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63화 (63/485)

63화.  < 20화. 목숨값 (3). >

9.

“저기, 저거!”

언제나 신비와 감탄으로 가득한 위가의 도시에 오랜만에 큰 소란이 일어났다.

“늑대 신수? 저거 럭키 아니야?”

“럭키 맞네! 검객 기록을 혼자 깬 신수!”

“BJ대마도사다!”

그 소란의 원인은 BJ대마도사.

현재 5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거리이자, 아즈모조차 관심을 가지는 플레이어!

충분히 소란스러워질 만했다.

더욱이 BJ대마도사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 근데 저 주변에는 뭐야?”

“뭐지? 동료들인가?”

완벽한 무장을 마친 여섯 명이 BJ대마도사의 주변을 호위하고 있었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

심지어 BJ대마도사를 호위하는 건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동료가 아니라 NPC야.”

“NPC?”

“위가의 도시를 지키는 기사들 말이야.”

“위가의 기사들이 호위를 해준다고?”

위가의 도시, 그곳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력을 가진 NPC인 위가의 기사들.

BJ대마도사를 호위하는 건 그들이었다.

“맙소사, 나 이런 거 처음 봐!”

“BJ대마도사 대체 정체가 뭐야?”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도무지 상황을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만큼 기겁할 만한 일이었다.

그 광경을 보는 모두가 놀랐다.

‘아니,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심지어 미다스 본인도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놀란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미다스가 위가의 도시 정문 앞에 서는 순간 갑자기 이들이 등장하더니, 미다스를 향해 말했다.

‘위가가 나를 찾다니……'

NPC위가, 위가의 도시의 주인인 그가 당신을 찾는다고.

그러니 따라오라고.

물론 그 이유는 뻔했다.

‘확실한 건 메인 시나리오 때문이라는 거겠지.’

필시 메인 시나리오 진행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을 터.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이쯤 되자 미다스는 오히려 상황을 좋게 해석했다.

‘사할린의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들키는 것보단 그냥 모두가 아는 위가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사실 미다스의 입장에서 NPC사할린을 만나러 가는 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왕!

일단 럭키가 너무 커졌다. 더 이상 품속에 숨긴 채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

“역시 주인님, 모두가 주인님을 우러러 모시는군요.”

여기에 럭키와는 비교도 안 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드마저 추가된 상황.

이 둘을 데리고 정체를 숨긴 채 NPC사할린의 집으로 몰래 들어간다?

투명 마법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불가능한 일.

이러니저러니 해도 NPC사할린의 집 위치를 들키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들키는 건 각오했다.

‘이렇게 되면 날 노리는 새끼들도 답이 없겠지.’

자신의 퀘스트 진행을 늦추기 위해 롤라라는 나름 프로 플레이어를 암살자로 보내는 이들에게 단서를 주는 것마저도 각오했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 담그는 것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것도 그냥 장이 아니라 미다스의 구렁텅이 속 찌꺼기 같던 삶을 하늘 위의 별처럼 만들어줄 장을 담그는 일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NPC사할린의 집이 아니라 위가의 저택으로 가는 건 미다스 입장에서 긍정적인 일이었다.

NPC사할린의 집의 위치를 경쟁자에게 넘겨줄 필요가 없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미다스의 표정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 이렇게 된 거 그냥 뽕을 뽑아보자. 위가의 도시에서 이런 일을 얼마나 경험할 수 있겠어?’

그 순간 미다스가 두 손을 머리 위에 들며 말했다.

“시청자 여러분 보고 계시죠? 지금 제가 위가를 만나러 무려 NPC들의 호위를 받으며 가고 있습니다. 이런 거, 아무나 볼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아무렴요. 지금 제 방송을 보시는 선택받으신 분들만 보실 수 있는 거죠.”

방송을 하는 척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 연기에 좌중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라이브 방송 중이야?”

“진짜?”

“그런데 BJ대마도사 라이브 방송 채널 주소 검색 안 되던데?”

“거액의 돈을 낸 시청자들만 가입이 가능한 VVIP용 방송이란 게 사실인가?”

“혹시 그거? 가입 조건이 최소 자산이 100억 이상이라는 거? 그게 사실이라고?”

그러면서 여러 소문을 만들고, 만들어진 소문에 별 괴상망측한 꼬리를 붙이기 시작했다.

미다스가 바라던 바였다.

“자, 이제 좀 더 집중하십시오. 아무나 볼 수 없는, 오로지 제 시청자들만 볼 수 있는 비밀을 보실 수 있으니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퍼지는 게 헛소문이지.’

이런 식으로 소문이 퍼진다면, 자연스레 BJ대마도사의 유명세도 같이 퍼질 터.

‘뭐든 간에 유명해지면 돈이 되고.’

그리고 그 유명세는 분명 어떤 식으로든 미다스의 주머니에 현금이 되어줄 것이다.

“자, 그럼 이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미다스가 위가의 저택에 들어갔다.

11.

쿵!

위가의 도시, 그 정중앙에 위치한 위가의 저택으로 들어가는 문이 닫히는 순간 밖의 세상과 미다스의 세상이 단절되었다.

비유가 아니었다.

[위가의 저택에 입장합니다.]

이제 미다스가 제 스스로 공개하지 않는 이상 외부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단절된 세상에 들어왔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미다스는 표정을 바꾸었다.

‘퀘스트에 집중하자.’

그때였다.

저택에 들어오는 순간 가장 먼저 보이는 2층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

“왔네.”

익숙한 얼굴이 그 중앙계단을 내려오며 미다스를 반겼다.

NPC 사할린이었다.

“오, 왔군.”

그리고 그 NPC사할린 옆에 있는 하얗게 센 머리칼을 뒤로 바짝 넘긴 노인이 보였다.

[위가의 초대를 받은 자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이 도시의 주인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설마 위가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위가를 보는 건 미다스가 처음이 아니었다.

아닌 정도가 아니라 위가를 만난 플레이어들은 제법 많았다.

‘위가의 무기 받을 때 아니면 볼 수 없다는 게 정설이었는데……'

최소 위가의 무기를 직접 받은 이들은 한 번 이상 위가를 만났을 것이다.

위가의 무기를 받기 위해서는 위가로부터 퀘스트를 받아야 했고, 완수해야 했으니까.

달리 말하면 위가를 만난다는 것은 곧 위가의 무기, 레전더리 아이템과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였다.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의미.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이야.’

더욱이 미다스는 그 레전더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 퀘스트 때문에 만난 상황.

“그래서 물건을 찾아왔어?”

그때 미다스에게 NPC사할린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미다스는 아이템 창에서 알을 꺼냈다.

알을 꺼내는 순간 미다스의 목에 찬 목걸이가 알이 있는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핑!

목걸이의 줄이 팽팽하게 당겨질 정도.

그것을 본 NPC사할린이 말했다.

“정말 제대로 가져왔네.”

그 대답과 함께 NPC사할린이 제 손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커졌다.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오케이, 간 보기 없이 바로 들어가자.’

이렇다 할 대화 없이 바로 퀘스트가 완료된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는 일.

미다스가 손에 든 알을 들고 NPC사할린을 향해 걸어갔고, 이내 NPC사할린 앞에 섰다.

NPC사할린 역시 미다스가 건네주는 알을 향해 손을 뻗었다.

"흠."

그때였다.

짧은 신음을 내뱉던 NPC위가가 입을 열었다.

“잠깐."

그 말에 모든 상황이 그대로 일시 정지 됐다.

NPC사할린과 미다스, 둘이 동시에 NPC위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먼저 입을 연 건 NPC사할린이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말을 내뱉는 그녀의 목소리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 NPC위가는 이렇다 할 반응 없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문제는 하나도 없지.”

“그런데 왜 갑자기 끼어드시는 거죠?”

“말 그대로 문제가 하나도 없으니까.”

그 말에 미다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들이야?’

하지만 이 대화에 미다스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미다스라는 사내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우리가 찾지 못했던 이 물건을 찾아왔네. 그렇지?”

“그렇죠.”

“그런 상황에서 굳이 이런 유능한 인물을 놔두고 다른 누군가가 나설 이유는 없지. 안 그런가?”

그 반문에 NPC사할린은 대답 대신 싸늘한 눈빛으로 NPC위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NPC위가는 그 시선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대신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언제나 그렇지만 혼란 속에서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지. 자네, 실력이 대단해.”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알에 대한 조사마저도 자네가 계속 해주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그 물음에 미다스는 슬쩍 NPC사할린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은 차가움을 넘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는 듯이.

‘대충 알겠네.’

그제야 미다스는 시나리오를 이해했다.

필시 NPC사할린은 이 알을 자기가 가진 후에 일을 진행하고자 했을 터.

그러나 NPC위가는 모종의 이유로 그것을 막았다.

‘둘 사이 관계에 또 시나리오가 있다는 거네.’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는 셈.

‘그럼 이야기를 진행시켜줘야지.’

여기서 미다스는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절 믿고 기회를 주신다면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영웅다운 멋진 대답이군. 아, 일단 먼저 정산을 해야겠지.”

그 대답에 만족한 NPC위가가 대화를 잠시 멈춘 후에 NPC사할린으로부터 스킬 카드북을 받은 후에 그대로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알을 가져온 보수는 받아야지.”

스킬북을 받는 순간.

“알도 자네가 가지고 있게.”

“예,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미다스가 냉큼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가 대답을 내뱉는 순간 NPC위가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새로이 생성되었고, 그 물음표를 품은 NPC위가가 말했다.

“물론 난 자네가 목숨보다 소중히 지키리라 믿네. 허나, 아무래도 사할린 양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미다스가 무어라 상황을 파악할 여지도 없이 NPC위가는 미다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러니 자네가 정말 그 알을 지킬 수 있는지 증명을 해줘야겠어. 늪지대에서 왔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곳의 우두머리를 잡아 오게.”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사실에 미다스는 놀라지 않았다.

‘역시 결국 보석 악어를 잡아와라 이 말이군.’

이미 진작에 이다음 퀘스트가 늪지대의 보스 몬스터인 보석 악어 사냥임을 알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여유를 가졌다.

‘레이드 계획은 다 짰다.’

보석 악어를 잡기 위한 계획마저 완벽했기에, 당황할 이유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보석 악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늪지대의 우두머리를 처치하라!

- 퀘스트 보상 : 위가의 지팡이

그렇기에 미다스는 퀘스트 창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았다.

사실 놀랄 일이었다.

위가의 지팡이는 위가의 활만큼은 아니지만 위가의 무기, 즉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그 값이 최소 3만 달러는 넘어가는 놈! 엄청난 거액의 아이템을, 그것도 확실하게 거래가 가능한 놈을 받는데 놀라지 않을 리 만무.

그럼에도 미다스가 놀라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보석 악어 솔로킬 달성 시 ‘위가의 하얀 지팡이’ 획득 가능

!퀘스트 완료 시 ‘거대한 숲’ 퀘스트 진행 가능

그 아래에 미다스만이 볼 수 있는 정보가 미다스의 사고를 그대로 정지시켜버렸다는 것.

‘위가의 하얀 지팡이? 그냥 위가의 지팡이가 아니라 하얀 지팡이?’

누가 보더라도 위가의 지팡이, 그것보다 상위 등급 아이템이 분명한 상황.

‘대체 어떤 놈인 거야?’

미다스 입장에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물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어때, 할 수 있겠나?”

“예."

이번에 이 퀘스트에 목숨을 다할 가치가 있다는 것.

12.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NPC사할린과 NPC위가는 사라졌고, 미다스는 위가의 저택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미다스는 문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스킬 카드북을 개봉합니다.]

문 앞에서 미다스가 자신이 얻은 퀘스트 보상을 개봉했다.

그러자 곧바로 다섯 장의 카드가 뒷면을 드러낸 채 미다스의 눈앞을 채웠다.

황금빛이 미다스의 눈을 가득 채웠다.

왕!

“오, 주인님께서 보다 찬란해지시겠군요!”

동시에 두 파트너의 목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그 어수선함 속에서 미다스의 눈은 천천히 왼쪽에 있는 카드부터 살피기 위해 눈을 돌렸다.

물론 지금 미다스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력 회복만 나와라.’

현재 미다스의 화력은 넘치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그 화력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유지력이었으니까.

‘아싸!’

그런 미다스의 눈에 그가 바라던 것이 바로 보였다.

[드래고닉 마나]

- 스킬 랭크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드래곤의 힘을 각성하여, 주변의 자연으로부터 마력을 흡수한다. 마력 회복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드래고닉 마나!

“역시 갓겜! 바로 나오네!”

미다스가 가장 바라던 스킬 카드의 등장에 미다스의 손이 망설임 없이 그 스킬 카드를 향했다.

“훌륭하신 선택이십니다.”

그 모습에 골드가 말했다.

왕!

미다스의 옆에 있던 럭키도 짖었다.

그 짖음에 미다스가 순간 멈칫했다.

'왕? 호우가 아니라?’

이내 미다스가 뻗은 손을 슬쩍 뒤로 당긴 후에 다른 카드들을 순차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이내 자신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킬을 확인했다.

[용열병 (龍熱病)]

- 스킬 랭크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용열병에 걸린다. 일정 시간 동안 캐스팅 속도가 매우 크게 증가한다. 마력 소모량 역시 크게 증가한다.

용열병.

다른 표현으로는 드래고닉 피버 타임으로 불리는 스킬.

쉽게 말하면 부스터 스킬이었다.

일정 시간 동안 마력 소모량이 늘어나는 대신 캐스팅 속도가 단축되는 매우 강력한 부스터 스킬.

사실 어지간한 게임이면 존재하는 스킬이었다.

"헉......."

그러나 갓워즈에서 이 스킬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이 스킬에 붙은 남다른 별명 때문이었다.

‘……이거 그거잖아? 100만 불짜리!’

100만 불짜리 스킬.

진짜 100만 달러에 거래되어서 붙은 별명은 아니었다.

G베이를 기준으로 용열병 스킬은 단 한 번도 정식으로 거래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만 불짜리란 별명이 붙은 건 다름 아니라 아즈모 때문.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되고 반년이 좀 지났을 무렵, 이 스킬의 존재를 확인한 아즈모는 말했다.

이 스킬을 가져오면 그 자리에서 100만 불을 주겠다고.

그 후 그가 정말 100만 불에 스킬을 샀는지 다른 루트로 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그때 이후로 이 스킬은 대마도사 클래스 그리고 아즈모란 존재를 대표하는 스킬 중 하나가 됐다.

물론 지금 당장 미다스에게 그렇게까지 크게 도움이 되는 스킬은 아니었다.

이 스킬은 사실상 보스 레이드 전용 스킬.

일반 사냥을 포함한 사냥 자체의 효율성은 도리어 드래고닉 마나 스킬이 훨씬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이미 지금 상태에서도 마력 부족을 느끼는 미다스는 용열병 스킬의 진가를 제대로 쓰지도 못할 게 자명했다.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인 셈.

‘이거 우리 집 팔아도 못 산다.’

하지만 미다스에게 그런 고민 따위는 부질없었다.

‘이건 못 먹어도 고지!’

미다스, 그의 손이 망설임 없이 용열병 스킬을 향했다.

[용열병 스킬을 습득했습니다.]

이내 스킬 습득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호우우우!

그리고 그것을 축하해주는 럭키의 하울링도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미다스는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윈드 애로우와 파이어 애로우, 두 스킬 카드뿐.’

그 생각을 한 미다스가 짧게 기대했다.

‘아, 누가 그냥 공짜로 주면 안 되나?’

그 기대를 하던 미다스가 피식 웃었다.

‘뭐, 그렇게 마음씨 좋은 키다리 아저씨가 있을 리 없지.’

세상에 그런 호구는 있을 리 만무했으니까.

13.

“사장님 메일 보냈습니다.”

"그래."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네가 나한테 질문을 던질 차례네.”

그 후에 내뱉는 그 말에 부하 직원이 내뱉으려던 말을 삼켰고, 그 모습을 본 박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왜 BJ대마도사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구해다 드리겠다는 메일을 보냈는지,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차례."

그 말에 부하 직원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하 직원을 위해 박영준이 기꺼이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저번에 비기, 뇌물 연속 주기를 말해줬었지? 지금 그걸 하는 거야.”

그 대답에 부하 직원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

“그거 장난으로 하신 소리 아니었어요?”

“장난? 그게 왜 장난이야?”

“아니, 누가 들어도 개소리 아닙니까?”

“개소리라니! 난 살아생전 개소리란 걸 해본 적이 없는 인간이야.”

박영준의 항변에 부하 직원이 말도 안 된다는 듯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냥 뇌물 가져다주는 게 비기면, 이 세상에 부자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요?”

타당한 반문.

그 반문에 박영준은 훗, 웃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비기라는 거다. 그냥 비싼 선물만 주는 건 뇌물이 아니야. 공물이지. 생각해 봐. 만약 네가 누군가한테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선물 받았어. 그럼 기분이 좋겠지? 그런데 그 사람이 다음에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사줬네? 그럼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박영준의 물음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래도 박영준이 말한 두 개의 가치를 잘 모르는 모양.

“둘 다 천만 원 넘는 애들이야.”

“아!”

그제야 이해한 부하 직원이 말했다.

“뭐, 기분 좋지 않을까요? 아니지, 저라면 오히려 뒤 선물은 거절할 것 같아요.”

“그냥 주겠다는데, 왜?”

“그냥 줄 리가 없잖아요?”

그 대답에 박영준이 손가락으로 부하 직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비싼 선물을 그냥 연달아 주면 받는 입장에서는 이 새끼가 나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 건가? 그런 의심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한다고. 하지만 만약 롤렉스를 사준 인간이 너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어떤 말을요?”

“제가 공연 쪽 일을 하는데 가수 콘서트 티켓 같은 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자 그럼 넌 뭐라고 대답할래?

당신 꿍꿍이가 의심스러우니까 됐습니다, 라고 말할래?”

부하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제야 부하 직원은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필요한 걸 구해다 주신다는 건 이해하겠는데, BJ대마도사 쪽이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면 어떻게 하죠? 레전더리 아이템이나 스킬 카드 같은 걸 요구하면?”

“그건 힘들겠습니다, 하고 거절하면 돼. 상식적으로 그런 걸 요구할 거면 진작에 했겠지.”

말을 하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BJ대마도사도 분명 대충 눈치 까고, 적당한 걸 요구할 거야. 레어 등급 정도 되는 잡스킬 스킬 카드들 정도 말이야. 자기 기준에서 푼 돈 정도 되는 것들. 돈으로 따지면 해봐야 삼사백만 정도. 우리 쪽에서도 딱히 부담이 없는 물건들. 가볍게 받을 수 있는 것들.”

그 말과 함께 박영준이 씨익 웃었다.

“하지만 그걸 받는 순간 BJ대마도사의 옷깃 하나는 내 손에 잡히게 되는 거지.”

마치 미끼를 단 낚싯대의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본 낚시꾼처럼.

그리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BJ대마도사가 내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걸 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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