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 16화. 데뷔 (3). >
8.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상황.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시작된 미다스의 히든 던전 공략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럭키야, 물러나!”
왕!
미다스는 럭키와 함께 차근차근, 착실하게 광부 코볼트를 잡아가며 광산 던전의 끝을 향해 움직였다.
“워워, 거기서 멈춰.”
왕?
“굳이 억지로 빨리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왕!
그 과정에서 페이스가 빨라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한시라도 더 빨리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조금 무리를 하는 일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페이스는 조금이지만 오히려 처음 던전에 들어왔을 때보다 느려진 상태였다.
현실을 외면하는 건 결코 아니었다.
‘지금은 위기의 순간이다.’
미다스는 자신의 상황이 충분히 위기의 상황이며, 이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절대 서두르면 안돼.’
그것이 지금 페이스를 도리어 조금이나마 늦춘 이유였다.
‘서두르다가 망치면 더 골치 아프니까.’
야구 선수 시절에도 그랬다.
주자를 내보내는 순간, 위기의 순간 가장 중요한 건 빨리 다음 타자를 잡는 게 아니었다.
타자를 보다 확실하게 잡는 것이었지 .
지금도 다를 건 없었다.
서두른다고 해서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을 터.
켕!
하물며 지금 상대하는 것은 광부 코볼트였다.
사냥 난이도가 낮은 편의 몬스터를 상대로 굳이 화려하게 그리고 과하게 가진 것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가진 에너지들, 정신력이나 체력 따위들을 굳이 무리해서 소모시킬 필요는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중요할 때만 터지면 돼.’
소모할 것이 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더 확실하게 터뜨리는 게 멋진 일일 테니까.
그렇게 미다스가 럭키와 함께 페이스를 유지하며, 연비 주행을 하듯 던전을 공략해나갔다.
‘아.’
이윽고 미다스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개두더지 (Lv42)]
!토끼굴 스킬 사용
!HP가 60퍼센트 이하일 경우 토끼굴 스킬의 사용 횟수 증가
!HP가 20퍼센트 이하일 경우 동료 부름 스킬 사용
먼 곳에서 보이는 몬스터 한 마리.
“럭키야,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왕!
히든 던전의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9.
광산의 막장, 약 150평 남짓한 돔 형태의 공간의 벽에는 기괴한 구멍들이 가득했다.
환공포증 환자가 본다면 기겁할 만한 광경의 막장이었다.
‘개두더지.’
그러한 막장 광경이 이곳이 도리도 광산에서 등장하는 희귀 몬스터, 개두더지의 무대라는 증거였다.
유명한 녀석이었다.
도리도 광산에서 히든 던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로, 언제나 값비싼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녀석이었으니까.
‘보물 두더지.’
그래서 붙은 별명이 보물 두더지.
물론 별명이 그렇다고 해서 잡기 쉬운 몬스터라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개두더지는 사냥 난이도가 꽤 높은 몬스터였다.
‘수틀리면 구멍으로 도망가는 게 무척이나 골때리는 놈이지.’
일단 이 구멍들이 문제였다.
개두더지는 상황에 따라 이 무수히 많은 구멍들을 도피처로 삼고는 했다.
토끼굴 스킬 효과였다.
골치 아픈 점은 그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는 조건이 사실상 랜덤이라는 점이었다.
딱히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구멍 안으로 도망치거나, 나온 후에 이렇다 할 공격도 없이 바로 다시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여 굴로 숨는 경우도 있었다.
닭 쫓던 개가 지붕 보는 꼴이 되는 셈.
더 골치 아픈 건 그다음이었다.
그렇게 구멍 안으로 들어간 개두더지가 다음에 나오는 구멍 역시 무작위였다.
두더지 잡기 게임 같은 거였다.
두더지가 어디서 나올 줄 모르는 게임.
‘그런 주제에 공격력은 세고.’
단지 차이점은 두더지 잡기 게임의 두더지는 플레이어를 공격하지 않지만, 갓워즈의 개두더지는 꽤 강력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힐러나 딜러들을 단숨에 전력에서 이탈시킬 수 있을 정도.
크르르!
그러한 개두더지가 자신의 터전으로 불청객이 들어오는 순간 존재감을 드러냈다.
몸의 형태는 두더지와 비슷했다.
몸길이는 약 1.5미터 남짓.
그러한 몸뚱이에 달린 데 다리 앞에는 견고해 보이는 갈퀴와 같은 발톱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머리는 개의 그것과 똑같았다.
사냥개와 같이 무엇이든 물어뜯을 수 있을 듯이 주둥이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눈이 퇴화된 보통의 두더지와 달리 적색 루비를 박은 듯한 눈이 분명하게 박혀있었다.
크르르!
그러한 눈의 눈빛은 광견이라고 부를 만큼 불길하고 섬뜩한 기운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때였다.
스윽!
모습을 드러낸 개두더지가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기 근처에 있는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토끼굴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왕!
그런 개두더지의 모습에 럭키가 크게 짖으며 꼬리를 높게 세웠다.
반쯤 방아쇠를 당긴 총처럼, 언제든 발사될 준비가 됐음을.
사생결단!
그 스킬을 통해서 저 개두더지가 감히 도망칠 수 없도록 만들어줄 자신이 있음을.
그러한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럭키야.”
왕!
그런 럭키에게 미다스는 말했다.
“쉬어.”
왕?
그 명령에 럭키가 놀라며 고개를 돌려 주인을 바라봤고,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재차 말했다.
“괜찮아, 쉬어.”
말과 함께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개두더지>
그것을 보며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알아서 쿨타임 시간 주겠다는데, 마다해주면 안 되잖아?”
두더지 잡기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어디서 두더지가 나올 줄 아는 두더지 잡기 게임이.
10.
미다스, 그가 손에 든 파이어볼을 어둠을 머금은 벽의 구멍 하나를 향해 던졌다.
딱히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경.
퍼엉!
그러나 그 파이어볼이 구멍 근처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폭발음을 만들어냈다.
켕!
갑자기 등장한 개두더지가 그 파이어볼에 맞은 소리였다.
사고였다.
교통사고로 따지면 멋대로 가던 차량이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에 부딪혀 나는 식의 사고.
“카! 럭키야 봤지? 타이밍 끝내주지?”
왕!
물론 미다스의 경우에는 아주 철저하게 계산된 사고였다.
“어쭈?”
그때 미다스의 눈에서 다시 한 번 개두더지가 또 다른 구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아, 쿨타임 또 벌어주네.”
왕!
“그래, 럭키야, 이렇게 고마운 몬스터는 아마 없을 거야.”
왕!
“뭐라고? 고마우니까 다음에는 파이어 스피어 같은 굵직한 선물을 주자고?”
럭키와 여유 넘치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다른 구멍에서 나올 준비를 마치는 개두더지의 모습이 보였다.
‘거의 다 잡았네.’
그리고 그 개두더지의 HP가 21퍼센트, 이제는 거의 끝에 이른 것도 보였다.
‘이제 다음 공격이면 3페이즈 돌입.’
개두더지의 3페이즈 특수 스킬은 동료 부름.
개두더지를 상대할 때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었다.
‘토끼굴 스킬 발동해서 굴에 들어간 채로 동료 부름 스킬을 쓰면 막을 재간이 없지.’
다른 몬스터의 경우에는 공격이나 스킬을 통해 놈들이 쓰는 스킬을 막을 시도라도 할 수 있으나, 개두더지의 경우에는 구멍에 들어가는 순간 어찌 막을 도리가 없었다.
더욱이 그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나오는 광부 코볼트의 숫자는 최대 10마리였다.
그것도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나왔다.
때문에 개두더지가 3페이즈에 돌입할 때는 최대한 빨리 개두더지를 잡는 게 공략의 정석이었다.
‘이제 밟을 때다.’
즉, 이제까지 연비 주행을 하며 아껴왔던 연료를 폭발시키듯 토해낼 때가 왔다는 의미.
그러한 미다스의 눈에 개두더지가 다시 한 번 구멍으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파이어 스피어 앤 라이트닝 볼트.”
미다스가 더블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캐스팅이 긴 파이어 스피어 캐스팅이 끝나는 순간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고 손에 쥔 불덩이를 던졌다.
불덩이는 날아가며 이내 창의 형태를 갖춘 후에 그대로 개두더지의 머리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꽃혔다.
커어어헝!
개두더지의 입에서 이제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기 그지없는 소리가 나왔다.
그 순간 미다스도 이제까지와 다르게 크게 소리쳤다.
“럭키야."
왕!
"짖어."
그 명령에 럭키 역시 소리를 내질렀다.
크-왕!
거센 포효가 광산의 막장을 뒤흔들었다.
[사생결단 스킬이 발동합니다!]
사생결단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더 이상 개두더지에게 도망친다, 같은 선택지는 용납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문자 그대로 이제부터 개두더지가 할 것은 럭키와 사생결단을 내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크르르!
그 사실을 개두더지가 몸으로 보여줬다.
이제까지 구멍 근처를 넘나들던 녀석이 럭키를 향해 지독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크르르!
럭키 역시 비슷한 소리를 내지르며 언제든 뛰쳐나갈 자세를 갖추었다.
‘스트랭스는 아직 걸려 있고.’
“뛰어!”
그러한 럭키에게 미다스는 기꺼이 잡고 있는 목줄에서 손을 놔주었다.
럭키가 질주를 시작했다.
‘그럼 그걸 가야지.’
“전광석화.”
그리고 그 질주를 폭발시켜주었다.
전광석화!
그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개두더지를 향해 질주하던 럭키의 몸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럭키의 모든 능력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럭키의 질주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마치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던 차가 더 가속을 하듯이.
엄청난 가속을 앞세운 럭키가 그대로 개두더지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콰직!
그리고는 단숨에 개두더지의 오른쪽 목덜미를 물어뜯음 그대로 개두더지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커헝!
그 공격에 개두더지가 럭키를 쫓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몸을 돌린 개두더지가 볼 수 있는 건 어느새 자신의 지척까지 날아온 럭키의 모습이었다.
콰직!
럭키가 단숨에 개두더지의 왼쪽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사실상 거기서 이미 게임의 승패는 끝이었다.
개두더지는 럭키에게 반격은커녕, 럭키의 공격에 반응하는 것조차 느렸으니까.
10초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때 이미 개두더지는 럭키에게 다섯 번이나 물어뜯긴 상태였다.
‘역시 대단하다.’
미다스가 럭키의 전광석화 스킬을 보고 감동을 넘어 감격을 했던 이유였다.
‘완벽하게 잡아두고 있어.’
더욱이 이러한 럭키의 공격은 대상을 완벽하게 묶는 효과마저 있었다.
이런 거다.
대상이 어느 정도 공격에 반응하나 대응하게 되면 꼬리잡기처럼 어수선하게 움직이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한 쪽이 압도를 하게 되면, 당하는 쪽은 그 자리에서 꼼짝 못하게 된다.
실제로 지금 개두더지는 럭키를 쫓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그저 당하고만 있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탱킹이 없는 셈.
그리고 미다스는 그러한 럭키의 탱킹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스윽!
미다스가 이미 장전된 라이트닝 볼트, 그 화살촉으로 개두더지를 겨누었다.
사실상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표적을 상대로 조준이 딱히 어려울 리 만무.
미다스가 신속하게 활시위를 놓았다.
파직!
그렇게 날아간 번개 화살이 그대로 개두더지의 미간에 정확하게 명중했다.
그리고 명중할 때마다 개두더지의 몸이 움찔거렸다.
감전에 따른 경직 효과.
물론 효과는 채 1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그러나 럭키에게 있어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기회였다.
왕!
럭키가 그 기회를 노리고 개두더지를 향해 더 강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몸을 날렸다.
켕!
개두더지가 감히 동료 부름 스킬을 사용할 시간을 가지지 못하도록, 미다스와 럭키가 개두더지를 몰아쳤다.
‘완벽하다.’
미다스가 계산한 그대로였다.
[개두더지를 처치했습니다.]
[히든 던전을 공략했습니다.]
[개두더지 사냥꾼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개두더지를 홀로 사냥한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도리도 광산의 숨겨진 던전을 아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대로 개두더지 사냥이 끝났다.
[던전 공략 보상이 주어집니다.]
[스킬 카드를 한 장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달콤한 보상이 시작됐다.
촤르륵!
미다스에게 알림과 함께 10장의 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하나같이 붉은빛을 머금은 카드들, 황홀한 그 광경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그 광경 앞에서 빠르게 눈으로 스킬 카드들의 스킬을 확인했다.
‘체인 라이트닝, 골렘 소환, 프리즌볼……'
보기만 해도 대단한 것들.
값으로 따지면 다들 수백만 원은 가뿐히 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미다스는 여기서 그 스킬 카드의 가격에 눈이 멀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 자신의 전력을 더 극대화해줄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일지 계산을 했다.
그러한 계산은 가장 오른편에 있던 10번째 카드에 이르는 순간 끝났다.
'......라이트닝 실드.’
[라이트닝 실드]
- 스킬 등급 : 유니크
- 스킬 효과 : 전기가 흐르는 방어막을 생성한다. 방어막에 닿은 상대는 감전 상태에 빠진다.
라이트닝 실드.
꽤 인기가 좋은 스킬이었다.
특히 탱커들에게 매우 사랑 받는 스킬이었다.
라이트닝 실드 효과로 인해 자신을 공격한 몬스터가 경직되는 1,2초 남짓한 시간이 탱커들에게는 천금과 같았으니까.
그래서 값도 매우 비쌌다.
미다스가 지금 보는 10개의 스킬 중에 가격으로 따지면 가장 비싼 스킬이었다.
그러나 미다스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격이란 단어를 잠시 동안은 잊었다.
‘라이트닝 실드의 감전 효과는 대상과 접속하는 순간에도 발동 한다. 그렇다면 럭키에게 라이트닝 실드를 건 상태로 접촉하면 감전 효과가 발동할 테고……'
오히려 그림을 그렸다.
‘전광석화와 스트랭스를 쓴 상태에서 2초 정도면 럭키가 최소 두 번은 더 물어뜯을 수 있어.’
자세하게 그렸다.
‘여기에 헤이스트가 더해지면…… 아니, 잠깐.’
그때 미다스가 그리던 그림을 멈추었다.
‘헤이스트 걸면 광산 던전 몇 분 만에 공략이 가능할까?’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지면서 럭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 주인의 시선에 럭키는 자신이 사냥한 사냥감 위에 올라선 채 대답했다.
호우우우!
그것을 본 미다스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광산 던전 공략 신기록 깰 수 있을 것 같은데?’
완벽한 그림이 완성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