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30화 (30/485)

30화.  10화. 비밀 제단 (2).

4.

갓워즈에는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며, 플레이어들은 상황에 맞게 여러 조합을 갖추며 게임을 한다.

당연히 상황에 따라 각 직업들의 몸값은 달라진다.

개중에서 가장 변동이 심한 건 다름 아니라 딜러, 그것도 마법사 클래스들이었다.

일각에서는 마법사는 가상화폐와 같다고 할 정도.

일단 속성에 의해 몸값이 달라졌다.

속성이 맞지 않으면 그 순간 아주 쓰레기가 될 때도 있다는 의미.

반대로 몇 가지 조건이 더 붙을 경우 마법사 클래스의 몸값이 급상승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냥 대상인 몬스터를 스킬 콤보 한 번만으로 처치하는 경우, 속칭 원콤, 한콤이 되는 경우.

이때부터는 몸값을 운운하면서 같이 파티를 해달라고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돈을 드릴 테니, 파티 좀 해주세요!

그런 말이 나오지.

심지어 한 콤보만으로 몬스터를 사냥가능한 마법사들은 솔로 플레잉이 가능했다.

마법사들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지금 미다스가 하는 것이 바로 그 로망이었다.

이제까지 미다스가 한 번도 누려본 적 없고, 감히 꿈꿔볼 수도 없었던 로망.

“크으! 이맛이지!”

그 사실에 미다스는 제 스스로도 감격을 느낄 정도였다.

더군다나 그저 기분만 좋은 일도 아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솔로 플레잉의 가장 큰 장점은 몬스터의 경험치를 독점한다는 것.

그로 인한 레벨업 속도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상식을 벗어날 정도였다.

‘역시 근력과 체력이 버텨주니까 다르네.’

더욱이 미다스에게는 마법사 클래스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체력과 근력 스탯이 있었다.

언제 어느 순간 도망쳐도 시간을 벌 수 있다.

혹여 공격을 당하더라도 몇 대 정도는 거뜬히 버틸 수 있다.

‘역시 용기도 템에서 나오는 법이라니까.’

그 사실이 미다스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럭키야, 내가 160짜리 공만 던질 수 있었어도 메이저리그를 씹어 먹었을 거야.”

그리고 그러한 종류의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호우우!

그러한 주인의 말에 럭키는 하울링으로 동의를 표했다.

“짜식, 분위기 띄울 줄 아네.”

그 하울링을 배경음 삼은 채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치창에서 능력치를 배분했다.

그러면서 레벨을 확인했다.

‘16레벨, 달성.’

16레벨.

미다스가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이틀만에 이 정도 올린 건 기적이지.’

이틀 동안 오크들이 보일 때마다 족족 가차 없이 해치웠기에 이룩할 수 있는 결과물.

‘이제 슬슬 퍼지기 시작하겠군.’

그건 곧 이제 이곳, 비린내 나는 숲에서 미다스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이에나들을 움직이게 하는 냄새가.’

2.

비린내 나는 숲, 그러한 숲에는 크게 세 가지 지역이 있었다.

하나는 탐험가 길드가 만들어놓은 탐험가 라인.

다른 하나는 그런 탐험가 라인 밖의 세계.

나머지 하나는 그 둘 사이에 존재하는 사냥 외 지역으로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들의 쉼터와도 같은 곳이었다.

언제나 플레이어들이 북적거리고, 결원이 생긴 파티가 새로이 파티를 모집하는 곳.

“걔 알아?”

“걔가 뭔데?”

“걔.”

“아니, 그러니까 걔가 뭔데?”

비린내 나는 숲의 온갖 소문은 그 쉼터에 모이고는 했다.

“원콤맨 말이야.”

“원콤맨?”

“오크를 원콤보로 잡는 마법사.”

그러한 비린내 나는 숲에서 최근 가장 뜨거운 소문은 한 플레이어에 대한 것이었다.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오크를 다른 클래스도 아닌 마법사 클래스가 혼자, 그것도 단숨에 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일.

“템이 오지나보네.”

“직업이 대마도사라든데? 심지어 라이브 방송도 한데.”

“BJ대마도사였나? 작명센스가 아주 쓰레기네.”

“신수도 데리고 다닌다던데?”

더군다나 그 플레이어에 대한 소문은 하나하나가 남다르고, 특별하기 그지없었다.

“여하튼 금수저 새끼들 때문에 이 게임이 더 좆같다니까. 누군 부모 잘 만나서 게임 날로 먹고, 누군 부모 잘못 만나서 이렇게 개고생하고.”

“야, 너 말은 바로 해야지. 개인용 게이트 캡슐 사주는 부모 만나는 게 흔하냐? 너 아버지가 첫 차도 아우디로 사줬잖아?”

“내 친구 애들은 포르쉐 사주셨어! 아, 몰라. 여하튼 이 게임 운빨좆망겜이야!”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마음껏 씹고 뜯기에도 좋았다.

“여하튼 금수저 새끼들은 죽창을 꽂아 죽여야 해.”

이보다 더 좋은 가십거리는 없는 셈.

물론 모두가 그것을 그저 가십거리로만 씹는 건 아니었다.

“무기가 레전더리라는 소문이 있던데?”

“일단 챔피언 고블린 세트는 확실해.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을 쓰고 다닌다던데.”

“최소 유니크일 거야. 그게 아니면 상식적으로 그 레벨에 그런 플레이가 가능할 리가 없으니까.”

“잡으면 최소 유니크 나온다는 거네?”

“그래, 그렇지.”

갓워즈란 게임은 결코 가십으로만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으니까.

6.

그럴 때가 있다.

공이 손끝에서 떠나기도 전에 이 공이 완벽하게 타자의 얼을 빠뜨린 채 포수의 미트에 파고드리란 확신이 드는 때가.

‘오케이.’

40미터, 일반인들에게는 표적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나무기둥 따위 때문에 제대로 시야도 확보되지 않는 거리.

그 거리 너머에 있는 오크를 향해 파이어볼을 던지려는 순간 미다스가 느낀 느낌이 바로 그 느낌이었다.

때문에 미다스는 파이어볼을 던지는 순간 다음을 대비하지 않았다.

파이어볼이 빗맞는 순간 도망치거나 숨기 위한 행동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여유를 가진 채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퍼엉!

이윽고 파이어볼이 오크의 몸뚱이에 닿아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파이어볼러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던질 줄 아는 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그 뒤를 이어 알림이 들렸을 때 미다스는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꺼운 소식.

그러나 미다스는 그 소식에 움켜쥔 주먹을 머리 위로 드는 세레모니는 하지 않았다.

남았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진짜 기다리던 소식이.

[20레벨을 달성했습니다.]

[전쟁을 위한 용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줍니다.]

그 소식이 들리는 순간 그제야 미다스는 자신의 주먹을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20레벨 달성이다!”

왕!

미다스의 근처에 있던 럭키가 주인의 외침에 곧바로 꼬리를 흔들며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런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우리가 해냈다!”

왕!

“진짜 4일 만에 20레벨을 찍을 줄이야.”

왕!

“크으, 진짜 내가 5년 전에 게임을 이렇게 했으면 지금 10대 길드 새끼들도 전부 내 발밑에 두는 건데.”

왕!

“응? 뭐라고?”

왕!

“네가 생각해도 이 겜 쓰레기 게임이라고?”

미다스가 자신이 정신이 나갈 정도로 기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럭키와 웃기지도 않는 콩트를 지껄였다.

그 무렵이었다.

“자, 그럼 얼마나 쓰레기 게임인지 카드깡을 한 번······.”

20레벨에 주어지는 스킬 카드 보상을 받으려던 미다스가 그대로 행동을 멈추었다.

‘플레이어들.’

그런 미다스의 눈에 플레이어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물론 사냥터에서 플레이어들을 보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러나 8명의 플레이어들이 한 명씩 미다스를 포위한 채 접근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라고 보기 힘들 터.

‘하이에나들인가?’

미다스, 그가 가진 아이템을 노리고 온 자들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미다스는 4일 동안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고 죽창을 꽂아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오크를 학살했다.

그런 상황에서 미다스의 아이템을 탐내는 하이에나들이 달라붙는 건 당연지사.

더욱이 미다스는 지금 탐험가 라인 밖에 있었다.

‘올 줄 알았다.’

미다스 역시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

“럭키야, 내가 오늘 보여주마.”

당연히 이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두었다.

“진짜 승자가 무엇인지.”

7.

PK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경우, 분노 조절 수위가 낮은 갓워즈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경우였다.

다른 경우는 당연히 계획적인 경우였다.

두 경우는 분명 달랐다.

전자는 치고받는다.

그러나 후자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치고받기보다는 오히려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즉, PK를 하려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은밀하게 상대와 거리를 좁힐 필요가 있었다.

“후우.”

야히꼬, 26레벨의 창술사인 그가 나무 기둥을 등진 채 숨소리마저 나지막하게 내뱉는 이유였다.

그런 야히꼬가 슬쩍 나무기둥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무언가 보이는 건 없었다.

‘분명 저기 있었어.’

대신에 조금 전에 있었던 전투의 잔상이 야히꼬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BJ대마도사.’

요즘 비린내 나는 숲에서 가장 뜨거운 BJ대마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플레이어의 전투의 잔상이.

그 전투는 사실 굉장히 싱거운 전투였다.

그저 먼 거리에서 마법사가 마법을 두어 번 던지니 오크가 억! 하고 쓰러지는 광경에 손에 땀을 쥐는 이는 없을 터.

허나, 그 점이 야히꼬를 더 두근거리게 했다.

‘거의 한 방에 오크를 잡는 거 보면 무기가 보통 무기는 아니야.’

20레벨 이하 마법사 클래스가 그 정도 데미지를 만들어내는 건 유니크 등급 아이템으로도 이룩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떠올린 야히코가 이미 손에 쥐고 있는 창을 한 번 더 꽉 쥐었다.

그때였다.

크으!

어디선가 오크의 울음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야히꼬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리젠인가?’

PK를 할 때 가장 피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도처에 깔린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가라.’

야히꼬는 부디 저 오크가 딴 곳으로 사라지기를 소원했다.

크어!

그러나 그런 야히꼬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오크는 도리어 야히꼬를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뎠다.

크어!

더 나아가 자신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듯 거듭 울음을 소리를 내뱉었다.

‘젠장!’

그 사실에 야히꼬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나 더 추가했다.

저 오크의 어그로가 자신을 향했을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션을.

크어어!

그때 오크가 갑작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며 전력으로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나인가?’

야히꼬가 그 사실에 놀라는 순간 오크가 그대로 야히꼬를 지나쳐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오크의 등이 보였다.

그 광경에 야히꼬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멈추었다.

“휴우.”

그리고는 짧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런 야히꼬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군.’

8.

“크어어어!”

오크 한 마리 괴성을 내지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비린내 나는 숲에서는 너무나도 흔해서 관심조차 가지 않을 법한 광경이었다.

왕!

그러나 그 오크 뒤에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가 달려드는 건 흔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크어어어······ 어휴, 오크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네. 목 다 쉬겠다.”

그리고 오크가 질주와 괴성을 멈추고 갑자기 말을 하는 건 말문이 막힐 만큼 놀라운 광경이었다.

“폴리모프 해제.”

그 놀라운 광경 속에서 오크가 주문을 외우자, 오크의 피부가 재처럼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그 안에서 플레이어 한 명이 나왔다.

나무 가면을 쓰고 지팡이를 손에 쥔 플레이어, 미다스였다.

‘PK하려는 새끼들 심리는 다 똑같지.’

미다스, 그는 자신이 노리는 플레이어들을 발견하는 순간 폴리모프 마법으로 오크로 변신했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노리는 자들의 심리를 역으로 이용했다.

‘중요한 사냥감을 앞에 두고 몬스터에게 어그로를 끌리긴 싫은 법이니까.’

미다스가 자신 있게 선 밖에서 사냥을 할 수 있었던 대처법이었다.

“럭키야, 봤지? 진정한 승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이야.”

왕!

훌륭한 대처법이었다.

‘그보다 이제 여기도 뜰 때가 됐네.’

한편으로는 이제 비린내 나는 숲을 떠날 때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같은 방법에 세 번 이상 당해줄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뭐, 어차피 비밀 제단만 깨면 여긴 오라고 해도 안 온다.’

미다스 역시 굳이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자, 럭키야. 그럼 스킬 카드 보상만 확인하고 바로 비밀 제단으로 가자.”

그 말에 럭키가 대답했다.

호우우우!

“뭐라고? 레전더리가 나올 것 같다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말을 내뱉었다.

물론 우스갯소리였다.

[카드 보상을 받으시겠습니까?]

“예.”

분명 이 순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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