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대마도사-22화 (22/485)
  • 22화.  7화. 양민 학살자 (3).

    7.

    시작의 마을에서 자기보다 약한 플레이어를 학살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놈들치고 제대로 된 놈은 없다.

    당연하지만 그런 놈들에게 욕지거리나 악에 받친 협박 따위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부류들도 움찔하게 만드는 게 있었다.

    하나는 당연히 탐험가 길드였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

    ‘탐험가 길드 그리고 라이브 방송.’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니라 라이브 방송이었다.

    ‘나쁜 짓 하는 걸 실시간으로 찍히는 걸 좋아하는 변태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니까.’

    나쁜 짓을 하는 걸 좋아하는 것과 그 나쁜 짓이 실시간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것을 좋아하는 건 별개의 일인 법.

    ‘네놈들이 그런 변태였으면 아주 제대로 이름을 떨쳤겠지. 예전에 양민도살자 길드 애들처럼 말이야.’

    미다스가 보기에 사일러 일행은 그런 변태 부류는 아니었다.

    물론 진짜 방송을 하는 건 아니었다.

    대마도사 그리고 신수, 이 두 가지를 가졌다는 걸 들키는 것만으로도 이미 미다스는 어느 배알이 꼬인 이에게 공격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정도.

    하물며 그 사실을 자랑하듯 방송을 한다?

    나 여기 있으니, 죽이러 와주세요! 라고 광고하는 꼴.

    여기까지 연기일 뿐.

    그리고 그 연기를 사일러가 파악할 가능성은 없었다.

    ‘시발, 방송쟁이 새끼다!’

    미다스의 예상처럼 그의 말을 들은 사일러는 그대로 멈칫했다.

    자신의 얼굴에 달라붙은 채 타오르는 천쪼가리를 치운 후에도 손으로 얼굴을 숨겼다.

    얼굴이 찍혀도 초상권 보호 때문에 들킬 일은 없지만, 지금 그런 부분까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다급하다는 증거였다.

    ‘근데 내 네임은 어떻게?’

    오히려 이 순간 사일러의 머릿속은 미다스의 입에서 자신의 캐릭터네임이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얼굴 표정을 본 미다스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 본캐랑 이름이 같은 모양이네.’

    그 역시 미다스의 노림수였다.

    갓워즈에서 캐릭터 네임은 길드에 가입하거나 파티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본인이 제 입으로 말하지만 않으면 들킬 일이 없다.

    ‘뭐, 다들 그렇게 하지. 딱히 문제될 건 없으니까.’

    그런 이유로 부캐릭터들도 본캐릭터와 똑같은 이름을 짓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지금 그 이름이 들켰다?

    어떻게 들켰을까? 같은 고민은 안 든다.

    ‘들키지만 않으면 말이야.’

    고민은 오직 하나, 자칫 잘못했다가는 본캐릭터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뿐.

    게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프로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그 사실이 주는 압박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당연히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터.

    물론 그 고민 끝에 무슨 답이 나오든 그건 미다스에게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사냥감이 알아서 시간을 낭비해주고 있다는 것.

    “야, 도와달라고! 개새끼 좆나 쎄!”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럭키는 자신의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해낸다는 것.

    “사일러!”

    그때 럭키에게 거듭 다리를 물어뜯긴 탓에 이제는 제대로 서있지 못하게 된 로우가 사일러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야, 닥쳐!”

    사일러가 기겁하며 소리를 내질렀고, 그 순간을 기다렸던 미다스가 손에 든 짱돌을 그대로 사일러에게 던졌다.

    얼굴을 손으로 감싸면서 시야가 가려진 상황 그리고 딴 곳에 정신이 팔린 상황에 빠진 사일러에게 그 공격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뻐억!

    짱돌이 그대로 사일러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사일러가 도끼눈을 뜨며 짱돌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사일러가 본 것은 자신의 왼쪽 눈을 향해 날아오는 얼음으로 된 화살이었다.

    ‘아.’

    이후 곧바로 사일러의 왼쪽 눈 시야가 검게 가라앉았다.

    [왼쪽 눈의 시력이 사라집니다.]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이어진 알림에 사일러의 본능이 말했다.

    이거 위험하다고.

    그 사이 미다스가 들으라는 듯이 거듭 소리쳤다.

    “후원 감사합니다! 나머지 눈 하나 더 맞추는 거 보여드리겠습니다.”

    여유 있는 그 목소리에 사일러는 그제야 미다스가 내뱉은 단어 하나를 더 떠올릴 수 있었다.

    ‘파이어볼 다음에 아이스 애로우? 대마도사?’

    대마도사.

    갓워즈에서 채 100명도 가지지 못한 레전더리 클래스.

    그러한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가 양민 학살자를 잡는 콘텐츠로 방송을 하고 있다?

    ‘금수저 부캐?’

    결코 보통 수준의 플레이어는 아닐 터!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는 순간 사일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 저 새끼 도망치네요? 여러분, 제가 저 새끼는 무조건 잡습니다.”

    그것을 본 미다스가 당장에라도 사일러를 잡으려는 듯이 목청 높여 소리쳤다.

    “야! 어딜 도망가?”

    그러나 그런 외침과 달리 미다스의 몸은 사일러가 도망친 것과 반대 방향을 향했다.

    휙!

    그러자 화살 한 발이 미다스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궁수 챙.

    미다스의 기습 공격에 당하는 순간 원거리 딜러인 그는 잽싸게 몸을 숨겼다.

    현명한 행동.

    하지만 그 탓에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는 도망치는 사일러는 향해 소리쳤다.

    “사일러, 야이 미친 새끼야 왜 튀어? 어?”

    그 외침과 함께 갑자기 천쪼가리 하나가 나비처럼 날아와 챙의 얼굴을 덮쳤다.

    조금 전 사일러를 덮쳤던 것과 똑같이 천쪼가리는 기름을 듬뿍 머금고 있었다.

    퍼엉!

    당연히 그다음에 미다스의 파이어볼이 챙의 얼굴을 덮쳤다.

    “윽!”

    그 갑작스러운 공격에 챙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뱉었고, 그 사실에 미다스가 아직 남은 2발의 아이스 애로우, 개중 하나로 챙을 겨누었다.

    ‘궁수부터 잡고, 그다음에 힐러를 잡는다.’

    예상했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때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호우우우!

    럭키가 미다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사냥을 일찍 마쳤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다.

    ‘힐러는 잡을 필요가 없겠군.’

    그 신호에 미다스가 미소를 지으며 잡아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8.

    스포츠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기록과 싸우거나, 사람과 싸우거나.

    미다스는 후자였다.

    프로야구선수 시절 그는 언제나 타자와 싸웠다.

    때문에 인간을 상대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보통 사람들보다는 훨씬 잘 알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야이, 개새끼야! 조만간 복수하러 온다! 우리 본캐 다 끌고, 네놈이 게임 접을 때까지 쫓는다! 넌 뒈졌어!”

    챙이 욕지거리를 함께 게임 오버를 맞이하는 순간 미다스는 사일러를 쫓기 위해 서두르지 않았다.

    ‘남은 건 사일러, 한 놈.’

    챔피언 고블린 세트 아이템 2개를 가진 사일러, 어떤 의미에서 이 사단을 일으킨 놈이 도망칠 것을 염려하지 않았다.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미다스, 그는 사일러가 결코 먼 곳으로 도망치지 않았으리라 확신했으니까.

    확신의 근거는 세 가지였다.

    ‘동료를 버리고 도망가면 동료한테 뒈질 테고.’

    첫 번째 근거는 동료가 당하고 있다는 것.

    그냥 동료가 아니라 여러모로 친분이 깊은 동료가 당하는데 자기 혼자 멀리 도망친다?

    차라리 그냥 같이 죽으니만 못한 짓이다.

    ‘게임 좀 할 줄 아니 그냥 도망치는 게 더 병신이란 것도 모를 리 없고.’

    두 번째는 나름 갓워즈를 할 줄 안다는 것.

    무작정 도망치는 건 그다지 영리한 행위가 못 된다. 추격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움직이는 게 영리한 행위지.

    더욱이 몬스터가 넘치는 이곳에서 무작정 도망치다가 고블린 무리에 쫓기기라도 하면?

    더 꼴 때리는 일이 생길 터.

    또한 직업적인 면에서도 사일러가 미다스를 피할 이유는 없었다.

    최소한 근접전만 펼칠 수 있다면 오히려 역으로 잡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

    ‘그동안 양민 잡으면서 스트레스 푸는 걸 망쳤는데 기분 더럽잖아? 그렇지?’

    세 번째 근거는 사일러의 심리 상태였다.

    사일러 일행에게 이곳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런데 지금 그 장소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도중에 갑자기 튀어나온 BJ대마도사라는 웃기지도 않는 놈에게 역으로 양민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럼 과연 기분이 어떨까?

    좋진 않을 터.

    물론 이게 본 캐릭터라면 기분이 더러워도 무조건 갑에게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바닥에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렸을 것이다.

    ‘본캐도 아니고 부캐잖아?’

    그러나 애초에 잃을 게 적은 부캐릭터 아닌가?

    여기서조차 꼬리를 말고 도망칠까?

    도망칠 수 있다.

    ‘뚝배기를 검으로 박살낼 정도로 성격 독한 놈이 그냥 여기서 꼬리를 말 순 없잖아?’

    하지만 미다스가 아는 양민 학살자들, 그중에서도 플레이어를 가장 가까이에서 상대하는 근접 딜러 캐릭터들의 심리는 달랐다.

    그들 대부분은 일반 플레이어보다 더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감정적이었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냉철한 계산 대신 폭력적인 행동으로 풀고자 하는 부류들.

    미다스가 사일러 일행의 뒤를 쫓으며 본 것도 바로 그런 점들이었다.

    잡은 물고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나오는 법.

    투수가 타자의 영상을 반복해서 봄으로써 타자의 습관과 성향, 거기에서 나오는 스타일과 행동 패턴을 도출하듯 사일러의 행동을 보며 그러한 것을 도출했다.

    그러한 미다스의 예상대로였다.

    30여 미터 밖 나무 뒤에 플레이어 한 명이 숨어 있었다.

    머리 위에 사일러-DDAT19386724라는 띄운 채.

    ‘그래, 주변에서 대기타야지.’

    그것을 본 미다스의 감각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오랜만의 느낌이었다.

    프로야구선수 시절의 느낌, 1군 무대의 마운드에 올라갈 때의 느낌이 이러했다.

    설계대로 패턴이 존재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이 존재하는 시스템에서 탄생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느낌.

    진짜 닳고 닳은 사람을 상대할 때의 느낌.

    그리고 그 닳고 닳은 것이 자신의 예상대로 움직였을 때의 느낌.

    그 느낌 속에서 미다스는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을 가진 채 미다스는 사일러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 도망친 것 같습니다. 아주 도망치는 거 하나는 귀신같네요. 동료 버리고 도망치는 솜씨가 본캐로도 꽤 해본 거 같네요.”

    여전히 라이브 방송을 하는 척 연기를 하면서 사일러가 있는 곳으로 모르는 척 접근했다.

    “장담하는데 이새끼들 본캐 개병신 허접 쓰레기 캐릭터일 겁니다. 아마 파티나 길드에서도 강퇴만 당했을 걸요? 그러니까 여기서 스트레스 푸는 거겠죠. 뻔하죠. 쥐뿔도 없는 것들이 원래 다 그러니까요. 어이쿠, 후원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연신 자극적인 말로 사일러에게 자신이 접근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미다스의 발소리가 사일러를 향하는 게 명명백백해지는 순간, 사일러가 움직였다.

    자세를 낮춘 채 등장한 그는 검을 앞세운 채 그리고 각오를 다듬은 채 미다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미다스는 예상한 바였다.

    당연히 행동 역시 미다스가 더 빨랐다.

    퍼엉!

    마치 서부극의 총잡이가 방아쇠를 당기듯 미다스의 손에 잡혀 있던 파이어볼이 정확하게 사일러의 얼굴을 덮쳤다.

    사일러의 머리가 뒤로 살짝 꺾였다.

    “크으!”

    그뿐이었다.

    사일러는 맞은 후에 멈추지 않았다.

    대마도사고 나발이고 마법사 클래스를 상대로 검사 클래스가 붙어서 싸우면 질 리 없다!

    그 사실을 명시한 채 미다스가 있는 곳을 향해, 철도 위의 철마가 달리듯 움직였다.

    그런 그의 시야가, 파이어볼로 인해 흩어졌던 시야가 환해지는 순간.

    ‘응?’

    그 순간 사일러의 눈앞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니라 몽둥이 한 자루였다.

    뻐억!

    그 몽둥이가 그대로 사일러의 얼굴을 후려쳤다.

    미다스, 그 역시 사일러의 의중을 읽었다.

    실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거기서 마법에 맞는 걸로 놀라서 돌진을 멈추진 않을 터.

    그래서 역으로 본인도 거리를 좁히며 물리적인 공격을 날렸다.

    그러한 미다스 공격은 효과적이었다.

    허를 찌른 효과가 있다,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뭐, 뭐야? 데, 데미지 왜이래?’

    미다스의 근력 스탯은 사일러보다 높았으니까.

    그 충격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으으!”

    사일러의 돌진이 멈췄고, 멈춘 사일러의 몸이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미다스가 홈런을 치려는 듯 스윙 자세를 취한 후에 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빠악!

    그 몽둥이가 사일러의 얼굴 정면을 다시 한 번 후려쳤고, 사일러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퍽!

    그와 동시에 미다스가 뒤로 넘어진 사일러의 가슴팍을 짓밟았다.

    이미 승패는 끝났다.

    “······BJ대마도사라고 했지?”

    패자에게 남은 권리는 승자에게 후환을 두려워하게 만들기 위한 저주를 내뱉는 것 뿐.

    “너 이름 기억해두겠어.”

    그러한 사일러의 분노에 미다스는 웃으며 말했다.

    “아이스 애로우.”

    그 말에 미다스는 대답 대신 마법을 시전했다.

    잡고 있는 몽둥이가 활 모양으로 바뀌었고, 미다스가 활시위를 잡아당기는 순간 얼음 화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화살촉으로 사일러의 얼굴을 완벽하게, 한 치의 어긋남이 있을 수 없는 거리에서 겨누었다.

    이윽고 미다스가 활시위를 놓았다.

    파각!

    사일러가 죽는 소리가 났다.

    그 모습에 미다스는 미소를 비릿하게 꼬며 말했다.

    ‘그래, 평생 방송 찾아봐라. BJ대마도사 같은 병신 같은 방송 만드는 놈을.’

    구라가 먹히는 순간이었다.

    ‘자, 그럼 이제 쇼를 한 연기료를 챙겨볼까?’

    그리고 소득을 얻는 순간이었다.

    9.

    갓워즈의 아이템 루팅 시스템 중 특징은 랜덤 시스템이 많다는 점이다.

    PK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어 역시 죽을 경우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아이템 루팅이 가능했으며, 이 역시 랜덤이었다.

    플레이어가 7개의 아이템을 착용했다면 7개의 카드가 나오고, 5개의 아이템을 착용하면 5개의 카드가 등장했으며 아이템 루팅을 시도한 플레이어는 개중 고를 수 있었다.

    여기서 고를 수 있는 카드 숫자는 대상의 카르마 수치에 따라 달랐다.

    거듭된 PK로 카르마 수치가 낮은 플레이어를 죽일 경우에는 그 수치에 따라 얼마든지 카드를 고를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어떤 아이템을 고를 지는 운에 맡겨야 하는 셈.

    “럭키야, 뭐 고를까?”

    하지만 그 사실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미다스 그의 눈에는 분명하게 보였다.

    사일러가 착용한 6개의 아이템을 의미하는 여섯 장의 카드 중 무엇이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인지.

    ‘이러면 PK 할 맛이 나지.’

    당연히 미다스는 상대방이 가진 아이템 중 최고의 아이템을 확실하게 고를 수 있었다.

    이런 조건이라면 하기 싫은 PK도 절로 하고 싶어질 터.

    ‘뭐, 멋대로 했다간 맛이 가겠지만.’

    물론 미다스는 양민 학살자들의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쳐 날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양민 학살자들은 대부분은 결국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나중에는 현상금도 붙는다.

    왕!

    그때 미다스의 곁으로 럭키가 다가왔다.

    럭키의 등장에 미다스가 웃으며 말했다.

    “럭키야, 네가 하나 골라봐라. 이거로 할까?”

    미다스의 물음에 럭키가 크게 외쳤다.

    왕!

    “아니면 이거?”

    왕왕!

    “그러면 이거?”

    호우우우!

    그때 럭키의 하울링이 터졌고, 그 하울링에 미다스가 손가락 끝에 있는 카드, 그 뒷면을 보았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

    “캬, 주인 닮아서 눈이 좋네, 아주 좋아.”

    그것을 본 미다스가 럭키를 쓰다듬으며 그 카드를 그대로 선택했다.

    그 후에 미다스는 다른 카드 한 장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난 이걸로 한다.”

    호우우우!

    럭키가 주인의 선택에 재차 하울링을 내뱉었다.

    [인벤토리에 새로운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윽고 알림이 들리는 순간 미다스는 곧바로 아이템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갑옷 X 1]

    [챔피언 고블린의 가죽 바지 X 1]

    ‘아.’

    당연히 미다스는 망설이지 않았다.

    두 개의 아이템을 곧바로 자신의 장비창에 장착시켰다.

    그러자 미다스가 입고 있는 상의와 하의가 불이 붙은 듯 타오르기 시작했다.

    후두두!

    이내 불타오른 것들이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재가 사라진 곳에 잘 다듬어진 갈색 가죽 갑옷과 바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챔피언 고블린 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5포인트 상승합니다.]

    [고블린 공격 시 모든 데미지가 10퍼센트 상승합니다.]

    기꺼운 알림이 들렸고, 그 알림에 미다스가 자신의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미다스]

    - 레벨 : 9

    - 신좌 : 워드래곤

    - 직업 : 대마도사

    - 능력 : 근력(5+89)/체력(5+89)/지력(45+91)/마력(14+91)

    - 잔여 스탯 : 0

    ‘맙소사.’

    9레벨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능력치.

    ‘전에 키우던 캐릭터는 15레벨 됐을 때 지력 간신히 100을 넘겼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오크 정도도 충분히 럭키와 함께 솔로 플레이로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미다스는 여기서도 굳이 오크를 잡으러 갈 생각이 없었다.

    “럭키야.”

    왕!

    “고블린 마저 잡자.”

    왕?

    더 쉽게 고블린을 잡을 생각만 가득할 뿐.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편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다.

    ‘챔피언 고블린 세트 입고, 여기에 신수까지 데리고 다니는 건 보물 고블린이라고 광고하는 꼴이지.’

    가진 게 많아질수록 잃을 것도 많아지는 법.

    솔직히 말해서 지금 미다스의 아이템 세팅은 성격 거친 플레이어들을 아귀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상위 레벨의 사냥터에 간다?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

    ‘레벨 올릴 만큼 올리고, 스탯 얻을 만큼 확보한 후에 올라간다.’

    덤비는 이들을 부나방으로 만들 힘이 있기 전까지 미다스는 무리할 생각이 없었다.

    ‘아직 난 약하다. 좀 더 힘이 필요해.’

    미다스는 갓워즈란 세상이 지금 자신 같은 놈은 언제든 찢어버릴 만큼 거칠고, 잔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좀 더 강력한 능력이.’

    미다스가 그러한 각오를 품은 채 자신의 곁에 있는 럭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호우우우!

    그런 럭키는 거듭 하울링을 내뱉었다.

    그 사실에 미다스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럭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럭키야, 기분 좋은 거 알겠는데 하울링은······ 응?”

    그제야 미다스는 볼 수 있었다.

    “너 머리 위에 느낌표, 그거 뭐냐?”

    럭키의 머리 위에 느낌표가 뜬 것을.

    그때였다.

    [당신의 신수 럭키가 신좌로부터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당신이 직접 럭키의 새로운 능력을 선택하십시오.]

    그 알림과 함께 미다스의 눈앞에 100장의 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럭키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여하튼 신수 스킬까지 카드깡으로 만들고, 아주 운빨좆망겜도 이런 운빨좆망이······ 어?”

    ‘황금?’

    그리고 미다스가 세 번째 전설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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