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3화 (23/485)
  • 23화.  8화. 너의 목소리가 보여 (1).

    1.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경우.

    지금 미다스의 경우가 그랬다.

    ‘황금 카드?’

    럭키를 위한 100장의 스킬 카드, 그중에서 찬란한 황금이 번쩍이는 순간 미다스의 손은 이미 그 황금빛 카드를 쥐고 있었다.

    [카드를 선택했습니다.]

    ‘아!’

    미다스가 정신을 차린 건 이미 카드 선택이 끝난 다음이었다.

    그 순간 미다스가 놀란 눈으로 자신이 손에 쥔 카드를, 럭키의 새로운 스킬을 보았다.

    [보물 탐색자]

    - 스킬 등급 : 레전더리

    - 스킬 효과 : 신수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 희귀한 보물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보물을 발견할 경우 신수의 반응이 달라진다.

    ‘보물 탐색자?’

    미다스, 그는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신수에게 보물을 발견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하지만 그 스킬 효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대개 갓워즈에서 보물이라고 하면 레어 등급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했으니까.

    ‘설마?’

    무엇보다 이것을 보는 순간 미다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사례가 떠올랐다.

    ‘똘똘이, 놈도?’

    갓워즈에서 가장 운이 좋은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불사자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라포.

    그 별명처럼 그는 운이 좋았다.

    당장 그의 개인 방송 채널에 있는 영상들은 제목부터가 남달랐다.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히든 던전 발견!>, <아니, 숨만 쉬려고 했는데 여기에 유니크 재료 아이템이?>, <하루에 히든 던전 2개 발견이라고? 이거 실화냐?> 같은 제목들.

    보통 플레이어라면 한 번 경험하기 힘든 행운이 그에게는 오히려 일상과 같았다.

    마치 보물 냄새를 맡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똘똘이의 신좌도 펜리르. 만약 그 똘똘이도 보물 탐색자 스킬을 얻었다면?’

    그런데 그게 정말 순수한 운이 아니라 능력에서 나오는 운이었다면?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당연히 숨기지.’

    그리고 그것을 숨기는 것 역시 당연했다.

    나는 스킬 때문에 숨겨진 던전이나, 보물로 분류되는 아이템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보단 어? 이게 여기서 나오네? 하는 게 훨씬 인기가 좋은 법 아닌가?

    ‘대박이다.’

    달리 말하면 미다스에게 라포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운을 향유할 기회가 온 셈이었다.

    하물며 미다스에게는 정보를 보는 눈이 있었다.

    럭키가 무언가를 파악하고, 그 낌새를 파악할 줄만 알면 미다스는 누구보다 빨리 그 위치를 찾을 수 있을 터.

    ‘핵심은 반응이다.’

    즉, 미다스는 럭키가 보여주는 신호를 캐치만 하면 됐다.

    ‘럭키가 보물을 발견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해.’

    당장 스킬에도 표시되어 있었다.

    보물을 발견하면 반응을 보인다고.

    달리 말하면 그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보물을 그냥 뜬 눈으로 날리는 셈.

    ‘럭키가 말이라도 해주면 베스트이지만······ 그럼 그걸 방송하는 게 돈이 더 벌리겠지.’

    가장 좋은 건 럭키가 말을 하는 거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당연히 제로였다.

    그리고 딱히 이 부분에 대해서 미다스는 고민하지 않았다.

    ‘라포 개인 라이브 영상을 분석해보자. 분명 거기에 단서가 있을 거야.’

    누구보다 검증된 자가 실시간으로 그 과정을 보여줄 텐데, 무슨 고민이 있을까?

    미다스가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헥헥!

    그러한 미다스의 손길에 럭키가 입을 벌린 채 애교를 부리듯 오히려 미다스의 손길에 제 머리를 비볐다.

    왕!

    그 후에는 마치 놀자는 듯이 미다스 앞에서 총총걸음을 내디디며 울음을 냈다.

    왕왕!

    누가 봐도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애교가 넘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미다스는 로그아웃을 준비했다.

    ‘일단 분석부터 해보자.’

    좋은 스킬에는 그만한 연구가 필요한 법.

    귀찮다는 이유로 일거리를 내일로 미루는 탓에 기회를 놓치기보다는 철저한 연구를 위해 미다스가 잠시 게임을 쉴 준비를 했다.

    왕!

    그런 미다스의 앞에서 럭키가 마치 가지 말라는 듯이 울음을 토했다.

    그 울음에 미다스가 럭키를 달래듯 말했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금방 돌아올게.”

    그때였다.

    킁킁!

    미다스의 말에 럭키가 땅을 몇 번 킁킁거린 후에 미다스를 향해 크게 외쳤다.

    왕!

    그 행동을 확인하지 못한 미다스는 재차 달래듯 말했다.

    “그래, 럭키야. 조금만 기다려. 영상만 확인하고, 금방 올게.”

    왕왕!

    그런 미다스에게 럭키가 재차 외쳤고, 미다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그아웃을 멈추고 럭키를 바라봤다.

    ‘응?’

    그 순간 미다스의 눈에 새로운 게 보이기 시작했다.

    왕왕!

    <주인, 주인! 저기 달콤한 냄새가 난다!>

    럭키, 그의 머리 위에 글자가 보였다.

    2.

    채굴꾼.

    갓워즈에서 지독한 노가다를 요구하는 재료 아이템을 수집하는 자들을 통칭하는 단어다.

    이러한 채굴꾼들의 주요 채굴 대상은 다름 아니라 포션 재료였다.

    지정된 지역 내에서 다른 플레이어의 보호 아래에 무작위로 등장하는 허브 따위들을 모으는 것이 그들의 주 업무였다.

    어려울 건 없었다.

    비유를 하자면 산에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것과 비슷했다.

    그저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샅샅이 헤집으면 될 뿐, 이렇다 할 기술력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정신이 아득해질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채굴꾼 역할이 돈이 되는 건 그만큼 수요가 많은 덕분이었다.

    체력, 마력 회복 포션에 대한 수요는 콜라만큼 수요가 끊이질 않았으며 능력치를 올려주는 포션의 경우에는 아예 필요한 물량을 주문해야 할 지경이었다.

    수요가 너무 탄탄하니 값이 떨어질 리 만무.

    당연히 희귀 재료 아이템으로 만든 희귀 포션의 값은 훨씬 더 비쌌다.

    [송곳 버섯]

    - 재료 등급 : 레어

    - 재료 효과 : 달콤한 맛을 내는 송곳 모양의 버섯이다.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근력이 오른다.

    지금 미다스가 손에 쥔 송곳 모양의 버섯이 그러했다.

    ‘이거로 포션 만들면 개당 만 원은 받을 수 있는데.’

    개당 만 원.

    적어도 길을 가다 바닥에서 주울 수 있는 액수의 돈은 아니었다.

    ‘이거 실물로 본 건 처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만큼 얻기 힘들었다.

    이런 희귀 재료 아이템을 찾으려면 땅에 눈을 박고 다녀야 하는데,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 그리고 플레이어란 위협과 맞서 싸우는 이들 중에 그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게 앞서 말했듯이 채굴꾼이 돈벌이가 되는 이유였다.

    왕!

    미다스가 ‘저 잘했죠? 그러니까 쓰다듬어 주세요!’ 라고 외치는 럭키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했다.

    ‘맙소사.’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슨 의미인지 미다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이거 청심환 좀 먹고 다시 접속할까?’

    너무 놀라서 심장이 걱정될 지경.

    킁킁!

    그렇게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럭키가 다시 한 번 땅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한 곳을 바라본 후에 다시 고개를 돌려 미다스를 보며 말했다.

    왕왕!

    <주인님, 저기서 신비한 냄새가 나요!>

    그 말에 미다스가 럭키가 바라보았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주변 나무와 비교해서 특별할 것 없는 나무, 그 나무뿌리 아래로 사람 하나가 간신히 들어갈 법한 공간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공간 위에 글자도 보였다.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히든)]

    그제야 미다스는 다시 떠올렸다.

    라포, 그의 개인 영상에는 히든 던전 발견 영상도 잔뜩 존재했다는 사실을.

    3.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히든)]

    - 던전 등급 : 유니크

    - 던전 입장 가능 레벨 : 12레벨 이하 입장 가능

    - 고블린 주술사가 실험을 위해 만든 비밀의 아지트이다.

    !퀘스트 보상 : 고블린 주술사 처치 시 고블린 주술사 퇴치사 타이틀 지급

    !고블린 주술사 퇴치사 타이틀 보상 : 룬(지력+5) 지급

    !현재까지 발견자 0명

    히든 던전.

    말 그대로 게임 속에 숨겨진 던전으로, 보스 몬스터와 비슷한 개념의 던전이었다.

    한 번 공략을 하면 사라지며,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임의의 공간에서 재생성되는 식.

    보스 몬스터와의 차이점은 하나였다.

    ‘보스 몹보다 보기 힘든 히든 던전을 이렇게 발견할 줄이야.’

    매우 보기 힘들다는 것.

    킬리만자로의 하이에나마냥 먹잇감을 찾아다니며 싸돌아다니는 보스 몬스터와 어떻게든 플레이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꼭꼭 숨은 히든 던전, 둘 중 무엇이 더 발견하지 힘든 지는 뻔한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시작의 마을에 히든 던전이 있었다고?’

    무엇보다 히든 던전의 존재 유무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했다.

    실제로 히든 던전을 최초로 발견한 이들은 그 사실을 일단은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숨긴 채 그 사실을 주변 이들하고만 공유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였으니까.

    당장 미다스 역시 초보자 마을에 히든 던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었다.

    실제로 지금 미다스의 눈에 보이는 던전 관련 비밀 정보 중에는 최초 발견자는 0명이라는 것이 명시되어 있었다.

    왕왕!

    그게 미다스가 럭키의 칭찬해달라는 외침 앞에서 쉽사리 표정을 풀지 못하는 이유였다.

    ‘최초의 던전 발견자.’

    이 던전의 최초 발견자가 되는 순간 어떤 타이틀이 달성되는지, 그 타이틀 보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모든 능력치 10포인트 올려주는 룬 보상.’

    그 보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거 팔면······.’

    더욱이 놀라운 건 이 정보를 다른 이에게 팔아치울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당장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탐험가 길드에만 팔아도 앞으로 한 달, 그 이상의 생활비는 아주 무리가 없을 만큼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밖에 나가서 이혁주에게 손가락 한 개를 펴고 선금으로 1백만 원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카를 위한 큼지막한 곰인형도 기꺼이 살 수 있을 터.

    ‘이거 팔면 최소 한두 달은 더 편하게, 돈 걱정 없이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어.’

    미다스, 그가 그토록 바라던 목돈을 손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온 셈.

    이제까지의 미다스의 성격과 행보를 보면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에도 미다스는 고민했다.

    ‘아.’

    눈앞의 던전, 몸 하나나 들어갈 만한 자그마한 토굴, 보통 경우라면 들어가라고 해도 가지 않을 공간을 말없이 바라봤다.

    “럭키야.”

    그때 미다스가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왕!

    럭키가 그 손길에 울음을 터뜨리며 밝은 미소를 흘렸다.

    그러한 럭키를 향해 미다스가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이것도 돈 받고 팔거면 게이머를 하지 말아야지.”

    대답하는 미다스의 눈에는 각오가 어려 있었다.

    ‘이 던전, 내가 깨자.’

    자신에게 온 기회를 먹어치우겠다는 각오가.

    4.

    “이제부터 시작의 마을에 존재하는 히든 던전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에 입장하겠습니다.”

    미다스, 그가 마치 방송을 하듯 내뱉었다.

    물론 진짜 라이브 방송은 아니었다.

    바보도 아니고, 이런 금싸라기 같은 정보를 시청자도 얼마 없는 주제에 라이브로 방송할 리 만무.

    ‘영상은 이 정도면 되겠고.’

    튜토리얼 마스터 타이틀 때와 마찬가지로 훗날 이 정보를 팔아치우기 위한 증거 자료 영상이었다.

    왕!

    그런 미다스의 의중을 알 리 없는 럭키는 그저 신이 난 듯 미다스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 들어가자.”

    이윽고 미다스가 던전 입구 안으로, 간신히 몸 하나 들어갈 법한 어둠 가득한 공간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곧바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거대하면서도 잘 다듬어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블린 주술사의 비밀 아지트에 입장했습니다.]

    곧바로 알림도 들렸다.

    [주술사 고블린의 비밀 아지트 최초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히든 던전 발견자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던전 탐험가 타이틀을 달성했습니다.]

    거듭해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5년 전, 이 게임이 처음 시작된 때, 그때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이제는 별이 된 자들만이 누리던 그 소식에 미다스는 어느 때보다 짙은 희열을 느꼈다.

    ‘진정해. 기껏해야 시작일 뿐이야.’

    물론 미다스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긴 던전이다.’

    무엇보다 그가 있는 곳은 던전.

    솔직히 말해서 미다스는 던전 공략 경험은 많지 않았다.

    거기에 그 경험 대부분은 파티 플레이에 의한 것이었다. 탱커의 탄탄한 보호를 앞에 두고, 힐러의 든든한 지원을 뒤에 둔 채 이루어진 것들.

    ‘던전 솔플은 처음이다.’

    지금처럼 자그마한 늑대 한 마리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는 경험은 하나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뭐, 스탯이 깡패라서 문제는 없겠지만.’

    유불리를 논하기에 미다스의 능력치는 고블린들에게 있어 악몽, 그 이상이었으니까.

    끼이?

    그런 미다스 눈에 고블린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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