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1화 (31/485)

31화.  10화. 비밀 제단 (3).

9.

“떴다!”

휴게소를 제외하면 적막하기 그지없는 캡슐방에 누군가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어?”

“뭐야?”

그 갑작스러운 소란에 휴게실에서 갓워즈 레이드 영상을 보고 있던 이들 모두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개중에는 아르바이트생인 이혁주도 있었다.

그러나 뛰쳐나온 그들의 모습 어디에도 당혹감은 없었다.

“떴어요?”

“진짜 떴어?”

도리어 그들은 소란의 원흉인 머리가 반쯤 벗겨진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에 사내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그래, 유니크 떴다! 그것도 반지로!”

“우와아아!”

“결국 먹었구나!”

유니크 아이템 하나가 적게는 수백에서 많으면 수천만을 호가하는 갓워즈의 시대가 만들어낸 광경이었다.

“야! 오늘 내가 쏜다! 중국집이든 치킨집이든 피자집이든 다 시켜! 혁주야, 골든벨 울려라!”

“오오오!”

“드디어 유니크빵 한 번 얻어먹네!”

그렇게 달아오르기 시작한 캡슐방 분위기, 그러나 그중에서 유독 한 명의 분위기는 차가웠다.

“현우 형! 형 뭐 시키실래요?”

“아니, 난 필요 없어.”

정현우, 이혁주의 달아오른 말에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보다 게임 들어갈 거니까 세팅 좀 해줘.”

“벌써요? 조금 전에 나왔잖아요? 기왕 나온 김에 밥 먹고 들어가시죠? 유니크빵 먹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이혁주의 반문에 정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이혁주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 괜찮아요?”

“괜찮아.”

“아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형이 공짜 밥을 거부하다니······ 형, 큰일 생겼어요?”

정현우에 대한 이혁주의 인식을 알 수 있는 말.

그러나 그 말에 정현우는 눈살을 찌푸리거나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대신 두 눈을 감았다.

‘그래, 큰일이 생겼지.’

실제로 큰일이 생겼으니까.

‘레전더리 스킬 정도면 큰일 맞지. 그것도 엄청난 레전더리 스킬이.’

2.

[용의 위엄]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모든 존재 위에 군림하는 용의 위엄을 내뿜는다. 위엄에 노출된 대상이 입는 모든 종류의 데미지가 10퍼센트 증가한다.

용의 위엄.

자신이 얻게 된 두 번째 레전더리 스킬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가득 차 있었다.

‘다시 봐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킬이야.’

그 정도로 이번 스킬은 엄청난 스킬이었다.

단순히 레전더리 등급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이런 스킬이 존재했을 줄이야.’

위엄에 노출된 대상에게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단순히 그 데미지 증가 자체만 본다면 롱토스 스킬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롱토스 스킬의 경우에는 거리에 따라 최대 2배 이상의 데미지 증가를 보여주니까.

차이점은 롱토스와 달리 용의 위엄 스킬은 위엄에 노출된 대상에게 적용된다는 것.

즉, 용의 위엄 스킬은 굳이 미다스 본인이 데미지 딜링을 할 필요가 없었다.

탭댄스를 추든, 발레를 추든, 콧구멍을 후비든 무엇을 하든 간에 미다스가 몬스터 앞에 서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몬스터를 공격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은 공격력이 10퍼센트 증가하는 셈이었으니까.

‘이거만 있어도 월수입 최소 5백이야.’

무수히 많은 스킬이 존재하는 갓워즈에서도 몇 없는, 정말 전설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한 효과.

실제로 이런 종류의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능력을 떠나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보수를 받았다.

‘레이드에 참가해서 숨만 쉬어도 5백.’

미다스의 표현처럼 게임을 하면서 숨만 쉬어도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스킬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미다스는 이를 꽉 물고 게임을 하지 않아도 갓워즈가 망하기 전까지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이제 한 번쯤 질문을 던져봤다.

“럭키야.”

왕!

“너라면 어떻게 할래?”

과연 여기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편하게 지낼까?

왕! 왕!

물론 말뜻을 알 리 없는 럭키는 그저 주인이 말을 걸어준다는 사실에 열심히 꼬리를 흔들 뿐이었다.

열심히.

그 사실에 미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꿀을 빨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그냥 길드 가입해서 월급 받고 지냈지.”

왕!

“그리고 월수입 5백으로는 좀 그렇지. 앞으로 혜린이 초등학교도 보내야 하고, 미술 학원도 보내고, 나중에 유학에 대학 보내려면 돈이 좀 깨지겠어?”

왕!

“집도 이사해야지. 혜린이가 좀 크면 이제 자기 방 필요할 건데 언제까지 거실에서 지낼 순 없잖아? 그렇지?”

왕!

“그래, 거기에 나중에 혜린이가 결혼하면 혼수는······ 아니지. 혜린이는 무조건 부잣집에 보내야 해. 아무렴. 어디 감히 우리 예쁜 혜린이를 나 같은 거지비렁뱅이에게 보낼 수는 없지. 이 고민은 없던 거로 하자.”

왕!

럭키와의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린이 초등학교 입학식 전에 무조건 벤츠 타고 간다.”

그 말고 함께 미다스가 눈앞에 있는 토굴 앞에 섰다.

그리고 그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던전의 결계가 느껴집니다.]

마치 물속에 손을 넣은 듯 묵직한 저항이 미다스의 팔을 휘감기 시작했다.

팔은 그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그때 미다스가 손에 낀 반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NPC사할린, 그녀가 만들어준 반지가 결계를 녹이기 시작했다.

[이름 잃은 신의 파편으로 만든 반지가 결계를 속입니다.]

[결계가 당신의 입장을 허락합니다.]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이윽고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자신 있게 말했다.

“예.”

10.

프로야구선수 시절 미다스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그거였다.

“야, 자신 있게 던져! 도망치지 말고 자신 있게 던지란 말이야! 야구는 심장이 큰 투수가 이기는 게임이야!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에 꽂아 넣어!”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라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자신 있게 던지겠습니다.”

물론 속내는 달랐다.

‘아니 씨발, 오늘 가뜩이나 어깨 안풀려서 구속이 130킬로미터도 안 나오는데 존에 넣으라고? 자신 있게?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건 구속이 150킬로미터가 넘는 새끼들이나 가능한 이야기지, 난 넣으면 처맞느다고!’

130짜리 공을 던지는 이가 가지는 건 자신이 아니라 자만이며 만용이란 것을.

실제로 그게 현실이었다.

자신 있게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은 공들이 머리 위를 지나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고, 자신 있게 던지라고 한 투수코치한테 한 소리 먹고 다음날 2군으로 떠내려갔고, 거기서조차 버티지 못한 채 결국 방출을 당했었다.

갓워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쥐뿔도 없었던 미다스에게 자신감 따위 역시 없었다.

자신에게는 자신감을 내세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좆도 없는 놈에게 자신감은 사치이지.’

지금 이 순간에도 미다스는 자신의 그러한 가치관이 틀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이유였다.

“럭키야! 시간만 끌어! 내가 단숨에 쓸어버릴 테니까.”

왕!

미다스가 비밀 제단에서 마주한 조종당하는 오크들을 상대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

현재 미다스의 레벨은 20레벨, 던전이 요구하는 최고 레벨을 달성한 상황이었다.

능력치는 그 이상이었다.

여러 타이틀 업적 그리고 아이템 덕분에 30레벨의 플레이어들조차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

여기에 강력한 스킬마저 넘쳐났다.

야구로 따지면 150짜리가 아니라, 160킬로미터짜리 직구를 가진 셈.

“파이어볼!”

미다스의 가치관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자신감을 가져야 할 때인 셈이었다.

퍼엉!

그러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몰아붙이는 미다스의 공세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다.

[냄새에 취한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이걸로 22마리째!”

무시무시할 정도로 빠르게 오크들을 처치했다.

‘이거 라이브 방송이었으면 여기서 후원금 터졌다.’

이제는 돈을 받고 보여줘도 될 법한 수준이었다.

‘뭐, 그건 개병신짓이지만.’

물론 미다스는 라이브 방송을 할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티끌만큼도 없었다.

솔직히 갓워즈에서 데미지 같은 건 재능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저 순수한 템빨과 스탯빨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니까.

그런 결과물을 만인에게 공개한다?

‘보물 고블린 놀이를 푼돈 받고 할 이유는 없지.’

돈이라면 사람도 죽이고도 남을 놈들에게 실시간으로 나 잡아주세요! 이벤트를 열어주는 셈.

동영상 판매도 마찬가지였다.

‘괜히 경쟁자를 늘릴 필요는 더 없고.’

이런 금싸라기 같은 정보를 팔아봤자 얻는 건 푼돈 그리고 아주 눈이 돌아가서 덤벼드는 10대 길드를 비롯한 경쟁자들뿐.

‘이대로 쭉쭉 가자고.’

반대로 조금만 참고 버티면 그 후에는 그야말로 꽃길이 펼쳐진 상황이었다.

“쭉쭉, 벤츠 뽑을 때까지는 달려야지.”

그 후의 꽃길을 생각하던 미다스가 기쁨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그렇지 럭키야?”

왕!

럭키가 그러한 미다스의 뒤를 기꺼이 따랐다.

“뭐라고? 빨리 보스 몬스터를 잡아서 레전더리 스킬 얻고 더 게임을 날로 먹자고?”

왕!

“그래, 네가 뭘 좀 아네.”

그 대화를 마친 미다스가 이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 드디어 들어왔다.

<부패하는 오크>

이 던전의 끝이자 레전더리 카드 보상까지 남은 마지막 장애물이.

“새끼, 넌 뒈졌다.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럭키를 몰고 가서 네놈 대가리부터 깔아뭉······.”

‘응?’

그 사실에 기세등등하던 미다스가 갑자기 내뱉던 자신감을 삼키고는 이내 두 눈을 깜빡였다.

그 후에 가면을 벗은 미다스가 다시 한 번 두 눈을 껌뻑인 후에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저 새끼 피통 실화냐?”

11.

미다스는 비밀 제단 입구를 발견했을 때 보스 몬스터가 부패하는 오크임을 알았다.

그 몬스터가 언데드 타입일 가능성 역시 그때 염두에 두었고, 그에 대한 다름의 각오도 했다.

‘언데드가 쉽지 않지.’

언데드 타입 몬스터는 HP가 많으니, 보스 전에서 긴 전투를 피할 수 없음을.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냐?’

그러나 미다스가 파악한 부패하는 오크의 HP는 그 각오 이상이었다.

‘오크의 30.3배.’

이제까지 미다스가 잡았던 오크를 기준으로 부패하는 오크를 잡기 위해 필요한 데미지를 정리한 미다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말뚝 박고 데미지 딜링만 해도 잡는데 최소 10분 이상 걸리잖아?’

이제까지 상대한 보스 몬스터인 챔피언 고블린이나 주술사 고블린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이 운빨좆망겜이 레전더리를 쉽게 입에 떠먹여줄 리가 없지.’

물론 보상이 레전더리 등급 퀘스트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어쨌거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무엇보다 이제 미다스에게 이 이상은 없었다.

레벨은 20레벨, 이 던전이 요구하는 한계 레벨을 달성했고 아이템 세팅 역시 동급으로는 충분히 최상위 수준이었다.

‘아즈모가 아니고서는 이 이상은 없어.’

아즈모, 그처럼 레전더리 등급 아이템으로 도배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비교할 필요가 없을 정도.

‘레전더리로 도배하는 놈이 여기 올 일도 없지만.’

더불어 그 정도 재력이 있었다면 장담컨대 이곳에 오는 일은 결단코 없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상황은 확실했다.

부딪쳐서 뚫던가 아니면 깨지든가.

결국 일단 부딪쳐야 한다는 의미.

과거의 미다스였다면 여기서 분명 한 번쯤 더 자신의 처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에게는 자신감이 부족했으니까.

달리 말하면 지금의 미다스는 달랐다.

“럭키야, 들어가자.”

왕!

미다스, 그와 럭키가 보스룸에 입장했다.

12.

[지독한 비린내에 현기증을 느낍니다.]

[모든 능력치가 10퍼센트 감소합니다.]

보스룸에 입장하는 순간 들려온 알림은 각오를 머금은 플레이어도 식겁할 만한 내용이었다.

“아이스 애로우!”

그러나 미다스는 그 알림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파이어볼!”

마저 파이어볼 캐스팅도 마친 미다스는 눈에 보이는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졌다.

‘방법은 히트 앤 런.’

적이 어떻든 간에 미다스의 전투 방식은 히트 앤 런이었다.

부패하는 오크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가 놈을 상대로 쓸 수 있는 전투방법은 놈의 공격을 피한 후 거리를 확보하고 마법 캐스팅한 후에 맞추는 것이 전부였다.

그 이상의 방법은 필요가 없었다.

‘집중력만 유지하면 돼.’

필요한 것은 그 방법을 오차 없이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의 집중력.

결국 시간 싸움이었다.

집중력이란 놈은 결국 초와 같아 시간이 흐를수록 녹아내리는 법이었으니까.

전투 시간을 1초라도 더 줄이는 게 핵심이라는 의미.

그게 미다스가 망설이지 않고 파이어볼을 날리며 개전을 선언한 이유였다.

“럭키야, 뛰어!”

그 의지를 럭키 역시 기꺼이 따랐다.

왕!

미다스의 외침에 럭키가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달려갔고,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활을 들었다.

시위는 이미 당겨져 있었다.

으어어!

남는 건 이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부패하는 오크를 향해 시위를 놓는 것뿐.

‘어?’

그러나 미다스는 그 순간 활시위를 놓지 못했다.

‘뭐, 뭐야?’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부패하는 오크를 당황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속내가 나왔다.

“왜 이렇게 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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