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53화 (53/485)

53화.  < 17화. 도발 (2). >

5.

그건 기습이었다.

- 어? BJ대마도사 새로운 영상 올라왔다!

- 뭐? 벌써?

-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이다!

여전히 BJ대마도사가 가진 아이템의 정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영상은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일찍 올라왔다.

앞서 말했듯이 기습이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은 그 영상의 퀄리티나, 솔로킬을 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 무기, 무기를 보자!

아즈모조차 알지 못하는 무기, 거기에 모든 이들의 관심이 맞춰줬다.

처음에는 그랬다.

[참고로 솔로킬 과정에서 단 한 대도 안 맞고 잡아보겠습니다.]

[응? 뭐라고요? 한 대라도 맞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맞는 순간 그 자리에서 벤츠 경품 걸고 추첨 해드립니다. 물론 옵션은 풀옵션으로요. 전 옵션 없는 차는 차로 취급 안 합니다.] 이어진 허세에도 시청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BJ대마도사가 착용한 무기에 꽃혀 있었다.

- 어? 더블 캐스팅?

- 더블 캐스팅이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더블 캐스팅 장면에서는 시청자들의 관심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때 G베이를 뜨겁게 만들었던 더블 캐스팅 스킬의 등장에 모두가 놀랐다.

- 소문이 사실이었네!

- 진짜 20만 달러에 스킬 산 거야?

- 금수저 새끼, 장난 아니네!

- 역시 돈빨좆망겜답죠! 현질이 최고죠!

물론 그 놀라움에는 비아냥거림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는 영상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 그보다 왜 이렇게 잘 맞춰? 데미지 딜링 들어가는 거 맞지?

┗ 저게 보인다고? 거리가 최소한 50미터는 넘는데? 검은 안개 때문에 시야도 확보 안 되고?

┗ 그냥 운빨로 맞추는 건가?

┗ 단순히 운빨로 맞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 신수가 소리 지르는 거로 위치 잡고 던지는 거 같은데…….

┗ 야, 그게 말이 쉽지.

BJ대마도사가 그저 돈을 앞세우기만 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 그럼 다섯 번째 마법을 쓰겠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BJ대마도사가 그 대사를 내뱉는 순간 모두가 집중했다.

- 뭐지? 다섯 번째 스킬?

- 엄청 대단한 거 나오는 거 같은데?

- 클라이막스에 쓸 정도면, 더블 캐스팅 이상의 마법 아닐까?

- 레전더리다! 레전더리 마법을 쓰려는 거야!

이제까지 놀라운 것을 보여준 BJ대마도사가 이토록 대놓고 자신하는 게 무엇일지.

그런 그들에게 BJ대마도사는 보여줬다.

[역시 마법은 물리 마법이 최고죠.]

충격적인 엔딩을.

6.

‘조회수가 얼마나 올랐으려나?’

라이징 스타 채널을 통해 올라온 자신의 솔로킬 영상을 떠올린 미다스가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에휴."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새로운 영상에 대해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큰 탓이었다.

‘학살자 오크가 너무 셌어.’

그도 그럴 것이 앞서서 올린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에 대한 반응이 너무 뜨거웠다.

당장 조회수가 400만을 돌파했을 정도.

그건 나름 인지도 있는 프로 플레이어들조차 쉬이 찍을 수 없는 수준의 조회수였다.

물론 그건 이례적인 경우였다.

아즈모라는 거물이 알아서 붙었기에 가능했던 이례적인 경우.

‘확 빠지겠지.’

사실을 말하자면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이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만큼 조회수를 기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아즈모가 와서 다시 댓글을 달아준다면 모를까.

‘그래, 한 달 동안 조회수가 30만만 넘어도 대박이야.’

그게 기대감이 크지 않은 이유였다.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이미 그건 던져진 주사위였다.

눈이 몇이 나오든, 그건 하늘에 달렸을 뿐 이제 와서 미다스가 영향을 미칠 부분이 아니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

즉, 미다스가 이제부터 해야 하는 건 다음 주사위를 던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미다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광산던전을 공략했습니다.]

[광산 던전 100개를 공략했습니다.]

[도리도 광산 발굴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미다스가 쉼 없이 던전 광산 던전에 나서는 것이 그 증거였다.

‘일단 빨리 도리도 광산부터 졸업하자.’

지금 이 순간 미다스가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하는 것은 NPC즈가의 퀘스트를 종료하고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는 것이었으니까.

왕!

“그래, 이제 11개 남았다.”

그리고 이제 남은 던전은 11개.

그것을 앞두고 미다스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미다스]

- 레벨 : 38

- 신좌: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225)/체력 (5+215)/지력 (200+318)/마력 (43+259)

38레벨.

대단한 레벨업 속도였다.

“와."

미다스 본인도 놀랄 정도.

‘학살자 오크 세트 맞춘 지 얼마나 됐다고, 이제 바로 아이템 바꿀 때가 오다니……'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 역시 덩달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또 손해 보겠네.’

아무래도 아이템 거래를 자주하다 보면 수수료 등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당장 수수료 역시 무시는 못했다.

G베이의 수수료는 거래 금액의 3퍼센트.

미다스가 현재 착용한 학살자 오크 세트, 풀세트의 가격이 8백만 원이 조금 넘으니 그냥 정가에 거래만 해도 24만 원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이 외에도 추가 지출은 적지 않았다.

헤이스트 스킬 구매에 럭키 데뷔 영상을 찍기 위해 구매한 값비싼 소모 아이템들까지.

‘어휴, 이런 식이면 원하는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겠는데?’

더 속이 쓰린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최소한 50레벨 전에 유니크 스킬 2개는 더 구매해야 되는데……'

현재 미다스가 목표로 하는 2개 스킬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최소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모아야 하는 상황.

“내가 미쳤지.”

그 금액을 모으는 것을 떠나서 그 돈을 게임에 쓸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왕!

그런 주인의 혼잣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헥헥!

이후 살갑게 다가와 제 다리에 얼굴을 비비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쓴웃음을 지우고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럭키야.”

솔직히 말해서 예전이라면 감히 그런 돈을 게임, 그것도 되팔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라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 것에 쓸 생각을 하지 못했을 터.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고민을 할지언정 그 투자를 한다는 사실에 의심은 없었다.

‘럭키랑 함께라면 내가 올랐던 곳과는 차원이 다른 곳까지 오를 수 있어.’

럭키가 분명 예전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을 주었으니까.

‘아니, 당장 럭키 영상이 잘만 터지면……'

그게 아니더라도 이미 럭키는 미다스에게 엄청난 선물을 준 상태였다.

솔직히 미다스도 그 부분만큼은 기대하고 있었다.

‘수익 배분도 내가 6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럭키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얼굴이 밝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터.

“럭키야.”

그러한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삐까츄라고 말하는 거 영상으로 찍으면 똘똘이 같은 건 그냥 치울 수 있을 텐데……"

저도 모르게 툭, 혼잣말을 뱉었다.

왕?

그 말에 럭키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문을 표하는 순간, 정신을 차린 미다스가 표정을 바꾸었다.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크흠!”

이후 헛기침을 내뱉은 미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일단 로그아웃하고 쉰 다음에 마저 11개 처리하자."

그 말을 남기고 미다스가 로그아웃을 시도했다.

7.

“반응 괜찮네요.”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회수는 6시간이 지난 지금 11만 기록 중입니다. 밀리언은 힘들겠지만, 나쁘진 않을 듯합니다.”

이어진 말에도 박영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제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타자기 치듯이 툭툭, 툭툭 쉴 새 없이 건드렸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도 더 이상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대신 박영준의 낌새를 살폈다.

그때 눈을 감고 있던 박영준이 눈을 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중을 모르겠어.”

“의중이요?”

“영상을 2개 보낸 BJ대마도사의 의중.”

그제야 부하 직원이 박영준을 고뇌케 한 이유를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내 제 의견을 말했다.

“그냥 2개 보낸 거 아닐까요? 나쁘지 않았잖아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되게 좋았죠.”

말을 한 부하 직원이 감탄을 섞어 말했다.

“뉴 레코드 영상, 그것도 그런 식으로 나오는 영상을 우리 채널에서 최초 공개하는 건 우리 채널 최고 에이스인 엘리스 이후에 이번이 두 번째이니까요.”

이번에 BJ대마도사 보내준 영상은 그랬다.

올리는 순간 핫이슈가 될만한 소재.

어떻게 계산기를 두드려도 라이징 채널 입장에서는 큰 이득이 될 수밖에 없는 소재.

“사장님 말대로 대어가 낚인 거죠.”

그리고 그게 박영준이 노리는 바였다.

대어가 걸리기를 바라는 것.

사실 거기까지는 박영준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2개 잖아.”

문제는 BJ대마도사가 2개의 영상을 보냈다는 것.

부하 직원은 그 물음에 어깨를 으쓱했다.

“더블 히트인 거죠, 뭐. 나머지 하나는 그냥 후속 영상 같은 개념이었잖아요? 1+1 같은 영상.”

딱히 문제가 될 것 없다는 표정.

“와튼 스쿨에서 얻는 가장 큰 재산이 뭔지 알아?”

“지식과 혜안인가요?”

“그런 건 구글 검색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이지. 진짜 중요한 건 말이야,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들의 이야기야.”

말을 하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툭툭, 두드린 후에 말했다.

“이 이야기도 그래. 어느 개발자가 있었는데, 자기가 만든 앱 하나가 대박이 났어. 그러자 곧바로 3억 달러가 넘는 돈을 받고 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팔았지. 본인은 지분 9퍼센트쯤 남긴 채 회사 경영권은 가진 채로. 그런데 이 개발자가 괜찮은 아이템이 떠오른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만들었겠죠

“아니, 눈여겨 둔 작은 벤처 기업을 찾아간 후에 그 기업에 그 아이템을 줘버렸어.”

“예?”

“그리고 계약서 한 장을 썼지. 2년 후에 그 벤처 기업의 지분 35퍼센트를 받는 조건으로. 그 후 아이템은 대박이 났어.”

“왜 그런 거죠? 그냥 자기 이름으로 했으면 100퍼센트 먹을 수 있었잖아요?”

부하 직원의 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그게 안 되니까. 애초에 그 개발자가 지분을 팔 때 이직이나 겸직 금지 조항 같은 게 A4용지 기준으로 다섯 페이지 정도 있었거든. 물론 회사 내에서 그 아이템을 만들면 상관없지만, 말했다시피 지분 대부분을 판 상태여서 그건 딱히 이득이 안 되잖아.”

“계약 위반한 거잖아요?”

“그래, 그게 부자가 되는 비결이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이야. 사업 아이템은 1달만 묵혀도 구시대적 유물이 되는 시대라고.”

그 설명에 부하 직원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럼 BJ대마도사가 원래는 잘나가는 이쪽 실력자인데 모종의 이유로 정체를 숨기고 지금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BJ대마도사들이라고 해야겠지.”

“들이요?”

“BJ대마도사는 매니지먼트마저 운영할 정도야. 서포트하는 직원이 우리 회사 직원보다 많을 거다.”

말을 뱉던 박영준이 제 머리를 다시 툭툭 쳤다.

“분명 뭔가 더 있어. 다른 것도 아니고 5년 가까이 깨지지 않은 레코드를 깼는데, 이 정도 스케일의 영상이 이 정도에서 끝날 리가 없어.”

그 혼잣말을 내뱉은 박영준이 말했다.

“현재 시장에 나온 유니크 랭크 등급 이상의 스킬 카드 목록 뽑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봐.”

“스킬 카드요?”

“우리보다 돈이 10배는 많으신 양반한테 현금이나 아이템을 뇌물로 줘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하잖아.”

“BJ대마도사에게 주려고요?”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한 명이 급하게 들어왔다.

“사장님!”

들어온 건 모니터링실 직원.

그 직원을 보자 박영준이 며칠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왜 갑자기 그래? 설마 또 아즈모가 댓글이라도 달았어?”

“예."

“아니, 그러니까 댓글이라도 달았……"

그때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박영준이 되물었다.

“잠깐. 너 지금 뒤에 예라고 한 거, 대답을 한 거야, 의문을 표한 거야?”

“대답한 건데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박영준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그 시나리오인가?”

8.

“으럇차차!”

기합 소리와 함께 캡슐에서 나온 정현우가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혁주 녀석 이러다 잘리겠는데?’

그 사실에 정현우가 실소를 머금은 채 이혁주를 찾기 위해 걸음을 내디뎠다.

‘당분하고 카페인 좀 보충하고, 휴식 좀 취한 후에 바로 들어가자. 30분 정도면 되니까, 거기 맞게 세팅해달라고 하고.’

그러면서 머릿속으로 계획을 짧게 정리했다.

이윽고 휴게실 앞에 도달했다.

‘역시.’

예상대로 이혁주는 그곳에 있었다.

‘응?’

그러나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휴게실 속의 광경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본래라면 모두가 TV를 보면서 낄낄거렸을 이들이 제 스마트폰에 코를 박을 기세였다.

그 사실에 정현우가 의문을 표하며 휴게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왜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계십니까? 뭐, 스타 플레이어들 열애설이라도 떴어요?”

말과 함께 정현우가 슬쩍, 곁눈질로 이혁주가 보던 스마트폰 화면을 훔쳐봤다.

익숙한 영상 화면이 눈에 보였다.

‘어? 내 영상이네?’

그 사실에 놀라는 정현우를 발견한 이혁주가 말했다.

“어, 형, 오셨어요?”

“온 건 예전에 왔고, 무슨 일이야?”

“형, 그 BJ대마도사 새로운 영상 알죠?”

“알지.”

말을 하던 정현우가 슬쩍 주변 분위기를 살핀 후에 말했다.

“솔직히 딱히 저번 영상에 비해서 볼 게 넘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그냥 돈지랄한 거 자랑하고 끝난 거였지. 아마 조회수 저번 영상에 비해 개박살날 걸?”

“지금 그 영상 대박 났어요.”

“대박?”

예상치 못한 단어의 등장에 정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대박? 아즈모가 또 댓글이라도 달았어?”

“예."

“아니, 아즈모가 또 댓…… 예라고?”

“예."

“내용 좀 보여줘봐.”

“여기요.”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자기가 보고 있던 영상, 그 아래 달리는 최다 추천 수 댓글을 보여줬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정현우는 더 이상 미간을 찌푸릴 수 없었다.

- 아즈모 : 보니까 새로운 지팡이도 내가 모르던 건데, 그 지팡이는 언제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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