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4화 (34/485)
  • 34화.  11화. 학살자 (2).

    5.

    ![끓어오르는 기운]

    !몬스터 444마리의 마지막 숨통을 끊을 경우 진화

    !진화 시 능력치 강화 및 새로운 스킬 습득

    럭키, 녀석의 머리 위에 뜬 물음표와 함께 뜬 히든 정보를 보는 순간 미다스는 놀랐다.

    ‘맙소사.’

    진화라는 단어 때문은 아니었다.

    신수가 진화를 통해 보다 강한 존재로 성장한다는 건 이미 익히 알려진 일이었으니까.

    ‘이거 그냥 알아서 되는 거 아니었구나!’

    놀란 부분은 다름 아니라 진화에도 퀘스트가 있다는 것.

    이제까지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은 신수를 진화시키는 방법이 그저 많은 몬스터를 잡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똘똘이가······.’

    갓워즈에서 가장 유명하며 가장 강력한 신수인 라포의 똘똘이가 그 증거였다.

    ‘······하긴 주인의 버프 받고 몬스터를 혼자 다 씹어 먹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럭키의 머리 위에 뜬 퀘스트는 라포와 똘똘이, 그들은 그저 상황이 운 좋게 맞아떨어진 경우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정보도 비싸게 팔리겠네.’

    어쨌거나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정보였다.

    이 정보가 있다면 신수를 진화시킴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루트를 밟을 수 있을 테니까.

    ‘나중에 팔아먹어야지.’

    더불어 지금 미다스가 진행 중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와는 상관없는 정보인 만큼 적당한 때에 팔아도 무방했다.

    “어이구, 이 복덩이 놈.”

    그 사실에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었다.

    왕!

    “그래, 당연히 너 진화부터 시켜줘야지.”

    당연한 말이지만 미다스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였다.

    ‘지금도 오크를 뜯어먹는 놈인데, 여기서 더 진화하면······.’

    럭키가 성장하는 것만큼 전력 강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으니까.

    ‘유니크 등급 스킬이라도 나오면 대박이고.’

    혹여 새로운 스킬 중에 유니크 등급 스킬이라도 나오면 그건 엄청난 일이었다.

    ‘그게 쉽게 나올 리는 없지만.’

    물론 그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그렇게 쉽게 유니크 등급 스킬이 나온다면 이 게임이 그토록 욕을 먹은 일은 없었을 터.

    오히려 미다스가 기대하는 건 따로 있었다.

    ‘자, 그럼 일단 용눈 스킬 한 번 위력 좀 볼까?’

    6.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잘 맞추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초창기 프로야구 출신 투수들 혹은 미식축구에서 쿼터백 선수들이 꽤 좋은 대우를 받으며 마법사가 되어 갓워즈를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의외로 대부분의 마법사 클래스들에게 요구되는 제구력은 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단순하게 예를 들면 50미터 거리 밖에 있는 중형 자동차를 야구공으로 맞출 정도면 충분했다.

    그 거대한 차량의 사이드미러, 그 아래에 위치한 X자 표시 따위를 맞추는 능력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디를 맞추든 그 조촐한 데미지가 적용되는 것은 다를 바 없었으니까.

    미다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나름 잘 맞추려고 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고 상대하는 몬스터의 덩치가 커질수록 그리고 자신의 역할이 축소될수록 미다스는 굳이 정밀한 수준의 제구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오랜만이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진짜 각 잡고 던지는 건.’

    40미터, 그 자체만으로도 결코 짧지 않은 거리.

    더군다나 적지 않은 나무기둥들이 꼿꼿하게 선 채 장애물을 자처하고 있는 그 거리 너머의 오크를 바라보며 미다스가 정말 사활을 건 피칭을 준비하는 것은.

    [드래곤스 아이 효과가 발동 중입니다.]

    더욱이 이번에 노리는 것은 오크의 머리통에 존재하는 황금빛 과녁, 그 한가운데였다.

    아득함에 현기증이 날 법한 일이었다.

    ‘재미있겠네.’

    그러나 이 순간 미다스는 현기증이 아닌 흥미를 느꼈다.

    ‘제대로 맞으면 데미지 끝내주겠지?’

    롱토스 그리고 드래곤스 아이.

    두 스킬이 만들어줄 시너지 효과가 미다스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빗나가면 골때리겠고.’

    그리고 미다스를 긴장케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무조건 맞춰야 해.’

    그러한 긴장감은 마치 마운드 위에 올라섰을 때와 비슷했다.

    공 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 때의 긴장감, 마운드가 자신의 무덤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한 긴장감.

    과거와 다른 점은 하나였다.

    그때의 미다스는 그 긴장감을 즐길 자신감 따위가 없었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

    “파이어볼!”

    미다스, 그가 주문과 함께 곧바로 자세를 취했다.

    발을 들어 와인드업 자세를 취했고, 다시 한 번 자신의 표적을 바라보았다.

    표적이 살짝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그사이 그의 손에는 파이어볼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파이어볼을 꽉 쥔 그가 이내 팔을 휘둘렀다.

    채찍처럼 휘어진 팔, 그 끝에 있던 불덩이가 어렴풋한 포물선을 그리며 숲을 지나갔다.

    퍼엉!

    그렇게 던진 파이어볼은 정말 마법처럼 그대로 오크의 머리통, 그 황금빛 과녁에 꽂혔다.

    [치명적인 약점에 명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미다스의 귓속으로 드래곤스 아이 스킬이 발동했음을 알리는 알림이 들렸다.

    “그렇지!”

    그 알림에 미다스가 오른손을 높게 들었다.

    그때였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미다스의 귓속으로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응?”

    그 알림에 미다스가 놀라는 사이 곧바로 다음 알림이 들렸다.

    [오크 원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룬이 지급됩니다.]

    원킬.

    “우와!”

    상상치도 못했던 결과물에 미다스가 저도 모르게 놀란 눈으로 정보창을 활성화했다.

    [오크 원킬!]

    - 타이틀 설명 : 오크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잡아낸 이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이다.

    - 타이블 보상 : 모든 능력치 +3

    오크를 사냥할 수 있는 적정 레벨, 30레벨 미만 플레이어들이 오크를 한 번의 공격에 처치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타이틀.

    ‘아즈모 같은 인간이나 받던 원킬 타이틀이 나한테?’

    압도적인 아이템 세팅을 앞세운 속칭 템빨 괴물들만의 전유물을 보는 미다스의 눈에는 놀람이 가득했다.

    왕!

    “럭키야, 너도 봤지?”

    왕!

    “그래, 네 주인이 이 정도다. 아, 너무 강한 나의 힘에 내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구나!”

    왕!

    “뭐라고?”

    그때였다.

    “아.”

    기쁨에 취해 럭키와 이야기를 나누던 미다스는 깨달을 수 있었다.

    “······럭키야 다음에는 딸피 남겨줄게.”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왕! 왕!

    사냥감의 목줄을 뜯을 기회를 준다는 말에 기뻐하는 럭키를 보며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 게임을 하다가 고인물이 힘을 숨김 놀이를 하게 될 줄이야.”

    그러한 실소는 이내 밝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래, 게임은 이 맛에 하는 거지.”

    7.

    “어휴.”

    휴식을 위해 잠시 캡슐 밖으로 나온 정현우의 입에서 긴 한숨이 담배 연기처럼 흘러나왔다.

    그 한숨에 근처에 있던 이혁주가 다가오며 말했다.

    “형, 힘들어요?”

    그 질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죽겠다, 죽겠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정현우는 정말 지금 죽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좋아 죽겠어.’

    물론 보통의 경우와는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최고다.’

    그 정도로 현재 정현우의 상황은 좋았다.

    ‘설마 21레벨에 오크 원킬이 나올 줄이야.’

    원콤도 아니고 원킬, 단 한 번의 마법 사용으로 오크를 사냥할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게임을 한다는 의미.

    사실 그게 한숨을 내뱉는 이유였다.

    그 사실에 취해서 정해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게임 플레이를 해버리는 바람에 체력과 집중력이 소모됐다.

    ‘이 정도면 굳이 파티 가입하려고 광고할 필요도 없겠는데?’

    어쨌거나 걱정했던 학살자 오크 파티 가입을 고민할 필요는 사라졌다.

    지금 정현우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데미지 딜링이라면 어느 파티든 모셔갈 테니까.

    ‘솔로킬은······.’

    심지어 정현우는 솔로킬마저 염두에 두었다.

    ‘에이, 그건 힘들지.’

    물론 염두에 두었을 뿐, 그것을 시도할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어그로 관리가 안 되는데.’

    제아무리 정현우의 데미지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어그로를 끌어줌으로써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탱커의 존재 없이 학살자 오크를 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리스크가 컸다.

    ‘일단 럭키 진화부터 시키고 파티를 찾아보자.’

    굳이 감수할 필요가 있는 리스크는 아니었다.

    “형, 채굴하시죠?”

    그때 이혁주가 정현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너도 캐릭터 정지당했냐? 일자리 소개시켜줄까? 아주 일이 좆같아서 그런지 자리는 항시 넘친다.”

    그 질문에 대한 정현우의 대답에 이혁주가 손을 휙휙 흔들며 말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그럼 뭐?”

    “형, 그럼 지금 어디서 게임해요? 위가의 도시에서 하시죠?”

    “거기 말고 어디 딴 곳 있겠냐?”

    “형, 그럼 혹시 비린내 나는 숲 들어가보셨어요?”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래?’

    갑작스러운 주제의 변화에 정현우가 고개를 놀란 내심을 숨기면서 말했다.

    “들어는 가봤지. 왜? 무슨 일 있어?”

    “거기 비린내가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돌 던데, 사실이에요?”

    그 순간 정현우의 머릿속으로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부패하는 오크를 잡은 이후 진행된 퀘스트 내용들이.

    ‘맙소사, 비린내 나는 숲의 비린내가 부패하는 오크의 비린내였던 거구나!’

    이윽고 나온 가설에 정현우의 머릿속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당연히 예상치 못한 부분이었다.

    갓워즈 내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있으나, 대부분 플레이어들은 그 후각 기능을 끄거나 축소시켰으니까.

    비밀 제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왜 비린내 따위를 맡고 지랄이야?’

    그러나 모두가 그렇다고는 볼 수 없는 일.

    ‘아니, 어쩌면 NPC를 통해서 낌새가 나온 걸지도 몰라.’

    혹은 NPC들이 주는 정보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NPC들은 때때로 주변 상황에 따른 변화 조짐을 알려주는 키워드를 꺼내고는 했으니까.

    예를 들면 ‘요즘 비린내 나는 숲에서 비린내가 덜 나는 거 같군’ 같은 말 따위들.

    ‘이혁주가 알 정도면 이미 공론화됐다는 거다.’

    어떤 경우이든 간에 비린내 나는 숲에는 변화가 찾아왔고, 사람들이 그 변화를 감지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이제 그 변화의 원인을 쫓기 시작할 것 역시 분명했다.

    그러다가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 대한 어떠한 단서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씨발.’

    어떤 경우든 간에 정현우에게는 좋을 것 하나 없을 것이 분명한 상황.

    “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비린내 나는 숲이 찌린내 나는 숲이 되든, 구린내 나는 숲이 되든 알 게 뭐야? 그런 쓸데 없는 이야기는 됐고, 지금 들어갈 거니까 캡슐이나 좀 열어줘.”

    정현우의 말에 이혁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였고, 정현우 역시 그런 이혁주를 따라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정현우의 눈빛에는 각오가 깃들어 있었다.

    ‘최대한 빨리 학살자 오크를 잡아야 해.’

    8.

    왕!

    앙증맞은 울음 소리.

    크헉!

    그러나 그 소리 뒤로 이어진 소리는 앙증맞음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광경은 더더욱 그랬다.

    덩치 좋은 오크가 자그마한 털북숭이에게 목덜미가 물린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시체가 된 광경은 그로테스크하기 그지없었으니까.

    섬뜩한 광경이었다.

    “그래, 잘했어!”

    그러나 그 광경을 향해 플레이어는 도리어 박수를 짝짝 치면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보통 사람이 봤다면 갓워즈가 사람을 미치광이로 만든다고 착각해도 될 법한 광경.

    물론 미다스에게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다 잡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드디어 럭키가 진화를 위한 퀘스트 조건을 충족했다는 사실이었다.

    [럭키의 몸에서 신좌의 힘이 끓어오릅니다.]

    [럭키의 몸이 변화합니다.]

    그 사실을 곧바로 알림으로 들렸다.

    호우우우우!

    럭키 역시 평소보다 더 강렬한 하울링을 내지르며 자신의 변화의 징조를 소리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자그마한 럭키의 몸이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웰시코기 수준이었던 녀석의 크기가 어느 순간 진돗개 수준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내뱉는 하울링의 소리 역시 조금 더 묵직함을 품기 시작했다.

    미다스 입장에서는 믿음직한 광경이었다.

    호우우우!

    그렇게 럭키가 자신의 변화를 소리 내는 사이, 미다스의 귓속으로는 새로운 알림이 들렸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성장과 함께 새로운 스킬을 얻을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알림.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으로 100장의 카드들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와우!”

    그 순간 미다스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은 루비와도 같은 붉은 빛을 내뿜는 유니크 카드를 향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장이 아니었다.

    보이는 건 무려 3장!

    “크으, 역시 럭키다. 갓워즈 최고의 운빨 늑대.”

    이름 그대로의 결과물.

    미다스 입장에서는 기꺼운 결과물이었다.

    ‘아, 뭘 고를까?’

    그리고 즐거운 고민이 나오는 결과물이었다.

    ‘어?’

    그러나 그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100장의 카드들을 살피던 미다스는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사생결단]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몬스터와 사생결단을 벌인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카드 하나를.

    그것을 본 미다스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은 채 럭키를 바라봤다.

    호우우우!

    그 순간 미다스는 반성했다.

    “내가 이름을 잘못 지었네. 럭키가 아니라 갓키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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