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9화 (29/485)
  • 29화.  10화. 비밀 제단 (1).

    1.

    레전더리, 갓워즈의 플레이어들에게서 꿈에서라도 보기를 소망하는 단어.

    레전더리의 가치는 그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로 얻기 힘들었다.

    ‘아, 너무 크다.’

    미다스가 자신에게 찾아온 이 엄청난 기회 앞에서 섣불리 웃음을 짓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거 난이도 장난 아닐 텐데.’

    당장 유니크 등급 카드가 보상으로 걸렸던 ‘미션 임파서블’ 퀘스트만 하더라도 그 난이도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미다스이기에 쉽게 끝냈을 뿐, 보통 플레이어라면 정말 10일 내내 오크는 잡을 각오를 해야 하는 수준.

    ‘몬스터를 잡는 것도 아니고 히든 던전을 찾는 거니까······ 재수 없으면 비린내 나는 숲을 전부 헤집어야 할지도 몰라.’

    하물며 던전 찾기와 몬스터 찾기는 달랐다.

    시작의 마을에서 챔피언 고블린을 잡는 것과 주술사 고블린의 비밀 아지트 던전을 찾는 것의 난이도 차이가 현격한 것과 같았다.

    아니, 그와 비교할 수 없었다.

    ‘젠장, 비린내 나는 숲의 크기는 시작의 마을하고 비교가 안 되는데······.’

    위가의 도시와 시작의 마을은 표현 그대로 도시와 마을 수준의 스케일 차이가 있었으니까.

    “아.”

    결국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미다스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끼잉······.

    그런 주인을 위로하려는 듯 럭키가 미다스의 다리에 머리를 비볐다.

    “럭키야.”

    미다스가 그런 럭키의 몸을 잡은 후에 그대로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너만 믿는다.”

    럭키의 보물 추적자 스킬이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어주기를, 간절한 소망이 남긴 눈빛으로 럭키를 바라봤다.

    럭키가 그런 주인의 간절함에 입을 벌리며 소리쳤다.

    왕!

    그 모습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보면 럭키도 레전더리였지.’

    행운의 상징과도 같은 럭키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미다스 역시 자신감을 품었다.

    “럭키야 뭐라고?”

    왕!

    “단번에 비밀 제단을 찾아주겠다고?”

    왕!

    “이 겜을 갓겜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왕!

    “그래, 럭키야 한 번 날로 먹어보자!”

    혼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을 만든 미다스가 그대로 제 가슴속에 럭키를 넣은 후에 그대로 NPC사할린의 집밖으로 나왔다.

    ‘일주일! 일주일 안에 찾는다!’

    그리고는 이내 각오 가득한 눈으로 비린내 나는 숲을 바라봤다.

    ‘응?’

    그러자 비린내 나는 숲, 그곳에서 황금빛 기둥 하나가 드높게 치솟은 게 보였다.

    ‘아.’

    그제야 미다스는 잊었던 것을 깨달았다.

    ‘퀘스트 받으면 퀘스트 장소도 보인다는 거 까먹었었네.’

    자신이 볼 수 있는 게 무엇이었는지.

    2.

    [비밀 제단(히든)]

    - 던전 등급 : 레전더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20레벨 이하 입장 가능

    -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신을 모시던 제단이다. 제단 안에서 매우 지독한 비린내가 나온다.

    - 던전 공략 보상 : 알 수 없음

    비밀 제단.

    그에 대한 정보를 정보창을 통해 바라보는 미다스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그 혼잣말을 내뱉는 미다스의 목소리에는 어이가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끼잉?

    럭키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주인이 그토록 바라던 것을 찾은 상황 아닌가?

    그런 럭키에게 미다스는 마치 설명을 하듯 푸념을 뱉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던전 입구라고?”

    그 푸념과 함께 손으로 던전 입구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 끝에는 사람이 과연 들어갈 수는 있을까? 하는 구멍이 보였다.

    “정도껏 해야지, 이걸 어떻게 발견하냐?”

    보통 플레이어들이라면 감히 히든 던전 입구라고 상상치도 못할 법한 구멍이었다.

    장담컨대 누군가 미다스와 같이 이 퀘스트를 공략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 던전을 찾는 건 쉽지 않을 터.

    ‘혼자 깨라고 만든 퀘스트가 아니야.’

    달리 말하면 이 퀘스트가 그저 한 개인의 깜냥으로 공략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는 의미였다.

    그게 지금 미다스가 푸념을 내뱉는 진짜 이유였다.

    !퀘스트 보상 : 부패하는 오크 처치 시 ‘비린내의 원흉’ 타이틀 지급

    !비린내의 원흉 타이틀 보상 : 룬(모든 능력치 +3퍼센트)

    !현재까지 발견자 0명

    불만을 토로하면서 던전 정보창 아래 있는 숨겨진 정보들을 바라보는 미다스의 눈빛이 날카로운 이유였다.

    ‘이 던전 최소 5인 파티 이상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어.’

    앞서 말했듯이 이 던전은 20레벨 이하 플레이어들 여러 명이 파티 플레이, 그것도 매우 수준 높은 플레이를 요구하는 던전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11레벨에 불과한 미다스가 어설픈 각오로 덤벼들 수 없는 던전.

    “럭키야.”

    그러한 던전 앞에서 미다스가 각오를 세웠다.

    왕!

    그 각오에 동조하듯 럭키가 짧고 굵게 소리쳤다.

    크르르!

    그리고는 던전을 향해 꼬리를 바짝 위로 세운 채 으르렁거림을 내뱉기 시작했다.

    주인님이 명령만 내리면 기꺼이 이 던전 안을 쓸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럭키야.”

    크르르!

    그러한 럭키의 모습에 미다스가 말했다.

    “딴 거 잡자.”

    크르르······ 왕?

    말과 함께 미다스가 비밀 제단 던전에서 등을 돌렸다.

    그 모습에 럭키가 자세를 풀고 미다스를 돌아봤다.

    그러한 눈에 비친 미다스의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당연했다.

    ‘굳이 어려운 던전에서 억지로 근성을 발휘할 필요는 없지.’

    분명 현재 미다스의 능력치를 고려했을 때 비밀 제단 던전을 공략을 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는 많은 노력과 수고가 필요한 게 사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다.

    분명 그건 보는 이들에게 박수는 물론 잘하면 돈도 받을 수 있을 만큼 멋지고,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아득바득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방송도, 영상도 안 되는데.’

    그러나 미다스 입장에서는 지금 이 퀘스트 과정을 꽁꽁 숨겨야 하는 게 현실.

    ‘입장 제한이 20레벨이면, 20레벨을 찍는 게 낫지. 뭐하러 고생을 자처해?’

    무엇보다 그건 미다스의 취향이 아니었다.

    ‘쥐뿔도 없는 주제에 아득바득 고생했던 건 과거로 충분해.’

    프로야구선수 시절 그리고 계정 정지를 당하기 전에 프로 플레이어로 지내오던 시절 동안 미다스는 이미 꾀와 노력을 쥐어짜내며 살아남았다.

    솔직히 미다스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 따위가 소위 정신 승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직구 구속이 130밖에 안 되는 놈이 온갖 꾀를 발휘해서 타자를 간신히 삼진으로 잡는 것과 160짜리 공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것, 사람들은 전자가 대단하다고 하면서도 결국 후자에 열광하는 법 아닌가?

    ‘어차피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반지를 가져야 하니까 빼앗길 걱정도 없고.’

    또한 이 던전을 당장 깨지 않는다고 빼앗길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아니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은 미다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냥 20레벨 찍고 던전을 쉽게 씹어먹으라고.

    결정적으로 미다스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 오크 사냥이 어려울 게 없단 말이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오크를 잡을 수 있을 자신이.

    “럭키야, 따라와.”

    왕?

    그러한 자신감을 가진 미다스가 럭키를 향해 말했다.

    “버스 타는 게 뭔지 가르쳐줄게.”

    3.

    허약한 오크들이 배회하는 비린내 나는 숲.

    “탱커 새끼들아 제대로 못 막아!”

    “딜러 놈들 뭐해! 제대로 맞추라고! 씨발 그것도 못하면서 무슨 딜러를 한다고!”

    “힐! 힐! 힐! 힐 달라고! 아, 진짜! 힐러 병신들아! 나 뒈지면 그 시간부로 넌 현실에서 뒈지는 거야!”

    크어어어!

    시작의 마을과는 전혀 다른 난이도를 가진 그곳은 언제나 악에 바친 소리들이 쉴 새 없이 흘러 다녔다.

    “어휴.”

    “에휴.”

    그렇게 악에 바친 소리가 난 곳에는 비린내 나는 숲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한숨이 피어올랐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미다스는 실소를 머금었다.

    ‘여긴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네.’

    그가 처음 비린내 나는 숲에 왔을 당시, 5년 전의 풍경도 지금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어려운 게임 앞에서 악을 쓰고 한숨을 내쉬었었다.

    ‘나도 저때 저랬지.’

    그리고 그 한숨을 담배 연기마냥 퍽퍽 내뱉는 이들 중에는 미다스도 있었다.

    당시에 나름 잘 맞추는 마법사인 덕분에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 사냥을 하긴 했지만, 그런 미다스에게도 이곳에서의 사냥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자기 실력보다 더 좋은 플레이어들과 파티를 하는 게 미다스에게는 부담이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다리가 찢어지도록 달려야 했으니까.

    ‘아득바득했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다스는 이를 꽉 물고 어떻게든 근성과 노력으로 오크를 잡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그렇게 게임을 했다.

    ‘돈 많은 새끼들도 아득바득 현질을 시작했고.’

    그러나 일부 플레이어들은 다른 방식으로 이 난관을 돌파하고는 했다.

    레어 등급 이상 아이템을 확보하고, 스킬 카드를 구매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써먹었다.

    효과는 아주 좋았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이나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은 쉽게 오크를 처치했으며, 더 나아가 그들은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더 쉽게 오크를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템 시세가 지랄나기 시작했지.’

    갓워즈의 아이템 시세가 상식을 초월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애들이 게임에 목숨 걸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고.’

    한편으로 그러한 사실이 미다스와 같이 게임으로 돈을 버는 프로 플레이어들의 탄생을 부추겼다.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이렇다 할 기술도 없는 놈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가상현실게임을 하면서 아이템 하나만 제대로 먹으면 회사원 한 달 월급을 벌 수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물론 다 과거의 이야기였다.

    지금 이곳에 있는 미다스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뭐, 지금은 다르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미다스는 그때 아득바득 게임을 했을 때와 처지가 전혀 달랐으니까.

    크르르!

    그때 미다스의 눈에 머리 위에 초록불이 켜진 오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아직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다는 증거.

    “아이스 애로우.”

    미다스가 그 오크를 바라보며 주문을 외웠다.

    그 주문에 미다스의 지팡이가 얼음 활로 바뀌었고, 미다스는 그 활을 왼손에 쥐었다.

    “파이어볼.”

    그 상태에서 오른 손바닥을 펼친 채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자신의 주력인 파이어볼, 아이스 애로우 그리고 파이어볼로 이어지는 콤보를 쓸 생각.

    크르르!

    주인의 전투 의지에 럭키 역시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게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가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왕?

    주인의 뒷걸음질에 럭키가 고개를 돌리는 사이, 미다스는 천천히 거리를 가늠했다.

    ‘······40미터.’

    그리고 이내 오크와의 거리가 40미터가 되는 순간 미다스는 뒷걸음질을 멈추었다.

    그런 미다스의 눈에 비친 오크의 크기는 무척 작았다.

    그만큼 먼 거리였다.

    감히 던져서 맞춘다, 라는 개념이 들지 않을 정도.

    그러나 미다스는 그 거리임에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흔들림 없이 파이어볼을 던졌다.

    그렇게 파이어볼이 손끝을 떠나는 순간, 이제 막 장애물 가득한 숲을 가로지르려는 순간 미다스는 확신했다.

    ‘오케이, 이거 맞는다.’

    이 파이어볼이 오크의 머리통에 제대로 명중하리란 확신.

    그 확신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퍼엉!

    크어!

    파이어볼이 터지고, 오크가 비명을 토해냈다.

    크아아아!

    그 공격에 당한 오크가 그대로 미다스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오크를 마주한 미다스는 어느새 활시위를 잡아당긴 채 오크를 조준하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미다스는 서두르지 않고 확실하게 조준한 후에 활시위를 당겼다.

    푹!

    그렇게 오크의 몸뚱이에 세 발의 얼음 화살을 꽂았다.

    왕!

    럭키가 움직인 건 그 무렵이었다.

    럭키가 달려오는 오크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20미터.’

    그건 오크와 미다스, 둘 사이의 거리가 20미터 이내가 됐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다시 한 번 파이어볼을 시전했다.

    이내 미다스의 손바닥 위에 불덩이가 만들어졌을 때 오크와의 거리는 10미터 남짓한 거리가 되어 있었다.

    저번에 플레이어를 구해줄 때와 비슷한 광경.

    그때처럼 이번에도 미다스는 등을 보이며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 않은 듯 달려오는 오크를 정면으로 바라본 채 파이어볼을 던졌다.

    퍼엉!

    그대로 불덩이가 오크와 부딪치며 폭발했다.

    털썩!

    그 폭발과 함께 달리던 오크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왕?

    오크를 물어뜯으려던 럭키가 그 사실에 놀란 듯 달리던 것을 멈추고는 미다스를 바라봤다.

    그런 미다스의 귓속에 알림이 들렸다.

    [오크를 사냥했습니다.]

    그 알림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크으, 역시 템빨갓겜이다.’

    그가 그 무수히 많은 유니크 스킬 중 망설임 없이 롱토스를 고른 이유를 말해주는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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