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8화 (38/485)
  • 38화.  < 12화. 유명세 (3). >

    9.

    게임을 처음 시작하고자 할 때 플레이어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난관은 다름 아니라 약관이라는 놈이다.

    물론 그것을 자세히 읽는 이는 없다.

    모두가 그저 잽싸게 ‘동의’라는 글자를 찾아 클릭하기 바쁠 뿐.

    갓워즈라고 다를 건 없었다.

    갓워즈를 처음 혹은 새로이 시작하는 이들 중에 기나긴 약관을 읽는 이는 없었다.

    당연히 갓워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영상 콘텐츠의 판매 및 송출은 워즈튜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라는 조항에도 의문을 가지는 이 역시 없었다.

    워즈튜브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될 수 있었던 건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워즈튜브를 통해 온갖 영상을 토해내고, 라이브 방송을 했다.

    물론 대부분은 망했다.

    99퍼센트 정도가 아니라, 소수점 3자리까지 숫자를 추가해야 될 정도.

    레드 오션 수준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는 표현이 붙을 정도.

    남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살아 숨 쉴 수 없는 정도.

    - 안녕하세요, 워즈TV입니다.

    워즈 TV가 그러했다.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제보 받은 영상을 편집하는 방식, 소위 가십거리 잡지와 같은 방식을 통해 구독자가 45만 명이 되는 제법 인지도 있는 방송 채널이 되었다.

    - 오늘은 템빨좆망겜의 현실을 보여준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물론 가십거리를 다루는 그들은 정확한 진실이나, 사실에는 관심이 없었다.

    언제나 자극적인 단어를 쓰고, 연출과 편집을 했지.

    - 일단 사냥 방법을 보니, 신수가 탱커를 하네요. 여기부터 사실상 솔로킬이라고 하기 애매하죠. 보니까 어그로도 끌리는 게 스킬빨 오지고, 지리네요. 진짜 운빨좆망겜답네요. 이런 새끼들이 솔로킬 하고 주변에서 게임 좀 하는 척 말하는 거 상상하니 벌써부터 구역질 나죠?

    이번 영상도 그러했다.

    학살자 오크 솔로킬 영상.

    - 거기에 데미지 보세요, 파이어볼 몇 방에 페이즈 휙휙 넘어가는 게 아주 제대로 템지랄했네요. 이게 게임이라고? 하하! 이렇게 템빨에 뎀딜 나오면 누가 솔로킬 못합니까?

    본인 영상도 아닌 관객 시점에서 나온 영상, 소위 도촬 영상을 두고 나오는 표현들은 자극적이기 그지없었다.

    댓글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 역시 현질좆망겜답네 .

    ┗ 저런 돈지랄이면 누가 못함?

    ┗ 쟤 잡으면 템값으로 차 한대 뽑을 듯?

    ┗ 학살자 오크 사냥꾼 사냥하러 가실 분 모집합니다!

    영상에 나온 당사자가 보면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

    “후우……"

    실제로 그 영상 속에 나온 당사자, 정현우는 영상을 앞에 두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표정을 지은 채 다시 한 번 스마트폰 속의 영상을 확인한 정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했다.

    ‘조회수가 왜 이렇게 잘나와?’

    사실 정현우는 이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았다.

    갓워즈를 5년 넘게 하면서 받은 모욕과 치욕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가소로울 정도.

    그를 어처구니 없게 만드는 건 사냥 영상도 아닌 가십거리 영상조차 조회수가 15만을 넘는다는 점이었다.

    분명 학살자 오크 솔로킬이 대단한 건 맞았다.

    야구로 따지면 투수가 완봉승을 한 것과 같았다.

    ‘고작 학살자 오크인데?’

    하지만 학살자 오크라는 몬스터는 기껏해야 몬스터 레벨이 30레벨대에 불과한 놈이었다.

    이미 400레벨 몬스터가 등장하는 갓워즈에서 30레벨은, 야구로 비유하면 중학생 야구 리그 수준인 셈.

    즉, 미다스가 학살자 오크를 솔로킬을 낸 건 중학생이 중학리그에서 완봉승을 한 것에 불과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야구구단의 모든 선수를 기억하는 야구팬도 자기 지역의 중학생 야구선수가 완봉승을 했다는 것은 모르는 법. 정현우가 아직까지 영상을 이렇다 할 수입원으로 생각하지 않던 이유였다.

    훗날 인지도가 쌓이면 그때 제값을 받고 팔 셈이었다.

    ‘이렇게 이슈거리가 된다고? 그것도 그냥 가십거리 방송인데도?’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은 그의 입장에서 예상외의 상황인 셈.

    ‘이 정도면 내 영상은 얼마나 나올까?’

    물론 지금도 정현우의 영상이 제값을 받을 가능성은 적었다.

    지금 정현우가 제 스스로 방송 채널을 만들면 검색조차 되지 않을 터.

    결국 방법은 그런 영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워즈튜브 내 메이저 방송 채널에 파는 것뿐인데, 그건 곧 그들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이며 갑의 위치에 있는 그들이 제값을 쳐줄 일은 없었다.

    ‘G베이에 한 번 미끼나 던져볼까?’

    그러나 얼마를 제시할지는 한 번 알아봐도 손해 볼 건 없는 법.

    그 사실에 이르렀을 때 정현우의 손을 빠르게 스마트폰을 터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형, 뭐해요?”

    이혁주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정현우가 슬그머니 폰의 화면을 끄며 말했다.

    “그냥 영상 좀 봤어.”

    “아, 그 금수저 템빨 새끼가 깝치는 영상이요?”

    이혁주의 말에 정현우의 왼쪽 눈꼬리가 파르르, 살짝 떨렸다.

    “여하튼 그렇게 템빨 믿고 설치는 새끼들이 문제라니까요. 템 없으면 좆도 없는 놈인데.”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혁주의 거듭된 말에 정현우가 슬쩍 말을 뱉었다.

    “뭐,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 너무 그러지 마. 착한 놈일 수도 있지.”

    그 말에 이혁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형, 금수저 템빨 새끼들은 트럭에 치이거나 전기에 감전되어서 다 뒈져야 한다면서요?”

    그 표정과 함께 평소 정현우가 입에 달고 산 말을 정말 한 톨도 틀림없이 뱉었다.

    정현우 입장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없는 노릇.

    “야, 사람이 마음을 곱게 먹어야 인생이 펴는 거야. 그보다 게임, 이제 들어가도 돼?”

    정현우가 대충 상황을 얼버무렸다.

    “예, 준비 끝났어요.”

    “그래, 수고했다. 조금 있다 보자.”

    말과 함께 일어나는 정현우를 향해 이혁주가 말했다.

    “예, 득템하세요!”

    게임이 시작됐다.

    10.

    저주받은 숲.

    위가의 도시 동쪽으로 제법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언제나 검은 안개가 가득한 숲.

    왕!

    “그래, 럭키야.”

    그곳이 미다스와 럭키의 새로운 사냥터였다.

    “쉽지 않을 거야.”

    비린내 나는 숲보다는 훨씬 난이도가 높은 무대이기도 했다.

    일단 당장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시커먼 안개 탓에 숲의 제대로 된 형태를 눈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게 저주받은 숲이 플레이어들에게 외면 받는 첫 번째 이유였다.

    ‘안 보이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지.’

    안개가 끼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정신적 심리적 압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니까.

    ‘여기다가 좀비까지 더하면……'

    또한 등장하는 몬스터가 좀비라는 것도 문제였다.

    사냥 난이도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그 특유의 혐오감은 내성이 없는 이에게는 지옥과 같았다.

    더욱이 좀비의 단점 중 하나인 느린 움직임을 역으로 이용하는 공략이 검은 안개 탓에 적용되지 않았다.

    ‘최악이지.’

    플레이어들이 비린내 나는 숲에서 최대한 레벨을 올린 후에 이곳을 거치지 않고, 다음 사냥터로 떠나는 이유였다.

    ‘벌써 몬스터들이 가득 한게 보이네.’

    그런 상태에서 몬스터 개체 수는 항시 최고 수준을 유지하니, 더더욱 플레이어들은 외면하게 됐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버림받은 숲.

    ‘뭐, 덕분에 몹 없어서 손가락 빨 일은 없겠네.’

    그 무대를 바라보던 미다스가 호기롭게 소리쳤다.

    “럭키야, 아주 그냥 제대로 조져보자.”

    그 외침에 럭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럭키야, 가즈아!”

    미다스가 재차 소리쳤으나, 여전히 럭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럭키야?”

    이내 미다스가 고개를 돌렸을 때 땅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럭키의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럭키가 말했다.

    왕!

    <주인님, 저기 달콤한 냄새가 나요!>

    보물 탐색자 스킬이 발동하는 순간.

    ‘아, 내가 왜 그걸 몰랐지?’

    그 순간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희귀 재료 아이템이나, 히든 던전도 많을 수밖에 없잖아?’

    이곳이 그에게는 문자 그대로 보물 창고라는 것을.

    11.

    사람들의 생각은 다 비슷하다.

    “저주받은 숲? 거기 난이도가 어려워서 사람들이 피한다고?”

    버림받은 숲이라 불리는 저주받은 숲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럼 몹 많겠네?”

    저주받은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모두가 그곳에 몬스터가 넘치리란 생각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부터였다.

    대부분의 이들은 그 사실에 눈살을 찌푸리며 질색을 하며, 역시 쓰레기 게임답군, 이라는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냈다.

    “레벨업 오지게 잘 되겠네.”

    하지만 일부 소수의 이들은 그것을 기회로 여기고는 했다.

    그런 의미로 저주받은 숲에는 언제나 도전자들은 넘쳐났다.

    그리고 도전자들의 시작은 대부분은 괜찮았다.

    으어어…….

    “개같이 달려드는 오크 상대하다가 좀비 오크 상대하니까 아주 그냥 코웃음이 나오는데?”

    귀신 같이 도망치는 고블린, 미친 듯이 돌진으로 덤벼드는 오크에 비하면 좀비 오크 혹은 좀비 고블린의 움직임은 무척 느렸으니까. 그 사실 앞에서는 오크보다 HP가 훨씬 많고, 공격력이 높다는 점은 가뿐히 넘어가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세를 가지고 저주받은 숲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야, 너무 많다. 튀자! 응? 뭐야?”

    한계를 느끼고 뒤를 보는 순간 그들은 깨닫고는 했다.

    “미친, 언제 이렇게 좀비가 몰려든 거야?”

    어느 순간 좀비 늪 속에 빠져버린 자신들의 처지를.

    그게 저주받은 숲이 버림받은 가장 큰 이유였다.

    쉬워 보이지만, 막상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보면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냥터보다 사냥 속도나 효율이 떨어졌다.

    [좀비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아이스 애로우의 스킬 랭크가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다스 역시 그러했다.

    ‘현재까지 잡은 좀비 숫자는 74마리…… 예상대로라면 지금 100마리는 넘게 잡았어야 했는데.’

    미다스의 사냥 페이스는 그가 계획했던 것보다 꽤 느렸다.

    좀비 사냥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그리고 파이어볼로 이어지는 콤보로 한 번에 좀비를 잡을 수 있었으니까

    치고 빠지기 전술이 얼마든지 통했다.

    킁킁!

    그럼에도 느려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금 눈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는 럭키 때문이었다.

    왕!

    <주인님, 달콤한 냄새가 나요!>

    럭키, 그가 쉴 새 없이 희귀 재료 아이템들을 찾아내는 게 사냥이 느려진 이유였다.

    “아, 진짜, 럭키야!”

    물론 럭키의 문제는 아니었다.

    보물 탐색자 능력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온오프가 가능했다.

    당장 미다스가 찾지 마! 사냥에 집중해! 그리 말한다면 럭키는 학살자 오크를 상대로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이빨만을 드러낼 것이다.

    “이러면 내가 너한테 존댓말을 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언제나 그렇듯 애완동물의 문제는 주인의 문제인 법.

    쉽게 말해서 미다스가 딴 눈을 파는 게 사냥이 느려진 가장 큰 이유였다.

    “어? 이번에는 검은 허브? 20골드짜리! 2만 원!”

    물론 눈이 돌아갈 만한 일이었다.

    ‘오늘 벌써 얼마를 주운 거야?’

    바닥에 동전도 아니고 지폐가 돌아다니는데 눈이 돌아가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닌가?

    ‘이거 너무 운이 좋은데?’

    오히려 이제는 불안감마저 느낄 정도였다.

    왕!

    그러한 미다스를 향해 럭키가 소리쳤고, 열심히 검은 허브를 채취하던 미다스가 달래듯 말했다.

    “럭키 님,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마저 채취하고 쓰담쓰담해드리겠습니다.”

    왕!

    미다스의 말에도 럭키가 거듭 외침을 내뱉었고, 미다스가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했다.

    ‘좀비는 없는데?’

    위험을 알리는 외침은 아닌 모양.

    왕! 왕!

    그때 럭키가 다시 한 번 소리를 내질렀고, 그 외침에 미다스가 채취한 허브를 인벤토리에 넣은 후에 럭키에게 가며 말했다.

    “그래, 럭키야 무슨……"

    그제야 미다스는 확인할 수 있었다.

    왕왕!

    <주인님, 저기서 사람 냄새가 나요!>

    럭키의 머리 위에 보이는 처음 보는 문구를.

    ‘사람 냄새?’

    그 문구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럭키가 슬금슬금 걸음을 내디디며 미다스를 안내했다.

    그러한 럭키의 안내를 따라가던 미다스는 럭키의 말처럼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주받은 숲, 그 한가운데 한 남자가 쓰러진 것이 보였다.

    물론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NPC?’

    남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NPC.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불꽃이 번쩍였다.

    ‘설마 스킬 카드북 퀘스트?’

    갓워즈에서 스킬 카드는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며,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것도 어쩔 수 없는 게 스킬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다름 아니라 플레이 도중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NPC를 통해 히든 퀘스트를 진행하는 경우였다.

    오죽하면 아주 빌어먹을 정도로 PK를 일삼는 최악의 비매너 플레이어도 사냥터에서 만난 NPC 앞에선 공자도 존경할 예의바른 인간이 된다는 말이 나올까?

    미다스가 놀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왕!

    그사이 NPC의 지척에 다가간 럭키가 미다스를 부르듯이 소리쳤다.

    이윽고 미다스는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NPC요시]

    !대화 시 ‘요시의 잃어버린 물건(유니크)’ 퀘스트 진행 가능!

    ‘유니크!’

    그것을 본 미다스는 어느새 NPC요시에게 다가가 몸을 흔들며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저기, 저기! 괜찮으세요? 정신을 차리세요! 여기는 매우 위험합니다! 정신 차리세요! 빨리 정신 차리세요!”

    긴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

    “빨리!”

    ‘빨리 일어나서 퀘스트 줘!’

    그러나 그 목소리를 뱉는 미다스의 입에는 찢어질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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