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6화 (26/485)

26화.  9화. 미션 임파서블 (1).

1.

“신이 이름을 잃어버린다는 것.”

NPC융과의 대화는 무척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건 신이 신좌에서 내려왔다는 것, 더 이상 신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됐음을 의미하지.”

그 분위기 속에서 NPC융은 대답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신을 신좌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을까? 조촐하기 그지없는 신의 신도들이?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지. 신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신뿐. 그래, 그렇다네. 자네 생각이 맞네. 이름 잃은 신, 그것은 신들의 전쟁에서 패한 자들을 말함일세.”

굳이 미다스가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NPC융은 알아서 대화를 이끌어갔다.

‘이거 편하네.’

그 사실에 미다스는 살짝 긴장을 풀었다.

NPC 중에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퀘스트가 진행되며, 개중에는 정답을 말하지 않으면 퀘스트 진행을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NPC들 때문에 엿 좀 몇 번 먹어본 미다스 입장에서는 NPC융의 행동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게 이유였다.

“그럼 패배자들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NPC융이 질문을 던졌을 때 미다스가 대답 없이 멀뚱히 그를 쳐다만 본 건.

그렇게 둘 사이의 침묵이 길어지고, 길어진 침묵이 짙어졌다.

헥헥, 헥헥!

럭키의 숨소리만이 들릴 정도로.

그 침묵 속에서 미다스는 NPC융을 멀뚱히 바라보던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뭐야? 왜 말을 안 해? 버그야?’

그 후에도 좀 더 시간이 흘렀고, 그럼에도 NPC융은 말을 이어가지 않은 채 미다스를 바라만 봤다.

좀 더 침묵이 이어졌다.

“대답해보게, 패배자들이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결국 NPC융이 재차 질문을 던졌다.

‘아, 대답해야하는구나.’

그제야 미다스가 상황을 파악하고는 질문을 고민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갓워즈란 세상에서 패배자가 남기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으니까.

“전리품이겠죠.”

‘템드롭이지.’

승자를 위한 달콤한 보상!

그 질문에 NPC융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패자가 남길 것은 유산뿐이지.”

그 말과 함께 NPC융이 양팔을 좌우로 크게 펼치며, 주변을 가득 채운 무기들을 온몸으로 가리켰다.

이곳을 가득 채운 무기들이 자신의 전리품임을 몸으로 말했다.

그제야 이곳을 가득 채운 무기의 의미를 알게 된 미다스가 짧게 혀를 찼다.

‘그동안 이 무기 얻으려고 퀘스트 찾으려던 놈들은 헛물만 켰네.’

게임 서비스 초반 플레이어들은 NPC융이 필시 이 방 안의 무기 아이템을 주는 퀘스트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럴싸한 가설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졸업을 하는 무대에 굳이 이런 실내 디자인을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때문에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시도와 도전을 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이 무기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자네의 질문에 답할 차례로군. 이름 잃은 신이 남긴 흔적이 무엇이냐 물었지?”

그렇게 미다스가 짧게 옛날 일을 회상하는 사이 NPC융이 질문을 던졌다.

“예.”

“대답이 필요한가?”

그 물음에 미다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름 잃은 신이라면 신들의 전쟁에서 패배한 자들.

그러한 자들이 흔적을 남겼다?

그건 곧 그들의 유산을 말함일 터.

흔적을 찾는다는 건 그 유산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벌써 전설의 냄새가 풍기네.’

그것도 일반적인 수준의 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의 것일 것이 분명했다.

때문에 지금 필요한 질문은 하나였다.

“그 흔적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그 질문에 드디어 NPC융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었다.

“나는 찾지 못했으나, 자네는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그 말과 함께 NPC융이 자신의 손에 끼고 있던 적옥으로 만든 반지 하나를 미다스에게 건네줬다.

“그 반지를 보여주면 흔적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 걸세.”

[융의 반지를 습득했습니다.]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를 받으셨습니다.]

그 후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지를 알아보는 자]

- 퀘스트 랭크 : Main scenario

- 퀘스트 레벨 : 1레벨 이상

- 퀘스트 내용 : 위가의 도시에서 반지의 정체를 알아보는 자를 찾아라.

- 퀘스트 보상 : 알 수 없음

지독히도 불친절한 퀘스트.

그러나 미다스는 그 불친절함에 굳이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위가의 도시에서 NPC사할린을 찾아가면 ‘미션 임파서블’ 퀘스트 진행 가능.

‘오케이.’

퀘스트 아래에 이미 해답이 명명백백하게 나왔으니까.

때문에 미다스는 반지를 받는 순간 놀라지 않은 채 담담한 기색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 마을을 졸업하고 싶습니다.”

그 말에 NPC융은 웃으며 말했다.

“이미 자네는 많은 고블린을 잡았군. 이곳을 떠나기에 충분히 강해졌어. 당장 원한다면 마을 밖으로 보내주겠네. 그리하겠는가?”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시겠습니까? 시작의 마을은 한 번 졸업하시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습니다.]

동시에 들린 알림에 미다스는 대답했다.

“예.”

왕!

그 순간 미다스와 럭키, 그들의 발밑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위가의 도시로 이동합니다.]

[워프 마법이 발동합니다. 멀미에 조심하세요.]

미다스, 그가 시작의 마을을 졸업했다.

2.

NPC융을 통해 시작의 마을을 졸업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두 가지 특별한 경험을 한다.

첫 번째는 워프 마법이다.

마치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질주하는 로켓을 탄 것처럼 세상을 가로지른 후에 위가의 도시 한 곳에 무작위로 꽂히는 그 느낌은 현실에서 감히 느낄 수 없는 쾌락이었다.

두 번째로 놀라는 것은 위가의 도시가 만들어내는 놀라움이었다.

시작의 마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곳 그 거대한 도시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었다.

“좋은 물건이 들어왔다고!”

“원하시는 노래가 있으시나요?”

“저리 꺼져! 불은 위험하다고!”

노움 상인이 호객 행위를 하고, 엘프 음유시인이 노래를 불러주고, 드워프 장인이 대장간을 기웃거리는 플레이어들에 일갈을 내지르는 광경.

끼루루루!

끼에에엑!

그리고 어느 NPC의 신수로 보이는 그리폰과 와이번이 저택의 지붕에 마련된 둥지에서 저마다의 울음 소리를 내는 광경은 이곳이 정말 인류가 꿈꾸던 판타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러한 광경에 플레이어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은 똑같았다.

“우와아아!”

심장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토해내는 것.

위가의 도시 곳곳에서 플레이어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한 광경에 이미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한 플레이어들은 한 마디씩 말을 던졌다.

“이 게임 처음인 모양이네.”

“좋을 때다.”

“그렇지, 저때가 제일 갓워즈가 재미있을 때지.”

그러한 그들의 입에는 ‘그때가 좋았지’ 같은 의미의 실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광경에 그 이상의 의미를 두는 이들은 없었다.

“우와아아!”

지금 막 하늘에서 떨어진 플레이어가 감탄사를 내뱉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는 이 역시 없었다.

그러니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융의 반지]

- 등급 : 유니크

- 착용 가능 레벨 : 1레벨 이상

- 시작의 마을 촌장인 융이 끼고 있던 반지이다.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다.

- 모든 능력치 +15

- 공격력 +3

- 모든 방어력 +10

-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20퍼센트

- 습득 시 귀속 (거래 불가)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숨겨진 세트 옵션 발동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모든 능력치 +22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공격력 +2

!사할린의 반지 장착 시 체력 및 마력 회복 속도 +10퍼센트

“우와아아!”

그 감탄사를 토해내는 플레이어의 시선이 위가의 도시가 아니라 자신의 손가락을 향하고 있음을.

‘이 옵션 실화냐?’

미다스, 그가 손에 든 융의 반지 옵션은 그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아니, 이 정도면 레전더리 급이잖아? 거기에다가 세트 옵션까지?’

융의 반지 자체의 옵션도 놀라웠지만, 사할린의 반지 추가 착용 시 발동되는 숨겨진 옵션은 미다스가 보기에 레전더리 급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였다.

‘젠장, 거래 불가만 아니었어도 팔면 형이랑 혜린이 데리고 제주도 여행 가는 건데······ 그래, 이 정도 아이템 주는 게 어디야?’

거래 불가라는 사실조차도 마땅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그보다 퀘스트 보상 수준 장난 아니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퀘스트를 진행한 보상 대가라는 점이었다.

보통 유니크 등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은 보스 몬스터 사냥이란 아주 힘든 과정을 치러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가당치도 않은 수준.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루트가 대중화되면 아이템 시세 볼만 하겠네.’

더군다나 이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는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지, 모든 플레이어가 받을 수 있다.

즉, 퀘스트만 공략할 수 있다면 모두가 이 정도 급의 아이템을 확보 가능하다는 의미.

지금 존재하는 아이템 시세를 요동치게 만들 터.

‘······나만 빨아야지.’

물론 미다스 입장에서 좋을 것 하나 없는 이야기였다.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은 미다스가 스윽, 반지를 낀 자신의 손을 내려놓았다.

끼잉······.

그런 미다스의 품속에서 럭키의 숨죽이는 소리가 났다.

“럭키야, 조금만 참아.”

미다스가 그런 럭키를 짧게 달랬다.

그러면서도 걱정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순 없지.’

지금이야 품에 숨길 크기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몸집이 미다스보다 커질 것이다.

‘똘똘이 같은 경우는 지금 크기가 집채만 하잖아.’

라포, 그의 신수인 똘똘이의 경우에는 이미 그 크기가 몬스터 수준이었다.

럭키 역시 필시 그 정도 크기가 될 터.

‘괜히 숨기려고 하면 의심 받는다. 차라리 이렇게 된 게 대놓고 다니는 게 나아.’

더욱이 갓워즈에서 신수를 데리고 다니는 게 희귀한 케이스일지언정 이상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도리어 신수를 가슴 속에 숨긴 채로 돌아다니는 게 훨씬 의심을 받기 쉬울 터.

‘변장을 하는 수밖에.’

결국 답은 변장이었다.

본래의 정체가 아닌 가짜 정체를 드러내는 것.

어려울 건 없었다.

‘폴리모프를 쓰면 문제없지.’

미다스에게는 자신이 사냥한 대상으로 일정 시간 동안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으니까.

더불어 그 폴리모프 대상에는 플레이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 미다스가 고려할 건 그게 아니었다.

끼잉······.

“그래, 금방 찾을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건 NPC사할린을 찾아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

그것을 위해 미다스가 고개를 들어 거대하기 그지없는 위가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NPC로 가득 찬 세상을 바라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아득함을 느꼈을 광경.

그러나 미다스는 달랐다.

‘못할 건 없지.’

그에게는 있었으니까.

‘구글신이 검색하면 금방 발견할 수 있지.’

모든 걸 알고 있는 구글이.

3.

“형, 안 들어가세요?”

이혁주의 물음에 정현우는 대답 대신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의 손에 쥔 스마트폰을 엄지로 조작했다.

“형, 세팅 다 끝났어요.”

“잠깐만.”

재차 질문이 나온 다음에야 정현우는 대답을 했다.

그러나 표정은 풀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아니, 왜 검색해도 안 나오는 거지? 다른 건 몰라도 NPC위치 정도는 다 밝혀졌을 텐데?’

정현우, 그는 퀘스트 내용을 보는 순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할 게 없었다.

무작위로 NPC를 만나는 게 아니라 NPC사할린이란 특정 NPC를 만나면 될 뿐이었으니까.

정현우의 말처럼 이미 위가의 도시에 있는 NPC의 존재 자체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밝혀질 만큼 밝혀진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나 구글에 검색했음에도 위가의 도시에 NPC사할린이 있다는 정보는 티끌도 검색되지 않고 있었다.

그건 곧 정현우가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는 의미.

‘젠장.’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정현우가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NPC사할린이 만약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 시작과 함께 등장한 NPC라면······.’

위가의 마을에 새로운 NPC가 추가됐다면 필시 그 사실은 언제가 밝혀질 것이다.

단서가 잡히는 셈.

그리고 그 단서를 가장 먼저 잡는 게 누구인지는 뻔했다.

‘언젠가는 탐험가 길드가 눈치 깐다.’

그게 정현우가 우려하는 바였다.

물론 그에 대한 답은 하나였다.

‘그전에 빨리 끝내는 수밖에 없어.’

뭔가 일이 터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

그 답에 이른 정현우가 스마트폰을 종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혁주야, 나 들어간다.”

“예!”

말하는 정현우의 눈빛에 초조함은 없었다.

‘이게 어떻게 온 기회인데, 이거마저 탐험가 길드 같은 고이다 못해 석유가 된 새끼들한테 빼앗길 순 없다.’

대신 지독한 독기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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