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40화 (40/485)

40화.  < 13화. 1+1 (2). >

6.

“레벨 빨리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갓워즈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그러한 질문에 대해 레벨 랭킹 3위 아즈모는 대답했다.

“간단합니다. 적당히 유니크 등급 아이템 좀 끼고, 레젠더리 템 두어 개 장착한 후에 유니크, 레전더리 스킬의 힘을 빌어 자기보다 레벨이 한 10~20레벨쯤 높은 몬스터를 혼자 때려잡으면 됩니다.”

듣는 순간 분노가 치솟고, 욕이 나올 법한 대답.

그러나 그러한 아즈모의 대답을 부정하는 자들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연했다.

아즈모가 말한 방법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완벽한 진리와도 같았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25레벨 달성.’

때문에 미다스는 자신이 25레벨이 되었을 때, 그 사실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원래 이런 게임인 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가 이 사실에 놀랄 이유는 없었다.

[미다스]

- 레벨 : 25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 (5+198)/체력 (5+194)/지력 (131+276)/마력 (30+222)

- 잔여 스탯 : 4

“이제 진심으로 반성한다.”

대신 자신의 능력치를 보며 인정할 따름이었다.

“이 게임은 갓겜이었어.”

자신의 처지가 정말 크게 달라졌음을.

호우우우!

“럭키, 네가 생각해도 이 게임 갓겜이라고?”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가 동조하듯 긴 하울링을 내뱉었고, 미다스가 그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자신의 퀘스트창을 확인했다.

2개의 퀘스트 조건을 달성한 것이 보였다.

“그래, 이제 정산해야지.”

한 번 위가의 도시로 돌아갈 때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였다.

7.

“우와아아!”

언제나 그렇듯 초보자들의 탄성과 어수선함으로 가득 찬 위가의 도시, 그러한 위가의 도시에서 플레이어의 존재는 길가는 돌멩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도 주변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골목길에서 로브를 뒤집어쓴 플레이어가 숨죽이고 있는 사실에 신경 쓰는 이는 더더욱 없었다.

‘보상은 일단 받았다.’

그렇게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미다스가 자신이 이번에 얻은 수확을 확인했다.

[스킬 카드북(유니크)]

[스킬 카드북(레어)]

큰 수확이었다.

그리고 이 수확을 어떻게 할지도 이미 정해진 바였다.

‘유니크는 팔고, 레어는 쓴다.’

마음 같아서는 유니크 스킬 카드 역시 습득하고 싶었지만, 미다스는 현실을 알았다.

유니크 스킬을 가짐으로써 얻는 메리트보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통장에 1천만 원 정도는 놔두고 마음 편히 게임에 열중하는 게 심적으로 더 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혜린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가고, 형 몸도 안 좋은데…… 최후의 보루는 만들어야지.’

실제로 미다스가 돈을 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고민도 없었다.

[스킬 카드북을 개봉합니다.]

미다스는 일단 레어 스킬 카드북을 먼저 개봉했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눈앞에 30장이나 되는 카드들이 뽑히길 기도하듯 질서정연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미다스의 눈에 그러한 스킬들을 빠르게 훑었다.

그때 미다스의 눈에 스킬 하나가 번득였다.

[파이어 엘리멘탈 마스터리]

- 스킬 등급 : 레어

- 스킬 효과 : 화 속성 마법의 데미지가 증가하며, 쿨타임 및 캐스팅 시간이 줄어든다.

모든 화염계 마법의 공격력을 올려주고, 캐스팅과 쿨타임 속도를 줄여주는 스킬.

‘이거다.’

일찍이 미다스가 불의 마법사였을 때 당시 거금을 들여 구매했을 만큼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헤이스트나, 저주 계열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만한 놈도 없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미다스의 손이 카드를 쥐었다.

[스킬 카드가 인벤토리에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쥔 카드는 거래가 가능한 카드가 되어 인벤토리를 채웠다.

“후우.’’

그 후 짧게 숨을 돌린 미다스가 럭키를 바라보았다.

헥헥!

주인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이 나지막한 숨소리만 내는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슬쩍 말을 걸었다.

“까볼까?”

왕!

그리고 나온 럭키의 대답에 미다스가 유니크 스킬 카드북을 개봉했다.

8.

“형, 오늘은 플레이타임이 엄청 기네요?”

이혁주가 말과 함께 게이트 캡슐에 달린 타이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4시간 44분, 요즘 컨디션 좋으시네요. 말이 5시간이지, 그전에 다들 강제 로그아웃 당하시는데."

말을 뱉는 이혁주가 혀를 찼다.

“근데 하필이 면 444네, 느낌 불안하네 . 혹시 안 좋은 일 있고 그런 건 아니죠?”

그런 이혁주에게 정현우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금 미칠 것 같으니까 혼자 있게 해줄래?”

“아……"

결코 좋지 않은 그 표정에 이혁주가 입을 벌린 채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를 피해줬다.

그 사이 미다스가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그런 그의 심정은 조금 전 말한 그대로였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단지 의미가 조금 다를 뿐.

그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으로는 자신을 미치게 만든 것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또 발리스타가 나올 줄이야.’

발리스타.

지난번에 미다스가 롱토스를 앞두고 선택을 고민했던 스킬이었다.

달리 말하면 고민케 만들 정도로 좋은 스킬이었다.

발리스타, 그 표현처럼 이 스킬은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에서 마법 공격 시 데미지가 증가하고, 사용한 마법의 쿨타임과 캐스팅 타임이 줄어들었다.

마법사들이 평소 하던 대로 가만히 선 채 마법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옵션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롱토스처럼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기술조차 요구되지 않는 스킬이었다.

‘가격은 비슷하지만 인기는 발리스타가 훨씬 많지.’

때문에 그 시세는 롱토스 스킬과 비슷하지만, 수요나 인기는 훨씬 더 높았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천만 원이 넘었어.’

그 값 역시 매우 비쌌다.

솔직히 말해서 이 스킬을 습득할 수 없어서 아쉽다, 같은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데이터 쪼가리를 통장 속 숫자로 바꾸고 싶을 정도.

‘시세부터 제대로 확인해보자.’

정현우가 곧바로 이혁주에게 맡겨놓았던 스마트폰을 찾은 후에 갓워즈의 아이템들이 거래되는 G베이에 접속했다.

그 후 발리스타 스킬 카드 시세를 검색했다.

몇 개 없는 매물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러한 매물들 대부분은 시세가 똑같이 1만 2999달러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재기를 한 이들이 얼마 없는 물량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 흔적이었다.

‘사재기꾼들아 고맙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었다.

‘자, 그럼 난 1만 2998달러에……'

그렇게 정현우가 아이템 거래를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손가락을 터치하며 G베이에 로그인을 했다.

‘쪽지가 좀 쌓였네?’

그러자 쪽지가 도착한 게 보였다.

놀랄 일은 아니었다.

‘역시 솔로킬 영상이라서 그런지 베팅은 하는구나.’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오크 학살자 솔로킬 영상을 G베이에 올려놓은 건 그 누구도 아닌 정현우 본인이었으니까.

정현우의 예상대로 도착한 쪽지는 영상의 방송권 구매 희망자들이 보낸 제시금액이었다.

"흠."

그런 그들의 제시액은 나쁘지 않았다.

30만 원부터 200만 원 근처까지.

액수가 높아질수록 조건은 달라졌다.

액수가 낮은 것들은 일종의 선금 형식으로 수익 배분이 좋았고, 반대로 액수가 높은 경우는 수익 배분이 나빴다.

‘예상대로네.’

딱 정현우가 예상했던 수준이기도 했다.

당장 팔아치우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는 수준.

‘이 새끼는 뭐야?’

물론 개중에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1만? 이 새끼가 장난하나. 응?’

1만.

정말 장난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어? 원이 아니고……'

“달러?”

아직 이렇다 할 명성도 없는 BJ대마도사란 우스꽝스러운 플레이어의 솔로킬 영상에 1만 달러라는 액수를 제시하는 건 누가 보더라도 비상식적인 일이었으니까.

놀란 정현우가 곧바로 보낸 이의 계정 정보를 확인했다.

‘자, 장난이겠지.’

그러면서도 이것이 그저 자신을 놀리기 위한 장난이라고, 그냥 가계정이란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그 계정 정보를 확인하는 순간 달라졌다.

'......인증 계정이네?’

보낸 이의 계정은 G베이로부터 여러 조치를 거쳐 정식으로 인증을 받은 계정이었다.

더 나아가 정현우가 아는 채널의 계정이기도 했다.

‘그것도 라이징 스타 채널.’

라이징 스타 채널.

양보단 질을 외치며, 뛰어난 영상미와 홍보 등을 통해 최근 들어 빠르게 구독자 수를 늘리는 채널이었다.

몸값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최상위 플레이어들이 아니라, 10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일명 루키들의 영상을 주요 콘텐츠로 내세우는 채널이기도 했다.

정현우의 영상에 베팅을 하는 데에 당위성은 충분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1만 달러는 좀 과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제시한 액수는 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나고 있었다.

‘뭐, 주면 감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현우 입장에서 마다할 일은 아니었다.

‘이거 들어오면 굳이 발리스타 팔 필요도 없지.’

정현우가 잽싸게 스마트폰으로 영상 거래 요청을 위한 쪽지를 작성하고자 했다.

그 순간이 었다.

‘가만.’

정현우가 잠시 손을 멈췄다.

‘그냥 본인이 파는 건 좀 없어 보이겠지?’

그때 정현우가 슬그머니 앞서서 썼던 문구를 삭제하고 새로운 문구를 집어넣었다.

‘BJ대마도사 관련 영상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BJ대마도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정현우, 그가 구라를 치기 시작했다.

9.

갓워즈가 아니고서는 제대로 돈을 벌 수 없는 시대.

박영준, 미국 최고의 명문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 대학, 그 안에서도 최고라는 와튼 스쿨 출신인 그는 그런 시대에 기꺼이 순응했다.

이 시대에 맞게 돈을 벌고자 했고, 그는 라이징 스타 채널이란 워즈튜브에 채널을 만드는 것으로 이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실제로 그의 노림수는 나름 잘 먹히면서 블러드 오션이라 불리는 피비린내 가득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라이징 스타 채널은 빠르게 인지도를 쌓고 있었다.

때문에 그동안 그의 부하 직원들은 그의 결정에 이제까지 이렇다 할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저기, 너무 세게 지른 거 아닐까요?”

“뭐가?”

그러나 이번 만큼은 달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에 선금으로 1만 달러는 너무 세잖아요? 그냥 통째로 사는 것도 아니고, 수익 배분까지도 5대 5라니…… 특급 대우잖아요?”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 방송권에 대한 박영준의 베팅에 처음으로 부하 직원이 태클을 걸었다.

마땅한 태클이었다.

“솔로킬이 쉬운 건 아니지만, 이거 실력으로 잡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템빨로 조진 거지.”

똑같이 산에 오르더라도 헬리콥터를 타고 오른 것과 절벽을 기어오른 것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다른 법.

이번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은 누가 보더라도 전자였다.

그러한 부하 직원이 의문에 박영준이 말했다.

“야, 내가 어디 나왔지?”

“와튼이요.”

“그래, 와튼이지.”

툭툭, 말과 함께 제 머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린 박영준이 말을 이어갔다.

“나도 알아. 여기 영상 주인공 실력이 별거 아니라는 건. 템빨에 신수빨에 스킬빨로 잡은 거 맞지. 아마 이 정도 갖추려고 진짜 말도 안 되게 돈지랄을 했을 거야. 그렇지?”

“그렇죠.”

“자, 그럼 왜 그런 돈지랄을 했을까?”

“예?”

“그렇잖아? 그냥 편하게 게임을 할 생각이었으면 이렇게 돈지랄할 필요가 없어. 그냥 탐험가 길드에 가서 육성 서비스 애용하면 게임에 접속해서 숨만 쉬면 알아서 레벨을 올려주잖아? 그런데도 탐험가 길드 서비스는 하나도 안 받고 탐험가 라인 밖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잡았어. 왜 그럴까?”

“글쎄요……"

대답을 못하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답을 말해주었다.

“왜 그렇긴, 관심병자니까 그런 거지.”

“아."

“채널은 비공개로 한 거 같지만 라이브 방송까지 하는 걸 보면 그것도 보통 관심병자가 아니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방송 중에 벤츠 샀다고 자랑까지 했죠.”

“그래. 그런데 지금 그런 관심병자에게 라이징 스타 채널이라는 나름 인지도 있는 채널이 비싼값에 특급 대우로 거래를 요청했어. 그럼 어떻게 나올까?”

“오케이하죠.”

“오케이는 당연한 거고, 그다음을 보자고. 영상 인기가 빵 떴어. 그리고 우리가 섭섭지 않게 대우를 해줘. 그럼 그다음은?”

“……글쎄요?”

이번에도 답을 내놓지 못하는 부하 직원을 향해 박영준이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당연히 만나서 술 한 잔 하는 거지. 그러면서 슬쩍 사업 이야기도 꺼내는 거고. 그럼 돈 이야기도 나오고, 투자 이야기도 나오고, 응? 지분 이야기도 좀 나오고?”

“아!”

그제야 박영준의 의중을 이해한 부하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에 박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업이란 게 다 그런 거야. 막말로 저 정도로 돈지랄하는 거 보면 내가 봤을 때는 아버지든 본인이든 자산규모가 최소 백억 단위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그런 사람하고 친해지는 기회인데 1만 달러 정도면 접대비 치고 저렴한 거지. 그리고 그냥 생돈도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나중에 줄 돈 미리 주는 거니까.”

그때였다.

“아, 그쪽에서 쪽지 왔습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박영준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담하는데 첫 문장이 어느어느 매니지먼트라고 나올 걸?”

“……BJ대마도사 엔터테인먼트입니다, 진짜네요?”

“거봐, 나 와튼이라니까, 와튼. 그래서 대답은?”

“팔겠답니다.”

“오케이, 그럼 거래 시작하자고.”

그 말에 박영준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나중에 친해지면 아주 제대로 빨대를 꽃아서 빨아주마.”

10.

‘와, 진짜 입금했네.’

자신의 형이 만들어준 브로커 계정에 들어온 1만 달러라는 금액을 확인한 정현우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형, 준비 다 됐어요.”

그때 들려온 이혁주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정현우가 말했다.

그리고는 게이트 캡슐로 다가가는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하나만 가득했다.

‘발리스타, 그냥 내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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