘서 퀘스트 딴 거잖아?
┗ 그러네?
그저 가십거리로 취급할 뿐.
- 그게 아니라 위가의 기사들 호위를 받으면서 저택으로 갔어!
그러나 보다 자세한 상황이 알려질수록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아오른 온도에 자연스레 관심도 끓었다.
- 위가의 무기 퀘스트는 아니라는데?
┗ 호위 받은 건 최초 아님?
┗ 방금 위가의 무기 퀘스트 영상 보고 옴! 호위 같은 거 붙은 적 한 번도 없었음!
┗ 진짜 대체 무슨 퀘스트를 하는 거지?
다시 모두가 BJ대마도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관심은 BJ대마도사에 대한 온갖 종류의 헛소문으로 재탄생하였다.
“형, BJ대마도사가 이번에 하는 퀘스트 정체가 뭔지 아세요? 듣고 절대 놀라시면 안 되요. 그게 말이죠, 이번에 BJ대마도사가 위가의 도시를 먹는데요. 성주가 된다고 한데요! 성을 먹는다고요!”
이제는 이혁주마저 말도 안 되는 정보를 가져다가 정현우 앞에서 주절거릴 정도이니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이거 진짜 믿을 만한 루트를 통해서 얻은 정보에요. 꼭 형만 알고 퍼뜨리지 마세요. 아셨죠? 이거 퍼지면 저 좆돼요.”
BJ대마도사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
그렇기에 정현우는 이혁주의 그 말에 비웃음을 살짝 머금은 채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어디 가서 절대 그런 말 안 할 테니까, 나 좀 접속하게 세팅 좀 해주지 않을래?”
“아, 예! 바로 세팅해드릴게요.”
그렇게 이혁주를 떠나보낸 정현우가 이내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었다.
그러한 정현우의 표정에는 고민이 묻어나 있었다.
‘차라리 이혁주 같은 애가 낫지. 헛소문만 뿌리고 다니니까.'
당연했다.
‘문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놈들이지.’
이미 자신을 방해하는 세력이 롤라라는 나름 이름값이 나오는 플레이어를 고용할 정도로 범상치 않은 세력임을 확인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그들이 이대로 BJ대마도사가 자기 멋대로 게임을 하는 걸 용납할까?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다시 한 번 뜨겁게 달아오르는 상황에서?
누가 보더라도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게 분명한 상황에서?
‘그냥 레벨업 사냥이면 골치 아플 건 없어.’
평범한 경우라면 무시할 수 있다.
상대해주지 않으면 될 뿐이니까.
‘하지만 보석 악어라면 다르지.’
그러나 보스 몬스터 레이드라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분명해. 백퍼센트 태클 들어온다.’
필시 BJ대마도사가 보석 악어를 사냥한다는 상황을 포착하는 순간 암살자, 방해꾼을 보낼 것이다.
그것도 롤라와 같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진짜 제대로 그것으로 밥을 빌어먹는 놈들을.
‘롤라를 상대로 그게 먹힌 건 세븐 스타즈라서 그런 거지, 다른 게 오면 골치 아플 거야.’
더욱이 롤라의 경우는 정현우 입장에서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세븐 스타즈의 길드 마스터가 너무 인맥이 드넓은 인간이라는 것.
그게 아니라 다른 이였다면 그런 식의 수작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것이다.
‘안들키면 베스트.’
물론 가장 좋은 건 걸리지 않는 것이다.
늪지대는 넓으며, 보스 몬스터가 나오는 필드 위치와 시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건 정현우 뿐. 걸리지 않고 잡는 게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운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러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한 대비를 안 할 수는 없는 노릇.
‘그것도 그 운이 계속 따르기를 기대할 수는 더더욱 없고.’
하물며 이제 시작이었다.
보석 악어는 운 좋게 안 들키고 잡았다고 하지만 그다음은?
다음에도 이런 상황이 왔을 때 운에 기댈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려고 할 무렵, 이혁주가 정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형, 다 됐어요.”
그 목소리에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그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하지만 고민의 기색은 없었다.
“그래.”
이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으며, 그중에서 정현우가 골라야 할 선택지마저도 정해져 있었으니까.
2.
[파이어 애로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불꽃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불꽃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111회 연속 적 명중 시 타이틀 ‘불꼬챙이’ 달성
[원드 애로우]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바람 화살 3개를 소환할 수 있다. 스킬 랭크가 오를수록 소환할 수 있는 바람 화살의 개수가 늘어난다.
!9999회 명중 시 타이틀 ‘무음의 암살자’ 달성
파이어 그리고 윈드 애로우.
새롭게 생긴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가 긴장된 표정 사이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도 나름 비싼 스킬들인데 공짜로 받게 될 줄이야.’
라이징 스타 채널로부터 이 스킬들을 공짜로 받았다는 사실이 만들어내는 미소였다.
‘이제 슬슬 라이징 스타 채널도 나를 주요 멤버로 서포트해줄 모양이란 말이야.’
동시에 이 스킬은 라이징 스타 채널이 BJ대마도사를 주전 멤버로 인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야구로 따지면 이제는 1군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항시 출전을 보장 받는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왔다는 의미.
‘라이징 스타 채널 사장님,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보는 눈이 좋고, 뛰어난 머리를 가지신 게 분명해.’
그 기꺼운 사실을 앞에 둔 미다스가 이내 자신의 능력치창을 바라봤다.
[미다스]
- 레벨 : 45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98)/체력 (5+281)/지력 (235+401)/마력 (50+339)
동급 최고.
‘45레벨 때의 아즈모보다 지금 내 스탯 총합이 높다. 이건 확실해.’
이제는 그러한 표현을 자신 있게 붙여도 될 만한 능력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능력치창을 끄자, 언제든 불구덩이에 몸을 던질 수 있으리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럭키와 골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입가의 미소를 더 키웠다.
‘이 정도까지 갖췄는데 겁먹고, 얌전히 푼돈이나 벌면서 게임을 하는 건 병신이지.’
이윽고 미다스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늪지대 위로 보이는 청명한 하늘.
그 하늘 위로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것이 보였다.
[보석 악어 출몰까지 남은 시간 4:43:13]
그 시간을 확인한 미다스가 고개를 내렸다.
주변을 둘러봤다.
늪지대 속 곳곳에서 저마다의 플레이를 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쪽은 늪지대 초입부터 따라오던 놈들이고.’
개중에는 이미 몇 번이나 봤던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저 새끼들은 그 후에 저 무리하고 접촉한 놈들.’
그저 단순히 늪지대에 사냥을 왔다고는 볼 수 없는 플레이어들도.
또한 미다스는 이제까지 수없이 봐왔었다.
‘굳이 저들이 아니더라도 여건만 갖춰지면 날 잡아 죽이려는 놈들은 넘쳐나지.’
갓워즈란 세상이 믿을 것 하나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얘들아.”
그런 세상에서 미다스는 믿을 수 있는 두 동료를 향해 말했다.
“오늘 데뷔하자."
왕?
“예?”
그 말에 의문을 표시하는 럭키와 골드.
그 둘을 향해 미다스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엿 먹을 땐 먹더라도 쉽게 공짜로 먹어줄 수는 없지.’
그저 각오를 다질 뿐이었다.
‘날 건드리면 좆된다는 걸 실시간으로 확실하게 보여주지.’
3.
“영상 편집 얼마나 걸린다고? 3일? 좀 더 일찍 안 돼?”
“아, 예. 아무렴요. 무스탕 님은 우리 채널 최고의 파트너이신데. 최선을 다해 서포트해드리겠습니다.”
“아, 저희 채널 통해서 라이브 방송하고 싶으시다고요? 당장은 힘듭니다. 지금 스케줄은 꽉 차서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점심시간 전의 회사 풍경.
그 풍경 속에서 열심히 태블릿PC로 다음 분기 예산을 편성하던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BJ대마도사에게 준 윈드 애로우랑 파이어 애로우 스킬을 얼마에 샀다고 했지?”
“윈드 애로우는 1,522달러고, 파이어 애로우는 1,312달러 줬습니다.”
“고마워.”
설명을 듣고 다시 태블릿PC를 두드리는 그를 향해 부하 직원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사장님.”
부하 직원의 목소리는 퍽 가라앉아 있었다.
무언가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려는 모양.
그것을 눈치 챈 박영준이 말했다.
“왜? 오늘 급한 일이 있어?”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런데 왜 그렇게 분위기가 흐려? 뭔데?”
“저기 그게 그러니까…… 우리 그냥 호구 잡힌 거 아닐까요?”
부하 직원의 그 말에 태블릿PC를 손에 쥐고 있던 박영준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호구? 누가?”
“사장님이요.”
“내가? 누구? BJ대마도사한테?”
“예."
그 대목에서 박영준이 부하 직원을 말없이 바라만 봤다.
도무지 네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한 표정을 지은 채로.
“그렇잖아요?”
결국 부하 직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황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사장님이 BJ대마도사에게 뭔가 주기만 했지, 제대로 받은 건 없잖아요? 영상을 주는 거야 계약금 받았으니 당연한 거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는 하지만 그냥 보면 호구 아닙니까?”
충분히 타당한 말.
그런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분노를 토해내는 대신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화 안 내시네요?”
“화낼 일이 아니지. 원래 호구랑 투자라는 건 원래 종이 한 장 차이거든. 투자했다 망하면 호구 되는 거고, 호구인데 운이 좋으면 워런 버핏도 될 수 있는 거니까.”
말을 이어가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그게 바로 나 같은 인간들이 목숨 걸고 코에서 피 터뜨리면서 더 좋은 대학을 가서 비싼 돈 처박으면서도 어떻게든 졸업장을 받아내려고 하는 이유이지.”
박영준이 짙은 자신감을 입가에 지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은 그 모습에 뚱한 표정을 지었다.
박영준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그가 보기에는 박영준이 호구로 보이는 모양.
그 시선에 박영준도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대신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말했다.
“내 말이 안 믿기는 모양이네?”
“아니, 것보단…… BJ대마도사가 최근에 터뜨린 거 보면 진짜 장난 아닌 사람 같은데, 솔직히 우리를 신경이나 쓸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 위가의 저택 들어갈 때 호위 받은 거?”
“예. 엄청난 일이잖아요? 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한테 접대한다고 해서 뭐가 나올까요? 그 사람 입장에서 우리는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존재 아닐까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서 근본적인 건 설명해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내가 그리는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지금 BJ대마도사는 분명 굵직한 무언가를 준비했을 거야. 없었더라도 지금 이렇게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이 몰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 없어. 그렇지?”
“예, 그렇죠.”
“그럼 뭘 할까?”
“그야…… 최근 BJ대마도사가 보인 곳이 늪지대였으니 거기 보스 몬스터를 잡지 않을까요?”
“잡아서?”
“보스 몬스터 레이드 솔로킬 영상 저희한테 주겠죠. 이미 계약은 했으니까요.”
“그리고?”
“예?”
“그리고 또 뭘 할 거 같아? 여기서 그냥 보스 몬스터 레이드 영상만 짜잔 한다? 고작해야 이것저것 정산하고 나면 1만 달러 좀 넘게 남는 장사를? 응? 하물며 BJ대마도사인데? BJ”
그쯤에서 부하 직원은 박영준의 시나리오를 읽은 듯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박영준이 말했다.
“라이브 한다. 백퍼센트, 이제는 이슈몰이 할 만큼 했으니까. 그리고 분명 우리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를 할 게 분명해.”
“우리 채널에서요?”
“메이저 채널은 편성이니 뭐니, 그쪽 오더에 따라야 하지만 우리는 BJ대마도사가 까라면 까주는 아주 충실한 채널이거든. 그렇잖아? BJ대마도사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이용해 먹어도 좋을 호구잖아?”
그때였다.
“사장님, BJ대마도사 쪽에서 메일 왔습니다.”
다른 부하 직원이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우리 채널을 통해서 라이브 가능한지 묻는데요?”
그 순간 박영준과 대화하던 부하 직원은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지었고, 박영준 본인은 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야, 내가 어디라고?”
그 물음에 부하 직원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와튼 스쿨이요.”
그 부하 직원과의 대화를 끝으로 박영준이 모두를 향해 말했다.
“지금 이야기 곁눈질로 다 보고 들었을 테니 설명 필요 없지? 라이브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