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화. < 17화. 도발 (3). >
9.
아즈모, 그의 등장은 언제나 무대를 뜨겁게 만들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 아즈모 님 떴다!
- 아즈모 님, 저도 후원 좀 주세요!
- 아즈모 님, 저 4달러 만!
그가 댓글 하나를 달았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미 무수히 많은 갓워즈의 관중들은 BJ대마도사의 영상에 몰려들었다.
- BJ대 마도사가 또 뭐했음?
- 아즈모가 또 모르는 지팡이를 들었다고?
그리고 모여든 이들은 저마다의 떡밥을 입에 문 채 또 다른 곳에 그 떡밥을 뿌리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그 떡밥 맛을 본 이들이 BJ대마도사의 영상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어, 100만 넘었다!”
조회수가 100만을 돌파하는 데에는 눈 깜짝할 시간이면 충분했다.
다시 한 번 핫이슈가 되는 순간.
- 아즈모가 BJ대 마도사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네?
- 스토킹 들어가나요?
더 인상적인 것 아즈모가 BJ대마도사에게 두 번이나 관심을 주었다는 의미였다.
‘아, 찍혔다. 이거 분명 찍혔어.’
쉽게 표현하면 찍힌 셈.
‘젠장.’
당사자인 정현우 입장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시당할 줄 알고 대비는 했지만……'
예상은 했었다.
자신이 가진 아이템에 대한 의문을 가진 이들이 자신을 그냥 놔둘리가 없으리란 것을.
필시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라는 것을.
그에 대해서 정현우는 나름의 대비를 했다.
플레이어들이 접근하고자 하면 알아서 피해 움직이는 것으로 접촉을 최대한 피했다.
플레이어들의 정보도 볼 수 있는 그의 입장에 어려울 건 없었다.
‘스킬로 먼 거리에서 감시하는 건 어떻게 못하니까……'
하지만 스킬을 이용해 감시하는 것까지 미다스가 파악하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그래서 더 놀라움이 컸다.
‘아니, 그런데 감시할 거면 조용히 하지 아즈모란 놈은 또 왜 미쳐 날뛰는 거야?’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BJ대마도사를 감시하는 입장에서는 감시해서 얻은 정보를 자기들만 손에 쥐고자 하는 게 정답 아닌가? 아즈모가 하는 댓글은 결코 그들의 감시 행위에 플러스 요인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일은 벌어졌고, 이제 BJ대마도사에 대한 주목도는 급격히 상승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물리적인 행동에 나서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 역시 이미 각오를 한 바였고, 굳이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미치겠다.’
문제는 정현우가 저지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영상 나오면…… 이거 진짜 위험하겠는데?’
자신이 준비한 폭탄이 지금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터질지도 모른다는 것.
‘하루라도 빨리 도리도 광산 떠야 해.’
그 사실에 이른 정현우는 더 이상 계산 따윈 하지 않았다.
“혁주야, 세팅 바로 해줘.”
“예? 형, 식사 안 하세요?”
“식사는 됐고, 바로 들어가야겠어.”
그저 행동만 남을 뿐.
“그보다 너 사탕 있지?”
“사탕? 아, 지금 떨어져서…… 그때 그거만 남았어요.”
“그거?”
“포도당 사탕이요.”
“야, 그딴 쓰레기 사탕 아직도 안 버렸냐?”
“소설 속 주인공이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요. 커피에도 타먹고 그랬는데……"
“그 소설 속 주인공이 굉장한 또라이였나보지. 그 맛대가리 없는 걸 좋다고 처먹는 또라이.”
말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고개를 흔든 후에 손을 내밀었다.
“그거라도 줘.”
“예."
그 후 카운터를 다녀온 이혁주로부터 사탕을 받아서 먹은 정현우가 캡슐 안에 몸을 집어 넣었다.
10.
“오, 드디어 왔군.”
오랜만에 만나게 된 NPC즈가를 향해 미다스는 대답 대신에 손에 들고 있는 목걸이를 가볍게 놓았다.
그러자 마치 목걸이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NPC즈가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제 목걸이를 돌려받은 NPC즈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네. 자네가 광산을 청소해주는 덕분에 쉽게 원하는 양을 모을 수 있었네.”
그 말을 뱉는 순간 NPC즈가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목걸이는 만들었네. 이제 그것을 끼우기만 하면 될 뿐이지.”
그토록 길었던 퀘스트가 완료되는 순간.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잘했네.”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그대로 등을 돌렸다.
‘시간이 없어.’
평소라면 NPC즈가의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여줬겠지만 지금 미다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도리도 광산을 떠야 해.’
지금 아즈모가 만든 불길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부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이상 있다가는 여기서 아예 움직이지도 못할지 몰라.’
그 증거로 도리도 광산에서 움직이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아즈모가 말했다.
BJ대마도사가 새로운 무기를 낀 것 같다고. 자신도 모르는 지팡이를.
그럼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어떨까?
먼 곳에 있는 플레이어가 굳이 도리도 광산까지 와서 미다스가 낀 무기를 확인하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리도 광산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분명 이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BJ대마도사의 무기가 뭐기에 그러는 걸까?
하물며 미다스에게는 럭키라는 숨기기 힘든 동료가 있는 상황.
더 이상 도리도 광산에 있어서 좋을 건 없었다.
“넵, 수고.”
미다스가 짧게 인사를 남긴 후에 그대로 등을 돌리는 이유였다.
그 순간이었다.
"응?"
미다스의 눈앞에서 익숙한 인물이 보였다.
작은 키에 사나운 눈매를 가진 노움 마법사.
“사할린?”
“사할린!”
미다스와 NPC즈가가 동시에 등장한 인물의 이름을 불렀고, 그 사실에 사할린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즈가, 날 여기까지 부른 이유가 뭐지?”
‘목걸이가 완성됐으니, 이제 자네가 가진 그 단서를 끼우기면 하면 되니까 말이야.”
‘그럼 그냥 나한테 보내주면 되잖아?”
‘사할린, 자네가 나보다 장신구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다면 그리해도 되겠지. 허나, 그건 아니잖은가?”
"흥."
그 짧은 대화가 끝나는 순간 NPC사할린이 허공에 자신의 손을 집어넣었다.
모르는 이가 보면 마치 손이 잘린 듯한 광경.
이윽고 NPC사할린이 그 허공에서 손톱 크기의 작은 돌조각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것을 NPC즈가에게 던져줬다.
“허튼 수작 부리지 마.”
“허튼 수작이라니, 우리는 이미 그것을 위해 영혼의 맹약을 맺은 사이 아닌가.”
“그런 허튼 소리를 지껄이지 말라고.”
짧은 대화 속에서 미다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스토리 예상은 했지만 확실히 이들이 착하고 아름다운 의도로 움직이는 건 아니란 말이야.’
미다스, 그는 자신이 하는 퀘스트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였으며 이 퀘스트의 핵심은 결국 이야기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융을 비롯해 눈앞의 NPC들이 신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아이템, 올마이티 클래스의 무기를 찾고자 하는 게 그저 그 무기를 플레이어에게 뚝딱 만들어 주기 위함은 아닐 터.
시나리오 속에서 저들 역시 그 무기를 되찾고자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뭐, 일반적인 시나리오대로라면 저들이 죽이고 싶은 신이 있어서 무기를 찾는 중이다, 같은 내용이겠지.’
그렇게 미다스가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사이, NPC즈가는 NPC사할린으로부터 받은 돌조각을 자신이 만든 은색 목걸이, 그 끝의 펜던트에 집어넣었다.
그 순간이었다.
휘익!
목걸이의 펜던트가 마치 살아있는 뱀머리처럼 한 곳을 향해 꼿꼿하게 고개를 내밀었다.
“북쪽이군.”
“북쪽이네.”
그 방향을 확인한 그 둘이 이내 서로를 마주본 후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받게.”
그리고는 곧바로 그 목걸이를 미다스를 향해 던졌다.
[저주받은 목걸이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서의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곧바로 알림이 들렸다.
딱히 이상할 건 아니었다.
‘레벨업? 그것도 2번?’
그러나 레벨업 알림, 그것도 두 번이나 연달아 나온 알림에는 미다스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38레벨을 달성한 건 최근 아니었던가?
그런데 퀘스트 한 번에 2레벨이나 오른다?
‘경험치 보상 장난 아니네?’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
[전쟁만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기회를 줍니다.]
‘아!’
그런 미다스에게 그의 신좌, 워드래곤은 40레벨 달성에 따른 스킬 카드 보상을 받을 때가 왔음을 알려주었다.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어휴, 미치겠네.’
이어서 들리는 알림에 미다스는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하나부터 확실히 체크하자.’
거기서 일단 미다스는 머릿속을 정리했다.
‘일단 퀘스트부터 정리하자.’
당장 먼저 해야 하며, 가장 빨리 할 수 있는 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정리였다.
“이 목걸이를 제게 주신다는 것은……"
목걸이를 손에 쥔 미다스가 그 목걸이를 가볍게 바라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아이템 옵션창이 떴다.
[저주받은 목걸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40레벨 이상
- 저주받은 어떠한 존재의 파편을 담고 있는 목걸이다. 강력한 마력이 잠재되어 있다.
- 모든 능력치 +50
- 공격력 +10
- 이동 속도 +10퍼센트
- 공격 속도 +10퍼센트
-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3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헉."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내뱉으려던 말문을 닫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 맙소사! 40레벨 유니크 템이 옵션이 무슨 레전더리보다 더 세?’
그 옵션의 수준은 레전더리 등급의 아이템과 비교해서 부족하기는커녕 더 대단했으니까.
말문이 막히는 게 당연지사.
그런 그를 대신해 NPC사할린이 대화를 이끌어 갔다.
“그 목걸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고 와. 무조건.”
퀘스트가 확실하게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아, 예.”
그제야 미다스가 막힌 말문을 간신히 열며 대답했다.
그러면서 미다스는 곧바로 자신의 인벤토리에 목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곧바로 자신의 장비창으로 이동했다.
[저주받은 목걸이를 착용했습니다.]
그 후에 자연스레 퀘스트 내용을 확인했다.
[늪지대]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4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저주받은 목걸이가 향하는 북쪽의 늪지대로 가서 무언가를 발견하자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퀘스트 보상 :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거래 불가)
!퀘스트 완료 시 ‘보석 악어’ 퀘스트 진행 가능
그것을 본 미다스의 눈이 다시 커졌다.
‘레,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다시 등장한 레전더리 스킬 카드북!
그 보상에 이제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
“이번에 무언가를 알아오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주지.”
마치 그런 미다스의 확인을 기다렸다는 듯이 NPC사할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말에 미다스는 자세를 낮췄다.
“최선을 다해 몸을 불살라서라도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그 대화를 끝으로 미다스가 등을 돌렸다.
‘와, 장난 아니네.’
목걸이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지경인데, 퀘스트 보상이 레전더리 스킬 카드라니?
‘아, 릴렉스. 이러다가 강제 로그아웃 당할라.’
현실 속 심장이 너무 거세게 뛰는 바람에 강제 로그아웃을 걱정하게 될 정도.
‘피스.’
미다스가 자신의 옆에 있는 럭키의 북술북술한 털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긴장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러한 주인의 손길에 럭키가 대답했다.
호우우우!
주인을 위로하듯이 내지르는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마음을 가라앉힌 미다스가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제 40레벨 보상만 확인하자.’
마지막 일처리를 했다.
[스킬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알림에 대답을 하는 순간 미다스의 눈 앞에 100장의 카드가 화려하게 수를 놓기 시작했다.
눈이 돌아갈 광경.
그러나 미다스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오직 한 곳 황금빛으로 빛나는 한 장의 카드만을 향할 뿐.
호우우우!
그렇게 적막한 광산을 럭키의 하울링이 메아리쳤다.
11.
“사장님, 영상 제작 끝났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PC의 홈버튼을 누른 후에 곧바로 클라우드 서버 접속 앱을 클릭했다.
넘치는 동영상 파일들.
박영준은 개중에서 레코드 브레이커라는 이름을 가진 파일을 바로 클릭했다.
영상이 재생됐다.
영상의 시작은 마치 페이크 다큐멘터리처럼 학살자 오크의 가면을 쓴 플레이어의 혼잣말로 시작됐다.
내용은 별거 없었다.
[……타임 어택을 시도하고자 합니다.]
도리도 광산 던전에서 타임 어택을 하겠다.
특별할 것 없는 내용.
[이번 던전 공략은 럭키 혼자 합니다.]
[왕?]
그러나 그 말이 나오는 순간부터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곧바로 화면은 던전 안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화면의 머리 위에는 초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부하 직원이 다가와 말했다.
“그토록 오랜 시간 깨지지 않은 검객의 기록이 개 한 마리에 깨질 줄은 아마 검객 본인도 몰랐을 걸요?”
그 말에 박영준은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무덤덤한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네 생각에는 이번 건 몇 찍을 거 같아?”
“전 최소 200만 보고 있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검객의 기록을 깬 거잖아요? 이야깃거리 되기에 이만한 것도 없죠. 사장님은요?”
“평가는 상품을 제대로 보고 해야지. 섣부른 판단이 제일 위험한 법이야.”
그 대답을 뱉은 박영준이 영상에 집중했다.
하나하나.
영상의 내용을 뇌리에 각인시키듯 박영준은 영상의 전부를 보았고, 이내 영상이 끝났다.
박영준의 시선은 곧바로 영상의 우측 상단을 향했다.
[4:09]
그 숫자를 확인하는 순간 박영준이 입을 열었다.
“날림으로 만든 것치고는 나쁘지 않네.”
“24시간 만에 만든 것치고 이 정도면 기적이죠!”
짧은 대화.
그 와중에도 영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채 재생되고 있었다.
아직 뒤가 남아있다는 의미, 박영준이 그런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아까 나한테 질문했지?”
“예."
그때 검게 물든 영상에 빛이 비춰지면서 다시 한 번 그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학살자 오크의 가면을 쓴 BJ대마도사, 등장한 그가 영상을 보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누가 내가 전에 쓰던 아이템이 뭔지 의문을 가졌는데, 쓰다 버린 아이템은 별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손에 쥔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대신 이게 뭔지 한 번 맞춰보는 게 어때? 응?]
그것을 끝으로 영상은 끝났고, 끝이 나는 순간 박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1천만, 이번 영상은 무조건 1천만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