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56화 (56/485)

56화.  < 18화. 가디언 (2). >

6.

사람이 보는 눈은 대개 비슷하다.

이번 BJ대마도사의 파트너, 신수 럭키의 데뷔 영상 역시 그러했다.

캡슐방 휴게실, 그 안에 옹기종기 모인 채 그 영상을 본 이들은 모두가 동의했다.

“이야, 이번 영상은 장난 아니겠는데?”

“조회수 폭발하겠어.”

“대박이네.”

이번 영상은 대박이 날 수밖에 없다고.

그 사실에 부정을 다는 이는 없었고, 그렇기에 딱히 이렇다 할 감상도 없었다.

“한동안은 BJ대마도사가 꽤 인기를 끌겠는데?”

“럭키, 쟤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영상은 꽤 뽑을 테니까.”

“역시 귀여워. 개가 최고라니까.”

이 후 나온 도발 영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즈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네.”

“진짜 아즈모랑 아는 사이 아니야? 이렇게 주고받는 게 너무 의심스러운데?”

그것을 보는 순간 모두는 그저 의문을 던질 뿐, 그 영상 내용을 가지고 갑론을박 따위는 펼치지 않았다.

휴게실의 분위기는 잔잔했다.

덜덜덜!

딱 한 명의 분위기만 달랐다.

“진짜 뭔가 있는 거 같죠? 응? 현우 형? 왜 그렇게 몸을 덜덜 떠세요?”

이혁주의 질문을 받은 정현우가 떨리는 제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으면서 말했다.

“으, 응? 뭐?”

별거 아니라는 듯이.

“몸 안 좋으세요?”

이어진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 아, 피곤하다.”

말과 함께 정현우가 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혀를 짧게 찼다.

“형,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몸 건강도 챙기셔야죠. 채굴꾼 짓으로 얼마나 번다고……"

그 말에 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를 벌긴, 말도 안 되게 벌지!’

여기서 입을 열어버리면 저도 모르게 기쁨의 환호성을 내지를 것 같았으니까.

정현우가 느끼는 희열은 그 정도로 강렬했다.

손이 떨리고, 말문이 막힐 지경.

그리고 그럴 만했다.

‘제대로 나왔다.’

영상에 대한 이곳의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이번 영상이 이제까지 BJ대마도사란 이름으로 내놓은 그 어떤 영상보다 뜨거운 놈이 되리란 것을.

‘일단 백만은 기본이야.’

밀리언 클릭은 기본.

‘잘하면 그 이상도……'

정현우 입장에서는 감히 상상조차 쉬이 되지 않는 숫자마저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한 상상만으로도 정현우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아, 진정하자.’

그렇게 스스로를 추스르던 그에게 이혁주가 다가오며 종이컵 하나를 건네주었다.

“형, 커피라도 드세요.”

“고맙다.”

그 커피를 받아든 정현우가 그대로 커피를 홀짝였다.

달콤한 커피 덕분인지 마음이 조금은 진정됐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그렇게 진정된 마음 위로 정현우가 다시 한 번 자신의 계획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당장은 늪지대에서 레벨업과 동시에 퀘스트를 깨야 해. 그러면서 새로운 영상도 만들어야 하고.’

갓워즈의 세계에서 영상 하나로 빅히트를 친 이들은 적지 않았으나, 그 히트를 이어가는 이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정현우의 주변에도 많았다.

갓워즈를 오픈하자마자 시작한 덕분에 나름 초반에는 실력자들을 두루 알았던 정현우, 그런 그의 주변에는 빅히트를 친 이들도 제법 있었으니까.

그들 중에 별이 된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절대 어설픈 영상은 안돼.’

인기에 취해 어설픈 내용들, 별거 아닌 몬스터를 잡는 영상이나 신변잡기 따위를 영상으로 올린 이들이 대부분 그런 케이스였다. 처음에는 확 모은 인기 덕분에 기본 조회수가 잘 나오고, 그게 수익으로 연결되지만 그게 끝이었다.

촛불처럼 어느 순간 촛농이 다 떨어지면 더 이상 빛을 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진짜 별이 되려면 빛나는 걸 내놔야지. 라이징 스타 채널처럼.’

라이징 스타 채널이 퀄리티로 승부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설픈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임팩트 있는 영상만을 올려서 퀄리티를 유지하자는 것.

‘그보다 이쯤 되면 뭔가 보너스 같은 거 오지 않으려나?’

그러한 생각이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새로운 욕심이 생겼다.

‘계약금 좀 올려주거나 그러면……'

좀 더 돈을 받고 싶다는 욕심.

‘당장 아이템 바꾸고, 여기에 가디언 아이템 세팅하면 스킬 카드 살 돈도 없는데……'

그 돈으로 스펙을 올리고 싶다는 욕심.

그 무렵이었다.

“어? 아즈모가 댓글 달았다!”

“BJ대 마도사 영상에 아즈모가 댓글 달았어!”

아즈모, 그 이름이 언급 되는 순간 잠잠했던 휴게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 시작했다.

이혁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잽싸게 스마트폰을 꺼내든 이혁주가 스마트폰으로 댓글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댓글 위로 보이는 후원 댓글 항목을 발견했다.

“맙소사, 아즈모가 1만 달러 쏘다니!”

1만 달러!

그 금액을 본 이혁주가 정현우를 바라봤다.

“현우 형, 이거 보셨어요? 어?”

그런 이혁주의 눈에 비친 것은 커피가 넘칠 정도로 떠는 정현우의 모습이었다.

“형, 괜찮으세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배, 배가 아파서……"

이내 그 말을 남긴 정현우가 화장실로 급하게 향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다른 한 명이 질문했다.

“현우 왜 저래?”

“배가 아프시다는데요?”

“배가 아파?”

그때 다른 한 명이 말했다.

“배가 아프겠지. 자기는 코피 터질 정도로 죽어라 일해도 돈 백만 원 만지기 힘든데, 금수저 새끼가 돈지랄한 영상에 후원으로 한 번에 1만 달러 받는 걸 봤는데 배가 안 아프고 배겨? 가뜩이나 계정 정지까지 당했는데?”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 안쓰러운 표정으로 정현우가 들어간 화장실 쪽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쯧쯧, 참 안 됐어.”

“지금쯤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거 아니야?”

7.

1만 달러.

그 후원금을 보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에 떠오른 건 하나였다.

‘오케이, 이제 지르자.’

이제 쇼핑을 할 때가 왔다는 것!

‘그보다 뭘 살까?’

거기서 고민은 시작됐다.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본래는 최우선으로 구매하는 것은 정해져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였으면 무조건 골렘 소환이었는데……'

골렘 소환.

가장 필요한 스킬이었고, 어떻게든 돈을 모아 지르려고 준비 중이었다.

‘가디언이 있으니 그렇게 시급하진 않아.’

그러나 가디언 스킬이 나오면서 골렘 소환 스킬의 필요성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2순위로 넘어갔다.

‘마력 회복 쪽 스킬로 갈까?’

2순위는 다름 아니라 마력 회복 관련 패시브 스킬이었다.

지금 당장은 마력 부족에 허덕이진 않았지만, 허덕이지만 않을 뿐 한계에 온 상태였다.

물속에 몸을 담갔는데 목까지 물이 찬 수준.

딱 숨은 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위 스킬 습득하면 마력 회복 포션으로도 버티기 힘들어.’

당연히 상위 스킬을 습득할수록 마력 부족은 급격하게 늘어날 터.

‘더블 캐스팅 같은 스킬도 있는데 마력이 못 따라가서 화력을 못 내면 병신인 거지.’

더욱이 더블 캐스팅 효과를 백퍼센트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력 낭비가 가능할 정도의 마력이 필요했다.

‘누더기 주술사 세트도 사야 하는데……'

그 부분을 그나마 채워줄 수 있는 건 40레벨 유니크 아이템 세트, 누더기 주술사 세트로 아이템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스탯은 더 오를 테니까.

‘내가 누더기 주술사 세트를 착용해야 가디언에게 학살자 오크 세트를 줄 수도 있고.’

가디언의 스펙업까지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 역시 매우 괜찮은 선택.

사실 이 선택지는 선택지라고 할 수도 없었다.

‘뭐, 여차하면 되팔면 되니까 이게 나을지도.’

언제든 현금으로 바꿔서 다음 두 가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일일 뿐이니까.

“후우.’’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킨 정현우가 스마트폰의 페이지를 바꾸었다.

‘시세부터 확인하자.’

갓워즈의 모든 아이템들이 거래되는 G베이, 그곳에 접속한 후에 가장 먼저 점찍어둔 것부터 검색했다.

곧바로 새로운 페이지가 등장했고, 그 페이지가 최저 가격순으로 정리되는 순간 정현우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

‘골렘 소환 스킬이 이 가격에?’

놀란 정현우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낙찰을 눌렀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 새로운 창이 떴다.

[이미 거래 완료된 물건입니다.]

8.

“조회수 어때?”

“아즈모가 1만 달러 지르는 순간 그냥 터졌습니다. 일주일 안에 1천만 달성 할 거 같아요.”

부하 직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박영준.

그런 그의 입가에는 그 무엇도 걸려 있지 않았다.

“그렇게 기쁘진 않은 모양이시네요?”

1천만짜리 영상이 터진 것치고는 어울리지 않는 무덤덤한 표정.

그 표정으로 박영준은 대답했다.

“당장 싹이 자라났다고 기뻐하는 농부 봤어? 응? 과실을 먹어서 맛을 봐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거지."

이제까지는 시작에 불과했음을.

“앞으로가 더 골치 아플 거야.”

“또 뭔가가 있나요?”

부하 직원의 물음에 박영준은 도리어 질문을 했다.

“야, 이번 일에서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냐?”

“영상 만들고, 채널에 올려줬죠.”

“그거 우리만 할 수 있는 거냐?”

“아뇨, 수두룩하죠.”

“그럼 지금 당장 BJ대마도사가 다른 채널로 옮기면 우리가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게 있어?”

“그야……"

대답을 망설이는 부하 직원을 대신해 박영준이 분명하게 말했다.

“BJ대마도사는 아즈모와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거물이고, 우리는 하청업체일 뿐이지.”

하청업체.

썩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현실과 그 현실을 자각하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의 문제였으니까.

“그 뚫기 힘든 글로벌 기업하고 드디어 거래를 트게 된 하청업체 말이야.”

그러나 막상 말을 뱉는 박영준의 입가에는 앞서서 보이지 않았던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거야말로 그토록 바라던 기회인 거지. 우리도 큰물에서 놀 수 있는 기회 말이야.”

“기회요?”

“와튼 스쿨 졸업 앞뒀을 때 나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어. 하나는 적당한 회사 경영팀에서 20만 달러부터 시작하는 연봉 받으면서 인사하고 다니는 거랑, 밖으로 나와서 회사 차린 후에 20만 달러짜리 직원들 앞에 세워두고 인사받고 다니는 거. 당연히 선택은 후자였지.”

말을 한 박영준이 부하 직원에게 말했다.

“이제는 우리 능력을 보여줄 때야.”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퀄리티로 따지면 우리 편집팀이 나름 메이저급하고도 비교할 만하죠. 그동안 영상편집팀에 투자도 아끼지 않았고요!”

“그건 당연한 거고.”

“예?”

“아니, 영상 퀄리티는 맛집으로 따지면 숟가락하고 젓가락 멀쩡한 거랑 같아.”

그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고, 그러한 부하 직원에게 박영준이 말했다.

“여기서 와튼 스쿨의 비기가 나오는 거지.”

비기.

그 두 글자에 부하 직원이 말했다.

“그 비기가 뭡니까?”

“뇌물.”

“예?”

놀라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꺼내 들며 말했다.

“이 스킬 카드 낙찰받아 놔.”

9.

[누더기 주술사의 누더기 로브]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누더기 주술사의 가죽으로 만든 기괴한 로브이다. 칙칙하지만 강력한 힘을 담고 있다.

- 모든 능력치 +25

- 공격력 +5

- 캐스팅 속도 +5퍼센트

-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을 추가할 때마다 추가 옵션 개방

!세트 아이템 2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17

!세트 아이템 3개 장착 시 모든 능력치 +30

!세트 아이템 4개 장착 시 공격력 +10

!세트 아이템 5개 장착 시 모든 데미지 +10퍼센트

로브를 시작으로 하의와 장갑, 신발 그리고 머리띠.

“아."

누더기 주술사 세트 아이템의 옵션을 확인한 미다스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골렘 소환. 시세보다 3백만이나 싸게 나왔는데……'

눈앞에서 놓친 골렘 소환 스킬 탓이었다.

‘그냥 되팔아도 남는 장사였는데……'

충분히 아쉬움이 남을 만한 대목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니야. 어쩌면 갑자기 가격이 내려간 거 보면 시세 조정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어. 어쩌면 더 떨어질 수도 있어.’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행복한 시나리오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거 산 새끼는 개호구 새끼가 될 거야. 확실해. 조만간 시세 떡락한다. 난 더 싸게 사야지!’

속칭 행복회로란 놈을 한 번 돌린 후에야 미다스는 미련을 떨칠 수 있었다.

왕!

그러한 주인을 향해 럭키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인사를 건넸다.

그 럭키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럭키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럭키야, 고맙다.”

왕!

이번 럭키의 영상으로 인해 얻는 소득을 생각하면 당장 절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

“절해줄까?”

왕!

“뭐라고? 그냥 쓰다듬어만 달라고?”

왕!

“그래, 럭키야.”

그렇게 럭키를 열심히 만져주던 미다스의 시선이 붉은 기둥이 치솟는 산 너머로 향했다.

그러자 곧바로 뒤집어쓴 로브 속으로 보이는 미다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늪지대.’

저 산 너머에 존재하는 늪지대.

50레벨이 넘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였다.

문자 그대로 거대한 늪지대로 등장하는 몬스터는 리자드맨과 리자드 워리어였다.

쉽지 않은 무대였다.

저주받은 숲처럼 지형적인 문제 때문에 처음 사냥을 하는 이들이 골치 아픈 곳.

‘모두가 느려지는 곳이지.’

특히 늪지대 특성상 늪에 들어가는 순간 이동속도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플레이어들이 지나온 사냥터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제약이었다.

물론 그 제약이 모두에게 단점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제약이 이점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아주 고맙게도 말이야.’

미다스가 그러했다.

그에게 있어 늪지대의 그 느려진다는 특성은 절대적인 이점과도 같았다.

느려진 표적만큼 미다스에게 맛있는 먹잇감은 없었으니까.

‘진짜 골렘 스킬만 얻었으면 늪지대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 레코드들을 갱신할 수 있는 건데.’

골렘 스킬에 여전히 미련을 가지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었다.

느려지는데 탱커마저 있다면 그야말로 미다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일 터.

그렇다고 그 아쉬움을 더 이상 음미하지 않았다.

‘뭐, 가디언으로도 충분히 탱킹은 가능하지.’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목표를 정한 미다스가 럭키를 보며 말했다.

“마음씨 좋은 분이 골렘 소환 스킬 카드 같은 거 후원해주면 좋겠다, 그렇지?”

호우우우!

그 말에 럭키가 대답 대신 하울링을 내뱉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개호구 새끼가 세상에 있을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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