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2화 (42/485)

42화.  < 14화. 레벨업 (1). >

1.

처음 갓워즈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 갓워즈에 존재하는 것들의 가치는 아무도 몰랐다.

특히 스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예를 들면 롱토스 같은 스킬 같은 경우.

분명 스킬 설명이나 효과를 보면 마법사 클래스에게 좋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지만, 막상 그게 정확히 어느 정도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는 나중에 시세가 오를 것을 대비해 G베이에서 스킬 카드들을 사재기해두고 버티는 속칭 존버 행위까지 있었을 정도.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가치가 넘치기에 처음부터 아주 고가에 올리거나 시장 자체에 나오지 않는 스킬들.

더블 캐스팅 스킬이 그랬다.

RPG장르의 게임을 혀끝으로 핥기만 했어도 더블 캐스팅 스킬의 가치를 알 수밖에 없을 정도.

혹여 시장에 나오더라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지며 제대로 된 시세가 형성될 기회조차 없었다.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는 최근 거래된 내역조차 없었지.’

이후 5년이 흐른 지금은 G베이에서 그 거래 흔적조차 찾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소위 부르는 게 값이 된 상황이었다.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서 구할 수 없는 상황.

[더블 캐스팅]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2개 마법을 동시에 캐스팅할 수 있다.

!더블 캐스팅 1,111회 사용 시 ‘마법 난사범’ 타이틀 획득

!더블 캐스팅으로 10종류 이상의 마법을 연속해서 사용할 경우 ‘카멜레온’ 타이틀 획득

그런데 지금 그 스킬이 미다스 손에 들어와 있었다.

기쁜 정도가 아니었다.

‘그럴 만하지. 이건 그냥 차원이 다른 스킬이니까.’

더블 캐스팅 스킬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를 가능케 해주는 스킬이었다.

동시에 2개의 스킬을 쓸 수 있다, 그건 그저 쿨타임을 줄일 수 있다, 개념이 아니었으니까.

방어 마법과 공격 마법을 동시에 쓰거나 혹은 강력한 만큼 캐스팅 시간도 긴 스킬을 쓰면서, 다른 손으로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이 짧은 스킬을 보조 형식으로 쓰는 식.

텔레포트나 블링크 같은 스킬을 항시 대기시킴으로써 생존력을 극대화하거나 혹은 역으로 적에게 접근해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는 방식 역시 가능했다.

미다스의 말처럼 그저 잘 맞춘다, 그런 개념 하나만으로 게임을 해온 미다스에게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었다.

감히 닿을 수 없는 영역.

‘꿈꾸던 게 이렇게 이루어질 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꿈까지 꾸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10억이 있는 사람은 10억이란 돈을 어떻게 쓸지 깊게 생각하지 않지만, 로또 당첨을 꿈꾸는 이는 1원 단위까지 돈을 확실하게 쓰는 상상을 하는 법 아닌가?

미다스도 그랬다.

‘진짜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는데……'

더블 캐스팅, 이 스킬을 가졌을 때의 나날들을 꿈꾸며 자기 나름의 방법들을 꿈꿨다.

물론 그때 한 것들은 망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 이상 망상이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스킬 좀 구매해보자!’

이제는 실현 가능한 상상이었지.

2.

“형, 게임 재미있으셨어요?”

정현우가 캡슬에서 나오는 순간 이혁주가 그저 인삿말에 불과한 상투적인 말을 던졌다.

정현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접속하는 동안 무슨 일 없었냐?”

대답을 기대하지 않은 채, 그저 인사 수준의 질문을 툭 던졌다.

“지금 G베이에 난리 났어요.”

그러나 그 질문에 이혁주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깃거리를 바로 꺼내놓았다.

“G베이에 왜? 레전더리라도 뜬 거야?”

“에이, 레전더리가 G베이에 올라오면 난리 정도가 아니죠. 유니크 하나 올라왔어요.”

“뭔데?”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요.”

그 대답에 정현우의 입꼬리가 살짝 꿈틀거렸다.

‘나말고 누가 거래 가능한 놈으로 득한 모양이네.’

아무래도 정현우 말고 운이 좋은 사람이 더 있었던 모양.

“얼마에?”

“에이, 더블 캐스팅 스킬 시세 아시면서. 부르는 게 값이잖아요? 경매 붙었는데 시세 장난 아니에요.”

“얼마 찍었는데?”

“6만 달러요.”

“뭐?”

아득한 수치의 등장에 정현우가 혀를 짧게 내둘렀고, 이혁주 역시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계속 오르고 있어요. 오랜만에 나온 매물이라서 그런지 다들 달려드네요. 여하튼 미친 게임이라니까요."

그러한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 역시 동의한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와, 장난 아니네.’

자신이 얻은 수확의 값어치가 새삼스러워지는 대목.

‘그런 게 나한테 오다니.’

한편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러한 두근거리는 가슴을 품은 채 정현우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이혁주에게 받고는 곧바로 G베이에 접속했다.

첫 검색어는 당연히 더블 캐스팅이었다.

‘경매가 더 오르겠네.’

이혁주의 말처럼 현재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의 값은 미친 듯이 오르는 중이었다.

‘뭐, 이미 판매자 쪽지로는 이 이상이 나왔겠지만.’

그마저도 눈에 보이는 가격이 전부가 아니었다.

어설픈 경매에 참가하기보다는 그냥 아예 굵직한 가격을 제시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게 더블 캐스팅이란 스킬이 가지는 가치였다.

‘누군지 몰라도 대박이네.’

솔직히 말하면 부러운 장면이었다.

정현우가 얻은 더블 캐스팅 스킬 카드의 경우에는 거래가 불가능했으니까.

‘만약 나한테 온 게 거래 가능한 스킬 카드였다면, 나도 바로 올렸을 텐데.’

그게 아니었다면 제아무리 정현우라고 해도 더블 캐스팅 스킬을 습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현우는 필사적으로 게임을 해야 했다.

‘그래, 배웠으니 뽕을 뽑아야지.’

이제부터 더블 캐스팅 스킬의 값어치만큼 뽑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런 정현우가 보는 화면을 바꾸었다.

마법사 전용 스킬 카드들을 검색했다.

여러 스킬 카드들이 올라왔고, 그것을 보는 정현우의 얼굴에는 주름이 올라왔다.

‘……진짜 시세 욕 나오네.’

일단 1백만 원 아래는 없었다.

그 1백만이란 가격마저도 즉시 낙찰 같은 개념이 아니라 경매들이었다.

‘아, 미치겠다.’

한 번 질러볼까? 했던 심정을 팍 사그라지게 만드는 장면.

정현우가 그 장면을 기어코 외면했다.

‘일단 잡템 팔린 것들이나 확인해야지.’

대신 그동안 모은 재료 아이템들이 팔린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계정에 접속했다.

그러자 쪽지가 도착한 게 보였다.

‘어?’

보낸 이는 다름 아닌 라이징 스타 채널.

‘설마 영상 좆같으니까 환불해달라고 온 건가?’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먹은 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었다.

그 불안감에 정현우가 잠시 고민했다.

‘그냥 쪽지 안 읽고 계정 삭제해버려? 어차피 가계정인데? 몰랐다고 하면 법적인 책임 안 져도 된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이대로 그냥 잠수를 타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

‘에라 모르겠다.’

그러나 정현우는 이내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

‘부디 환불만 나오지 마라, 환불만……'

간절한 소망을 품은 채.

"응?"

이윽고 정현우는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라이징 스타 채널이 자신에게 보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3.

“쪽지 보냈습니다.”

말과 함께 부하 직원은 곧바로 박영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사장님, 진짜 이렇게 보내도 되는 거 맞죠?”

“뭐?”

“아니, 그 BJ대마도사에게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1만 2950달러에 계약하고 싶다는 거……"

부하 직원의 질문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왜 이런 제안을 하시는 겁니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BJ대마도사가 현재까지 보여준 것은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이 전부, 그마저도 솔직히 대단한 실력이나 컨트롤이라기보다는 아이템과 스킬 그리고 신수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1만 달러 계약금을 제시한 것 자체가 에러인 셈.

그런데 다음 솔로킬 영상을 그보다 더 비싼 금액을 제안한다?

의문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

그러한 부하 직원의 의문에 박영준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면서 말했다.

“자, 일단 학살자 오크 다음 보스 몬스터는 뭐지?”

“누더기 주술사죠.”

“그렇지. 그런데 네가 보기에 BJ대마도사가 누더기 주술사를 솔로킬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 거 같아?”

“학살자 오크랑은 타입이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니까……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대답을 하던 부하 직원이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뭐, 아즈모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냈을 때만큼 돈지랄을 하면 가능하겠지만.”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넌 이 제안을 받은 BJ대마도사가 어떻게 할 것 같냐? 아무리 생각해도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은 못 할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말할까 아니면 이거 할 수 있냐고? 당연히 할 수 있지! 날 뭘로 보고? 바로 잡아주마! 할 거 같냐? 응? 돈지랄을 자랑하는 관심병자가 어떤 대답을 할 거 같아?”

“콜하겠죠.”

“그다음은?”

“템 지르겠죠.”

“자, 그럼 정리를 해보자. 우리는 BJ대마도사에게 누더기 주술사 솔로킬 영상을 의뢰했고, BJ대마도사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 후에 솔로킬을 위해 큰 투자를 하겠지. 대충 내가 봤을 때 스킬 값이나 템 값으로 5만 달러 이상은 쓸 거야.”

“그렇죠.”

“더 짧게 정리하면 우리가 의뢰한 1만 2천 하고도 950달러짜리 계약을 위해 BJ대마도사가 5만 달러를 투자하는 거지.”

그제야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박영준이 부하 직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으로써 BJ대마도사와 우리는 서로를 위해 돈 좀 쓸 수 있는 발전된 관계가 되는 거지. 소개팅 자리에서 슬쩍 데이트 이야기가 오고가는 수준 말이야.”

박영준의 계획을 알게 된 부하 직원이 감탄과 함께 다른 의문 역시 제기했다.

“그러면 왜 1만 달러가 아니고 1만 2950달러인 건가요? 차라리 1만 5천 달러면 더 깔끔하지 않을까요?”

이어서 나온 질문에 박영준은 다시 한 번 머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1만 달러 연봉을 받던 투수에게 연봉 1만 5천 달러를 주면 그냥 연봉을 인상했다는 느낌이지만, 1만 2950달러를 주면 이런 느낌이 들지. 아, 연봉 인상해주기 위해서 쥐어짜냈구나.”

“아……"

나름 그럴싸한 말에 부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박영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러한 디테일이 와튼 스쿨을 만드는 거지.”

그런 그에게 부하 직원이 질문 하나를 더 던졌다.

“그런데 만약 BJ대마도사가 누더기 주술사 솔로 레이드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죠?”

“그야 계약금 돌려받으면 될 일이지. 그 과정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 더 좋을 테고. 예를 들면 투자 이야기 같은 거 말이지.”

대답을 한 박영준이 입가에 지은 미소의 끝을 비틀었다.

"그 순간 빨대가 꽃히는 거지. 와튼에서 만든 빨대가 말이야.”

4.

‘말도 안돼.’

정현우는 짧게 심호흡을 한 후에 스마트폰의 액정을 바라봤다.

정갈하게 나열된 여러 개의 문장들, 그러나 정현우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하나였다.

‘1만 2950달러!’

그 숫자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도 하나였다.

‘대체 왜?’

라이징 스타 채널은 왜 미리 일찌감치 이런 거액의 조건을 제시하는 걸까?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아!’

그때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야구선수 시설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2군 리그 정식 시합 당시, 팀은 5대4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마주한 9회 말 2사 만루 상황.

안타 하나면 역전을 당하는 순간 2군 감독은 갑자기 정현우에게 마운드에 올라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당시 2군에서 나름 쏠쏠하게 던지는 것 빼면 볼 것도 없는 정현우를 그 중요한 순간 쓰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감독이 정현우를 올린 이유는 하나였다.

‘날 테스트하려는 거구나.’

정말 정현우라는 존재에게 기대와 응원을 보낼 가치가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정현우는 지금 상황을 그때와 같다고 생각했다.

라이징 스타채널은 BJ대마도사란 녀석이 정말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그 테스트를 하고자 하려는 거라고.

즉, 이것은 그저 단발성 이벤트 따위가 아니었다.

별이 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 기회 앞에서 계산을 한다?

제아무리 계산적인 정현우라고 해도 그 정도로 멍청하고, 웅심도 없는 놈은 아니었다.

‘잡아야 해.’

그때도 그랬다.

감독이 올라가라고 했을 때 정현우는 오히려 자신을 보여주고자 하는 기대감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그때는 능력이 부족해서 역전 끝내기 안타를 맞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운드.

지금 정현우가 있는 무대는 갓워즈였다.

더 나아가 정현우에게는 이미 자신의 주제와 분수를 넘을 만큼의 힘이 있었다.

‘어떻게든 잡는다.’

정현우, 그의 투지에 제대로 불이 붙는 순간.

그 순간 정현우가 다시 한 번 보고 있던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꾸었다.

정현우, 그가 쇼핑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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