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6화 (46/485)

46화.  < 15화. 도리도 광산 (1). >

1.

갓워즈에서의 전투를 치른다는 것은 온갖 변수에 노출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때문에 전투는 언제나 긴박함을 품고는 했다.

그 자리에 찾아온 관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몬스터가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 혹은 PK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긴장의 끈을 놓기란 쉽지 않은 일.

그렇게 긴장된 상태에서 예상외의 상황을 맞이하면 대부분 반응은 하나였다.

거북이가 껍질 안으로 숨듯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 것.

“지금 누더기 주술사에게 달려갔다고?”

“도끼를 잡은 채로?”

“근접 딜링을 하겠다는 거야? 마법사가?”

미다스, 그가 누더기 주술사를 향해 도끼를 쥐고 달리는 상황을 마주한 관객들의 상태가 그러했다.

“미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 상황 앞에서 관객들의 사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이에나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혹시 모를 기회 혹은 틈을 노리던 무리들마저도 자신들이 사냥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그 순간 굳어버렸다.

관객들이 적막에 휩싸였다.

“어, 쓰러졌다!”

그 상황에서 누더기 주술사 공략이 끝났다.

그 역시 예상외의 사태였다.

“무슨 소리야? 벌써?”

“아니, 도끼질한다며?”

다른 것도 아니고 마법사 클래스가 도끼를 들고 데미지 딜링을 하는데 데미지가 잘 나올 리가 만무.

당연히 모두가 미다스의 저 모습이 그저 퍼포먼스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절대 도끼질로 누더기 주술사를 잡을 수 있으리란 상상은 이곳에 모인 모두가 하지 못했을 터.

단 한 명, 미다스만 제외한다면.

‘예상대로 아무도 안 움직인다.’

그는 이러한 상황 역시 예측하고 있었다.

‘이때가 유일한 기회야.’

그런 미다스가 모두가 굳어버린 그 시간 동안 빠르게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아이템 루팅이 시작됩니다.]

[인벤토리에 아이템이 5개 추가되었습니다.]

일단 미다스는 가장 먼저 아이템 루팅부터 마쳤다.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알림을 듣는 순간 미다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어느새 자신의 주변을 포위하며 몰려온 좀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제부터 저 좀비 무리를 피해 도망치는 과제만이 남은 상황.

사실 그 과제 자체는 크게 어려울 건 없었다.

‘여기서 공격 당하면……'

문제는 자신을 노리는 플레이어가 그 틈을 노려 미다스를 공격하는 경우였다.

만약 정말 미다스를 노리는 자가 있다면 그 순간이 마지막 기회가 될 테니까.

그렇기에 미다스는 소리쳤다.

“그럼 이제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들으라는 듯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소리를 내질렀다.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다음에 모이면 제가 아주 거하게 쏘겠습니다! 고마웠어요!"

재차, 또박또박 외쳤다

그 순간 플레이어들은 생각했다.

‘아, 헬퍼들 대기시켜두었구나.’

‘설마 탐험가 길드인가?’

미다스가 이번 솔로킬을 앞두고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헬퍼를 고용했으며, 그들이 지금 주변에 대기하고 있음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하긴, 그러니까 저렇게 나선 거겠지.’

‘여하튼 돈이 최고라니까. 누군 이 악물고 하는데 누군 보험 믿고 덤벼들고.’

돈만 있다면야 안전장치를 구매하는 것을 과연 누가 마다할까?

‘여기서 저 새끼 노리면 끝이다.’

‘어휴, 다행이다. 공격 안 해서 천만다행이야.’

어쨌거나 그러한 미다스의 외침은 미다스를 노리려는 이들의 입에서 역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만들었다.

“자, 그럼 마지막 인사는 럭키가 하겠습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미다스가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럭키야, 한 마디 해봐.”

호우우우!

럭키의 하울링이 저주받은 숲을 울려 퍼졌다.

미다스, 그가 완벽하게 누더기 솔로킬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2.

저주받은 숲을 지나간 미다스란 이름의 태풍.

그러한 태풍이 다시 등장한 곳은 당연히 위가의 도시였다.

물론 미다스는 정체를 꽁꽁 감춘 채 위가의 도시에 들어왔다.

“왔네.”

깊게 로브를 둘러쓴 채 단숨에 NPC사할린의 장소로 들어온 그를 NPC사할린이 맞이했다.

“으헉!”

그러나 그 인사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막혀있던 숨을 단숨에 그 자리에서 토해냈다.

“어휴, 어휴 씨발!”

이후 거듭 가슴에 담긴 것을 내뱉었다.

누더기 주술사 사냥 과정 속에서 쌓인 불안, 초조, 긴장 따위들이었다.

“어휴, 진짜. 우와.”

본래는 그 자리에서 토해냈어야 했던 것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토해내지 못한 채 여기까지 묵혀온 탓인지 미다스는 더 거칠게 속에 있는 것을 토해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토해낸 후에 차오르는 것은 다름 아니라 행복감과 성취감이었다.

‘해냈다.’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는 일.

그러한 일을 해냈다는 사실은 미다스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전율을 주었다.

더욱이 이번 일은 그저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에 해냈어.’

인생에 찾아온 중요한 무대에서 이룩한 성과였다.

‘처음으로 해냈어!’

이제까지 미다스에게 몇 번 주어졌으나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한 무대였기에 그 감정은 더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모든 결과가 나온 건 아니었다.

솔로킬에 성공했으니 보수는 받겠지만, 그게 라이징 채널 입장에서 합격인지 아닌지는 그쪽이 판단할 문제.

‘제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어쨌거나 실패한 것보다는 나았다.

일단 당장 투자가 무색하지 않을 이득이 보장됐으니까.

"어이 거기.”

그리고 추가적인 수확도 있었으니까.

“내가 주문한 물건은 가져왔어?”

NPC사할린의 질문에 미다스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퀘스트 보상을 처리할 때.

“예."

대답과 함께 곧바로 퀘스트가 진행됐다.

“어디 내놔봐.”

[NPC사할린에게 저주받은 돌을 건네줬습니다.]

알림과 함께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치자 그 손바닥 위에 돌멩이가 생겨났다.

아주 작은 돌이었다.

손톱, 그것도 새끼손가락 크기의 손톱 크기.

정말 보잘것없는 크기였다.

그러나 그것을 손에 쥔 NPC사할린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미다스는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어?’

NPC사할린의 손바닥에 거미줄처럼 퍼지기 시작한 검은 줄기들은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았으니까.

이윽고 NPC사할린이 자신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 후에 그녀가 말했다.

“아무래도 진짜 그 파편인 모양이네.”

말을 내뱉는 NPC사할린의 이마에서 시작된 땀이 볼을 타고 턱 끝에 맺혔다.

뚝!

이내 고요했던 공간 사이로 땀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퍼졌다.

그 고요함 사이로 NPC사할린은 대답 대신 자신의 오른손 검지로 가볍게 허공을 휘저었다.

휘잉!

그러자 어디선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1미터 길이의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하나가 미다스의 얼굴 정면을 향해 날아왔다.

휙!

그 순간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지팡이를 낚아챘다.

“아니, 이게 무슨 개……"

그렇게 제 손에 잡힌 지팡이를 바라보는 미다스의 입에서는 당장에라도 욕지거리가 나올 상황이었다.

[사할린의 지팡이]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30레벨 이상

- 사할린이 가진 지팡이 중 하나다.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다.

- 공격력 : 52

- 지력 +25

- 마력 +25

- 모든 마법 공격력 1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캐스팅 속도 10퍼센트 증가

- 모든 마법 쿨타임 10퍼센트 감소

- 거래 불가

“……쩐다.”

하지만 옵션을 확인하는 순간 욕지거리가 제 스스로 알아서 목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또 거래 불가네.’

거래 불가라는 표시가 보이긴 했지만, 이번에는 그 사실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뭐, 퀘스트 보상템이니까 이해해준다.’

어차피 이미 한 번 경험해보았으니까.

무엇보다 미다스는 다른 기대감을 품었다.

조금 전 NPC사할린이 보여준 것은 이제부터 시작될 이야기의 스케일이 좀 더 커지리란 징조와 같았다.

스케일이 커지면 그 보상도 마찬가지일 터.

‘좋아, 이대로 센 거 하나 가자.’

미다스가 기대감을 품는 사이 NPC사할린의 머리 위에 있던 느낌표가 이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너."

그리고 새로운 물음표가 등장했다.

“운이 좋군.”

“예?”

“그토록 찾던 파편을 이토록 쉽게 찾았으니 말이야.”

말과 함께 NPC사할린이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조금 전 이 파편에 내 마력을 넣으려고 하니, 거부 반응이 일어나더군. 내 것이 되지 않았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아?"

“다른 주인이 있다는 의미입니까?”

“그래.”

그 손바닥 위에 있는 저주받은 돌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제는 얌전해진 작고 검은 돌이 보였다.

“여전히 주인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거겠지.”

“그럼…… 꼬리를 찾다 보면 몸통에 닿을 수 있다는 의미겠네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NPC사할린이 다시 한 번 손바닥을 꾹 쥐며 말했다.

“나침반을 만들어야겠어. 도리도 광산, 그곳으로 가. 그곳에서 즈가를 찾아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항목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그 순간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저주받은 목걸이]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30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도리도 광산에서 즈가에게 저주받은 돌을 담을 목걸이를 만들어라.

- 퀘스트 보상 : 저주받은 목걸이

!퀘스트 완료 시 ‘늪지대’ 퀘스트 진행 가능

!퀘스트 완료 시 ‘단서의 발견자’ 타이틀 지급

퀘스트 내용을 확인한 미다스가 손에 쥔 지팡이를 꽉 쥐었다.

‘도리도 광산, 쉽지 않겠네.’

도리도 광산.

40레벨대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냥터.

‘여기서부터 진짜 게임을 즐기는 인간하고,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인간이 나누어지지.’

미다스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 무대였었다.

물론 그건 과거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할 수 있겠어?”

그렇기에 이어진 NPC사할린의 그 질문에 미다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예, 얼마든지요.”

3.

“크으!"

캡슐에서 나온 정현우가 메마른 목을 콜라로 적시며 오늘 얻은 수확을 자축했다.

뿌듯한 하루였다.

많은 성과를 이룩한 뿌듯한 하루.

그러나 미다스는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럼 이제 클라우드에서 영상을 다운 받은 후에 보내야지.’

한시라도 빨리 라이징 스타 채널에 이번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보내고자 했다.

‘이런 건 빨리 보내야 감정이 덜 상하는 법이지. 아무렴.’

언제나 그렇듯이 받는 입장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받아야 상대편이 신경 써준다는 느낌을 받는 법이니까.

그렇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다운 받은 정현우가 곧바로 라이징 스타 채널에 보낼 준비를 했다.

준비는 어렵지 않았다.

영상을 올리는 것 정도는 금방 끝낼 수 있는 문제.

‘뭐라고 쓸까?’

그러나 그냥 영상만 보내는 것은 정현우가 생각하기에 퍽 불성실한 느낌이었다.

적어도 무언가 말 정도는 남겨야 할 터.

‘그냥 상투적인 말을 남기면 오히려 마이너스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냥 상투적인 말을 남기는 거나, 너무 비굴한 식으로 부탁하는 건 좀 그랬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정현우가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문장을 기입한 후에 영어 번역기를 이용해 번역을 마친 후에 보냈다.

‘부디 잘 봐주십시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면서.

4.

박영준, 굳은 표정으로 태블릿PC를 통해 영상을 보던 그가 부하 직원을 향해 말했다.

“이거 봤지?”

“봤죠.”

“어때?”

“뭐, 무난하게 잘 잡았다? 예전에 아즈모가 했던 거랑 비슷하긴 하더라고요. 아, 명중률은 대단하더라고요. 그 거리에서 맞추는 게 절대 쉽지는 않으니까. 잘 만들면 영상 괜찮게 나올 것 같네요. 역시 와튼 스쿨이라서 그런지 보시는 눈이 남다르네요. 1만 3천 달러 투자하신 거 크게 손해는 안 보시겠네요.”

나름 좋은 평가.

그러나 박영준은 그 평가에 좋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이 영상과 함께 보낸 이메일 문구를 확인했다.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보내드린 영상이 부디 좋은 결과로 나오기를 바랍니다.]

메일 내용은 딱히 특별할 것 없었다.

“메일 내용 읽었지?”

“특별한 건 없던데요?”

부하 직원 역시 딱히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박영준은 달랐다.

“이거 테스트야.”

“예?”

“우리를 역으로 테스트하는 거라고.”

박영준의 말에 부하 직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박영준의 얼굴을 확인했다.

장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려는 모양.

이내 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조금 전 말이 장난이 아님을 눈치 챘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학살자 오크 때에 비해서 뭐가 달라졌지?”

“일단 아이템 세팅이 다 바뀌었네요. 학살자 오크 풀세트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스킬은…… 3개 정도 추가된 듯하네요. 파이어 스피어, 라이트닝 볼트 그리고……"

“더블 캐스팅, 그거 마지막 경매가가 얼마인지 알아?”

그 질문에 부하 직원이 바로 대답했다.

“10만 달러 찍은 후에 경매 물건이 사라졌죠.”

“왜 사라졌을까?”

“누가 쪽지로 더 세게 불렀으니까 내린 거겠죠.”

“그럼 그걸 누가 샀을까?”

“그야……"

부하 직원이 말끝을 흐리며 박영준이 보고 있던 태블릿PC를 지그시 훑어봤다.

그 대답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을 요구하는 순간, BJ대마도사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대략 15만 달러가 되는 돈을 투자해서 전력 강화를 한 뒤 솔로킬 한 영상을 보내줬다, 라는 가설에 대해서 딱히 이의는 없지?”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영상을 보내면서 우리에게 말을 덧붙였어.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영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지?”

“예, 그렇죠.”

“그럼 과연 이게 그냥 하는 말일까? 응? 15만 달러라는 돈을 바로 지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과물을 툭 던지면서 내뱉은 말이 그냥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한 말일까?”

그제야 부하 직원의 표정도 굳었다.

“……우리가 만든 영상 퀄리티나 홍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앞으로 관계는 없다는 거군요.”

원하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그 순간 박영준은 말했다.

“학살자 오크 영상, 다시 만들어.”

“예?”

“영상 퀄리티 더 높이고, 홍보비도 좀 더 써.”

말을 뱉은 박영준이 굳은 표정 사이로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화끈하신 분이면, 당연히 화끈하게 대접해드려야지. 그래야 나중에 우리한테도 화끈하게 투자해주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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